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루재를 넘으며 내 몰아쉬는 숨소리 거칠어질 무렵

산은 저만치 떨어져 오후의 햇살을 받아 긴 그림자를 드리운다.

해 뉘엿지는 오후 나절에 찾은 인수봉.

고개마루에서 지나간 시간을 반추한다.

 

 어둠이 찾아 오기 시작한 산 아래는

텐트의 불빛 하나 둘씩 밝아 오고

그 사이로 흐르는 사람들의 살가운 이야기 속

낮게 깔린 별 반짝이면서 시간의 흐름을 알린다.

 

 오가는 이야기에 서로 간의 눈은

밤 하늘의 별보다 더 빛나고

오가는 술잔 속에 바깥 세상에서의 삶을 털어 넣는다.

 

 이상하지,

취기가 오르면 세상은 더욱 좁게만 보여.

너른 세상이 자꾸만 좁아지고 

게다가 주변 밖에 볼 줄 모르는 근시안이 되어 버린다니깐.

 

 잡 생각은 이어지고 다시 빠지는 혼곤한 잠의 나락.

 

 

 2.

 우리가 오늘 오를 대상지인 인수A, B.

길의 쉽고 어려움을 떠나서

줄을 함께 묶고 봄날 자연의 아름다움에 빠지기를 소망한다.

이른 아침부터 많은 등반자들 순서를 기다리고 있고

뒤돌아 본 서울은 운무에 잠겨 있다.

군데군데 보이는 산봉우리.

 

 우리는 늘 하나라고 / 건배를 하면서도 / 등 기댈 벽조차 없다는 /

생각으로 / 나는 술잔에 떠있는 / 한 개 섬이다 (장사익 노래 <섬> 중)

 

 운해 속 떠 있는 산봉우리의 섬들은

서로에게 다가가기 위해 모여 있다.

 

 가까이 보이는 영봉. 

멀리 보이는 도봉산군.

그리고 의대길을 오르는 등반자가

봄날 수채화의 한 풍경으로 다가오고 오르는 자 계속해서 이어진다.

아름다움은 마음 속 저편에 있다가 슬금거리며 찾아 오는 것.

어진 마음을 기리는 자(仁者樂山)가 되어 따슨 햇살을 다 받는다.

 

 손등과 손가락에 남은 등반의 흔적을 보면서

이렇게 4월의 인수봉 인수B길은 기억이 될까.

하루재를 넘으며 야트막한 양지 바른 곳에 핀 노랑제비꽃을 보면서

가슴 속엔 제비들이 돌아 오는 따슨 날이었다.

 

 신입 회원들의 초심(初心)을 기리며.

 

 어둠이 밀리는 시간에 본 인수봉(04. 14. ISO 1600) WITH G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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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호.
집 속의 집(HOME WITHIN HOME).

 머리 속으로 항상 존재하던 과거의 집.
그리고 현재의 집.
이미지들은 중첩과 반복을 통하여
놀랄만큼 과거의 집 들과 현재의 팍팍한 집들을
천을 통해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천이라는 매체를 이용한 하이퍼리얼리즘
혹은 미니멀리즘에 대해 경탄하다가
세상이 조금씩 어지러워지기를 시작했다.

 예술적인 기질은 유전된다는 생각을 하루 종일 품은 날. 새글

 

 그리고 상설 전시관에서 만난 이중섭의 그림.

가진 것 없어도 가족과 함께했기에 행복했던 제주 시절의 그림 속에는

작가의 따스한 마음이 묻어 나온다.

캔버스가 아닌 두터운 합판에 그려진

밝은 색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면서

벨리니의 오페라 청교도 중 "A te, o cara" (그대, 오 사랑하는 이여)

아리아의 한 대목이 스쳐가며

그에게 행복했던 시절들을  떠올리며

물질적인 궁핍이 정신을 이겨내지 못한다는 생각을 갖는다.

스메타나 현악4중주 1번 "나의 생애에서".

지난 날의 아름다움은 채색되어 여기저기 흩날리는 날

그림을 통해서 따스한 마음을 읽고 훌훌 마음이 일어서며

더할 나위 없는 다사로움 속 느끼는 안복(眼福).

 

 

 

서도호 - 집 속의 집  전시회 

 북쪽 벽

북쪽 벽 - 부분

 

뉴욕 웨스트 22번가 348번지 - A 아파트, 복도, 계단 (부분)

 

 

문 - 시애틀 버전

 

 

 별똥별 - 1/5 

 

  별똥별 - 1/5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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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은 더디 오는 것만 같다는 생각에 몸을 숙여 본 의암호수.

