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에서 모기에게 물린 생채기는
이제 군데군데 딱지를 져서 지난 여름날의 흔적이 되었다.

 지리하게 긴 여름을 생각하며
주변 쏘다니다 보니 달랑 읽은 책은 3권.
그것도 9월 처음 시작할 때 한 권,
마지막 날에 한 권.
지금 생각해 보니 2주차에 중간고사 기간이 있었고
4주차에는 6일이나 쉰 추석 연휴가 자리잡고 있어서
책을 읽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 분석을 한다.

 고은, <이중섭평전> , 향연
신병주, 노대환, <고전 소설 속 역사여행>, 돌베개
이용대, <등산교실>, 해냄

 2. 
 선망후실의 둔한 기억력은 9월달을 책읽기보다는
시각이 지배하는 영화쪽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했다.

 "아름다운 청춘" 에서 울려 퍼지던 말러의 곡들.
"죽은 아이를 기리는 노래".
그리고 말러 교향곡 5번 중 "아다지에토"
그 전에 본 "베니스에서의 죽음"의 장면을 떠올리며
아름다운 소년에 대한 집착이 두 영화의 공통요인이 아닐까를 생각한다.
"블랙"이후 오랜만에 보는 인도영화
"내 이름은 칸", "3명의 얼간이"
영화가 주는 메세지의 엄숙함과 즐거움이 뒤따랐다.
애니메 "메모리즈" 중 은은하게 들리는  "토스카" 중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영원한 추억 속에 가두고자 했지만
추억은 도망쳐 숨는 장소가 아닌 것.
데이빗 린치의 "로스트 하이웨이"
그 전에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보고 이해를 못해 영화해설을 읽어 보았지만
둔한 머리로는 요해가 되지 않았다.
역시 이 영화도 나중에 해설을 참조해 보았지만 난해하다.
책상 위에 "광란의 사랑"이 놓여져 있지만
이 영화를 보는 것이 자신이 없고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러브 오브 시베리아, 언노운 우먼, 칠드런 오브 맨, 애니 레보비츠 - 렌즈를 통하여 둘여다 본 삶, 솔트, 나잇 앤 데이즈, 페르시아 왕자-시간의 모래, 미시시피 버닝, 영광의 날들, 히틀러-악의 탄생, 버드가의 섬, 젊은 날의 로저 무어가 나온 기적(1959년 작) 그리고 중간에 보다만 도브첸코 감독의 대지(1930).

 3.
 가을이라는 계절이 찾아오면
늘상처럼 브람스의 음악을 듣는다.
아직은 주변 풍경의 변화가 없어서 계절을 실감 못하고 있지만
아침 나절 안개가 짙게 낄 때
붉은 노을이 이는 저녁나절의 고즈넉한 시간에
소나타, 현악중주의 곡과 교향곡을 들으며 느끼는 가을 날 정취.


 2008. 7.29. 오스트리아 빈 근교 음악가 묘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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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기록>  (08:40) 한계령 휴게소 - (10:20) 갈림길 - (13:00) 끝청 - (13:50) 중청대피소 - (14:40) 대청봉, 중청대피소 - (15:15) 중식  후 하산 - (21:40) 한계령  휴게소 (총 13시간 소요)

<산행 인원> 8명.


 오랜만에 대청봉에 올랐네.
설악산행에서도 늘상 빗겨가거나 그저 멀뚱히 쳐다보던 봉우리.
아침 나절 차창 밖으로 비가 뿌리고
햇살 맑았다가 다시 흐려지는 하늘.
계절을 맞은 등산인파 속에 우리도 있었지.

 한계령 기점에서 설악산행은
팍팍하게 이어지는 오름길인 갈림길이 그 기준이 되었지.
대부분은 갈림길에 다다르면
왼쪽의 귀때기청이 있는 서북능선길을 택했지.
지독한 설악의 바람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남아 어지럽히고 있었네.

 오랜만에 오르는 한계령에서 대청봉으로 가는 길.
운무로 인해 설악의 풍광은 
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언뜻언뜻 보이는 능선과 산 봉우리를 보면서
지나간 시간들 되살리며 산행의 기억을 반추했네.
그리움은 언제나 가슴에 남아
이렇게 산에 오를 때마다 슬금거리며 떠오르는 것.

 대청봉 거친 숨 몰아 쉬며 올랐네.
운무 속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주변의 풍경들.
스멀거리는 옛 기억들.
멀뚱거리며 표지석 앞에 서서 증명사진을 찍었네.
바람 한 점 없는 날이었지.

