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몸을 웅크리다가 결국은 정기등반에 따라 나선다.
차창 밖으론 3월 따스한 봄빛이 이어지고
밖에서 야영을 한 것이 언제였던가를 손으로 꼽아본다.

 강변.
흐르는 물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
녹색의 물빛에서 서늘한 한기를 느끼고
강을 건너기 위해 배에 오른다.
느릿하니 오후의 시간은 가고 있고
저 멀리로 보이는 배의 움직임이 한가하다.

 난이도 약한 벽을 택해 오른다.
아직은 몸이 다 낫지 않아서 동작이 부자연스럽지만
같은 취향을 지닌 사람끼리 모여서
함께 오르고 이야기 나누고 하는 것이 즐겁다.

 강변 서성이다가 부전나비를 보았다.
봄이 훨씬 앞질러 왔는데
나만 못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를 생각해 본다.
다시 뱃놀이
흐르는 물에 손을 담고
봄단장을 할 가까운 산을 쳐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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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말 이후 계속되는 음주로 몸과 마음은 지쳐 있었다.
3월 첫 일요일 간신히 몸을 추스르며 배낭을 꾸린다.
몸을 움직이지 않은 것이 한 달이 훌쩍 넘어 버렸고,
이제는 몸의 상태도 확인할 겸해서
마음 다잡고 집을 나선다.

 드름산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기 전부터
불어 오는 바람에 머리는 휑해지기 시작했고
군데군데 남아 있는 눈을 보면서
봄이라는 계절이 아직 저멀리에 웅크리고 있음을 생각한다. 

 가지에 쌓인 눈을 이겨내고
푸른 빛들을 보이기 시작하는 소나무.
지난 가을의 잔해를 보이는 떡갈나무 마른 잎들.
늦가을의 황량함과
이른 봄의 산 주변의 풍경은 맞닿아 있다.

 추위에 바위를  잡은 손끝이 얼얼하고 
손은 곱고 경직되고 부실한 몸 추스리며 바위에 오른다.
의암호에서 부는 바람.
그리고 첫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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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 먹은 후  화성 성곽 주위를 걷는다 
어두워져 가는 시간 속에서도
성곽은 제 모습을 슬금 드러내고 있다.

 길 따라 걸으면서
꽃 피는 따슨 봄날
화성의 이미지를 머릿 속으로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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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계캠프에서 얼음축구를 하다가 넘어져 병원엘 갔다.
진단명은 요추 1,2번 횡돌기 골절.

 내친 김에 좀 쉴 요량으로 병원에 입원을 했다.
낯선 환경에 자다깨다를 반복하고
4인실로 옮겼지만
밝은 불과 TV소리는 계속해서 따라 다녔다.

 병실 창너머로 들어오는 대룡산의 붉은 여명이 아침임을 느끼게 한다.
에밀 길레스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1번을 듣는다.
경쾌한 건반의 터치.
명징한 음.
미완의 소나타곡에 대한 아쉬움을 느낀다.

 움직임과 사고의 중지.
병원에서의 일과.
가만히 앉아서 밀린 영화를 본다.
시간 맞추어 밀려드는 허기.
밥 먹고 자기를 반복했다.