바람들 몰려 다니며 그 흔적을 물 위에 남기고

흐릿한 하늘 사이로  올려다 본 리지길.

 

 계절의 순환은 피어 오르는 꽃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숨겨 놓았던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여기저기서 다투어 붉은 빛을 토하는 현호색.

생강나무 알싸한 내음에 봄은 이미 내려 앉아 있지만

아둔한 자 그저 봄바람에 몸을 피해 저멀리 가 있을 뿐.

 

 후생가외(後生可畏).

신입 회원들의 만만치 않은 공력은 4P에서 드러났다.

무거운 배낭 매기 싫어서 선등자에게 슬쩍 넘겼더니

그건 절대로 안 된다하고

그러니 무거운 짐을 진 자가 되어 오르는 직벽.

너풀날리는 바람 속 길은 흐리게만 이어지고

조심조심 오르는 후생들을 보면서 두려움(畏)을 느끼고

늘지 않는 내 실력을 탓한다.

 

 흐릿한 저 편 너머로 보이는 도시.

춘천.

바위를 타고 오르는 매운 바람 속에 사람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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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가기로 약속했던 날.

전 날 내리던 비는 급기야 저녁 때부터 눈이 되어 내린다.

걱정 많은 사람들 산행 지속 여부를 이른 댓바람부터 묻고

간다는 말에 걱정이 되어 가슴을 쓸어 내린다.

 

 어제 내린 비로 주변의 시야는 거침이 없고

두 눈으로 전해져오는 눈 부신 시린 눈의 감각.

임도를 따라 터덕이며 마애불상 쪽으로 오르며

오랜만의 산행에 대해

그리고 흰 눈이 그려낸 아름다운 변화에 대해

밀린 이야기를 나눈다.

 

 등산화 발목을 타고 넘어 오는 눈의 감촉.

바람 소리.

그리고 푸른 하늘과 흰 구름.

산정에서 우리가 사는 마을 내려다 보기.

오랜만에 먼 곳까지 보이는 날.

 

 내려오면서 본 주변 풍경.

야트막한 곳에서 봄눈은 녹아 내리고

질펀한 길만이 그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들머리에서 본 금학산

 

 

내려다 보기

 

 

 

 

산정에서 내려다 보기 - 지장산 부근

 

금학산정 - 헬기장 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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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교기념일인 관계로 하루 쉬는 날.

봄꽃이 그리워서 집을 나선다.

작년 고대산 발치에서 보았던 얼레지, 노루귀, 복수초.

봄꽃 생각을 머리 속에 가득 담고 오르는 고대산.

 

 칙칙한 늦가을의 산색은 이어지고

걸어 가면서 주위를 둘러 보아도 봄꽃은 보이지 않는다.

헬기장 주변의 갈림길에서

소담스럽게 핀 버들강아지만이 봄을 알리고 있었고

가보지 않은 미지의 길인 지장산으로 발걸음을 옮기려고 했지만

돌아 올 때의 교통편 등의 이유로 발길을 돌린다.

 

 작년 봄꽃을 본 시점이 5월 초인 관계로

아직은 이른 봄이어서

꽃이 나오지 않은 것이라고 위로를 해 보지만

금학산으로 오르는 발길은 더디다.

 

 

 

 

 

 

 

 

 

 

마애석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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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는 길.

퍽퍽한 두 다리로 봄 내음이 흐릿하니 흘러 나왔지요.

아침 지난 시간에 바라 본 의암 호수는 흐릿하니 다가오고

산 그림자는 물에 아른거리고

올려다 본 삼악산은 칙칙한 겨울빛을 띠고 있었지요.

 

 첫 바위에 대한 아련한 기억을 생각해 내 보려고 애를 쓰지만

생각이 잘 안나는 것은 흐르는 시간 더미 속에 묻혀 버렸는지요.

"처음, 첫 " 이 주는 각별한 의미를 생각하다가 다다른 춘클리지.

이미 앞 선 여러 명의 사람들이 등반을 하고 있었고

아래서 하릴 없이 기다리다가 1P를 올랐지요.

호수의 물빛과 어울린 등반자의 모습이 흐린 날 빛 바랜 사진처럼 다가왔지요.

그리고 리지 보수팀과의 조우.

1P 볼트 작업하는 것 보다가 앞 선 팀의 정체로 발길을 의암암장으로 옮겼지요.

