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 가는 계절의 이미지를 보기 위해
철원엘 갔었네.
중추의 절기가 예년에 비해 늦은지라
이미 들판의 벼들은 베어지고
보고자 했던 누런색의 이미지
군데군데 남아있었지.

 강변을 거닐다가
길가의 대추나무에서 딴
대추를 네 번 돌려 베어 먹으며
가을이 주는 주변의 이미지를 살피고 있었네.

 해는 뉘엿하니 지면서
저쪽 서녘으론 산무리에 걸린 햇살이
산을 넘지 못하고
지나가는 시간들을 알리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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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각 작품 보러 갔었지.
오후의 햇살은 강변을 타고 길게 늘어져 있고,
오후의 따슨 기운을 느끼며
훌훌 돌아다 보았지.

 작년과 비슷하게 출품된 작품들
저마다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작품을 보면서
감추어진 이미지를 읽으려 하지만
우둔한 자 겉으로만 보이는
일차적 의미에만 머루를 뿐.

 피곤한 삶에 지친 촌부의 주저 앉은 모습의
테라코타 작품을 보며
갈 곳 없는 자의 비애를 생각하고
약속을 알리는 휴대전화의 통화로
발길 총총하니 움직였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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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주 상바위.
몸의 균형과 까칠한 손 맛을 함께 느낄 수 있었던 곳.
두 어 꼭지하고 비 잠시 내려
춘천 송암실외암장으로 이동.

 그렇게 보낸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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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나절 춘클리지에 올랐네.
늦여름을 알리는 벌레 울음소리 가득하고
바람의 움직임이 없는 오후의 더위를 느꼈지.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신연강물은 흐리고
단풍든 곳은 없나하며 주위를 둘러 보았지.

 마지막 피치 끝날무렵
산중으로 찾아 오르는 바람
다시 벌레소리 잦아들고
여기저기 나뒹굴어진 도토리를 보며
슬금 오고 있는 가을을 생각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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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사로 인해 흐릿한 아침 날.
벌레들 이른 아침부터 울고 있었고,
부지런한 사람들 이른 아침부터
밤에다가 도토리를 줍는다.












     오후 대룡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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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침의 기온 차이로 인해
보이는 산자락엔 구름이 감돌고 있었고
청명한 하늘 사이로 굳건하게 서있는 울산바위를
비몽사몽 상태에서 보았지요.
선선한 바람이 불고
이제는 산행을 하려면 배낭의 무게가 늘어날 것이란 생각을 했지요.
 
 설악동 청동 부처님상 앞을 지나며
주변에 짙게 퍼진 향내를 맡았지요.
그 내음이란 것이 중국의 사찰 구경갔을 때 
맡았던 향내음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과거의 향나무향이 어떤 느낌이었던가를 생각해 보았지요. 

2.

 비선산장 앞의 일군의 바위들.
적벽, 무명봉, 장군봉은 예전의 모습 그대로 였지요.
가고자 하는 길은 적벽의 "자유2836"
4꼭지 80메타 그리고 최고 난이도가 11a 라는 말을 듣고
적벽을 쳐다보니
벽이 나를 향해 내려 누를 것같은 기세로 다가 왔지요.

 가고자 하는 길 입구에 가니
이미 다른 팀이 등반 준비 중이었지요.
우리 팀은 등반시간 등을 이유를 들어
삼형제 리지길 중 적벽만 해보기로 했지요.
출발선상 아침 점호를 마친 산모기들이
모여 들어서 성찬을 벌였지요.

 담쟁이 붉게 물들고
조금씩 붉은 것들이 보이는 아침의 시간.
선명하니 보이는 장군봉.
그리고 적벽을 오르면서 생각을 했지요.
무지랭일 때 5박6일간의 등산학교에서 보낸 시간.
첫 날 바로 적벽에다가 붙여 놓았지요.
적벽 등반로 입구 가는 길도 경사가 져서 깔아 논 자일 잡고
덜덜 떨면서 갔었는 데
오버행의 적벽은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었지요.

3.

 적벽 하강 후 시간이 남아서 "자유2836"에 붙었네.
과거의 인공등반 길이 었는 데
지금은 자유등반이 가능하게 볼트를 박아 놓았지.
약간의 오버행인 2P에서 여러 번 힘을 쓰다가
결국은 볼트에 매달린 슬링을 잡았지.

 아래론 지나가는 바람
계곡의 물소리. 사랍들의 움직임.
천불동 계곡의 짙은 녹색이 
가을날이면 붉게 타오를 것을 생각하면서
물끄러미 봉우리 아래 세상을 바라 보았네.





비선산장 주변



적벽 오르다 본 울산바위

장군봉



 적벽 하강




"자유 2836" 등반 중인 우리 팀




천불동 계곡

물치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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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나절
안개는 밀려 오고

 일상의 길들
다시 걷는다.

                          -  아침 안마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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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강원산악연맹배 스포츠클라이밍대회 구경을 갔다.
예전보다는 많아진 선수들을 보면서
스포츠클라이밍 인구가 저변 확대되어
그들만의 잔치에서 벗어나기를 소망했다.

