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눅눅한 숲을 지나 오르는 산길.
아직도 비구름은 저기 멀리 산등성이에 걸려 있고
짙은 녹색의 벌판이 눈앞으로 펼쳐지고
노란 원추리 무리 지어 이곳저곳에 피어 있고
짝을 찾지 못한 매미는 늦은 시간까지 울고 있다. 
 
 오랜만에 오르는 금학산행 중 만난 친구들. 
 
                                                                              - 금학산(철원군 동송읍 소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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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칠석날

그간의 이기지 못한 슬픔은 아침나절 비로 이어진다.

태풍이 몰고 다닌다는 더운 바람에 등을 숙이며 고개를 못들고 다니는 날 아침

리지길 보수에 참가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그간 밀린 이야기는 차안에 가득하고

하늘은 푸르름을 더하여 간다.

 

  4P 탈출로를 오르다가 땅벌집을 건드려서 결국은 한 방의 선물을 받고

집 근처를 지키려는 무수한 땅벌의 비행에 겁에 질려

홀로 남아 오르지도 못하고 어정쩡하니 기다리다가 결국은 우회를 한다.

 

 하늘 맑고 햇살 강렬한 날

리지에 올라서면 저절로 마음은 넓어지고

커단한 숨을 쉬며 호수와 우리가 사는 곳을 내려다 본다.

벌써 8월이 찾아 왔고 다음 주에 말복과 입추가 어울워 있어서

더위가 슬금거리며 지나가기를 기대한다.

 

 오늘의 할 일인 낡은 시설물 교체.

이 리지길 개척자인 후배와 나는 4P 확보 지점에서

다른 후배는 4P 탈출로 공업용 로프 제거 및 새 고정 로프 픽스 작업.

 

  그런데 4P 탈출로 고정 로프 작업을 하던 후배가 기겁을 하고 올라 온다.

작업 도중 또 땅벌집을 건드려서 사타구니 근처와 왼쪽 팔에 것두 다섯 방이나 쏘였다고 한다.

우리들은 좋겠다며 실실대고 웃고 있고 후배는 옷을 털며 물린 부위를 살피며

어찌 이곳을 내려갈까를 걱정한다.

 

 등반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이어져 오르고

기억마저도 푸른 색으로 가득 채워지는 날에

그대 춘클리지에 오른 적이 있는가.

 

 맑은 하늘과 눈부신 풍경으로 저절로 그림이 되는 춘클리지에 서서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함께함으로 공유하는 생각과 기억들.

여름날 아른아른 거리는 추억은

진한 콩국물과 함께 목구멍을 타고 넘는다.

 

 

  보수 작업 중 - 와이어 교체

 

 

 

 

 

 

  춘클리지를 등반 중인 다른 팀들

 

 

 

 

 

 

  길 위에서 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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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10 
 
 텃밭에서 갓 따온 상추 고추 가지를
준비해서 홀로 먹는 저녁 시간. 
 
 아드득하니 씹히는 여름의 흔적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이 끝나고
슈만으로 이어지는 더운 여름날의 기억 하나.

 

 

 140716 
 
 올해의 첫 수확.
감자.
부실하게 심어놓고 방치하고 내던져 놨더니
그래도 흙의 기운을 받아 뿌리를 내렸다. 
 
 결실을 맺게한 대지에 무한한 감사를.

 

 

140725

 

 춘천 가는 날.
주섬거리며 먹을 것을 싼다.
긴 여름 햇살을 담뿍받으며 자란
고추 토마토 방울토마토 상추 가지를
비 몰려 내리는 아침 나절에 딴다.
길을 나서다 옥수수가 궁금해서
들여다 보다가 하늘 꾸물거리기 전에 딴다.
그리고 내리는 비.
모락모락 오르는 산안개를 바라보다가
자연이 주는 선물에 마음은 넉넉해진다.

 

 

 140731 
 
 7월  초순 몇 권의 책을 읽고
그 뒤는 아예 책을 잡은 기억이 없어
7월이 다 가는 날에 시간을 내어 책을 읽는다. 
 
