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날이 무척이나 맑더이다. 그래서 지인과 함께 나물산행을 했지요.

산행지는 대룡산.

산 입구 들머리에서 본 봄날의 풍경들.

시선이 막힘이 없이 뻗쳐 나가고, 흰구름이 낮게 깔려 있는 날.

청명하다는 말은 이런데 쓰는 말이겠지요.

산정에서 본 먼 곳의 산들이 막힘 없이 가깝게 다가 옵니다.

가깝게 홍천의 가리산이 보이고 화천의 바위산인 용화산과 저 멀리

로는
설악의 대청봉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상승기류를 탄 바람은 위로 불어 오르고,

 

 2.

 "싹쓸이"란 말이 맞은 표현인지요.

길 아닌 길을 우리가 갔었는데, 두릅은 전멸입니다.

이미 다른 사람이 선수를 친 듯. 가다 산마루턱에 쭈그리고 앉아서

김밥 두 줄 사가지고 온 것으로 점심을 대신 합니다.

군계란 까먹고 있자니 조고만 새가 우렁차게 웁니다.

흰나비 두 마리가 어울려 서로를 희롱하고

점심 먹고 또 몸을 움직여 봅니다.

 고비, 두릅, 엄나무 순, 취나물, 더덕 등등.

앵초 군락지, 둥굴레 방울 꽃들.

오늘 하루의 눈 소득입니다.

그리고 고비 따다가 산토끼와 눈이 마주쳐서

서로 놀라서 꼼짝않고 있다가 사욕이 일어 잡으려고 했을 땐,

산등성이로 내뻬고 있었지요.

 

 3.

  요번 주는 중간고사가 있어서 조금은 자유로울 것 같네요.

내일은 딸 년에게 빼았긴 디카 사러 서울 좀 올라갔다가

간김에 종로5가 등산장비점에 갔다가 과거 잃어 버린 장비

좀 사고. 모레는 부서원 델고 그리운 삼악산이나

또 오르면서 춘천지역을 완상해야지요.

 

 4.

 오늘도 눈 부신 날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푸른 하늘이 내게로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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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후배가 부탁한 곽성삼의 "길"이라는 엘피판을 걸고,

카셋트 데크 끄집어 내어 선 연결하고

녹음을 준비한다.

 프리 앰프 뒤로 다닥하니 어지러이 물려있는 선들.

신호의 흐름이 좋고 어쩌구 해서 선에두 투자를 해야하고

소프웨어인 엘피판도 사야했고

그리고 밤늦도록 음악을 들었던

그 시절의 기억이 칙칙이는 엘피판의 스크래치 속에

고스란히 살아 돌아 온다.

 MM형 카트리지를 쓰다가 MC형 카트리지로 바꿨을 때

나오는 소리의 미묘한 섬세함.

기기의 바꿈질이란 것이 이런 것이구나를 생각했었고

소리의 황홀 속에 빠져 들었던 시절이 아스라니 밀려 온다.

 재킷에서 엘피판 꺼내 턴테이블에 올려 놓고

브러쉬로 먼지 털어 내고 수전중증의 손을 들어

긴 숨 내쉬며 카트리지를 얹는다.

골따라 가면서 나는 둔탁한 소리들.

 10여년 전의 엘피판을 보면서 구입하면서 재킷 뒷면에 쓴

감상적인 글들을 읽으며 옛 상념에 빠진다.

 

 지금은 옛날의 열기가 식어 버린 것은 아닐까?

턴테이블 위로는 먼지만 켜켜이 쌓이고

오히려 시간이 없음을 탓하며 변명과 자위를 하는 일상들이

늘상 전개되고 있는 요즈음의 삶.

 하는 일이라곤 학교 컴터에 씨디나 넣고

이어폰을 통해 간혹 음악이나 들으며 그렇게 하루를 보낸다.

 

 혹이나 열정(passion)을 잃어 버린 것은 아닐까?

5월 눈부시게 맑은 하늘을 머리 속에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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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놀토인 토요일.

울 학교는 춘천시고교연합 체육대회 관계로 응원연습 한다고

다음 주에 쉬고 일정대로 움직인단다.

