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눅눅함이 밀려다니는 초여름의 더운 날.

램프의 불빛에 의지하여 옛 기억을 더듬으며 오르는 시간.

어두워질수록 길을 찾으려는 눈과 손은 분주해지고

의암호수가 반짝거리며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한다.

 

 빛이 생명인 사진찍기.

어둠 속 흔들리는 피사체를 찍어대는 일보다는

모니터를 통해 흔들린 사진을 보면서

등반자의 가쁜 숨소리를 듣는다.

 

 무거운 DSLR 카메라를 갖고 왔지만

빛이 없는 상태에서 찍어댄 사진은

희미한 랜턴의 괘적만 남기고 파인더에 나타난다.

감도를 6400까지 올려도 역시나 마찬가지.

이런 땐 욕심을 버리고 카메라를 배낭에 다시 고이 모셔두는 수 밖에.

 

 

 별이 보이지 않는 밤하늘

희뿌연한 반달은 비스듬히 밤 하늘 저편에 걸려

오르는 자의 발길에 간간이 눈을 줄 뿐

시간이 흐를수록 어둠 속에서 빛나는

지난 날 춘클리지를 올랐던 기억들.

   

 4P에 올라 서서야 바람소리를 듣는다.

온몸을 타고 도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다시 올라온 길을 내려다본다.

  

 야영지에서 먹는 음식은 언제나 맛이 있다.

더구나 만든 이의 정성이 가득 들어간 음식을 접했을 때의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꼬치 하나가 배를 부르게 하지 않지만 둘러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먹는 것은 식구로서의 자질을 이미 갖춘 것.

 

 서로를 위한 따슨 마음씨는 밤하늘과 야영지 주변을 계속해서 떠돈다.

 

                                                                   - 2014년 6월 정기산행지인 춘클리지 야간등반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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