호수변의 자전거길이 좋다고 하여 자전거를 타기 위해 집을 나선다. 

어렷을 적 한 쪽 다리 집어 넣고 타던 짐 자전차에 대한 추억은 가물거리고

두 다리로 전해지는 우직한 힘을 동력원으로 삼아 

정직하게만 움직이는 자전거.

 

 호수 변 가장자리까지 인접해서 

혹은 호수 위에 놓여진 자전거 다리를 지나면서 본 강변  풍경.

푸름이 짙어지는 여름으로 가는 날. 

쑤셔오는 엉덩이 좌우로 돌려 가며

다시 길위에 서서 느릿하게 지나온 길을 바라본다.

 

 돌아오는 길.

강촌 다리 위에서 일몰의 풍경을 맞는다.

강물에 비친 햇살은 붉은 빛을 더하고

아름다웠던 시절을 생각하고

그저 말 없이 서서 떨어지는 해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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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기록>

 (07:45) 한계령 휴게소 출발 - (09:00) 갈림길 - (10:44) 끝청 - (11:20) 갈림길 - (11:40) 소청산장 -

(12:04) 봉정암 - (12:43) 중식 후 봉정암 출발 - (14:16) 수렴동 대피소 - (15:40) 백담사 주차장

(8시간 소요)

 

 

 출발하기 전 설악산 지도를 찾아 보았으나 보이지 않고

그 많던 지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를 생각하다가

이젠 하나씩 둘씩 잃어버리는 시기가 되었나하고 자문한다.

지난 날의 산행 기억이 축적되어 머릿 속을 떠다니고

한편으론 함께 산행하는 후배가 있어서 마음은 여유롭다.

 

 한계령 휴게소.

산을 오르는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휴게소 주차장으로의 차량진입은 통제가 되고

도로변 좌우로 길게 늘어선 주차의 행렬.

알락달락한 옷을 입은 등산객들 바삐 몸을 움직이고 있다.

 

 봄 맞이 상춘객이 되어 오르는 산.

갈림길을 지나 서북능선을 따라 오르는 길.

저 멀리 귀때기청봉은 조금씩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

길 가에 숨어 있던 꽃들 여러 색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바야흐로 앵초가 활짝 피는 시절인 오월의 끝자락.

강렬한 붉은 색으로 기억되는 서북능선의 오월 산길.

길가에 핀 박쥐나물을 뜯어 입에 오물거리며 지난 기억을 더듬는다.

얼레지 꽃이 이미 져서 열매를 맺고 벌깨 덩굴 하나 둘 씩 하늘 향해 꽃을 피우고

늦게사 맞이하는 산중의 봄날을 느끼며 끝청 자락에 서서 내, 외설악을 아울러 본다.

저멀리 봉정암이 보이고 가야할 곳을 손으로 가리키며 점점 짙어가는 녹색을 탐한다.

 

 나무들은 바람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해

등이 굽고 키 작은 채로 정상 주변부에서 웅크리고 있고

더러는 구상나무와 같이 같은 종이 무리를 얽고 틀어 끼리끼리의 생존을 한다.

신축 중인 소청대피소에서 과거의 산장 흔적은 보이지 않고

소청 샘터로 가는 길 마저도 공사 관계로 막아 버려 

몇 해 전 겨울 날의 추억은 떠오르지 못하고 그저 머릿 속에서만 맴돌 때

봉정암의 공양시간을 생각해 내고

산중에서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속물 중생이 되어

지난 기억을 접고 몸을 바삐 움직인다.

 

 구곡담 계곡.

이어지는 물길 따라 걸으며

백담사에서 구곡담계곡까지 몇 개의 담(못)이 있을까를 생각한다.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물길따라 터벅이며 내려 오면서

짙은 색의 잎으로 덮힌 산을 보며

나 자신은 얼마나 성장했을까를 묻는 시간.

 

 물 소리 희미해질 때쯤

산행은 끝이 나고 있었다.

 

 

 

서북능선을 오르면서 본 앵초

 

끝청에서 본 귀때기청

 

외설악 조망 - 공룡능선, 울산바위

 

신축 중인 소청대피소

봉정암 주변 경치

 

 

 

수렴동 계곡

영시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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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기록>

 (09:08) 설악동 - (09:52) 비선대 - (10:55) 유선대 리지 끝나는 부분 능선 - (12:30)  마등령 - (14:00) 1,275 봉 - (15:18) 신선대 - (15:38) 갈림길 - (16:10) 양폭 대피소 - (17:06) 비선대 - (17:45) 설악동

 

 

 1.

