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2. 25(토) (06:38) 장수대 분소 - (07:12) 대승폭 전망대 - (07:50) 조식 - (08:35) 출발 -
(09:21) 대승령 - (12:30) 중식 - (13:16) 출발 - (14:16) 1,408봉 - (19:00) 귀때기청
야영 12시간 20분 소요
2. 26(일) (08:30) 귀때기청 - 한계삼거리 - (11:30) 한계령 휴게소 3시간
<참가자> 3명
1.
떠나기 전날 설악에 대한 백색의 꿈을 꾸었어요.
예보에선 눈이 온다고하고 관리공단 직원에게 전화 통화를 하니
러셀이 안 돼서 산행에 어려움이 많아서 출입에 통제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지요.
흰 눈을 밟으며 멀리 귀때기청을 길라잡이 삼아 내려 오던 날의 기억이 떠오르고
3월 지나선 산불 관계로 통제될 것을 생각을 하니 어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도 상에 나타난 시간보다 훨씬 더 시간이 걸리는 대승령에서 귀때기청으로 가는 길.
지도를 보면서 지난 일들 어슴푸레하니 떠올랐어요.
2.
흐린 날 허리 잘린 대승폭포를 보았어요.
전망대 주변 바위에는 옛사람들이 이름이 어지럽게 음각되어 있고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는 소나무 사이로 눈은 어지럽게 날리고 있었어요.
대승령에 올라 섰을 때 서북능선 특유의 바람인 찬 북동풍이 세차게 불고
저 가슴 속에 저장되었던 과거의 기억들이 오버랩되면서
부는 바람 속에 어지럽게 날리는 눈발처럼 혼미해졌어요.
바람부는 쪽을 향해 몸을 움직여 보지만 보이는 것은 내리는 눈에 가려지고
하늘에서 내리는 흰 군단(軍團)으로 시야는 화이트 아웃.
이미 쌓인 눈에 내리는 눈에
두 눈(眼)은 눈(雪)의 성찬에 방향을 잃어 버렸어요.
흐린 시계로 지도도 필요 없고 오로지 과거의 흔적만 보고 가야하는 것과
그 전의 앞선 흔적들은 점차 내리는 눈과 바람으로 이내 묻혀지고 해서
한편으론 가야할 곳에 대한 걱정이 앞섰어요.
3.
다시 겨울 눈 내리는 날에 서북에 섰어요.
과거 신년산행 때 능선을 타고 몰아쳐 오르는 바람 속에 서
앞으로 나아 가지 못하고 "으으으"하면서
고통스런 신음 소리와 함께 찬 공기를 만난 코에선
연신 콧물이 뚝뚝 떨어졌던 겨울 날의 추억.
여름 날 집중 호우로 텐트 바닥에 물이 흘러 밤새 잠을 자지 못하고
다음 날 보슬비가 내리는 상태에서 올랐던 귀때기청.
계속해서 부는 바람에 여름에도 저체온증이 올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단풍색이 완연한 가을 날 가족들이 함께 올랐던 산.
성장한 아이들은 산에서의 아름다운 추억들을 기억해 내고 있어요.
바람 속에서 어지럽게 날리고 있는 추억들 생각하며
흐린 하늘 보며 빙긋이 웃었어요.
4.
안부를 지나 귀때기청 400M 팻말을 지나면서 주위는 점점 어두워졌어요.
쌓인 눈들로 인해 과거 다닌 길에 대한 기억은 그렇게 함몰되고
스틱은 신체 기관의 연장이 되어 깊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백색 세계를 두드렸어요.
한 발 빠지고 그것에서 벗어나려하다가 다시 나머지 발마저 빠져 버리는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때도 있었고
간신히 눈 구덩이에서 빠져 나와 제발 빠지지 않기를 기원하면서
엉금엉금 기면서 가기도 했지요.
불빛에 비친 눈들은 자신의 반짝이는 몸들을 보이며 가볍게 날리고
오랜 산행에 지친 자 거친 숨을 들이 마시며
어둠으로 보이지 않는 귀때기청 정상을 향해
밤의 침묵 속에서 헐떡거리며 올랐어요.
다행이 바람은 잠잠했어요.
귀때기청에서의 대부분의 기억이 칼바람과 관련된 혹독한 추위였지요.
정상을 알리는 팻말은 떨어져 나가 보이지 않고
어둠 속에서 좌우의 방향을 알리는 표지판 앞에 서서
지나 온 거리를 확인했어요.
5.
숨겨논 속살을 보이는 겨울산은 적나라하다.
나뭇잎들 떨어진 후의 추레한 녹색과 눈 덮인 산에서 만나는 백색.
단색에서 오늘도 나는 겨울 산이 주는 순박함을 만난다.
- 고생하며 함께 산행했던 악우들을 기억하며. 겨울 귀때기청에서.