 

 2.

 겨우내 운동 안 해서 불어난 몸을 보면서 뱃살 주위를 툭툭 쳐 보았지요.

두 팔과 다리에 의지해서 오르는 부자연스런 동작에 힘만 들어가고

운동을 게을리한 자의 자업(自業)이라 생각하고 바위에 붙었어요.

 

 길들은 다른 길로 이어지고

바위 틈에서 무당벌레를 보았어요.

그리고 본 거미.

봄이 오고 있었지요.

다만 계절에 둔한 자 두터운 옷을 벗지 못하고

묵은 눈으로 주변의 사물들만 보고 있었지요.

 

 바위에서 만난 사람들.

지난 기억에 대한 함의(含意).

봄 빛 그리고 강변으로 오후 나절 이는 바람.

더러는 바쁜 일이 있어서 먼저 가고

혹은 늦게 나와서 서로의 안녕을 확인하는 봄날의 의암암장.

올해 첫 바위하는 날이었지요.

  

 춘클리지 가는 길. (사진 WITH 캐논 G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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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아침 산을 오른다.
간밤에 내린 비로 야트막한 곳은 길이 녹아 있고
등산로 바닥의 얼음들 서서히 내려 앉는다.

 날 흐릿하니 주변의 시야를 가리고
그저 근시안이 되어 무작정하니 오르는 아침 산.
정상 헬기장에 이르니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파일 자켓으로 바람은 숭숭 파고 들고
방풍이 되는 옷이라도 가져 올 걸하고 늦게사 후회는 하지만
결국은 아침 댓바람부터 바람을 고스란히 다 맞고
일찍 내려 갈 일을 생각하다가 보니
부는 바람에 시야가 조금씩 걷힌다.

 저멀리 북녘의 산들이 겹겹으로 보이고
세찬 바람에 몰려 다니는 운무 속 잠깐 보였다가
다시 모습을 감추는 주변의 사물들.
주변 이리저리 서성이다가
전에 종주한 고대산이 선명하게 성큼 앞으로 다가 선다.
사진 몇 장 찍고 바람 피해 쭈그리고 앉아
저 멀리 있는 산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을 보며
자연이 주는 안복(眼福)의 즐거움을 느끼는 시간.


기록: 팬탁스 옵티오 RS1500



멀리 보이는 고대산





정상 표지석과 군 초소










산정에서 본 철원 동송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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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12.03.10 - 3.11

산행 계획: 창암-마장터-대간령-마산봉-진부령(적설로 인해 러셀이 안된 관계로 대간령까지
               갔다가 원점 회귀함)

일정: 3.10 춘천-용대리-창암-야영

         3.11 야영지-마장터-대간령-마장터-창암(6시간 정도 소요)

참가자: 3명

 

 

 1.

 등잔대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산행 신청인원이 저조하다고.

한편의 망설임 후 생각한다.

참여 인원 수가 많으면 좋겠지만 다들 나름의 바쁜 이유가 있을 것이고

기왕의 계획된 것이니 인원 수에 관계없이 산행에 참가하기로 결정한다.

늦게사 다른 후배의 합류 소식을 듣게 되고 반가움이 앞선다.

 

 2.

 오후 6시 30분이 넘은 시간에 박달나무 쉼터에 도착한다.

날은 흐릿해지고 흰 눈에 덮여 있는 산들을 둘러 본다.

개울물 건너 눈길로 들어가는 길.

창암의 바위 모양을 살펴보지만 흐릿한 날씨로 인해 그냥 지나친다.

 

 들머리 조금 지나 개울가에서 야영 준비를 한다.

물소리 가깝게 들리고 텐트 안의 불빛은 따사롭고 정겹다.

푸근한 느낌이 드는 겨울 밤이 적막.

때때로 바람 소리 속 오가는 술잔.

지난 얘기하며 입속으로 털어 넣는 추억들.

밀려 오는 밤의 기운들.

밤의 가스파르.

 

 3.

 아침 댓바람부터 바람이 불어댔지요.

경칩이 지난 지가 한 주 가까이 되건만

쌓인 눈에 바람에 하루의 산행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을 예고하고 있었어요.

물길 따라 몸을 움직였어요.

짙은 녹색의 나뭇잎따라 푸른 물 속을 가볍게 걸었던 지난 산행 추억은

흰 눈과 얼음 속에 갇혀있었지요.

바람은 구름을 밀어내고 간간이 비추는 햇살에 눈이 부셨어요.