  설악에 다녀온 뒤 다시 설악으로 향했지요.

전 번의 산행이 천불동 계곡을 타고 오르는 산행이었다면

이 번엔 마등령 넘어  공룡능선을 타기로 했어요.

물론 산에서 느꼈던 봄빛이 다시 그리워져서 였지요.

 

 설악산행 시내 버스를 기다리며 신발을 털며 생각을 했어요.

지난 과거의 것들을 이렇게 훌훌 털 수만 있다면.

그리고 해변에 위치한 건물 사이로 보이는 반짝이는 아침 바다를 보며

마음 속으론 펼쳐지는 설악의 풍광에 대한 금빛 꿈을 꾸었지요.

 

 

 2.

 비선대를 향하는 다리 위에서 보았지요.

늘어진 자일 사이로 적벽과 장군봉을 등반하는 사람들을.

가파른 직벽을 오르는 등반자의 몸짓은 가득찬 삶의 열정을 떠올리게 했지요.

적벽과 장군봉의 바위길을 올랐던 때가 언제였던가를 생각하다가

다시 느릿하게 발걸음을 옮겼지요.

 

 지난 기억들 다복다복 한 켠에 담아 두고 오르는 마등령길.

이제 추억은 과거로의 도피 장소가 아닌

기억을 통해 새롭게 일어서는 매체가 되어야 하는 것.

바위 벽을 오르는 등반자 서로간의 외침 소리는 정겹게만 들리고

나무 등걸에 앉아 쪼아대는 딱다구리 부리 소리가 산중의 적막을 깨고 있었지요.

멀리 오른 쪽으론 울산바위가 왼편으론 천화대의 이어지는 능선 길이

내리쬐는 햇살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자벌레 땅바닥에서 자신의 허리 높이만큼의

길을 나서기 위해 분주하니 몸을 움직이고 있었지요.

 

 전 번 주에 마등령 공룡입구 쪽에 자잘하니 피었던 흰 별꽃은 사라지고

이제는 붉은 색의 꽃을 핀 앵초가 그 자리를 대신했지요.

지난 주 보이지 않던 앵초는 이제사 보이고

자신의 존재를 붉은 색의 꽃을  통해 알리려고 했었지요.

수풀로 들어가 여기저기 피어있는 앵초를 보고

붉은 빛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봄날 산길을 걷는 꿈을 꾸었지요.

 

 1,275봉 정상에 올랐어요.

아래론 범봉이 가까이 다가서고 멀리 신선대가 보이고

저기 멀리서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귀때기청.

여러 산봉우리 바라보다가 다시금 밀려오는 추억에 몸을 떨다가

슬금거리며 산 봉우리로 타고 오르는 봄빛을 확인했어요.

 

 

 

비선산장 가는 길

 

적벽

 

장군봉

적벽

마등령을 오르며 전망대에서 천불동 계곡 조망

천화대

 

범봉과 1275봉

공룡능선 주변 꽃 - 앵초

 

솜다리

 

 

범봉

범봉과 천화대

울산바위

 

천화대

 

범봉 그리고 울산바위

 

신선대를 오르며

 

 

신선대 조망 - 범봉

울산바위

용아장성

천불동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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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송미술관에서 열린 "간송서거50주기기념 진경시대회화대전"을 보기 위해

미술관 입구에 도착한 시간이 12시가 채 안 되었다.

이미 관람객들의 행렬은 길가에까지 이어지고

지방에 사는 우리로서는 점점 더 간송미술관이 멀어져 감을 느낀다.

한 해 두 차례만 전시를 하는 관계로 전시 기간 중의 주말은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 줄을 서지 않는다면 두 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하는 것.

몇 년 전부터 전시기간 중 주말 길거리에까지 장사진을 치는 관람객들을 위해

미술관측의 배려는 찾을 수 없다.

그저 내리쬐는 오월의 뙤약볕아래 불편함을 참으면서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기다림에 익숙하지 않은 자

주변의 풍경이나 두리번거리며 본다.

두 시간이 지나 미술관 입구를 통과하고

이제는 기다리며 보냈던 시간이 아까워 할 때

미술관 옆 공작새의 울음소리가 지친 사람들의 고함소리같이 들린다.

