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산장 가는 밤길.
물소리만 요란한 가운데 어둠 속 퍽퍽한 다리를 움직인다.
반가운 산장의 불빛 멀리서 보이고
늦은 밤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며 기울이는 술잔.
등반 시작하기 전에부터 내린 비로
마음은 가라앉고 산장 밖으로 이어지는 시선.
근 일 년만에 다시 찾은 적벽 "자유2836"길.
올려다 보는 길들은 내리는 빗물에 이어지지 못하고
축축한 1P 길을 오른다.
그리고 2P.
약간의 오버행이 있는 곳.
적벽 상단 처마에서 빗방울들은 엉기어
타원형을 그리며 곧바로 떨어진다.
오버행 부분에서 팔은 내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여러 번의 추락 끝에 간신히 오른다.
일 년 전에는 수월하게 올랐던 기억이 났지만
이미 마음이 지친 자 2P에서 하강을 한다.
다시금 쳐다보는 자유2836길.
지친 육체로 인해 마음은 자유를 얻지 못하고
늘상의 오르지 못한 길들 아쉬움 속에서 본다.
어찌하랴.
지속적인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보강해야 하는 데
세상의 모든 일이 마음 먹는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닌 일.
잠시나마 설악산 적벽과 함께하고 있었고
주변의 천불동 계곡으로 시선이 주욱하니 이어진 것에 대해
위안을 삼을 일.
아쉬움에 들이키는 대낮의 음주.
그리고 다시 확인되는 그 해 여름의 흔적.
산모기로 인해 생긴 팔과 다리의 생채기.
" 약간의 오버행인 2P에서 여러 번 힘을 쓰다가
결국은 볼트에 매달린 슬링을 잡았지.
아래론 지나가는 바람
계곡의 물소리. 사랍들의 움직임.
천불동 계곡의 짙은 녹색이
가을날이면 붉게 타오를 것을 생각하면서
물끄러미 봉우리 아래 세상을 바라 보았네. " (090920 삼형제리지 후 자유2836 길 2P 오르며 )
작년의 글을 읽으며
나는 얼마나 더 성장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2P를 향하여
3P를 향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