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사이 비가 내렸다.
산중 비박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그랑드 조라스팀 생각을 하며 애써 눈을 감는다.
떠나는 날 아침 짐을 정리하면서 본 에귀 뒤 미디는 눈을 함빡 뒤집어 썼다.
아이쿠나, 그랑드 조라스 등반은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 다시 마음은 무거워진다.
그리고 야영장과 보송 빙하를 거쳐 에귀 뒤 미디를 다시 한 번 보고 그리움 가득 남긴 채 발걸음을 옮긴다.
차창 밖으로 비는 추적이고 떠나는 자의 아쉬움은 저멀리에 위치한 설산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산이 어디가지 않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이라지만
몽블랑정상 등정을 위해 나름 준비했던 산행에 대한 기억이 엉킨다.
오르지 못한 자의 회한은 길게 이어져
다시 원정팀을 짜서 올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머리 속으론 온통 흰색에 대한 단순 기억이 자리잡고
그리움이 더 일어날 때면 찾아오리라 다짐을 하지만
쉽지 않은 일임을 생각하고 애써 눈을 돌린다.
발레블랑쉬 설원에서의 길었던 밤을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