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대산 가는 아침 길.

전 날 내린 비로 하늘 구름 엉켜있고

속초에서 보낸 지난 시간은 구름 타고 오른다.

 

 바람 소리 솰솰거리며 솔 숲 사이로 지나가고

두리번거리며 돌아보는 저 먼 산.

설악의 풍광은 늘상처럼 다가오지만

그저 먼 산 불구경하듯 보는 자의 시선은  더 나가지 못하고

건성으로 바라보며 상대방의 존재를 느낄 따름이다.

 

 대상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고 감흥마저도 쇠잔해질 때

못난 자 눈 들어 산에게 안부를 묻는다.

 

  "그대, 잘 있으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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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침 영랑호 주변 뜀뛰기.
지난 밤의 흔적은 바람에 흔들리는 잎들이 흘려 보내는 젖은 물방울을 통해서 확인한다.
"이번 봄도 또 이렇게 지나가나니"(두보의 시구 인용)
지난 봄날을 생각하다가
하늘 바라보니 짙은 구름이 서서히 풀어져 옅게 되고
짙은 농과 담이 어울리며 다시금 시작되는 일상의 반복.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
오케스트라와 피아노의 대결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는 피아노.
그리고 주고 받음의 대화를 생각하다가
아침 시간은 그렇게 흘러간다.

 

2.

 

 TV 가 없는 관계로 드라마 <미생>을 보지 못하여

원작이 주는 아우라를 느끼기 위해 잡아든 만화책 <미생>

중간 부분이 조금 길게 늘어지다가

지막 완결부분은 뭔가가 미진하다.

 

 오페라 에세이, 미혼모 입양을 다룬 사진책, 영화로 만나는 클래식

그리고 역시 만화로 보는 고대 그리스를 배경으로 한 이런 역사, 저런 전쟁.

읽었던 몇 권의 책들에 대한 기억은 뒤돌아 서면 가물거리고

그래도 유월엔 책 몇 권을 읽었다는 생각으로 내심  위안을 삼는다.

 

 

3.

 

 가는 봄의 정취를 맛보았던 그리고 보고 싶던 꽃들이 함께한 공룡능선길

지리하게 이어져 있었던 몽가북계에서 강촌까지의 여정

풍성함이 밀려왔던 원시의 숲 오대산

 

 산라일락 향기 퍼지며 길가엔 나리 봉오리 굳게 다물고

산목련 흰 꽃 듬성하니 떨어진 숲길을 걸으며

목표가 있는 삶은 정녕 행복했을까를 

뜨거운 더위를 피해가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4.

 

 바람이 선들선들 불고 비가 오려나 와야만 하는데.
속초시민들의 상수원인 쌍천은 허연 바닥을 드러내며
지난 날의 기근을 기억하고 제한급수가 풀리는 날
덩실거리며 혼자서 어깨춤이라도 출 일.

 

 

5.

 

 어제 본 영화 <땡큐, 대디>.
팀 호이트 부자의 이야기를 토대로 한 영화.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준다.
단순한 부자관계를 넘어선 아버지의 정이 따뜻하게 다가오고
한편 일상사의 고단함은 잠시 멀어졌을까를 생각한다.

 

 지난 주말 결국은 방에서 나오지 못하고 밀린 영화를 본다.

여섯 편의 영화들은 이리저리 엉키면서 기억을 흐리게 하고

이제 즉물적인 인간이 되어 그저 바라만 볼 뿐이다.

 

  어제 본 영화  대사  중 생각나는 말.

 " 사랑은 귀 기울여 주는 것" (꾸뻬씨의 행복 여행)

 

  아아, 이렇게 그 해 유월이 지나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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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 코스 : 상원사 주차장 - 오대산 비로봉 - 상왕봉 - 두로령 - 두로봉 - 동대산 - 동피골야영장 - 상원사 주차장 (20km)

 

 

 1.

 

1년만에 다시 찾은 오대산.
지난 기억은 찬불송 속으로 스며들고
가볍게 내리는 비는
축축하게 가는 이의 발걸음은 더디게 한다.

 적멸보궁.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에
비루한 중생은 소소한 개인의 안녕을 기구할 뿐이다.