대승폭포
귀때기청
2. 25(토) (06:38) 장수대 분소 - (07:12) 대승폭 전망대 - (07:50) 조식 - (08:35) 출발 -
(09:21) 대승령 - (12:30) 중식 - (13:16) 출발 - (14:16) 1,408봉 - (19:00) 귀때기청
야영 12시간 20분 소요
2. 26(일) (08:30) 귀때기청 - 한계삼거리 - (11:30) 한계령 휴게소 3시간
<참가자> 3명
1.
떠나기 전날 설악에 대한 백색의 꿈을 꾸었어요.
예보에선 눈이 온다고하고 관리공단 직원에게 전화 통화를 하니
러셀이 안 돼서 산행에 어려움이 많아서 출입에 통제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지요.
흰 눈을 밟으며 멀리 귀때기청을 길라잡이 삼아 내려 오던 날의 기억이 떠오르고
3월 지나선 산불 관계로 통제될 것을 생각을 하니 어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도 상에 나타난 시간보다 훨씬 더 시간이 걸리는 대승령에서 귀때기청으로 가는 길.
지도를 보면서 지난 일들 어슴푸레하니 떠올랐어요.
2.
흐린 날 허리 잘린 대승폭포를 보았어요.
전망대 주변 바위에는 옛사람들이 이름이 어지럽게 음각되어 있고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는 소나무 사이로 눈은 어지럽게 날리고 있었어요.
대승령에 올라 섰을 때 서북능선 특유의 바람인 찬 북동풍이 세차게 불고
저 가슴 속에 저장되었던 과거의 기억들이 오버랩되면서
부는 바람 속에 어지럽게 날리는 눈발처럼 혼미해졌어요.
바람부는 쪽을 향해 몸을 움직여 보지만 보이는 것은 내리는 눈에 가려지고
하늘에서 내리는 흰 군단(軍團)으로 시야는 화이트 아웃.
이미 쌓인 눈에 내리는 눈에
두 눈(眼)은 눈(雪)의 성찬에 방향을 잃어 버렸어요.
흐린 시계로 지도도 필요 없고 오로지 과거의 흔적만 보고 가야하는 것과
그 전의 앞선 흔적들은 점차 내리는 눈과 바람으로 이내 묻혀지고 해서
한편으론 가야할 곳에 대한 걱정이 앞섰어요.
3.
다시 겨울 눈 내리는 날에 서북에 섰어요.
과거 신년산행 때 능선을 타고 몰아쳐 오르는 바람 속에 서
앞으로 나아 가지 못하고 "으으으"하면서
고통스런 신음 소리와 함께 찬 공기를 만난 코에선
연신 콧물이 뚝뚝 떨어졌던 겨울 날의 추억.
여름 날 집중 호우로 텐트 바닥에 물이 흘러 밤새 잠을 자지 못하고
다음 날 보슬비가 내리는 상태에서 올랐던 귀때기청.
계속해서 부는 바람에 여름에도 저체온증이 올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단풍색이 완연한 가을 날 가족들이 함께 올랐던 산.
성장한 아이들은 산에서의 아름다운 추억들을 기억해 내고 있어요.
바람 속에서 어지럽게 날리고 있는 추억들 생각하며
흐린 하늘 보며 빙긋이 웃었어요.
4.
안부를 지나 귀때기청 400M 팻말을 지나면서 주위는 점점 어두워졌어요.
쌓인 눈들로 인해 과거 다닌 길에 대한 기억은 그렇게 함몰되고
스틱은 신체 기관의 연장이 되어 깊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백색 세계를 두드렸어요.
한 발 빠지고 그것에서 벗어나려하다가 다시 나머지 발마저 빠져 버리는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때도 있었고
간신히 눈 구덩이에서 빠져 나와 제발 빠지지 않기를 기원하면서
엉금엉금 기면서 가기도 했지요.
불빛에 비친 눈들은 자신의 반짝이는 몸들을 보이며 가볍게 날리고
오랜 산행에 지친 자 거친 숨을 들이 마시며
어둠으로 보이지 않는 귀때기청 정상을 향해
밤의 침묵 속에서 헐떡거리며 올랐어요.
다행이 바람은 잠잠했어요.
귀때기청에서의 대부분의 기억이 칼바람과 관련된 혹독한 추위였지요.
정상을 알리는 팻말은 떨어져 나가 보이지 않고
어둠 속에서 좌우의 방향을 알리는 표지판 앞에 서서
지나 온 거리를 확인했어요.
5.
숨겨논 속살을 보이는 겨울산은 적나라하다.
나뭇잎들 떨어진 후의 추레한 녹색과 눈 덮인 산에서 만나는 백색.
단색에서 오늘도 나는 겨울 산이 주는 순박함을 만난다.
- 고생하며 함께 산행했던 악우들을 기억하며. 겨울 귀때기청에서.
대승폭포
귀때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