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 흘림골 등선대에 올라 설악을 바라본다.
예전에 올랐던 칠형제봉이 가까운 거리에 있고
구불한 산길을 돌아 고개마루에 있는 휴게소
그 뒤에 우뚝하니 솟은 귀때기청봉.
오후 햇살 길게 내리쬐는 날
고개를 들어 가을색을 탐하다.
오색 흘림골 등선대에 올라 설악을 바라본다.
예전에 올랐던 칠형제봉이 가까운 거리에 있고
구불한 산길을 돌아 고개마루에 있는 휴게소
그 뒤에 우뚝하니 솟은 귀때기청봉.
오후 햇살 길게 내리쬐는 날
고개를 들어 가을색을 탐하다.
온몸을 하늘로 날려버릴 것만 같은 바람 속 산행.
단풍이 든 풍경은 눈앞으로 다가오지 않고
바람 속 흔들리며 하루를 걷는다.
아침 산을 오르며 내가 사는 동네를 내려다 본다.
되풀이 되는 발걸음 속에 어디 흘러가는 것이 시간뿐이랴.
반복되는 시간 속 의미를 세우려고 애써 보지만
늘상 시간만 앞서 가고 있다.
폰카 사진
헌화로를 넘나드는 파도가 생각나는 날
비 추적거리는 아침에 몸을 움직인다.
흐린 하는 저멀리로 보이는 바다
지난 기억은 바람처럼 흘러가고
주변 서성이다 바라본 아침 일상.
늦은 시간 들어와 자잘한 소품 듣다가
아침 이른 시간에 춘천서 가지고 온 씨디를 올려논다.
래틀 지휘 버밍헴 오케스트라의 말러 2번.
말러 전곡을 한 때 의무감으로 한 번 들었던 기억은 아삼삼하고
신년 때 FM을 통해서
혹은 히말라야 산군의 푼힐 전망대를 오르며
바람 속에서 관악이 포효하던 2번의 기억.
몽골 기행 중 사막에서 들었던 기억.
동유럽 여행 중 말러 책을 든 현지인을 만나 2번을 화두로 이야기를 나눴던 일.
말러의 교향곡 중 청음 빈도수가 높았던 것이 2번이니
부활이라는 부제도 한 몫을 했으리라는 생각을 가져 본다.
듣는 처음부터 지난 기억은 밀물처럼 밀려온다.
이제는 시간을 탓하며 자잘한 소품에
혹은 귀차니즘으로 FM을 자주 듣지만
전체 곡을 들었던 지난 한 때를 생각하며
그 시절이 여유로웠을까를 잠시 돌이켜보다가
지금도 마음먹기 나름아닐까라는 생각을 가지지만
말러의 음악은 속인인 나를 관과 현으로 밀면서 질타한다.
1.
오랜만에 속초에서의 아침.
속초에 온 지 한 해가 가까워오는 날.
주말이면 짐을 싸서
춘천으로 이동하고 다시 속초 직장으로
돌아오는 이 생활이 언제쯤이면
안정이 될까를 생각한다.
잡생각을 누구러뜨리기 위해 청소를 한다.
지난 삶의 흔적은 구석구석에 흩어져 있고
오디오 튜너 수신이 좋지 않아
실내안테나 들고 이리저리로
방향을 틀면서 감도 상태를 보지만
해결하지 못하고 케이블을 더 사서 실외로
안테나 뽑기로 잠정 결론을 내린다.
오른쪽 구석바닥에 앉아 있던 스피커
높이 맞춰 의자 위에 얹고 대편성곡 한 곡 듣고
지금은 <세음> 7집을 듣는다.
널부러진 주변의 물건들은 주인을 잘 못 만나 방치되고 있었으니
이제부터라도 그 대상에 조금씩 접근할 일. (08.15)
2.
그리하여 춘천에서 돌아오는 날.
연휴 며칠간 속초에서 방콕하다가
일요일날 설악산 갈까를 생각하다가
밖의 날씨가 흐림을 보고 생각을 접는다.
오늘은 한 달 여 만에 스페인 갔다 온
마누하님 돌아오는 날.
춘천 집에 가야하는 것이
후세의 삶을 위해 편안할 것
같아 몸을 움직인다.
춘천 집의 튜너가 비실해서
잘 아는 후배에게 물어보니
FM 중계소가 화악산에 있어
음질 상의 문제점이 있다고 얘길하고
그래서 미리 케이블에다가 간단한
실외 안테나를 사 들고 집으로 향한다.
게으름이 반복되고 평안 시대에
FM이 주는 누워 떡먹기의
안온한 삶이 그리워
간단한 작업 후 거짓말같이 나름
소리가 좋아 졌다.
최소 노력의 최상의 효과라는 경제 논리를
지나 묵은 엘피 음반은 어쩔 것이고
이 씨디 반은 또 어쩔꼬를 생각을 하다가
시간이 되면 다시 듣고
아니면 말고 하면서
생각을 해 보지만 집요한 치우침에
그것도 어렵겠다를 생각하다가
에라이 하며 저 멀리서 본다. (08.17)
아침. 청대산에서 바다 조망.
1.
간 밤의 흔적을 더듬으며 오르는 아침 산.
비와 바람을 견뎌내지 못한 나무는
허연 뿌리를 드러낸 채 누워있거나
흰 속살을 보인 채 길가에 뒹굴고 있다.
파도 소리 산 등성이까지 오르고
부서진 포말이 이리저리로 움직이는 어지러움 속
바람을 피해 항구로 들어온 배는 아침 늦도록 잠을 자고 있다.
2.
