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는 길.
퍽퍽한 두 다리로 봄 내음이 흐릿하니 흘러 나왔지요.
아침 지난 시간에 바라 본 의암 호수는 흐릿하니 다가오고
산 그림자는 물에 아른거리고
올려다 본 삼악산은 칙칙한 겨울빛을 띠고 있었지요.
첫 바위에 대한 아련한 기억을 생각해 내 보려고 애를 쓰지만
생각이 잘 안나는 것은 흐르는 시간 더미 속에 묻혀 버렸는지요.
"처음, 첫 " 이 주는 각별한 의미를 생각하다가 다다른 춘클리지.
이미 앞 선 여러 명의 사람들이 등반을 하고 있었고
아래서 하릴 없이 기다리다가 1P를 올랐지요.
호수의 물빛과 어울린 등반자의 모습이 흐린 날 빛 바랜 사진처럼 다가왔지요.
그리고 리지 보수팀과의 조우.
1P 볼트 작업하는 것 보다가 앞 선 팀의 정체로 발길을 의암암장으로 옮겼지요.
2.
겨우내 운동 안 해서 불어난 몸을 보면서 뱃살 주위를 툭툭 쳐 보았지요.
두 팔과 다리에 의지해서 오르는 부자연스런 동작에 힘만 들어가고
운동을 게을리한 자의 자업(自業)이라 생각하고 바위에 붙었어요.
길들은 다른 길로 이어지고
바위 틈에서 무당벌레를 보았어요.
그리고 본 거미.
봄이 오고 있었지요.
다만 계절에 둔한 자 두터운 옷을 벗지 못하고
묵은 눈으로 주변의 사물들만 보고 있었지요.
바위에서 만난 사람들.
지난 기억에 대한 함의(含意).
봄 빛 그리고 강변으로 오후 나절 이는 바람.
더러는 바쁜 일이 있어서 먼저 가고
혹은 늦게 나와서 서로의 안녕을 확인하는 봄날의 의암암장.
올해 첫 바위하는 날이었지요.
춘클리지 가는 길. (사진 WITH 캐논 G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