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로 인해 도로 주변 공터는 유료주차장으로 변해 버리고
오후 시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가는 계절의 아쉬움을 담고 남이섬을 찾았지.
주욱하니 늘어 선 사람들사이로
보이는 붉은 단풍잎에 눈을 돌리며 걸었지.
이미 은행잎은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며
진행되어 버린 가을의 흔적을 알리고
주변 서성이다가
그 남은 가을 흔적 앞에서
그 날의 붉고 노란색을 기억하기 위해
연해 카메라 셔터를 눌렀지.
베란다 밖으로 둘러싸인 안개를 보며
마음 느릿해졌지.
브람스 씨디 뒤적이면서 찾은 교향곡 4번.
클라이버와 발터가 지휘한 음반.
점점 더 고즈넉해지는 가을에
브람스의 음악은 마음의 더 깊은 곳으로
몰고 갈 것임을 생각해냈지.
춘천마라톤을 알리는 부산물들이 어제 왔다.
올해는 이에 대한 준비가 없는 관계로
그냥 넘기기로 그 전 부터 마음을 먹으니
한편 해마다의 연례행사에 올해만 빠진 것같아
내심 섭섭하다.
이미 뛰기를 포기한 이상
그것에 대한 집착은 다른 미련만 남길 뿐.
먼 산들이 알락달락하며 다가서는 이 때.
밀렸던 브람스 음악이나 들으면서
침잠하는 수 밖에.
단풍 시즌의 설악동 주차장.
어림잡아 백 여대가 넘는 버스들이 주차장에 모여 있다.
바야흐로 설악의 가을은 수많은 행락객들이 모여 드는 때.
설악동 입구에서 주변의 산들을 건성으로 쳐다보며 발걸음을 옮긴다.
이른 아침 토왕골을 들어서면서
골짜기의 시린 바람이 밀려오고
군데군데 붉게 물든 나뭇잎들이 눈에 띈다.
“별을 따는 소년들”
오늘 우리가 가야하는 리지 길.
들머리를 찾아서 계곡을 오르며 보이는 토왕폭포의 상단.
가느단 물줄기 계속해서 내려오고
마음은 오랜만의 리지를 한다는 생각에 즐거웠고
게다가 토왕폭포 주변의 가을 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안복(眼福).
등반대상지에 도착을 했을 때에는 이미 앞선 팀들이 있었다.
마지막 등반자 힘들게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올챙이 시절의 내 모습을 떠올린다.
그리고 우리 팀 뒤로 다른 팀들이 꼬리를 물고
급기야는 경원대리지팀들은 앞선 많은 등반자 관계로
대상지를 다른 곳으로 변경한다는 무전이 날라온다.
왼편으로는 솜다리리지 길이 보이고
오르면서 오른편으로 보이는 토왕폭의 숨겨진 속살들.
등반을 하면서
왼편 오른편 그리고 뒤에서 들리는
등반자들의 외침과 바람 소리 어울우고
솜다리리지를 오르는 등반자를 보면서
세 번이나 솜다리리지를 하려 했었지만
끝내 오르지 못했던 과거 못 다 이룬 꿈을 생각한다.
등반자의 모습은 실루엣으로 다가오고
못 다한 꿈은 채색되어 가을빛을 띄고 있다.
토왕좌골 리지를 하고 있는 우리 팀들을 보며
서로 간 손을 흔들며 그리움을 전하고
웅장한 폭포의 정경과 등반자들 어울려
가을날의 한 폭 풍경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문득 채색되어 버린 꿈을 일으키고 싶어졌지.
떨어지는 폭포 물소리 사이로 흐르는 시간.
멀리서 보면 인간도 자연 속에서 한 점으로 보이는 것.
가을 토왕골에서 나는 알았네.
인접한 솜다리 리지길을 등반 중인 다른 팀
가을의 이미지가 느껴지시는지요.
오후 날씨가 흐려져서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가는 날마다 최상의 조건을 바란다는 것은 무리겠고,
그 산과 주변의 모습들 그리고 함께 했던
사람들이 다시금 그리워집니다.
서로 엉겨 가볍게 날고 있었다.
며칠간의 인위적인 휴식 후
몸의 상태를 알기 위해 아침 뒷동산을 오른다.
동틀 무렵 안개는 소나무 숲을 감싸고
일찍 일어난 사람들 분주하니 몸을 움직이고 있다.
어제 저녁에 접한 메르세데스 소사의 죽음.
필립스음반 <MISA CRIOLLA>을 통해서 그녀와의 첫 만남.
영혼의 저 바닥아래까지 깨우는
굵은 저음의 목소리.
카톨릭의 미사곡이 안데스 지방의 토속적인 멜로디에다
민속음악과 어울려 나타난 미사곡.
빠른 아프리카 리듬의 <미사 루바> 를 연상하면 쉬울 듯.
그녀의 힘있는 목소리가
다시금 나를 되돌아 보게 하고
아침나절 잠시 그녀에 대한 상념에 빠진다.
아침 "Kyrie"를 들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