 

 입구엔 간송 선생의 김홍도 그림을 모작한 작품과 그 옆으론 인장이 나란히 전시되고

붉은 벼슬을 길게 늘어뜨린 수탉의 위엄있는 두 눈이 관람객들을 응시한다. (변상백 자웅장추)

정선과 김홍도의 금강산 그림을 보면서

옛날 가보았던 금강산의 만물상이 눈 앞으론 그려진다.

천하의 명산인 금강산을 그리기 위해 화구를 들고

다리 품을 팔아 두루 이곳 저곳 돌아 다니며  그린 우리의 산하 풍경.

산의 다양한 모습에 넋을 잃고 더러는 화폭에 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좌절하고

폭포에 뛰어 내려 죽으려 했던 이야기가 한 편의 그림에 아름답게 채색된다.

실제 풍경을 그린 그림이 주는 사실성을 생각하다가

정선의 풍경 소품 몇 점을 뒤로 한 채 2층으로 이동한다.

 

 최북.

최칠칠. 메추라기.

머릿 속에 들은 단편적인 지식과 실제 작가의 작품을 만나는 행복함.

오동통한 메추리가 조를 쪼고 살진 쥐가 홍당무를 먹는 그림.

작가의 고고한 정신보다는 오히려 대상에 대한 따스한 감정을 읽는다.

거대한 풍경 속 한 귀퉁이를 차지하는 사람들의 그림 속 모습.

방 안에 누워서 밖을 보고, 술잔을 앞에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또는 거대한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들.

 

 뒷 사람들의 관람 관계로 이동 관람을 부탁하는 말이 계속적으로 이어지고

마지막엔 신윤복의 풍속화로 아우르고

먼 과거로 돌아가 우리의 산천을 두루 구경한 호사스러움과

더할 나위 없는 안복을 느끼는 오후의 시간.

 

 

 

 

 

 

 

 

주변에 위치한 상허 이태준의 가옥 - 수연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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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기록>

 (06:30) 춘천 - 속초행 버스 - (09:06) 설악동 산행 시작 - (10:00) 비선산장 - (11:11) 양폭 - (12:22) 희운각, 공룡능선 갈림길 - (12:46) 신선대 - (14:22) 1275봉 - (15:51) 마등령 -

(17:16) 비선산장 - (17:53) 설악동  (9시간 소요)

 

 

 1.

 산불 관계로 인한 통제가 풀리는 날

오랜만의 설악산행을 계획하며

따스한 공룡의 봄빛을 그리며 짐을 꾸린다.

 

 아침 속초행 버스를 기다리며 익지도 않은 우동을 먹는다.

이른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 어디론가 떠나기 위해 서성이고 있다.

지친 모습의 사람들.

서로간의 대화는 없고 각자의 전화기만 쳐다 보는 이제는 일상화된 풍경들.

당일치기 산행이라서 되도록이면 짐을 줄이기 위해

삼각 김밥 두 개와 군계란을 산다.

삼각 김밥이 허기를 메울 수 있을까를 마음 속으론 내심 고심하지만 이내 생각을 접고

버스에 올라 타서 이번 산행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입산 통제 관계로  가 보지 못했던 설악산에 대한 그리움일까

혹은 바다 보기 등등 생각해 보다가 스틱을 안 가져온 것과

파일 자켓을 전날 배낭 속에 미리 넣어 두었는데

아침 나절에 나오면서 다른 자켓을 입고 온 것을 알게되고

갈수록 가물거리는 기억력을 탓하며 무력해진다.

 

 

 2.

 속초. 

수복탑 앞 버스 정거장으로 보이는 바다.

역광의 햇살을 받아 푸른 빛이 반짝일 때 파도가 겹겹으로 빛난다.

밀려 오는 허기.

비스켓 하나 꺼내서 먹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잡견.

한 조각 떼어 주지만 개는 냄새만 맡고 주변 배회한다.

오늘은 나 홀로 산행의 낯선이가 되어

아침의 주변 사물을 건너다 보기.

그리고 말걸기.

온다던 버스 오지 않고.

 

 

 3.

 정겨운 새소리와 물소리가 따라 오르는 비선대 가는 길.

야트막한 곳에선 연한 녹색의 이파리들이 점점 짙어만 가고

저 멀리 보이는 산에 봄의 기운이 올라가고 있다.

나도 봄을 찾아 나선 많은 사람 무리 속 일원이 되어

발걸음 가볍게 녹색의 봄 터널을 걷는다.

 

 그래 작년 겨울엔 눈이 많이 왔지.