 <미드나잇 카우보이>, <블레이드2>,  주님이 모든 것을 심판한다는 복수는 나의 힘 <몬테크리스토백작>, 사랑 찾아 가는 싱거운 이야기 <브로큰잉글리쉬>, 추억의 만화를 생각하며 본 <사이보그 009>, 오동통한 귀염둥이 소녀가 나오는 뮤지컬영화 <헤어스프레이>, 새가 되고 싶고 날고 싶었던 남자 이야기 <버디>,미움의 마음이 광기를 일으키는 다시 본 <오페라의 유령>, 소녀 강간범 살인사건을 다룬 <타임 투 킬>, 대공황을 배경으로 한 경마이야기 <씨비스킷>, 이라크전 지뢰제거반의 이야기인 <허트로커>, 나오미 와츠의 몸매가 보고 싶어 <킹콩>, 공상적이고 기괴한 소재를 환상적으로 엮어낸 팀버튼의 <빅 피쉬>, 우리는 운명에서 도망칠 수 없어 운명이 우릴 선택하는 카드이야기 <라운더스>, 흑인 노예들의 석방과정을 그린 <아미스타드>, 드레퓌스 사건이 주된 내용으로 되어 있는 <에밀 졸라의 생애>, 세계무역센타를 외줄 횡단한 다큐 <맨 온 와이어>, 테일러가 나오는 3시간이 넘는 <클레오파트라>, 세 남녀의 서로 엉킨 사랑이야기인 <드림걸즈>, 최초의 여류화가의 생애를 다룬 밋밋한 영화 <아르테미시아>, 얼굴이 바뀌어 버린 상태에서 범인을 쫓는 <페이스 오프>, 깊은 심해에서 일어 나는 사랑이야기 <어비스>,  스킨헤드족 이야기 <아메리칸 히스토리 X>, 르완다 내전을 바탕으로 한 <호텔 르완다>, 완전 코메디 <화이트 칙스>, 더스틴 호프만이 열연한 <세일즈맨의 죽음>, 영국함대의 승전과 관련된 <마스터 앤 커맨더>, 지브리 애니 <게드의 전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결혼 이야기 <웨딩싱어>, 미래 사회의 모습을 그린 <가타카>, HAM을 통한 과거와 현재의 대화 교차 <프리퀀시> 그리고 애니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등등. 








                                            <아르테미시아> 중


                                              아침 소경






                                                           그리고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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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에 사시는 큰아버님이 돌아 가셨다.

 생전의 지친 육신만큼의 무게.
비는 흩뿌리고
지상에서의 지난 삶의 행적을 떠올린다.

 "어디 갈꺼나, 어디 가서 내 새끼 볼꺼나."
바로 옆에서 화장을 하는
자식 먼저 보낸 부모의 통곡이
아픔이 되어 밀려 들고
현실에서 다함을 못한 자
그 슬픔 이기지 못하고
눈물 찔끔 흘리며
죽은 자와 영결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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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룡능선 산행 중 멀리 보이는 울산바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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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룡능선 산행 중 바라 본 범봉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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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후나절 길게 늘어진 햇살에
멀리서 빛나는 울산바위를 보면서
다시 찾은 설악에 가벼운 흥분이 일었지.

 설악골 입구를 지나 잦은바위골 들머리에 이르렀을 때
같이 온 후배들은 백미폭 빙벽 등반을 위해 헤어졌고
다시 산길에선 어둠이 서서히 밀려오고 
혼자되어 눈길 걸어 올랐네.

양폭산장을 지나 이어지는 계단 길.
카잘스의 "새의 노래"를 생각했었지.
그의 고향에서 우는 새의  울음소리.
피스.  피이스.
그리고 연주 중의 그윽한 허밍.
밤의 적막.
철계단을 오르는 발자국 소리의 반향을 들으며
어둠 속에서 나의 존재를 확인했었네.

 희운각대피소에  이르는 된비알에서
거친 숨 몰아쉬며 몇 번이나 쉬면서
산에 왜 왔는가에 대해 스스로 물었네.
골바람 잠시 불고 푸근하게 느끼는  산길.
불빛을 받은 눈들은 어둠 속 반짝이며 빛나고
전해지는 발밑의 보드라운 감촉을 느꼈지.

 고개 넘어로 보이는 희운각의 불빛.
오후 세시 넘어 마등령에서 공룡을 탔던 과거 겨울 날의 기억.
극심한 다리의 근육통으로 인해 걷다 쉬다를 반복했고
어두워 가는 산길에서 나약해져가는 육체와
흐릿한 정신을 되살려 준 멀리서 본 희운각의 불빛.
나오미의 종착지였던 코츠뷰의 불빛만큼이나 반가왔던 것.
초보 산행시절의 무모한 겨울 산행을 생각하며 쓴 웃음을 지었네.
시각에 의해 희망을 가졌던 그 시절에 비해
지금은 대피소 주변에서 음식냄새를 맡으며
후각을 일으켜 세우고 대피소에 들어 섰었지. 