 나뭇잎 사이로 내리는 비 사이로
오늘 갈 길을 머리 속으로 그려본다.

 

 

 

 

 

 2.

 

 비가 긋기를 기다리다가 다시 움직인다.
비로봉으로 오르는 길은 내리는 비에다 가스로 가득차고
내딛는 발걸음은 지난 기억을 되새김한다.

 비로봉 정상.
비로자나불의 공덕에 감사를 드리고 배고픈 민생고 해결.
취떡을 먹으면서 오늘이 단오라는 것을 알고
시간과 절기는 의미를 지니지 못하고 무심하니 지나간다.

 상왕봉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원시의 나무들.
인적 드문 곳에 드러난 자신의 자태는 지나는 사람만이 보게되고
폭신폭신한 흙의 기운이 다리를 타고 스멀거리며 올라온다.

 

 

 

 

 

 3.

 

 때로는 서로 모여 겯고 틀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며
아는 이 없는 곳에서의 꿋꿋함과 의연함은 이어지고
다시 비는 내리고
철 지난 일회용 비옷은 여기저기 찢어지며
산길 가는 이를 불안하게 한다.

 

 

 

 

 4.

 

 그리하여 일년 만에 다시 만난 나무.
나는 잘 있었음을 알리고
나무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대는 누구인가를 묻는다.

 지난 시간에 의미를 두는 것은 어리석은 일
중요한 것은 현재라고 생각을 하지만
언제나 머리를 뒤흔드는 것은 지난 상념.

 

 

 

 

 

 5.

 

 길 위에서 나는 보았네.
지난 시간이 이렇게 흘러 들어가 버렸음을.
짙은 녹색으로 훌쩍 커버린 나무와 숲들의 성장을 생각하며
흐른 시간만큼 나도 성장을 하였을까.

 그리하여 산길을 가로지르는 고개를 만난다.
두로령.
임도 쪽의 길을 택할까 하다가 두로봉으로 향한다.

 

 

 

 

 

 6.

 

 두로봉에서 동대산으로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
4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해가 긴 시간 그리고 이 때 아니면
가보기 힘들다는 판단에 동대산으로 향한다.
숲은 다복하니 일어서고
옛날 대간길을 걷던 기억은 숲 사이로 흩어진다.

 홍길동전을 보고 와
동생에게 붙인 별명.
차돌이.
차돌백이를 지나며 죽은 동생을 떠올린다.


 동대산.
어둠은 슬금 내려앉고 내려가는 길은 늘상 멀게만 느껴진다.
두 개의 불빛에 의지해서 여러 사람들 움직이고
불빛을 보지 못한 벌레들 꼬리를 치며 날아 오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침묵은 길게 이어지고
100미터를 알리는 표식들이 야속하게만 느껴질 때
말 없이 지친 발 동피골 야영장에 이른다.

 

 

 

 

 7.

 

 다시 상원사 주차장까지의 거리는 2.6키로.
너른 길에 횡대로 서서 본 밤하늘.

 비가 내려 하늘엔 팝콘같은 별들이 뚝뚝 오르고
검고 푸른 어둠 속에서 저멀리 북두칠성이
길을 타박이는 우리의 일행을 내려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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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산에 오른다.

어제 내린 비로 서늘한 밤기운에 아침의 햇살이 더해져

오르면서 본 내가 사는 동네는 온통 운무에 뒤덮여

시선은 나가지 못하고 마음으로 세상을 그린다.

 

 하루 하루가 반복의 일상이거늘

한 해의 중간 지점에 서서 지난 시간을 되새김질하다가

다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는 발걸음을 내디디며 애써 의미를 찾는다.

 

                                                             - 청대산(속초)을 오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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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 코스 : 홍적고개 - 몽덕산 - 가덕산 - 북배산 - 계관산 - 청운봉(삼악산) - 등선봉 - 삼악좌봉 - 강촌 다리( 도상 거리 24.25 km) 

 

 

 원정준비한답시고 장거리산행은 계획되고 이어진다.

일반적인 하루 산행의 코스가 몽가북계에 그쳤다면

여기에 욕심을 내어 강촌까지 마루금을 그린다.

도상 거리 24.25km.