 지속된 더위 속에서
몸은 한없이 늘어졌고
가뭄 지속되더니 잠깐 동안 찾아왔던 마른 장마
그리고 지나가는 여름날. 
 
 햇볕은 흐린 하늘 속 내려쬐고
매미 외롭게 오후의 시간을 지키고 있다. 

 

 

 

  조혜련 <영화보다 재미있는 영화 이야기>, 크리스 오르위그 <소울 포토>, 김홍희 <나는 사진이다>,

 로버트 호플러 <내 인생의 영화>, 월간 사진 <물 오르다>(사진집), 박원식 <천년 산행>, 김아타 <뉴욕 스케치>,

 <열화당 사진 문고, 구본창>                                                                                   - 5월 읽은 책

 

 신수진 <마음으로 사진 읽기>, <김지운의 숏컷>, 한정식 <사진, 예술로 가는 길>, 김영미 <팝콘과 배낭>

윤정헌 <누워서 영화 읽기>, 김성기 <똑똑한 등산>                                                       - 6월 읽은 책

 

 김소영 <예술 감상 초보자가 알고 싶은 67가지>, 이동섭 <당신에게 러브레터>, 김성돈 <로스쿨의 영화들>

정금희 <프리다 칼로와 나헤석 그리고 까미유 끌로델>                                                  - 7월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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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방관자가 되어
바라본 여름날 풍경. 
                                      -   보령 머드축제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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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정 >

 오대산 상원사 주차장 - 적멸보궁 - 비로봉 - 상왕봉 - 두로봉 - 미륵암 - 상원사 주차장

 

 

 오랜만에 찾은 오대산.
상원사 들머리부터 과거의 기억은 슬금거리고
여름 원시의 숲을 지나
발끝으로 전해지는 흙의 보드라운 감촉. 
 
 비는 자잘하게 내리다 말다를 반복하고
산정을 가득 덮은 고추잠자리의 비상을 본다.
비로봉 상왕봉을 거쳐 다다른 두로봉에서
백두대간의 길을 만나고
지난 날 대간 산행을 떠올리며
마음은 저 멀리 보이는 산으로 간다 . 
 

 

 

 

 

 

 

주변의 꽃

 

 

 

 

 

 

 

 

 

 

 그리고 산행 중 만난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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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강 자전거 도로에 스카이워크가 생겼다는 말을

그전에 듣고 이제사 시간을 내어 찾아간다.

 

 바라본 주변 풍경.

 

 

 

 드름산에서 내려다 보기(140802)

 

 

 스카이워크 위에서 바라본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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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정 >

 140712(토)  설악동 - 비선대 - 천화대 입구 - 왕관봉 지나 희야봉 못 미쳐 비박

 140713(일)  비박지 - 희야봉 - 전위봉 - 범봉 - 잦은바위골 - 비선대 - 설악동

 

 DSLR 카메라를 배낭에 집어 넣으면서 잡념에 빠진다.

천화대 운행시간과 관련하여 배낭의 무게 등등의 실리적인 계산을 하다가

이전에 본 기상청 예보에 구름 많음이 나와서

혹시나 하는 사진 욕심에 카메라를 배낭에 넣는다.

 

 산행 첫날부터 날은 흐려서 시야는 흐릿하고

카메라의 무게를 슬금 느끼다가

배낭 안에 넣어서 운행 중 꺼내기 귀차니즘 모드로 간다.

일몰도 흐릿하고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없는 밤.

바람소리만이 어둠을 타고 오른다.

 

 바위의 열기와 짙은 숲이 눈앞으로 성큼 다가서는 여름날.

밀려 오는 더위 속에서 가빠오는 숨.
햇볕은 몸과 배낭을 억누르며 운행을 더디게 한다.
주변의 산군을 둘러보지 못하고
그저 시간이 얼른 지나가서 산행이 끝났으면 하는 생각
멍하니 앉아서 지나온 길을 바라본다. 

 

 4 년전의 산행에 대한 기억은 가물거리다가

특정한 장소를 통해 되살아나는 기억이 시간의 흐름을 알린다.

언제나 반갑고 살가운 산중에서 만남 사람들.

훅하니 더운 공기가 밀려 숨마저 고르게 쉬지 못했던 여름 산행의 기억.

