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에서 열린 "간송서거50주기기념 진경시대회화대전"을 보기 위해
미술관 입구에 도착한 시간이 12시가 채 안 되었다.
이미 관람객들의 행렬은 길가에까지 이어지고
지방에 사는 우리로서는 점점 더 간송미술관이 멀어져 감을 느낀다.
한 해 두 차례만 전시를 하는 관계로 전시 기간 중의 주말은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 줄을 서지 않는다면 두 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하는 것.
몇 년 전부터 전시기간 중 주말 길거리에까지 장사진을 치는 관람객들을 위해
미술관측의 배려는 찾을 수 없다.
그저 내리쬐는 오월의 뙤약볕아래 불편함을 참으면서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기다림에 익숙하지 않은 자
주변의 풍경이나 두리번거리며 본다.
두 시간이 지나 미술관 입구를 통과하고
이제는 기다리며 보냈던 시간이 아까워 할 때
미술관 옆 공작새의 울음소리가 지친 사람들의 고함소리같이 들린다.
입구엔 간송 선생의 김홍도 그림을 모작한 작품과 그 옆으론 인장이 나란히 전시되고
붉은 벼슬을 길게 늘어뜨린 수탉의 위엄있는 두 눈이 관람객들을 응시한다. (변상백 자웅장추)
정선과 김홍도의 금강산 그림을 보면서
옛날 가보았던 금강산의 만물상이 눈 앞으론 그려진다.
천하의 명산인 금강산을 그리기 위해 화구를 들고
다리 품을 팔아 두루 이곳 저곳 돌아 다니며 그린 우리의 산하 풍경.
산의 다양한 모습에 넋을 잃고 더러는 화폭에 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좌절하고
폭포에 뛰어 내려 죽으려 했던 이야기가 한 편의 그림에 아름답게 채색된다.
실제 풍경을 그린 그림이 주는 사실성을 생각하다가
정선의 풍경 소품 몇 점을 뒤로 한 채 2층으로 이동한다.
최북.
최칠칠. 메추라기.
머릿 속에 들은 단편적인 지식과 실제 작가의 작품을 만나는 행복함.
오동통한 메추리가 조를 쪼고 살진 쥐가 홍당무를 먹는 그림.
작가의 고고한 정신보다는 오히려 대상에 대한 따스한 감정을 읽는다.
거대한 풍경 속 한 귀퉁이를 차지하는 사람들의 그림 속 모습.
방 안에 누워서 밖을 보고, 술잔을 앞에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또는 거대한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들.
뒷 사람들의 관람 관계로 이동 관람을 부탁하는 말이 계속적으로 이어지고
마지막엔 신윤복의 풍속화로 아우르고
먼 과거로 돌아가 우리의 산천을 두루 구경한 호사스러움과
더할 나위 없는 안복을 느끼는 오후의 시간.
주변에 위치한 상허 이태준의 가옥 - 수연산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