보충 2시간하고 아이들은 응원연습에 체육대회 준비에

아이들은 저마다 바쁘다.

날은 화창하고 할 일 없는 난 카메라나 들고 교정 곳곳에

숨어있는 주변의 꽃들이나 찍고서 따슨 봄날을 완상한다.

 

 오후엔 애덜 데리고 김유정백일장 인솔.

또 하릴 없어 주변의 야트막한 산 쪽으로 발길을

옮기고 금병산 자락에 위치한 산국농장엘 가니

배꽃이 군데군데 보인다.

날은 따스하고, 먼 곳의 산을 보니 시야는 흐리다.

점점이 제 옷을 입는 산.

산이 제 모습을 찾아 간다.

가장 아름다운 계절인 5월이 가까워 오고.

머리 속으로 연한 녹색의 잎들이 떠오른다.

 

2.

 삼악산엘 갔었네. 대룡산을 갈까 하다가

대룡산은 밋밋하고 해서

늘상 가던 삼악산엘 또 갔었네.

날은 흐리고 며칠 전에 내린 비로 물소리 어지럽다.

형형색색의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을 보면서

주변의 꽃들을 보았네.

조그마한 현호색, 이름을 알 수 없는 노란꽃.

그리고 수확은 좀처럼 볼 수 없는 금낭화를 보고,

이리찍고 저리 찍으면서 붉은 꽃의 아름다움에 빠진다.

지천에 널려 있는 노란 꽃 무리들.

전 날의 음주로 인해 손은 떨려 오고,

숨들여 마시고 죽이고 하면서 사진능 찍지만

수전의 증세는 진정되지 않는다.

(나중에 보니 손떨림에 의해 정확한 촛점이 맞지 않는 사진이

대부분이었다. 손떨림 때 소주 한 잔 더 하면 나아지려나)

 길없는 곳을 오르내리며 잎들의 새순을 본다.

동행한 사람은 잔대 싹, 산마늘, 엄나무 순, 드룹, 더덕 등을

캐지만 난 관심이 없다.

아직까지는 이르다고 말하며, 다음 주에 또 오자고 한다.

그려, 봄날의 변덕스런 날씨로 인해서 새잎들이 나오다가

놀라서 들어가 버린 것이 아닐까?

 날 흐리고 구물거리더니 1시 넘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배낭 커버 씌우고 모자 쓰고 나니 빗줄기 제법 나린다.

1시간 반 여의 비 내리는 하산 길.

 

 초입의 길바닥에 벚꽃들의 잔해가 어지럽다.

그 사이로 보이는 자동차 바퀴자국.

눈길을 연상하는 봄날 오후 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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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토요일. 수리차 집 나갔던 카메라를 받았다.

작년 겨울 나절에 청풍호수 쪽의 콘도에 놀러 갔다가

카메라 가방 메고 눈 썰매 타다가 급기야는 렌즈필터가 깨져버렸다.

AF(자동초점)기능이 작동을 안 해서 서울 수리센터에 맡긴지가 2주

이상되었고,
제길 수리비만 9만원 들었다.

 카메라와 렌즈를 찾았으니 기념으로 105매크로렌즈 들고

주변 산책.

아파트 그늘진 곳은 아직도 목련이 피지 않았고,

오랑캐꽃, 민들레 등을 찍고 발걸음을

주변의 야트막한 야산으로 옮겨서

진달래꽃 찍고.

꽃 사이로 보이는 부지런한 벌들. 분주하다.

중학교 때 그 맛이 밍밍한 찔레순 따먹다가 벌에 쏘인 이후로

벌만 보면 움츠러든다.

진달래 꽃 색감도 미묘한 차일 보이고 있고,

오후 한 때 그렇게 지나간다.


 2.

  주흘산엘 올랐네.

문경 새재가 위치한 곳.

과거 보는 일행들 속, 보부상의 일원이 되어

나도 이곳을 지나는 과거로의 긴 꿈을 꾼다.

고속도로에서 언뜻 본 산의 외형은 의젓한데

산행시간이 8시간이라는 동승하신 분의 이야기에

다들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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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부터 바람은 많이 분다.