2.
 홀로 산행한다는 것.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쉬고 사진도 찍고
주변을 돌아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겠지만
산행에는 산을 가까이하는 친구들 한두 명은 있어야 하는 것.
체험에의 공유가 정신적인 유대감을 형성하고
그 산의 어진 덕을 함께 이야기하며
산이 주는 인자함을 느끼게 되는 것.

 겨울 신선대에 올라섰지요.
여명이 걷히고 아스라니 펼쳐진 겨울 산의 풍광이
가슴 앞으로 다가오고
주변의 산군들을 보면서 가야할 곳을 머리 속으로 그렸지요.

 그리고 범봉.
천화대리지를 하면서 시간부족으로 인해
범봉까지 가지 못하고 왕관봉에서 늘상 하강을 했었지요.
그래서 범봉에 오르기 위해
설악골 깊은 골짜기를 따라 범봉리지하러 올라 갔었지요.
길을 잘못 찾아 드는 바람에 범봉은 지나쳐 버리고
잦은 바위골 백미, 오십미 폭포로 하강을 했었던 일.
범봉을 바라 보면서
과거 이루지 못한 꿈과 범봉 등반에 대한 
새로운 소망을 생각했지요.
기억에의 함의.

 오른쪽으로는 유선대와 왼편의 장군봉 남서벽 사이의
마등령 내려 가는 길을 가면서
바람 잔잔한 날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볕을 받으며
오늘 같은 날은 햇살 잘 드는 이곳
장군봉 남서벽 등반도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요.


시간 기록
100116(토)  (16:05) 설악동 - (17:17) 잦은바위골 입구. 일행과 헤어짐 - (19:22) 희운각대피소
100117(일)  (06:30) 대피소 출발 - (07:10) 신선대, 사진 촬영, 해맞이 - (08:20) 신선대 출발 - (09:58) 1275봉 - (11:43) 마등령 - (12:25) 중식 후 출발 - (14:26) 비선산장 - (14:57) 산장출발 - (15:35) 설악동 (총 9시간 소요)

     설악의 여명

      신선대에서 본 공룡능선

      범봉 이미지

     




      멀리 보이는 울산바위

       달마봉



     서북능선(귀때기청 그리고 오른쪽 멀리 안산)

      화채봉

      1275봉 주변

      중청과 대청을 뒤로 하고




      범봉 그리고 천화대

       1275봉

      1275봉을 내려오는 등산객

     

      세존봉과 울산바위

      걸어 온 능선길 돌아보며





       용아장성 실루엣

       세존봉과 달마봉

       천화대

       삼형제봉(장군봉-무명봉-적벽)

      장군봉

      돌아 가는 길


     범봉을 배경으로 아쉬움을 달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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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암제 하기 전에 산행을 해야한다고 이른 신새벽에 일어나 갔던 용화산.
용화산 휴양림 입구(5:40) - 고탄령(7:40) - 원점(8:40)  3시간 산행 이후
시암제가 열리는 의암암장으로 이동을 했지요.
그리고 올 한 해의 안전산행과 등반을 천지신명님께 빌었지요.









      2010년도 춘천클라이머스 시암제(의암암장)






     의암호 주변 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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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 어디를 갈까 생각했었지요.
설악은 러셀이 안되어서 단체 등산객을 제외한 개별 산행은 통제를 하고
춘천 근교의 눈 덮인 산행을 생각하다가 나선 사창리 오탄폭.

 옛날의 기억으론 약간 누은 폭포였는데
힘들게 올라가 가까이 가서 보니
옛날의 기억이 잘못 되었음을 알았지요.

 눈발은 어지럽게 날리고
선등자의 등반으로
떨어지는 얼음 조각 요리저리 피하다가
결국은 한 방 맞고 다리에 멍이 들고 말았지요.

 토종닭 백숙을 끓여 놓고
한 잔의 술을 마주하며
가까이로 내리는 눈을 보면서
겨울 서정을 산 중턱에서 느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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