 

 겨울 날 혹은 지난 시간 함께 길을 걸었던 기억을 안고 가는 길.

날 꾸물하더니 소나기 지나가는 비로 내리고

계관산을 넘어 삼악산으로 향하다 우박을 만난다.

콩알만한 우박을 보며 농사에 대한 걱정을 하다가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먼 길.

숲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함께한 사람에 대한 감사.

 

 

 

 

 

 

 

 

 

산행 중 만난 우박

 

 운행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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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 설악동 -천불동계곡-비선대-양폭-무너미고개-희운각-중청-대청-희운각-신선대(공룡능선)-마등령-비선대-설악동

 (도상 거리 25.89Km, 13시간 소요)

 

 개교기념일 임시공휴로 무엇을 할까하다가 그전에 계획한 설악산을 가기로 한다.

코스는 체력검증 겸 오르내리막이 고루 있는 공룡능선.

 

 먼저 설악산 주변의 웬만한 가게들은 신흥사에서 다 정리를 해 놓은 상태이다.

과거 비선대 올라가며 주변에 있던 가게들은 모두 정리되어 사라졌으며

물증이 없으니 지난 기억마저 떠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부처님께 올라가며 산행 시 두 다리 무탈하게 해달라고 기구를 하고

아침나절 권금성을 올려다 본다.

멀리 보이는 세존봉.

호젓한 숲길을 지나 마주한 비선대.

적벽과 장군봉이 옆 모습을 보이더니 삼형제봉이 마주 한다.

좌로는 장군봉, 가운데의 무명봉, 오른쪽의 적벽이 정겹게 다가오고

수량이 적은 계곡물을 근심스러이 바라보다가

귀면암을 지나 마주한 곳이 양폭대피소.

대피소보다는 산장이라는 말이 더 익숙한 시절의 기억은

불에 탄 과거의 흔적을 떠올리고

허공을 가로질러 놓은 천당으로 향하는 계단을 숨을 고르며 오른다.

천당폭포의 물은 쫄쫄쫄

내 마음은 간간이 부는 바람에 하늘을 오르고

숨 헐떡이며 올라갈 무너미 고개 들머리에 잠시 쉬며 물을 채운다.

 

 고개 정상 갈림길.

오른쪽 공룡능선으로 가는 길을 뒤로 하고 바라 본

공룡능선의 신선대와 한자 산모양의 화채능선.

겨울철 이 대피소 앞에서 야영을 하다가 붙잡혀서

공짜로 대피소에서 잤던 생각이 희운각 앞을 지나간다.

 

 중청과 소청의 갈림길에서 내려다 보기.

내려오면서 가야할 공룡능선은 아름답게만 보이고

봉정암 사리탑 주변은 용아장성과 어우러져

짙은 녹색으로 다가온다.

발걸음 옮기면서 가까워지는 대청봉.

대학 때의 기억은 흐릿하고

바람마저 불지 않은 시간의 산행은 괴로움을 더한다.

 

 평일의 산은 적막하다.

대청봉을 알리는 표지석엔 파리 새끼들만이 다북하니 앉아있고

풀숲을 지나가면서 들리는 윙윙거리는 파리들의 날개짓 소리를 들으며

두리번 거리며 구상나무를 찾는다.

내려가면서 공룡능선이 잘 보이는 곳에서 사진을 찍고

희운각으로 내려가는 숲길에서 두리번거리며 자작나무를 본다.

올라가면서 못 본 것들을 근시안이 되어 내려가면서 볼 수 있을까.

 

 지리산처럼 설악산에도 입산통제 시간을 곳곳에 알려 놓고

곳곳에 붙에있는 알림의 팻말은 금지에 과태료 부과에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 말들만 가득하다.

새의 울음, 나무를 지나는 바람소리와 숲의 내음을 킁킁 맡으며

느릿하게 걷고 싶은 마음은 가득한데.

 

 공룡으로 향하는 갈림길에서 잠시 산행에 대한 잡념이 인다.

이 길을 택하면 6시간 이상 걸리고

반대로 천불동 계곡으로 내려간다면 절반도 안 걸리는 소요 시간을

둔한 머리는 재빠르게 생각을 해 낸다.