체감온도 역시 떨어지고, 봄날이 되었지만 상의는 겨울복장 그대로

이다.
1년에 한 두번씩 모이는 모임이지만,

우리도 이 모임이 기다려지기는 마찬가지다.

같이 가신 분 중에 정년퇴임을 하신 분이 계신다.

작년에 백두대간을 하신다는 얘기를 언뜻 들었는데

대간종주 끝내고, 그 결과물로 단행본인 책을 갖고 오셨다.

나도 산에 다니는 것을 즐겨하는지라,

"으, 나이 70세에 나도 저렇게 대간종주할 수 있을까?"라는

자문을 한다. 대단하시다.

퇴임해서 나이들고 심도 다빠지고 할 때 어디 여행을 한다는 것 자체

가 무린데,
그래서 "젊어서 노세"를 난 맨날 노래하는데

늦게사 시작하신 취미생활에 흠뻑 빠지신 듯.

목표가 있는 삶은 언제나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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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궁폭포-7 선녀는 어디로 갔을까? 속세 출장 중인가?

알림 표지라도 해 놓고 갈 것이지. 쯔업.

주흘 산정에서 바라 본 문경읍네. 조그마한 동네의 아지자기함이 느

껴진다.
김홍도, 박정희에 얽힌 이야기가 바람처럼 그렇게 떠돌고

갈 길 먼자. 터벅이면서 걷는다.

저 너머 멀리 과거에 힘들게 올랐던 월악산이 보인다.

 부봉을 가는 길에 대간 길을 만나고.

과거 백두대간 부분 종주를 했던 일들이 떠오른다.

기린에서 근무시 조침령에서 한계령까지.

가면서 양수발전소 건설로 인해  산자락이 푹파인 모습도 보고 하면

땀흘리며 지냈던 그 해 여름 한 때를 기억한다.

 나는 지금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폴 고갱의 화제를 생각하며 그렇게 또 하루를 걷는다.

 지독한 바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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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21 봄 소풍

바람의 흔적 2008. 6. 18. 13:39
1.

 봄 바람에 벚꽃들은 어지럽게 날리고,

올 봄도 또 지나가네.

 

 한 편에서의 야외무료 공연.

보이쳐.

혼성아카펠라 그룹.

인간의 목소리는 하늘이 준 자연스런 악기.

스윙글 싱어즈, 킹 싱어즈.

"1812년 서곡"을 아카펠라로 풀어 낸 스윙글싱어즈의 선율이

나른한 오후에 떠다닌다.

 

                                       - 여의도 윤중로에서.

 

 2.

 봄 꽃들 만발했었네.

진달래의 붉은 빛, 목련의 흰 빛

벚꽃의 흰 색이 서로 어울려

고색창연한 건물 속에서

빛나는 봄 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젊음이 넘쳐 흐르는 곳

지나간 대학시절 회상하며

흑백필터를 갈아끼운다.

그래 그 땐 매일같이 놀았지.

무작정 놀쇠로 보낸 대학시절.

흑백을 넘어서 아름답게 기억 속으로

채색되어 온다.

 

                                    - 연세대에서

 

 3.

 말러 "대지의 노래"를 듣는다.

30년대 모노시대의 명연이 발터와 페리어가 부른.

30분 넘게 부른 "고별(Abschied)".

말년 말러의 심정이 전해 지는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은 흐린 봄날처럼 그래 쓸쓸하다.

슬프고, 우울하고, 음울한 노래를 들으며,

모노시대의 모노 음성이 주는 아련함에 향수를 느낀다.

칙칙거리는 노이즈도 그렇고 아련하게 들리는 음성도 그렇고

 그러다가 루드비히와 피셔 디스카우의 음성으로 다시 듣는다.

좌우 분리도가 뛰어난

음질의 선명성.

안개 속을 걷다가 확 트여진 시계를 확보한 것처럼 명료하다.

하지만 인간의 음성을 듣는 것이기에

오히려 모노반에 애착이 가는 것은 나이를 먹어서 인가?

말러 2번 교향곡을 들을 때도 그런 느낌을 받는다.

30년대 발터연주에서 느끼는 낭만적인 유려함.

흐르는 물과 같은 매끄러움.