양폭 가기 전 아직 녹지 않은 눈을 보면서

지난 겨울 귀때기청, 마장터, 옥수골 등지를 헤매며 다닐 때

허리 춤까지 차올라 왔던 눈의 기억을 떠올리며 

가버린 겨울의 감촉을  느끼기 위해 한 웅큼의 눈을 잡는다.

 

 쉼 없이 양폭까지 오르려니 힘들다.

불에 탄 대피소의 잔해는 깨끗이 치워지고

지나는 사람들 이곳이 대피소였던 자리라는 것을 기억이나 할까.

보이지 않으면 기억의 저 편으로 사라지는 것.

그것은 보는 것, 듣는 것 혹은 이야기를 통하여 의식의 이 편으로 돌아 오는 것.

하여 기억하기 위하여

보고, 듣고 그리고 상대에게 끊임 없이 이야기 하기.

 

 전날 내린 비로 계곡의 물소리 더욱 크게 들리고

천당 폭포로 이르는 철계단의 둔탁한 울림 속으로

연한 녹색의 봄 풍경이 하나  둘씩 이어진다.

무너미 고개 오를 즈음에 계곡 물에 발을 담그고

군계란 하나 까먹으며 흐르는 물을 바라본다.

시린 물의 감각 발을 타고 오르고 전해지는 시간의 흐름.

다시 오름길에 서서 가파른 오름길에 힘이 부쳐 사탕을 물고 쉬면서 생각을 한다.

전 날의 음주 혹은 스틱의 부재 또는 체력의 저하 등등.

나름의 원인을 생각하면서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4.

 신선대에 다시 서다.

가슴 툭하니 터지면서 감춰어 두었던 설악의 비경들이 한꺼번에 나선다.

날이  흐려 흐릿하게 산봉우리들 보이지만

흐린 풍경은 마음으로 따사롭게 다가와 함께 하고

지난 날의 풍경들이 겹쳐지면서

"그대 잘 있었는가"를 서로에게 묻는다.

 

 진달래꽃 붉은 색 더해가고 바위 틈의 바위나리 흰 꽃이 하늘로 오르고

새 울음 소리 함께하는 봄날의 아름다운 능선 풍경.

삼각 김밥 꺼내 우물거리며 주변을 응시한다.

산 골짜기 그늘진 곳엔 아직까지 겨울의 흔적들이 보이고

멀리 저 산을 향해 오르는 연한 녹색의 봄의 기운들.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오후 인적이 끊긴 산.

까마귀 울음이 적막을 깨우고

1275봉 산정에 올라가 주변 산 둘러보며 먹으려고 했던 캔막걸리는

흐린 날이라는 나름의 이유와

산행의 피곤함에서 이어진 귀차니즘으로 뜻을 이루지 못한다.

남은 길 걱정하며 옮기는 무거운 발걸음.

마등령이 보이는 곳에서 산을 타고 오르는 오세암의 불경 소리.

가까워진 석가탄신일을 생각하며 미천한 중생인

자신의 제도(濟度)를 기원한다.

저멀리 귀때기청의 모습이 실루엣으로 다가 오고

마등령에서 한 무리의 등산객을 만난다.

 

 

 5.

 옛날 마등령에서 공룡능선으로 들어 가는 들머리에

지천으로 피었던 붉은 앵초에 대한 기억.

긴 목위의 붉은 자주색 꽃이 이뻤던 앵초.

 

 꽃에 대한 흔들리는 기억들 일으켜 세워보지만

이제 그 꽃들 보이지 않고

대신 군데군데 별꽃들 무리지어 자잘한 흰 꽃을 피우고 있다.

 

 

비선산장 가는 길

삼형제봉

천불동 계곡

 

 

 

 

 

 

 

 지난 겨울의 흔적 - 잔설

화재로 소실된 양폭대피소 자리

 

천당폭포 가는 길

 

 

신선대에서 조망

 

이름도 아름다운 범봉

 

 

능선 주변 봄꽃 

 

 

 

 

 

뒤돌아 보기

 

 

용아장성

 

 

1,275 봉

 

 

 

 

천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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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04월의 잡문(Facebook에 올린 글 발췌)

120403

 "태양은 가득히"에 이어서 본 영화 "리플리".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을 관람하는 장면 중 들리는 렌스키의 아리아.
"어디로 가버렸나, 황금같은 나의 청춘이여."
죽음을 예견한 그의 목소리는 구슬프게만 들리고 이것을 보고 있는
극중 주인공 리플리 눈가에도 눈물이 떨어진다.