하믈 향해 올곧게 뻗은 전나무 숲을 지나 더 오르니

발자국 하나 없는 백색의 세상이 나타나고

지난 일들을 기억삼아 한 발씩 앞으로 내딛었지요.

 

 대간령에 올랐지요.

야트막한 고개인 이곳에서 육지와 바다가 연결되어 이어졌지요.

바람이 지난 자리에는 가는 선을 그리면서 그 흔적을 남기고

가고자 하는 마산봉의 팻말 눈 속에 묻혀 있었지요.

가고 온 흔적은 바람 속에 사라지고

마산봉으로 오르려고 했던 계획은 계획에서 그쳐버렸지요.

아쉬움에 몇 발자국 옮겨 보지만

두 다리로 전해 지는 눈의 육중한 무게에

다음을 기약하고 발길을 돌렸어요.

 


등산로 입구 들머리


들머리 주변의 산



야영 준비




12.03.11.(일)





대간령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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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12.03.03  춘천-인제- 백담사-옥수골

            12.03.04 옥수골-하산-춘천

<참가자> 3명 


 1.

 백담사 가는 길.

퍽퍽한 두 다리는 시간의 흐름을 알렸어요.

단순 무식한 자만이 이 길을 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으며 느릿하게 움직였지요.

아흔 아홉을 넘은 백개의 못을 지나

저 아래의 눈 덮인 계곡을 보면서 지난 일들 슬금하니 떠올랐지요.

예쁠것도 없는 일상의 그 산을 오늘도 가면서

왜 가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었지요.

 

 길들 지리하게 이어졌어요.

터벅이면서 그나마 다행이었건 것은

눈이 내려서 퍽퍽한 다리로 전해지는 충격이

다소 완화가 되었다는 것이겠지요.

 

 길 위에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그저 가벼운 이야기만 듣고 무거운 이야기는 스스로를 위해 흘려 버렸어요.

겨울 산에 마주 섰을 때

그 산은 단순하게 살라고 얘기를하는 것만 같았지요.

 

 백담사를 넘어 가려던 계획은 결국은 이루지를 못했지요.

날씨 관계로 통제를 해서.

걸핏하면 등산로를 통제를 하는 행정 편위주의와

사고가 나면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면피주의가

국립공원을 외따로이 떨어져 있는 산으로 만드는 것 같았지요.

차라리 철책을 둘러 놓고 보호하는 건 어떨까를

내려 오면서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지요.

 

 2.

 옥수골엘 갔어요.

들머리가 황태 덕장 인근에 위치해서인지

비릿한 내음에다가 이른 봄 날의 이방인의 기척에

동네 개들이 서로간 목청을 올리기 경연 대회를 했어요.

 

 골따라 등산로는 이어지고

흰 색 일변도의 산 속에서

아래로 보이는 좁은 계곡을 보면서  

봄날의 도래를 생각했어요.

 

 우수 지난 봄날로 가는 날에

진눈깨비는 가볍게 날리고

지난간 흔적 없는 눈길에

한 발자국씩 발을 옮기며

지난 겨울에 대한 그리움을 저켠으로 보냈지요.

 

 한뎃잠.

몇 잔의 술을 마시면서

타오르는 불꽃을 바라보며

불놀이야 노래를 불렀지요.

지난 삶이 저렇게 타오르는 불꽃처럼 강렬했었기를 소망하면서

매캐한 솔가지 타는 냄새에 지난 일들 떠올렸지요.

영화 <퍼펙트 센스>에서 처럼.

후각은 과거의 기억과도 연결이 되는 것인지요.

 

 눈 덮인 길.

이미 갔던 앞사람의 흔적을 따라 걷는 길.

돌아 보는 길.

볼수록 작게만 보이고

더러는 계곡 상류의 얼음판에 빠지기도 하면서

허허허 웃으며 함께 보낸 시간들을 묻어 두고 왔어요.

 

 

 백담사 가는 길.