반면 래틀의 연주에서 느끼는 힘과 패기.

한편으론 이 두 개가 적절히 조화가 되었으면 하고 생각을 해보

지만
그것은 쉽지 않은 일.

 

 힘으로 넘는 산.

산을 즐기면서 조망하는 사람들의 여유가 나도 생겨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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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학년 아그들 수학여행 떠나니 마음에 좀 여유가 있네.
전담이라공 같이 가자고 했는데, 제주도 10여 번 이상 간 곳이라 한라산을 오르면 모를까 사양하고 나니 마음이 좀 한가하다.

 요번 주 까진 말러 음악 리싸이클을 끝내려고 하는 조급증과 강
박증에 다시 사로잡힌다.
 하긴 교향곡이 긴 것은(3번) 100분이 훌쩍 넘어가니. 게다가 그의 음악 바닥에 깔려 있는 죽음의 불안과 고통과 슬픔이  듣는 것 자체를 용이하게 하는 것은 아니고. 10여 장 넘은 음반을 뒤적이며 보니 게다가 3번과 8번의 비됴테
잎도 있네.
  계속해서 들어야 하는 것을.
  없는 시간과 곡의 난해함과 무딘 감정을 탓하여야 할 듯. 

 2.

  성인클럽 쑈걸의 강한 여자 나탈리는 내면이 더 강한 남자 앞에서 무너지고 사랑을 희롱의 대상으로 생각하려던 상드린은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한 남자 앞에서 허탈감에 빠져 버리는 내용의 나에겐 난해한 프랑스 영화 "남자들이 모르는 은밀한 것들".

  처음부터 스트립쑈의 파격적인 장면이 나오고 동성애에다가 뭐 여러가지가 나오는데 보고 난 후 알쏭달쏭해서 "씨네21"들어가서 정성일의 영화 평을 보니 더 어지럽다. 영화 평론가들이 작품을 너무 어렵게 현학적으로 설명을 하려하니 나같은 무지랑이가 알겠는가? 오히려 더 내용의 이해에선 앞이 보이지 않는다. 좀 쉽게 쓰면 어디가 덧나나?

  하긴 감독의 의도가 단순한 것에 있지않고 인간 내면의 욕망이라는 것을 영상과 음악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복합적이겠지.

 절대 사랑해서는 안된다는 원칙. 자기가 그어 놓은 선을 넘는 자의 모습. 모르겠당. 나로선 뭘 잘모르니 비추.

 중요한 것은 겉의 화려함이 아닌 내면의 강직함인가?

 3.

 사랑에 빠졌던 사람들은 알리라.

비록 서로간에 시공간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과거의 함께 했던 감정과 시간들이 반추되면서 서로의 머리속에 겹겹이 공유되어 불쑥불쑥 미칠듯한 그리움이 솟아나는 것을 .
 메모리.

- 브로크백 마운틴을 보고.

 일욜 밤 영화를 보고 마지막에 나오는 주제곡 듣고 영화의 종영을 알리는 불이 켜지고주위의 사람을 보니 10여 명.

 동성애 코드가 우리네의 정서엔 맞지 않는가 보다.


 4.

 오랜만에 산에 갔다오니 넓적다리에 알이 배었다. 걷는데 퍽퍽하다. 하긴 2주정도 못갔다고 삼악산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심을 소진하였으니.
 오르다가 똬리를 틀고 위협하고 있는 까치독사를 봤다.
이 짜슥이 두 어 번인가 물려고 용을 쓴다. 쏘주 한 잔 생각이 간절했으나 그냥 참았다. 산정 부근의 진달래는 그저 망울만 웅크리고 있다.

 꽃 필때 다시 와서 사진도 좀 찍고 계절의 아름다움을 느껴야지.

                                                                                   060411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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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토요일 아침 애 학교 데려다 주고 나오니 무료하다. 전 날 마신
술로 머리는 욱신하고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다구경.

마누하님 보고 가자니 좋다하고 해서 출발.

소사 휴게소에 내리니 동네의 한기가 흐르고, 다시 출발한다.

 대관령 새로 뻥 뚤린 고속도로 너머로 푸른 바다가 보인다.