 오랜만에 밤길을 걸었네.
갈림길 이후의 한계령으로 이어지는 지리한 길.
어둠 속에서 보이는 무수한 돌계단.
가야만 하는 길.
뒤돌아 서서 다시금 보는 숲 속 저너머의 보름달.
그리고 어둠을 타고 오르는 한계령을 오가는 차들의 빛과 소리들.
세 번의 오르막길 확인하면서 그 길 내려왔네. 
 


 한계령 휴게소에서 본 7형제봉

 휴게소 앞 산

 운무 속 공룡능선

 귀때기청봉 주변

 봉정암 주변 그리고 용아장성

 끝청에서 본 설악 풍경

 중청대피소 그리고 대청봉

 중청에서 본 공룡능선 그리고 범봉

속초 주변 조망

 대청봉에서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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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연휴라고 집을 찾아 왔던 아이들은 하나 둘씩 떠나갔다.
춘천MBC에서 전시된 <2010 한국현대조각초대전>을 구경간다.
어제처럼 날은 구름이 두둥실하니 떠있고,
사설학원을 다니는 두어 무리의 유치원 아이들이 방문한다.
그리고 정오의 내리쬐는 햇볕.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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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새 훌쩍 커버린 놈.
또랑또랑하니 예쁘게 말을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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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야에서 부는 바람으로 서늘한 기운마저 느꼈던 날.
노란색의 주변 이미지가 채색되고
한탄강변 산책로 서성이면서 내려다 본 흙빛 강.
서늘한 바람때문에 결국은 긴옷을 입었다.

 여름의 무더위와 잦은 비로
올해의 벼농사는 작년만 못하다하고 나누는 이야기 속에
나눠지는 햇쌀밥의 따스한 밥맛.














  WITH G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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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내린 이후 강물은 흙빛.
아침 안개가 낀 강변을 기대하고 갔으나
아침나절이면 그 흔하게 보이던
안개 보이지 않고 서성이며 본 강가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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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이면 피어나는 안개.
아파트 옥상에서 졸린 눈 비비며 본 백색의 아침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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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산장 가는 밤길.

물소리만 요란한 가운데 어둠 속 퍽퍽한 다리를 움직인다.

반가운 산장의 불빛 멀리서 보이고

늦은 밤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며 기울이는 술잔.

 

 등반 시작하기 전에부터 내린 비로

마음은 가라앉고 산장 밖으로 이어지는 시선. 

근 일 년만에 다시 찾은 적벽 "자유2836"길.

올려다 보는 길들은 내리는 빗물에 이어지지 못하고

축축한 1P 길을 오른다.

그리고 2P.

약간의 오버행이 있는 곳.

적벽 상단 처마에서 빗방울들은 엉기어

타원형을 그리며 곧바로 떨어진다.

오버행 부분에서 팔은 내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여러 번의 추락 끝에 간신히 오른다.

일 년 전에는 수월하게 올랐던 기억이 났지만

이미 마음이 지친 자 2P에서 하강을 한다.

다시금 쳐다보는 자유2836길.

지친 육체로 인해 마음은 자유를 얻지 못하고

늘상의 오르지 못한 길들 아쉬움 속에서 본다.

 

 어찌하랴.

지속적인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보강해야 하는 데

세상의 모든 일이 마음 먹는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닌 일.

잠시나마 설악산 적벽과 함께하고 있었고

주변의 천불동 계곡으로 시선이 주욱하니 이어진 것에 대해

위안을 삼을 일.

 

 아쉬움에 들이키는 대낮의 음주.

그리고 다시 확인되는 그 해 여름의 흔적.

산모기로 인해 생긴 팔과 다리의 생채기.

 
  " 약간의 오버행인 2P에서 여러 번 힘을 쓰다가
결국은 볼트에 매달린 슬링을 잡았지.

 아래론 지나가는 바람
계곡의 물소리. 사랍들의 움직임.
천불동 계곡의 짙은 녹색이 
가을날이면 붉게 타오를 것을 생각하면서
물끄러미 봉우리 아래 세상을 바라 보았네. " (090920 삼형제리지 후 자유2836 길 2P 오르며 )


 작년의 글을 읽으며

나는 얼마나 더 성장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2P를 향하여




 3P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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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 9. 12. 춘천 송암동 실외인공암벽장에서 실시한
제 10회 강원연맹회장배 스포츠클라이밍대회.

 아침나절 비가 잠깐 내렸다.
비 온 뒤의 하늘은 맑고 의암호는 흙빛물.
제비들 몇마리 낮게 떠다니는 날.
등반대회 모습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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