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시간 들어와 자잘한 소품 듣다가
아침 이른 시간에 춘천서 가지고 온 씨디를 올려논다.
래틀 지휘 버밍헴 오케스트라의 말러 2번.
말러 전곡을 한 때 의무감으로 한 번 들었던 기억은 아삼삼하고
신년 때 FM을 통해서
혹은 히말라야 산군의 푼힐 전망대를 오르며
바람 속에서 관악이 포효하던 2번의 기억.
몽골 기행 중 사막에서 들었던 기억.
동유럽 여행 중 말러 책을 든 현지인을 만나 2번을 화두로 이야기를 나눴던 일.
말러의 교향곡 중 청음 빈도수가 높았던 것이 2번이니
부활이라는 부제도 한 몫을 했으리라는 생각을 가져 본다.
듣는 처음부터 지난 기억은 밀물처럼 밀려온다.
이제는 시간을 탓하며 자잘한 소품에
혹은 귀차니즘으로 FM을 자주 듣지만
전체 곡을 들었던 지난 한 때를 생각하며
그 시절이 여유로웠을까를 잠시 돌이켜보다가
지금도 마음먹기 나름아닐까라는 생각을 가지지만
말러의 음악은 속인인 나를 관과 현으로 밀면서 질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