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들어 제주의 바다를 본다.
해변으로 타고 오르는 바람 사이로
지난 기억 하나둘씩 몰려다니고
가까이 다가선다. 
 
 기억을 위한 시간은 존재하지 않고
바람의 흔들림 속 비는 내린다.

 

                                        - 14092225  제주도 수학여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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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찾은 호명산

청평역에서 내려 개울을 건너 가을빛 가득한 누런 들판을 지나 들머리에 닿는다.

오늘은 산세가 험하지 않으니 느릿느릿하게 움직이기로 마음을 먹고 발길을 옮긴다.

산이 형세와 어울리지 않은 호명(虎鳴)이라는 이름이 주는 의미를 생각하다가

산중에서 물 가득하니 채워져 있는 청평댐을 내려다 본다.

 

 호명호수까지 오르는 산세는 완만하고

지난 이야기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큰골능선을 타박이며 내려오다가 붉게 익은 대추나무 가지를 흔들고

떨어진 대추를 한 입 베어 물고 가을의 내음을 완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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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거리 구석구석의 일상을 담은 사진.
그의 사진을 바라보며 자연스레 미소가 일고
지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다.
학교 선생님과  교실에서의 풍경
장난꾸러기 아이들의 모습과 행동을 보면서
기억은 더 가깝게 지난 시간을 일으키며 흔들고
작가의 시선은 대상을 따스하게 감싸고
일상의 소소함은 사진이라는 기록물로
더욱 살갑게 다가선다. 
 
 사진 속의 사진. 
 
                     - 로베르 두아노, 그가 사랑한 순간들
      (사진 전시회, 춘천 상상마당 9.0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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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바 양력의 중양절기에 추석을 맞아 집을 찾은
아이들을 데리고 MBC 2014한국현대조각초대전에 구경을 간다.
과거의 커단한 작품들은 숫자가 줄어들고
대신 차지하고 있는 오밀조밀한 비구상의 작품들 속을 거닌다.
작품의 제목을 먼저 보고 의미를 연상하는 아둔한 감상의 눈으로
바라보는 비정상의 감상을 통해
비구상의 작품이 주는 의미를 무던 애를 쓰며 알아내려하지만
작가의 의도라는 것이 제목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대상과의 물리적인 거리는 가깝지만
마음은 무념무상의 무지렁이가 되어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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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무에 갇혀 그 모습 보이지 않고
지난 날의 기억으로 오르는 공룡능선.
신선대에 올랐을 땐 이미 운무는
오른편의 울산바위와 범봉을 밀고 올라오고
잠깐 사이에 산봉우리를 덮는다. 
 
 운무는 봉우리에 머물며 지나가는 행락객에게
기다림의 시간을 요구하지만
기다림에 익숙하지 않은 자
주섬거리며 발길을 움직인다. 
 
 주변의 풍경이 마음 속으로 존재하며
뒤따르고 걷고하면서 계속해서 이어지고 
지난 기억들 다시 촘촘하게 세우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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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날 내린 비로 숲은 눅눅하다.
키를 훌쩍 넘어선 풀
숲을 이루어 오름을 가로 막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큰골의 계곡 물소리 우렁차다. 
 
  늦은 여름 날에 만나는 산중 화원.
물봉선, 금강초롱, 용담 등등  수많은 꽃들은
다투어 피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흐린 날로 인해 시선은 근시안임을 아쉬워하며
오락가락하는 비를 벗삼아 내려온다. 
 
 - 화악산행 (관청리 - 중봉(1,450m) -  관청리) 중에

 

 

 물봉선

 

 

 

 

 

 

 

 

 

 

 

 

 

 

 금강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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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나절 떨어진 빗자국을 보며 하늘을 올려다 본다.
오랜만에 나선 봄내체육관.
탁구대회 관계로 사용을 금지한다는 알림판을 보면서
어디 갈까를 생각하다가 나선 소양강변. 
 
 일상의 풍경들은 의미를 지니지 못하고 다가오고
강변의 아침은 간혹 지나가는 사람들에 의해 적막이 깨질 뿐이다.
다시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
흐린 날 노란색으로 더욱 가깝게 다가서는
달맞이꽃을 보면서 지난 시간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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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악산 유선대 "그리움 둘 " 릿지하러 가는 날.
추적이며 비는 내리고
아쉬운 발길 돌리며 금강굴 오르는 전망대에서
천불동 계곡을 내려다 본다. 
 
 운무를 감싸며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산
그리움을 안고 다시 내려온다. 
 
                                             

 

 

 

 

 설악제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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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난 겨울 내리는 눈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린 기와지붕과 굴뚝들.
선교장 주위를 거닐다가 더위를 피해
행랑채 마루에 앉아 잠시 쉰다. 
 
 울울창창한 소나무의 위용은
지난 날의 시간을 더욱 푸르게 만들고
지나가는 행락객은 단지 건물 앞에서
몇 장의 사진만 찍고 돌아갈 따름이다. 
 
 능소화 더위에 추적이며
고개를 숙인 아침나절
오랜만에 갖는 자유로운 시간 속
매미 울면서 시간의 흐름을 알리고 있다. 
 
                                  ㅡ 강릉 선교장에서.

 

 

 2.

 

 더위를 피해 움직임은 적게하고
초당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허난설헌의 생가를 찾는다. 
 
 재능을 지녔음에도
조선시대 여성으로서의
신산한 삶이 가슴까지 밀려온다.
많은 재능 펼치지도 못하고
묻혀 버린 이승에서의 삶은
그렇게 허망하게 지나가고
남아있는 몇 편의 글만이
그녀의 삶을 재구할 따름이다. 
 
 툇마루에 앉아
지난 사람들의 행적에 대해 생각하다가
지난 나의 삶을 되묻는다. 
 
   ㅡ 강릉 초당동 허난설헌, 허균 생가에서

 

 

 

 

 

 

 

 

 

 

 

 

 3.

 

 오랜만에 찾아온 여유로운 시간.
숨 깊숙이 들여 마시며
느릿하게 움직이며
대상을 응시하기. 
 
                     - 삼척 장호에서

 

 

 

 

삼척 장호항 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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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반야봉엘 올랐네.
온통 흐린 날씨에 지나온 길
가야할 천왕봉 보이지 않고
바람 타고 날리는 물방울 사이로
지난 일들은 기억되고
마음 속으로 여름날 풍경을 그렸네.

 

 

 태풍 끝물로 산자락엔 가는 물방울만 날리고
보고싶던 지리산 자락 운무에 가려 보이지 않았네.
팍팍한 두 다리로 전해지는 대지의 무게.
왜 산에 오르는걸까.
오늘은 바닥만 보고 걷고 내일은 오전 비 예보.
하늘 나아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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