 류준하의 책 "너 음악회 가봤니?".
질질 끌다가 이제사 읽기를 마친다.
3월 책 읽는 것보다 영화를 더 많이 보고, 음악 듣는 것보단
아침 나절에 FM만 잠깐씩 들으며 지냈다.
퇴근 후에는 이제 막 눈 그친 금학산에도 올라가야겠고,
또 음악도 들어야 하고.
마음 여유롭지 못한 자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
흐린 날씨 속에 모습을 드러내는 산자락.

 

120406

 춘천에서 장례식장엘 가려고 양복을 찾으니 여름 옷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거라도 입고 가려고 바지를 입고 허리를 채우는 순간.
겨울 동안 놀새의 시간들이 배 주위로 기름대(帶)가 형성되어 허리를 압박해온다.

 몸이 무거우면 움직이기 어려운 법.
쇠기러기들 때가 되어 무리지어 날아가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몸 가볍게 해서 가고 싶은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다는 몽상을 꿈꾸는 아침.

 

 한 잔의 술을 마시고 들어 온 날.
취기는 어둠의 바닥 저편까지 퍼지고
조금 남은 영화 "고스포드 파크"를 본다.
지리하게 일상의 날들을 보여주고 후반부 사건은 전개되는 듯하더니 맥없이 영화는 끝이 난다.
늘상의 일이지만 이렇게 침주(侵酒) 상태에서 본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
이틀에 걸쳐 읽은 김정운의 "남자의 물건".
내 물건은 무엇일까를 생각하다가 단순무식하게 사는 삶의 방향에 위배되는 것 같아서
혼곤한 잠의 나락으로 빠진다.

 아아, 덧없이 하루가 갔구나.

 

120409

 지독한 바람 속에서 더디오는 봄.
꽃들은 이미 피어 그 봄을 알리고 있었네.

 드름산. 현호색.

 

120413

 절.규.
하.는.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아.침.

- 금학산에서

 

 

120417

 꽃들이 다투어 하늘을 향해 시샘하여 오르는 시간.
주변 환경의 변화는 벌써 시작이 되었건만
계절에 아둔한 자 먼 산만 그저 쳐다보면서
내 가슴 속에도 봄이 오기를 기다린다.

 

120419

 어제 취중 상태에서 본 "건축학개론".
단일 구성과 사건이 주는 단순함 속에서
시간이라는 인자에 의해 과거는 아름답게만 채색된다.
그리고 나도 지난 대학시절 되돌아 보기.

 비는 추적이며 내리고,
영화를 보다가 문득
며칠 전에 본 "로맨스 조"가 구성 및 내용 전개에서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아픈 추억 속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를 내포하기도 하며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보슬비 내리는 아침.
어디갈까를 생각하다가
밀려 오는 허기.

 배고프다........

 

120423

 비 추적하니 내리는 날.
길가엔 산괴불주머니 군데군데 피어 흐린 날 밝은 봄색을 알린다.
그 외의 봄꽃들 보이지 않고
흐릿한 안개 속을 느릿하게 걷는다.

대룡산 안개 속 풍경.

 

120426

 아침.
 신문을 읽다가 박완서 선생의 젊은 날 사진을 본다.
시어머니와 함께 찍은 젊은 날의 사진.
기록은 기억을 넘어 서고 한 장의 사진을 통해 마음마저 훈훈해지는 날.
벨리니 오페라 청교도 중 “A te, o cara(그대, 오 사랑하는 이여)”
아리아 한 대목을 떠올리고 지난 행복한 시간들을 반추해 본다.

                                              사진 출처: 중앙일보(12.04.25.)

 

 

 오랜만에 보는 푸른 하늘과 구름.
밀려 다니는 바람 속에서 벚꽃은 우수수 꽃비가 되어 어지럽게 날린다.
이런 날엔 지중해 바다를 끼고 있는 시칠리 섬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베리스모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간주곡이 생각난다.
풍성하게 울리는 선율의 흐름 속으로 느끼는 바다의 내음 그리고 봄꽃 열매들의 향기.

 죽음을 예감한 투리두의 아리아 " 어머니, 이 술은 독하군요."

사실주의에서 획득되는 비장미.

 다시 하늘을 오르는 벚꽃의 잔해.
마음마저 가볍게 따라 하늘을 오르는 아름다운 날.

