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개 속 방향을 잃은 차는
운악산 입구를 지나쳐 버리고
다시금 찬찬히 갈 곳을 살폈지.
이른 아침.
등산객 하나 보이지 않는 시간.
가느단 물소리.
떨어진 잎들이 주변 어지럽게 깔려 있고
적막을 깨는 산새의 울음.
단풍에 물든 산을 보고 싶었지.
그 그리움으로 몸을 일으켜 세웠네.
산을 오르며 뒤돌아 본
수묵화로 다가 서는 산.
2.
바람이 불었네.
누런 떡갈나무 커단한 잎들 부딪히며
나무와의 작별을 알리고 있었고
떨어진 잎들 서걱이며
바람의 흐름을 알렸지.
아침 김밥을 먹는 중
높이 나는 새 까마귀
나즈막히 주변을 날고 있었지.
호젓하니 오르는 산.
붉게 타들어 가는 단풍의 형형색색을 바라보며
주변 산을 둘러 보았지.
만경대에 올라 저 멀리 명지산군을 보았지만
흐릿한 날씨로 인해 시야는 가려지고
마른 채로 가지에 붙어있는 떡갈나무 잎을 보면서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두 곡을 떠올리고
가을 날 애수에 대하여 생각했었네.
3. 시간기록
(06:20) 운악산 주차장 - (08:30) 병풍바위 - (08:43) 미륵바위 - (09:42) 만경대 - (09:46) 산정 - (09:58) 남근바위 - (10:56) 현등사 - (11:45) 운악산 주차장
미륵바위 주변
남근바위
코끼리 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