 아침나절 날을 쌀쌀하고
하는 일은 그저 등반자의 경기 모습이나 지켜보면서
우리팀원들 응원이나하다가
얼마만큼 더 해야지 나도 대회에 참가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그 생각 자체가 부질없음을 깨닫고
몇 장의 사진을 찍고 돌아 왔다.

 춘천마라톤을 알리는 안내장은
이미 온지 오래이고 
지난 여름  연수이후 산에 몇 번 간 것외에는 
운동한 것이 없음에 대해 
다가오는 마라톤에 대한 불안이 가슴을 누르고
걱정은 또 다른 걱정을 낳고
이제는 정신보다는 몸이 
그 피곤함으로 인해 움직이지 않고 있다.



 2.

 이탈리아 안토니오니 감독의 영화 "정사".
제목을 보고 내용과의 관련성에 혹시나 해서 보았는데
영어 제목은 "The Adventure" (모험).
요트여행 중 어떤 외딴 섬에서 안나라는 여자가 실종되고 
그녀의 친구인 클라우디아와 애인 산드로가 그녀를 찾아 
나섰다가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는 간단한 내용의 이야기인데
2시간 20분에 걸친 화면은 구성의 인과관계도 없이 지리하다.
안나라는 여자는 "행잉록에서의 소풍"에서 처럼
끝내 실종되어 보이지 않는다.
모니터 앞 의자에 앉아서 보다가
드러누워 보다가 눈거풀이 스스르 감겨서
지나간 부분 다시 보았지만
일상의 순간들이 지리하게 전개되는 영상을 보면서
아둔한 머리로는 연결을 시키지 못하고
마지막 클라우디아의 산드로에 대한
용서와 연민의 손짓만 기억이 날 뿐이다.

 과거에는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죽인 무법자였지만
두 아이와 함께 돼지를 기르며 살아 가고 있는 평범한 노인인
주인공이 천달러의 현상금 소식을 듣고 다시 총을 잡고
살인을 저지르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용서받지 못한 자".
정의구현의 서부이야기가 아닌 비틀어진 세상으로
현실을 이야기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과 비슷한 이미지의 인물이 등장하는 영화를 생각해 보았다.

 가정적이고 친절한 남자인 톰을 주인공으로 한
폭력에 대한 폭력을 주인공으로 한 "폭력의 역사"
평범함과 폭력성의 양면의 모습을 담아 낸 주인공의 모습은 
"이스턴 프라미스"에서도 볼 수 있다.
얼(Earle)호텔에서 바톤핑크 옆 방에 투숙한 찰리.
그리고 이와는 좀 더 다르지만 코엔형제의 "파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살인마 바르뎀.
이들 모두는 속으로 잠재된 인간의 폭력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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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움직이지 않는 몸
아침나절 간신히 구슬러 추스리며
몸을 움직였다네.

 아직 날은 어둡고
계절의 순환을 알리는 밀려 오는 한기
아침나절
새롭게 옷을 갈아 입는 산을 보았지.
붉게 물든 구름을 보면서
아직도 가슴 속에 남아 있을 열정과
지난 여름 추암에서 보낸 아침나절을 생각했었지.


        안마산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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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선산장으로 가는 밤길.
느릿하니 걸었지요.
저 멀리 등성이로 오르는 보름달을 보며
그 밝음으로 눈이 부셨고
한 달여 남지 않은 대보름을 생각했었지.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
계곡으로 흐르는 물소리와 어울린
밤 바람 소리를 들으며 피아노곡 떠올렸었지.
낭만을 상실해 가는 둔한 시대에
다시금 낭만에 대해 생각해 보았네.


 2.
 오랜만에 등반을 했었네.
장군봉 기존길.
들머리를 찾지 못해서 서성이다가
앞에선 커다한 바위산을 보고 가슴은 뛰었지.

 짧게 깍은  손톱에다
운동 부족으로 믿고 의지할 것은 없는데
마지막 등반자(말자)가 되어 올랐지.
첫 슬랩에서부터 긴장을 하여
숨은 헐떡이고 흘러 떨어지는  땀들.
1P 끝날 때마다 가쁜 숨 몰아 쉬고
가야할 길은 일곱 마디.

 산장에서의 물갈이 등으로
급기야는 배까지 아프고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몸.
그걸 잊기 위해서 바위산 중턱에서
수십 곡의 노래를 불렀지.


 3.
 금강굴 아래 전망대에서 나는 들었네.
젊은 등산객이 가져 온
휴대용 소형 스피커에서 나는
쇼팽의 피아노 곡이
여름 산과 어울려 짙은 녹색의 음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지.

 장군봉과 인접한 적벽에서는 
아직도 등반하는 사람들이 벽에 붙어 있고
팔등을  좌우로 돌리면서
그해 늦여름의 흔적을 찾고 있었네.
 

       장군봉 기존길 1P (WITH G10)





        선등자의 고독

       비선산장 주변 소경



        장군봉 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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