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영화를 보고

그 전까지 벼르던 원작을 구해서 읽는다.

책은 2권으로 나누어져 있고, 첫 장부터 심상치 않다.

내용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못하고

몇 페이지를 읽으면서 머릿 속에 남은 것은 단편화된 파편들 뿐.

 아, 영화의 줄거리에 의존해서

책의 내용을 꿰어 맞추고 있는 우둔함이여.

 집중되지 않은 의식은 잡념으로 인해

어지럽혀지고, 한편

젊은 시절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해 보지만

언제나처럼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하는 생

각.

영상이미지는 상상력을 둔화시켜버리고,

즉물화된 이미지만 만들어 버리는 것일 뿐.

행간에 숨은 뜻과 전체의 흐름을 이어내지 못하는 아침.

나도 비쥬얼 세대인가를 자문하는 아침.

 에구, 흰 눈 내린 먼 산이나 자주 쳐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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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가 전일 마신 술 생각에 다시 자리에 눕

는다.

창 밖에 비 오는 걸 몰랐는데, 비가 내린다고 두툼한 옷 입고 가

라고
집사람이 알려 준다.

 어제 바람에 나뭇잎들 맥없이 떨어 지더니

비오는 아침 그것은 아스팔트에 붙어서

가을이 지나가고 있음을 알린다.


 내일이 입동.

절기상 겨울을 알리니,

  아, 올 가을도 이렇게 맥없이 지나가고 있음을 이 아침에 깨닫

는다.




                           2005 가을 방태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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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찍은 사진을 정리하면서 보니

다시 그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

오르면서 본 에델바이스, 계곡의 가재. 새끼 뱀. 개구리. 구절

초. 초롱꽃.

매미들 가는 여름 아쉬워 울고 있었지.

 

 흐렸던 날.

시선은  나가지 못하고

저기 멀리로 나의 꿈은 나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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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라톤 번호표와 칩이 배달되었다.

올 여름 특별하게 준비한 것도 없는 데, 마라톤 날자는 코 앞으로 다

가오니
마음만 분주하고, 몸은 움직여 주질 않는다.

 아침이면 눈을 뜨면서 항상 생각하는 건,

어제 무엇인가 피곤한 일이 있지 않았는가를 생각해 본다.

그러다가 어떤 생각이 나면, 그려 무리하지 말자 하며

위안을 하며 자기위안을 삼으며 다시 밀린 잠을 청한다.

 최근 며칠간은 어쩔 수 없이 뜀박질을 시작했다.

 아침나절 선선함이 밀려 오고

뛰다 보니 강원체육고 여학생들이 아침 운동을 하고 있어서

따라서 뛰었다가 거의 죽음 수준까지 갔다.

무리로다. 무리로 구나.

중생의 눈에는 욕심만이 앞서는 구나.


  한편의 목표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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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연주회에서 듣던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2번을

제라킨과 로스트로비치 연주 씨디를 듣는다.

아침 나절 보았던 달맞이꽃,

붉은 닭벼슬의 맨드라미,

점점 맑아 가는 하늘.

 

 이 가을엔 브람스를 많이 들어야 겠다.

내면의 성숙을 위해서.

치밀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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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걸어 놓은 배낭을 보면

소나무 위에 걸린 구름을 보는 것 같다

배낭을 곁에 두고 살면

삶의 길이 새의 길처럼 가벼워진다

지게 지고 가는 이의 모습이 멀리

노을 진 석양 하늘 속에 무거워도

구름을 배경으로 서 있는 혹은 걸어가는

저 삶이 진짜 아름다움인 줄

왜 이렇게 늦게 알게 되었을까

알고도 애써 모른 척 밀어냈을까

중심 저쪽 멀리 걷는 누구도

큰 구도 안에서 모두 나의 동행자라는 것

그가 또다른 나의 도반이라는 것을

이렇게 늦게 알다니

배낭 질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지금

 
                          - 이성선(1941~2001)의 '도반'

 

 깨달음은 언제나 늦게 오는 모양이다.