 

 

 천화대 들머리

 

 

장군봉 남서벽과 유선대

 

울산바위 당기기

 

 

 

 

 

 화채능선을 바라보며

 

 

 

사선 크랙

 

 

 

 

 

 

 

범봉을 바라보며

 

 

솜다리

 

 

범봉 찌찌

 

범봉에서 바라본 공룡능선의 1275봉(오른쪽)

 

범봉 하강

 

잦은 바위골 하산

 

100M, 50M 폭포 하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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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 싶던 풍경들은

내리는 비 사이로 가려져 있었네.
이제는 낙석 등의 사고로 인해 등반을 금지한다는

장군봉 남서벽을 지나며 지난 날 이곳을 오르던 기억은 다시 흐려졌었지. 
 
오른쪽으론 멀리 울산바위가 보이고
왼쪽으론 천화대가 날듯 이어지는
마음 속의 풍경들 하나씩 떠오르며

물 먹은 나무가 반짝이며 앞을 가로막고

거친 숨 몰아쉬며 이어지는 오름길. 
 
- 설악산 마등령을 오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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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의 눅눅함이 밀려다니는 초여름의 더운 날.

램프의 불빛에 의지하여 옛 기억을 더듬으며 오르는 시간.

어두워질수록 길을 찾으려는 눈과 손은 분주해지고

의암호수가 반짝거리며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한다.

 

 빛이 생명인 사진찍기.

어둠 속 흔들리는 피사체를 찍어대는 일보다는

모니터를 통해 흔들린 사진을 보면서

등반자의 가쁜 숨소리를 듣는다.

 

 무거운 DSLR 카메라를 갖고 왔지만

빛이 없는 상태에서 찍어댄 사진은

희미한 랜턴의 괘적만 남기고 파인더에 나타난다.

감도를 6400까지 올려도 역시나 마찬가지.

이런 땐 욕심을 버리고 카메라를 배낭에 다시 고이 모셔두는 수 밖에.

 

 

 별이 보이지 않는 밤하늘

희뿌연한 반달은 비스듬히 밤 하늘 저편에 걸려

오르는 자의 발길에 간간이 눈을 줄 뿐

시간이 흐를수록 어둠 속에서 빛나는

지난 날 춘클리지를 올랐던 기억들.

   

 4P에 올라 서서야 바람소리를 듣는다.

온몸을 타고 도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다시 올라온 길을 내려다본다.

  

 야영지에서 먹는 음식은 언제나 맛이 있다.

더구나 만든 이의 정성이 가득 들어간 음식을 접했을 때의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꼬치 하나가 배를 부르게 하지 않지만 둘러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먹는 것은 식구로서의 자질을 이미 갖춘 것.

 

 서로를 위한 따슨 마음씨는 밤하늘과 야영지 주변을 계속해서 떠돈다.

 

                                                                   - 2014년 6월 정기산행지인 춘클리지 야간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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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중의 봄꽃이 그리워 설악으로 다시 발길을 움직인다.

천불동 계곡을 따라 오르는 물소리 가득하고

아래의 산은 짙은 녹색으로  물들어 간다.

 

 일찍 찾아온 봄때문에 봄꽃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둔한 몸을 서두르며 오르는 봄날의 공룡능선.

아래 쪽의 사람들이 사는 곳에선  이미 꽃은 떨어진지 오래

옛날 능선상에서 보았던 붉은색 앵초의 기억을 떠올리며

녹음이 가득한 계곡으론 지난 시간과 추억이 여기저기 앉아있다. 

 

 1000미터가 넘는 이곳에선 더러는 일찍 핀 꽃들도 있지만

이제사 봄볕을 가득 안고 꽃은 지천으로 피어나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보라빛 혹은 푸른색의 꽃들은 봄날의 하늘을 향해 흔들리며 손짓을 하고

아주 작은 꽃에게도 눈길을 보내는 아름다운 시간 속

여러 색으로 이어지는 무리지어 있는 꽃을 바라보며

산중에서 봄날이 주는 아름다움을 누린다.

 

 

 

 

 

 

 

 

 

 

 

 

 

 

 

  그리고 똑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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