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모처럼 근처의 산을 오른다.

이름하여 청대(靑垈) - 주변의 소나무들이 많아 그 푸르름의 터가 되는 산.

반짝이는 도시의 불빛을 뒤로 한 채 오르는 이른 아침 시간

랜턴 불빛에 시야는 좁아지고 표지판을 보면서 가야할 곳을 확인한다.

 

 야트막한 정상에서 내가 사는 동네을 한 번 쳐다보고

약수터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내디딘다.

아침의 적막은 숲 전체로 이어지고

목조 계단을 내려가는 내 발자국 소리를 통해 존재를 확인하고

몇 번의 내림과 오름 끝에 도달한 신라샘에서 목을 축인다.

 

 북두칠성은 동편 하늘가에 낮게 걸려 있고

해 뜨기 전의 붉은 기운이 도는 바다를 향해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는 어민들의 배는

그들의 소망을 가득 담고 앞으로 나가고

청초호의 수면이 보일무렵 세상은 개벽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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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장하러 철원 가는 날.
어둠은 먼저 따라와 가는 이의 발길을 더디게 한다.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는 둥실하니 뜬 섬처럼 보이는 동송.
지난 3년 반을 지내다가 떠나온 시간을 어둠 속에서 생각한다. 
 
 새우젓, 고추가루, 마늘 등 몇 개의 재료를 제외하고는
손수 재배한 것들이 오늘 김장의 주재료.
배추는 철원을 떠나면서 관리가 소홀해졌는지
끝부분이 마른 아내의 걱정어린 사진이 보내왔지만
그 해의 여름과 가을의 정취와 기억은 고스란히
배추에 남아 있을 것임을 생각하며
마늘을 빻고 무 채를 썬다. 
 
 아침 나절
쇠기러기는 무리지어 끼룩거리며 날아가고
쌀쌀한 북쪽의 날씨를 실감하면서
이제는 직접 재배한 재료를 갖고하는 김장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며 절인 배추 꼭지를 딴다. 
 
 - 김치를 먹으면 재배했던
 도창리의 햇살과 바람소리를
 마음 속으로 들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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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 오후 춘천을 떠나 찾은 국립산악박물관.

너른 주차장엔 몇 대의 차들만이 덩그러니 서있고

개관이 며칠 지난 후에 이곳을 찾는다.

 

 오디오 가이드를 빌려서

한편으로 음성지원을 받으며 이해의 폭을 넓히고

박물관의 주된 전시실이랄 수 있는 3층으로 발길을 옮긴다.

창 밖으론 오후의 햇살이 공룡능선을 타고 넘어가고

바람 불어 나뭇가지의 잎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시간.

 

 등반의 역사를 간략하게 기술해 놓은 것을 보다가

장비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물질적인 풍요시대의 지금의 등반에는 미치지 못했던

과거의 지고지난한 등반을 생각하며

혹은 등반일지를 보면서 지난 시간과 등반인의 고뇌를 읽는다.

 

 4층 전망 좋은 곳에 올라가

설악을 바라보며 깊어가는 가을 날 속에 있음을 느낀다.

 

 

 

 

 

 고산체험실 가보려 했지만 점검중이라는 팻말만.

 

 

 

 

 

 

 

 

 

 

  2F 암벽체험실 - 10M 초보자를 위한 직벽

 

 

 4F에서 본 설악산 풍경(달마봉, 공룡능선, 울산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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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이면 일교차로 인해 짙은 안개가 일상화되고

남이섬을 향하는 뱃전에 서서 강변을 응시한다.

변해가는 산색은 이제 사람들이 사는 곳까지 내려와

서로 다른 원색으로 부딪치며 지나는 사람의 시선을 잡는다.

 

  가을 지나는 순간을 만나기 위해 찾은 남이섬.

간발의 차이로 놓쳐버린 배는

안개 속으로 그 모습을 감추어 버리고

온통 흐릿해진 지난 기억을 강변에서 세운다.

 

 찍은 한 장의 사진을 보면서

노랗게 혹은 벌겋게 물들어 가는 주변 속에

아름답게 채색된 지난 시간을 생각하며 대상을 바라본다.

 

 

 

 

 

 

 가을날의 기억은
노란 혹은 붉은색으로
다시 일어서고
아침 안개 걷히지 않은 시간에
강변 서성인다. 
 
 지난 기억들은
낙엽되어 우수수 떨어진다. 
 