우둔한 몸은 공룡길을 택하고 신선대를 향하는 오름길에서

선택에 대한 장탄식이 저절로 나온다.

 

 사흘 전에 왔었을 땐 비가 오락가락했었고

아침나절의 청명한 시야는 오후 들어 조금씩 흐려진다.

짙은 녹색으로 다가오는 여름 산.

1275봉 주변의 산군을 보면서 가야할 길을 바라본다.

가을날 단풍사진 찍는다고 비박했던 일.

설악에서 가장 아름다운 봉우리인 천화대 범봉 등반.

지난 시간은 이렇게 기억 속으로 밀려다니기만 하고

보고싶던 꽃 솜다리(에델바이스)는 계절의 순환으로 시들해지고

바라본 울산바위와 천화대.

신선대에 오르면 나도 신선이 되어

설악의 이곳저곳을 떠돌고 싶다.

 

 공룡등짝을 타고 여러 번의 오르내림 속 걷는 길.

드문 인적 속 호젓함이 밀려다니고

죽하니 이어지면서 따르는 용아장성.

사흘 전 능선 끝머리에 주욱하니 피어있던 앵초도

서서히 보랏빛이 시들어져 가고

힘겹게 오르는 마등령.

 

 돌길 위 타박이면서 전해지는 지상의 무게.

우둔한 길 선택에 대한 자위.

비선대 바위에 새겨진 이름 보면서

가까이 내려 앉은 어둠.

 

 기록.

그리고 기억.

 

 

 적벽과 장군봉

 

 

 

 공룡능선에서 만나는 바위

 

 

 

 대청봉에서 공룡능선 쪽 내려보기

 

 공룡능선

 

 용아장성

 

 화채능선

 

 공룡능선 - 신선대, 범봉, 1275봉

 

 

 범봉과 울산바위

 

 천화대

 

그리고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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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침 식사 중.
바람 많이 불고 간간이 비 내리고 있어
산행 지속에 대한 잡념이 일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일단 아침부터 해결하고.

                               ㅡ 마등령에서

 

 

 

세존봉 그리고 울산바위

 

 

2.

 

 1275봉에서의 조망.
지난 시간이 몰려다니고
몰려온다.

 아름다운 시간.

 

 

 1275봉 산정에서 바라본 범봉과 천화대

 

 

 

3.

 

 흐리고 비마저 다시 뿌리는 날
슬금거리며 봄날은 가고
그대, 잘 계시는지요?

                       ㅡ 신선대에서.

 

 

 

 

4.

 

 보고 싶던 꽃들
바람 속에 흔들리고
지난 산행에 대한 기억은
바람을 타고 올랐네.

ㅡ 하루. 기억.

 

 

 솜다리

 

 

 앵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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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파일이 성큼 다가오는 시간에 조계사를 들른다.

연등은 주욱하니 하늘을 뒤덮으며 걸려있고

중생들은 저마다의 소망을 기원하며 발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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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일 내린 비로 눅눅하게 일어서는 아침.

바다를 통과한 바람은 야트막한 산중턱으로 오르고

후두둑거리며 지상으로 지난 밤의 흔적을 남긴다.

 

 구름 모여 하늘을 어지럽히고

한참 기승을 부리던 송화가루는 내린 비에 씻겨

여기저기서 노란 빛을 보이고

숲의 눅눅한 기운을 떨치고자 길가로 나온 개구리와 민달팽이가 함께하고

구름 하늘로 오르며

멀리 보이던 울산바위가 가깝게 보이는 아침시간.

킁킁거리며 아침의 내음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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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기억을 안고 오르는 산.

몇 번의 오르내림 속에 단단할 것 같았던 육신은 쉬 피로를 느끼고

가야할 길 쳐다보며 가쁜 숨을 고른다.

 

 인적마저 드문 옛길에 서서

덮여진 낙엽 위로 난 길의 흔적을 찾아보지만

아득하니 멀어져가고 저 멀리 보이는 삼악산의 세봉우리를 보면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한다.

 

 정상의 등산로에서 사람들과 마주침.

무질서에서 느끼는 혼란함.

옛길에 대한 기억은 지난 추억과 생각을 오롯이 불러일으킨다.

 

폰카 - 필터 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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