늦게 시작한 일에 재미를 붙여  날 새는 줄 모르는 것처럼.

그러난 그 늦음을 인식하고 있는 자의 더딘 행동은 마음만 더욱

초조하게 만들뿐이다.

 

 더웠던 그 해의 8월이 가고 있다.

나는 얼마큼 성장했으며, 얼마나 내 삶이 유연해 졌을까는 묻는

아침.

동행자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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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도바(Moldova)는 루미니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낀 구 소련 공화국의 작은 나라이지요. 세르게이 트로파노트는 그 지역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입니다. 원 씨디의 자켓엔 "Gypsy Passion"으로 되있지요. 우리 말로는 "집시의 열정"이 되겠네요.

  가슴을 아리는 가녀린 바이올린 소리와 어울린 피아노 선율이 자유분방했던 그들의 삶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화려하면서 열정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연주되는 음악 뒤에는 집시들이 가졌던 한편의 애수와 고뇌가 숨겨져 있지요.

 음, 영화 닥터지바고의 "유리의 테마"가 생각이 나네요. 바라라이카 연주 였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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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새울 가야금3중주단의 "캐논"을 들었지요.

원래는 양악인데, 우리 국악기인 가야금 운율에 맞게 편곡을 한 것인

데,
재미있습니다. 통주저음의 반복되는 바로크 음악이 주는 것을 가

야금이라는 악기를 통해 새 맛을 엿 볼 수 있을것 같네요.

 

 슬기둥의 해금 연주, "그 저녁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

김영동의 연주를 한 때 슬기둥을 통해서 들었지요.

꽃분네야, 누나의 얼굴 등등.

현의 마찰에서 오는 가슴 아림.

마찰음이 마치 가슴 속을 벅벅 긁어 아리게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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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려, 하늘이 푸른 날은

가끔씩이라도 의도적으로 창 밖의 푸른 하늘을 볼 일.

다양한 구름 모습을 보면서

마음 속으로 그 모습을 상상이라도 할 일.

 

 날은 따셔오고,

주변에는 활짝 핀 꽃 무리들과

구석구석에서 찾을 수 있는 작은 꽃들의 기운.

이미 아름다운 봄날은 시작이 되고 있다네.

 

 멀리 본 하늘.

가까워 보이는 겨울 옷을 벗기 시작하는 산.

어제 평창 고개 넘어가다가 본 산 중턱에 걸린

구름의 모습도 좋았지만,

오늘도 따슨 공기와 함께 한

오전의 한 때.

 

 가끔씩이라도 하늘과 먼 산을 바라보기.

 

 (뱀다리) 몽고인들 시력이 좋게는 7.0이 나온다지요?

너른 초원에다 광활한 사막에서의 멀리보기가 일상화된 것이 한

요인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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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번 날 본 "게이샤의 추억"에서도 OST는 막강했슴다.

1929년대를 일본 마야코의 작은 어촌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도

이런 말이 나 옵니다.

" 음악은 대화의 기술이다,"

그리고 음악을 연주한 사람들이 이 시대의 명인인

바이올린의 이작 펄먼, 첼로의 요요 마

서구인들의 눈에 비친 동양 특히 일본에 대한

신비감이 카메라 워크를 통해 여지 없이 드러납니다.

말끔하고 깔끔하게하게 처리된 풍경들.

과거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이 일본에 대한 동경과도 비슷한

심정을 가지는 것 같지요.

모네의 일본식 정원, 고흐의 일본에 대한 동경.

깨끗한 한 편의 그림으로 영화는 다가 옵니다.

마치 걷혀지지 않는 신비감처럼.

 

 코미디언인 이상해의 부인인 김영임.

그가 풀어 내는 "회심곡"을 들으면

이상하게 못다한 "효"에 대한 생각이 납니다.

마치 "부모은중경" 같은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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