두리번거리며 돌아보는 저 먼 산.
설악의 풍광은 늘상처럼 다가오지만
그저 먼 산 불구경하듯 보는 자의 시선은 더 나가지 못하고
건성으로 바라보며 상대방의 존재를 느낄 따름이다.
대상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고 감흥마저도 쇠잔해질 때
못난 자 눈 들어 산에게 안부를 묻는다.
"그대, 잘 있으신지? "
- 멀리 보이는 달마봉과 세존봉
관사에 에어컨이 없는 관계로 창문을 열어 놓고 자는데
주변에 위치한 24시간 편의점, 통닭집을 찾은 늦은 시각에
사람들의 목소리는 어둠 속 아파트벽을 타고 3층의 숙소까지 오른다.
덕분에 자다깨다를 반복하다가 새벽녘이 되어야 잠에 든다.
알람 소리에 잠이 깬 아침.
지난 밤의 일을 생각하다가 다시 눈을 감아보지만 다시 멀뚱.
주섬거리며 옷을 입고 길을 나선다.
오랜만에 오르는 청대산.
눅눅한 기운은 아침을 덮고
달맞이꽃 노란색 흐린 시선 가운데 도드라진다.
오늘은 절기상 말복.
이제 말복도 지나면 날씨도 조금 선선해 지리라는 생각을 한다.
긴 여름날도 하지 지나 점점 줄어들고 하면서 시간은 그렇게 흘러간다.
밤 사이 비가 내렸다.
산중 비박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그랑드 조라스팀 생각을 하며 애써 눈을 감는다.
떠나는 날 아침 짐을 정리하면서 본 에귀 뒤 미디는 눈을 함빡 뒤집어 썼다.
아이쿠나, 그랑드 조라스 등반은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 다시 마음은 무거워진다.
그리고 야영장과 보송 빙하를 거쳐 에귀 뒤 미디를 다시 한 번 보고 그리움 가득 남긴 채 발걸음을 옮긴다.
차창 밖으로 비는 추적이고 떠나는 자의 아쉬움은 저멀리에 위치한 설산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산이 어디가지 않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이라지만
몽블랑정상 등정을 위해 나름 준비했던 산행에 대한 기억이 엉킨다.
오르지 못한 자의 회한은 길게 이어져
다시 원정팀을 짜서 올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머리 속으론 온통 흰색에 대한 단순 기억이 자리잡고
그리움이 더 일어날 때면 찾아오리라 다짐을 하지만
쉽지 않은 일임을 생각하고 애써 눈을 돌린다.
발레블랑쉬 설원에서의 길었던 밤을 기억하며
아침 날씨가 좋아서
어제 떠난 그랑드 조라스팀이 순항하기를 빌면서
아픈 허리 부여잡고 점심 때 먹을 주먹밥 만들고 하여 길을 나선다.
오늘은 샤모니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느다는 하이킹 코스로.
우선은 에귀 뒤 미디 행 케이블카를 타고 플랑 드 레기유에서 내려
몽탕베르까지 걷는 길.
그대, 간 밤에 잘 지냈는가.
아침 인사.
케이블카 탑승장 광장
오른쪽으로 브레방행 케이블카 가는 곳.
플랑 드 레기유 산중 카페에 들러 샌드위치에 맥주를 마신다.
샌드위치에 샐러드 넣은 것을 달라고 했으나
전달과정상 치즈에 하몽이 들어간 것으로 대체.
플랑 드 레기유에서 내려 에귀 뒤 미디행 케이블카 한 컷.
몽탕베르 메르 드 글라스 표지판으로는 2시간 15분이라고 했는데
우리는 3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아래쪽으로 보이는 샤모니와
그 전에 하이킹을 했던 브레방의 산군을 보면서
느릿느릿 걷다가 발 잘못 디디면 허리로 전달되는 통증.
뒤 돌아 보지마.
샤모니 내려다 보기
길 위에서
나는 그대의 모습을 잊지 않기 위해 사진기를 꺼낸다.
늘상으로 보이는 대상은 언제나 같은 모습인데
찍고 또 찍기를 반복한다.
그 그리움은 대상에 대한 찍기행위를 통해 조금이나마 가셔질까.
반대편으로 주욱하니 따라 붙는 브레방지역 산군들.
대상의 실체를 알기위해 당기기 - 에귀 뒤 미디
수고한 나를 위해 그리고 이곳을 기억하기 위해
누르는 동작은 추억의 조각들로 연결된다.
푸른 색 혹은 흰 색으로 아름답게 채색된 기억들을 떠올리며
길위에서 부푼 나의 입술을 감추고
나를 기억하며 닫힌 시간에 담는다.
에구, 걷다보니 드뤼가 바로 앞에 보이네.
어제 재즈 인파의 흥성스러움은 바람결에 사라지고
한적한 오후의 시간에 그대를 다시 만나다.
끌바를 해서 이곳까지 오른 브라더스
그러더니 우리가 올라왔던 돌길 아래로 잔차를 타고 내려간다.
오옷, 크레이지 보이.
증명사진
날씨가 좋구나.
오늘은 우리 팀이 중간쯤에나 붙어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 그랑드 조라스를 바라보며
그랑드 조라스 관망 중 발견한 추모동판.
산에서의 죽음을 기억하며
주변의 크고 작은 돌무덤(케른)은 이들을 기억하기 위한 하나의 상징물인 것.
돌아오는 길.
샤모니 슈퍼에서 본 와인.
10년 정도 지나니 몸 값이 오르는 구나.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6만원.
에구, 비싸구나. 화중지병.
카메라의 하중을 느끼며 찍은 몇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