 

 120428
 따뜻한 바람을 타고 산에 오르는 날.
계절의 변화를 모르는 둔감한 자가 되어
변화하는 산의 모습에 가벼운 탄식을 하는 하루.

- 삼악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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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학산에 올라서 본 내가 사는 동네.

모내기를 준비하기 위해 논에 물 가득하고

어느덧 시간이 흐르면 푸른 색의 벌판으로 바뀌리라.

 

 12.04.30

 

 

 

 

 

 

 다시 오른 금학산.

흰 구름 두둥실 떠다니고

산정에서 바라 본 저편의 산은

이미 짙은 녹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12.05.03

 

매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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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도봉산에 간다.

붉은 단풍 듬성듬성한 계절에 산길을 걸으면서 보았던

도봉산의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의 세 봉우리.

산은 고르게 분포하여 저멀리 경기도 의정부까지 펼쳐져 있음에도

선인봉의 한 자락만 올라서 도봉산의 전체를 보았다고 이야기했던 근시안의 시절.

너른 세상 넓게 보지를 못하는 우둔한 자가 되어

따슨 봄날 다시금 도봉산엘 오른다.

 

 만월암을 지나 루트 개념도를 보면서 그려보는 길들.

5.10의 길들이 군데군데 있는 것으로 보아

만만하지 않을 것같다는 생각에 몸은 움츠러들고

초행인 우리들은 리지길 들머리를 찾느라 분주하다.

들머리에 도착하니 이미 한 팀은 3P에

나머지 한 팀은 두 명이 등반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산 아래의 야트막한 곳에서는 연녹색의 봄빛이 오르고

저 멀리 보이는 암봉과 주변에 있는 만장봉의 바위를 둘러본다.

여러 바위의 모양과 형태를 보며  

저건 "꼬리 잘린 고래 바위" 나름 운운하면서 바위에 작명을 한다.

 

 앞선 등반팀 여성 등반자가 내는 신음 소리가

작게 들릴 무렵 우리는 출발을 한다.

새로운 미지의 길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주변의 풍광이 주는 아름다움과

거칠한 바위의 감촉을 느끼며 떼는 발걸음.

 

 4P를 오르는 선등자 직상크랙에서 몸을 움츠리고

나아가지 못하고 있어 결국은 다른 이가 선등으로 나선다.

홀드와 확보물이 확실하지 않은 관계로

선등자 크랙 안으로 파고만 들고 나오기를

여러 번 반복하여 배추 흰 나비가 되어 날지 못하고

두툼한 고치에 쌓인 애벌레가 되어 고생을 할 때 

전 번 인수봉 등반 때 암벽화가 구멍이 났던 것을 생각해 낸다.

그리고 밀려 오는 근심과 탄식.

마음 속에서 만들어 내는 근심을 몸은 이겨 내지 못하고

결국은 쥬마로 오르기로 마음 먹으며 근심을 다스린다.

 

 7P의 까칠한 슬랩을 지나며

오후의 시간은 빠르게만 흐르고 결국은 자운봉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은 포기를 하고 하산을 결정한다.

좌측으론 만장봉의 낭만길이

우측으로는 포대능선 길이 건너에 보인다고 하지만

또 얼마만큼의 도봉산을 보았을지는 미지수인 것.

이름도 아름다운 자운봉을 곁눈으로 한 번 훝으며

몸을 뒤로 내리 밀며 하강을 한다.

 

 구멍난 암벽화를 통해서 기억이 될

그 해 봄날의 "배추 흰 나비의 추억" 길.

 

 

 

선인봉

 

1P 들머리 출발 대기 중

 

3P를 등반 중인 앞선 팀

 

2P 5m 하강

3P를 향하여

 

 

 

 

 

4P를 향하여

4P를 향하여 - 선등자 바꿈

 

 

7P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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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암동 인공암벽장에서 실시된  청소년 캠프 1회 스포츠클라이밍 체험등반 활동.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어린이들의 맑은 눈망울과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어울워진 하루.

 

 오르는 모습을 지켜 보는 동생의 눈.

그 눈 속엔 무엇엔가 끌림에 대한 응시가 있고

내가 올랐던 곳 다시 한 번 올려다 보고

찬찬히 주변의 대상을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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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비마저 내리는 일요일.

봄꽃이 보고 싶어 대룡산엘 오른다.

 

 옅은 안개들은 무리지어 몰려 다니고

보이지 않은 저편 너머의 길 아래론

안개 속의 풍경이 이어지고

흐린 기억들 일으키며 걷는 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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