                         ㅡ 남이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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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깊어가는 날

당신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커지고

하여 이런 날에는 가까운 산에라도 가서

당신을 위무해야 겠지요.

 

 그리움은 언제나 가까이에 서성이고

가을 날 온통 그 현란한 빛으로 움직이는 날

주변을 서성이며 다시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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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반 사고를 핑계 삼아 일방적으로 설악산의 대부분의 암장을 폐쇄한

공단의 처사에 대해 생각하는 아침나절

가을날은 계곡물을 타고 흐른다.

속초시민등산학교 등 여러 단체가 몰려서 북새통인 소토왕골 암장.

따스한 햇살을 받은 단풍은 붉게 타오르며 숨겨놓은 자태를 드러낸다.

 

  암장의 길을 소개한 출력물을 들여다보며 올라갈 길을 확인하며

한편의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킨다.

물소리의 흐름 속 시간이 흘러가고

서로간의 우의를 확인하고 등반을 하며 보내는 시간.

고빗사위 지점에서 추락 그리고 다시 오름의 동작은 이어지고

따스한 가을 햇살이 등 뒤에서 밀려오고 밀려간다.

 

  다리 위에 서서 흘러가는 물을 보며 길을 멈춘다.

아름다움은 언제나 순간적인 것을 생각하며

그 짧은 순간이 주는 강렬함을 기억하며

시간이 지난 뒤의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꿈꾼다.

 

  한 잔의 술이 목구멍을 타고 흐르며

저 멀리 혹은 가깝게 보이는 바다는

지난 시간의 기억으로 흔들린다.

오가는 술잔에 가득 담긴 정은 오가고

서로간의 지난 시절에 대해 묻고 올바른 방향성을 모색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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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우재를 넘어 설악산으로 향하는 차들은 정체된다.

단풍철을 맞이하여 나도 행락객의 일원이 되어 느릿하게 움직인다.

비룡교를 넘어 폭포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며

원색으로 채색되어 가는 가을산을 본다.

 

  흐린 날.

골짜기의 바람은 스산함을 느끼게 하고

다가오는 겨울이라는 계절을 생각하게 한다.

물소리 따라 오르며 가다가

경원대를 지나 우뚝 솟은 솜다리길을 넘어

산중에 우뚝하니 서있는 토왕폭포가 멀리서 우리를 맞는다.

 

  지난 겨울 토왕폭을 오르려고 계획을 세웠지만

여러 가지의 외적인 사정으로 오르지 못했던

기억들이 상념이 되어 타고 흐르고

아쉬운 마음에 몇 장의 사진을 찍는다.

 

  4인의 우정길.

우리보다 먼저 온 등반자로 인해 첫 피치부터 기다림이 시작되고

참으로 오랜만에 접하는 자연암 등반에 가슴이 설렌다.

대상에 대한 그리움은 언제나 사람을 동적으로 만들고

저멀리 보이는 토왕폭을 벗하며 오름짓을 시작한다.

뒤로는 경원대와 솜다리길을 오르는 등반자들을 보면서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깊은 숨을 들이 마시며

자연과의 교감을 시도한다.

 

  지리한 하산길.

꾸물거리는 날씨는 좋아질 기색이 보이지 않고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보지만 어둠이란 놈이 먼저 앞서고

옛날 별따 등반 후 알탕을 했던 기억과 그때 함께 했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어둠이 밀려 내려오는 시간에 헤드램프의 불빛에 의지해서 발길을 내딛는다.

 

 

 

 

 

 

 

 

 

 뒤편으로 보이는 토왕성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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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성장한 딸과 함께 오르는 가을산.

산빛은 온통 가을로 향하고 있고

산 위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넓기만 하고

풍요와 결실로 향하는 계절에 서서

마음이 풍요로워지기를 기원하며

가을색으로 덮인 산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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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은 이미 흘러들어
길 위에 선 자 가볍게 탄식하며
주변을 돌아 보네.
일상의 풍경은 일상의 의미를 넘어서고
짙은 채색으로 다가오는 그대
즐겁게 맞으며 함께할 일.

 

                                                         - 오후의 햇살이 아쉬웠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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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작나무 잎들 붉게 물들며 계절의 순환을 알리고
숲의 기운들이 온전하게 가슴 속에 내려 앉을 때 
산빛은 짙게 채색이 되고 벌레들의 울음 소리와
나무들의 움직임이 기억되는 가을 날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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