백담선원


라면 끓이는 냄새를 맡고 나타난 멧돼지 일가


옥수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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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2. 25(토) (06:38) 장수대 분소 - (07:12) 대승폭 전망대 - (07:50) 조식 - (08:35) 출발 -
              (09:21) 대승령 - (12:30) 중식 - (13:16) 출발 - (14:16) 1,408봉 - (19:00) 귀때기청
                야영     12시간 20분 소요
 2. 26(일)  (08:30) 귀때기청 - 한계삼거리 - (11:30) 한계령 휴게소   3시간

<참가자> 3명

  1.
 떠나기 전날 설악에 대한 백색의 꿈을 꾸었어요.
예보에선 눈이 온다고하고 관리공단 직원에게 전화 통화를 하니
러셀이 안 돼서 산행에 어려움이 많아서 출입에 통제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지요. 
흰 눈을 밟으며 멀리 귀때기청을 길라잡이 삼아 내려 오던 날의 기억이 떠오르고
3월 지나선 산불 관계로 통제될 것을 생각을 하니 어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도 상에 나타난 시간보다 훨씬 더 시간이 걸리는 대승령에서 귀때기청으로 가는 길.
지도를 보면서 지난 일들 어슴푸레하니 떠올랐어요.

 2.
 흐린 날 허리 잘린 대승폭포를 보았어요.
전망대 주변 바위에는 옛사람들이 이름이 어지럽게 음각되어 있고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는 소나무 사이로 눈은 어지럽게 날리고 있었어요.
대승령에 올라 섰을 때 서북능선  특유의 바람인 찬 북동풍이 세차게 불고
저 가슴 속에 저장되었던 과거의 기억들이 오버랩되면서
부는 바람 속에 어지럽게 날리는 눈발처럼 혼미해졌어요.
바람부는 쪽을 향해 몸을 움직여 보지만 보이는 것은 내리는 눈에 가려지고  
하늘에서 내리는 흰 군단(軍團)으로 시야는 화이트 아웃.
이미 쌓인 눈에 내리는 눈에 
두 눈(眼)은 눈(雪)의 성찬에 방향을 잃어 버렸어요.
흐린 시계로 지도도 필요 없고 오로지 과거의 흔적만 보고 가야하는 것과
그 전의 앞선 흔적들은 점차 내리는 눈과 바람으로 이내 묻혀지고 해서
한편으론 가야할 곳에 대한 걱정이 앞섰어요.


 3.
 다시 겨울 눈 내리는 날에 서북에 섰어요.
과거 신년산행 때 능선을 타고 몰아쳐 오르는 바람 속에 서
앞으로 나아 가지 못하고 "으으으"하면서
고통스런 신음 소리와 함께 찬 공기를 만난 코에선
연신 콧물이 뚝뚝 떨어졌던  겨울 날의 추억.

 여름 날 집중 호우로 텐트 바닥에 물이 흘러 밤새 잠을 자지 못하고
다음 날 보슬비가 내리는 상태에서 올랐던 귀때기청.
계속해서 부는 바람에 여름에도 저체온증이 올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단풍색이 완연한 가을 날 가족들이 함께 올랐던 산.
성장한 아이들은 산에서의 아름다운 추억들을 기억해 내고 있어요.

 바람 속에서 어지럽게 날리고 있는 추억들 생각하며 
흐린 하늘 보며 빙긋이 웃었어요.

 
 4.
 안부를 지나 귀때기청 400M 팻말을 지나면서 주위는 점점 어두워졌어요.
쌓인 눈들로 인해 과거 다닌 길에 대한 기억은 그렇게 함몰되고
스틱은 신체 기관의 연장이 되어 깊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백색 세계를 두드렸어요.
한 발 빠지고 그것에서 벗어나려하다가 다시 나머지 발마저 빠져 버리는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때도 있었고
간신히 눈 구덩이에서 빠져 나와 제발 빠지지 않기를 기원하면서
엉금엉금 기면서 가기도 했지요.

 불빛에 비친 눈들은 자신의 반짝이는 몸들을 보이며 가볍게 날리고
오랜 산행에 지친 자 거친 숨을 들이 마시며
어둠으로 보이지 않는 귀때기청 정상을 향해
밤의 침묵 속에서 헐떡거리며 올랐어요.
다행이 바람은 잠잠했어요.
귀때기청에서의 대부분의 기억이 칼바람과 관련된 혹독한 추위였지요.
정상을 알리는 팻말은 떨어져 나가 보이지 않고
어둠 속에서 좌우의 방향을 알리는 표지판 앞에 서서
지나 온 거리를 확인했어요.

 5.
 숨겨논 속살을 보이는 겨울산은 적나라하다.
나뭇잎들 떨어진 후의 추레한 녹색과 눈 덮인 산에서 만나는 백색.
단색에서 오늘도 나는 겨울 산이 주는 순박함을 만난다.

  - 고생하며 함께 산행했던 악우들을 기억하며. 겨울 귀때기청에서.



 대승폭포







귀때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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