삼척 쪽으로 방향을 잡고 동해휴게소서 후배한테 전화를 걸고

점심 정라항 바다 식당서 만나 곰치국을 먹는다.

오랜만에 후배와의 만남이라 자연스레 소주2병 비우고,

속에서 짜릿해 오는 것이 낮술이 주는 즐거움이겠지.

환선굴로 향한다. 모처럼 운전에서 벗어난 나는

나른한 오후의 햇살로 무척이나 졸립다.


 2.

 참, 환선굴 가는 길도 멀다.

연일 계속되는 술로 인해 체력도 떨어져서 인지

동굴 입구로 올라가는 길도 만만치 않다.

에구, 옛날 동굴 엑스폰가 뭔가를 했을 때 이 노인들이

우찌 여기 올라 왔을까를 생각하니

역시 여행은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해야한다는 짧은 깨우침.

 환선굴 넓기도 하다.

비쳐진 불빛사이로 형형색색의 물들이 번져 나고 있었고

세파를 잊고 이곳에서 살면 얼마나 적막할까를 생각한다.

아마 암흑과 고요 속에 물소리만이 들리겠지.

스트로보 없이 잘 안 나오는 카메라를 연실 눌러 대고

(음주 후의 손떨림에 의해서 역시나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없다.

스트로보를 친다는 것 자체가 동굴 훼손 행위라는 걸 생각하고

참았음) 둔탁한 계단소리만이 사람들의 움직임을 알리고 있었다.


 3.

 에구, 전 날 술을 얼마나 도 마신거여?

아침에 일어나 어제 점심을 먹었던 그 식당에서 곰치국을 먹으면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의 일정은 원덕 해신당과 추암해수욕장.

삼척에서 한치를 넘어 원덕을 내려가다가 언덕에서 용화해수욕장

과 장호항을
보았다. 모두가 낯이 익은 풍경들이다.

어지러운 물의 움직임에 과거 군생활의 기억이 떠 오른다.

 해신당. 먼저 온 아줌마들 일행의 기묘한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과거엔 바닷가 사당 하나만 달랑 있었는데

엑스포 한다고 남근도 깍고 여기 저기서 한편 조악하게

복제된 여러 전시물들이 눈에 띤다.

 삼척 추암.

일출사진의 명소. 겨울연가 사진이 걸려 있고 한 떼의 관광객들

우르르 몰려 든다. 오징어 한 마리 사서 질겅거리며

추암이 위치한 근처의 동산에 올라 사진 몇 장 찍고

상승기류를 타고 가뿐하게 나는 갈매기의 모습도 보고

멀리론 커다란 배도 보고 그리고 주변에 있는 조각공원을 한 바

퀴 돌았다.
현대 추상조각이라서 무지랑이인 내가 알 수 있는 것

은 없다.

 햇살 따스하게 내리쬔다.

일상에서의 일탈을 꿈꾸었던

행복한 이틀.

일요일 오후시간은 그렇게 흘러 가고 있었다.

                                                                                         06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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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21 Adagio

뮤즈를 위하여 2008. 6. 18. 10:18
"느리게"의 의미지요.

그리스 영화 "안개 속의 풍경" 중 OST로 여류 작곡가이자 연주가

인 엘레니 카라인드로우의 작품이지요.

씨디의 자켓명이 "music for films"입니다.

오보에 소리의 아름다움에 빠져 이런 날 오후엔 "희랍인 조르

바"라도
다시 꺼내 읽으면서 그의 기이한 행동을 곰곰히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샤무엘 베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도 있지요.

베트남전을 소재로 인간의 잠재된 광기를 그린 영화

"플레툰"에 삽입되어 유명해 졌지요.

카라얀의 느릿한 연주곡들을 모아 만든 "아다지오"라는 제목의

씨디도 한 때는 엄청 팔리기도 했지요.

그리고 프로그래시브 락의 명곡이랄 수 있는 뉴 트롤의

"아다지오"도 있구요.

그리고 생각하니 시크릿 가든의 "아다지오"도 있네요.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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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토요일. 자전거를 타보자는 말에 오랜만에 공지천으로 나갔다.

멀리 하늘은 뿌옇고 바람마저 불어 흐린 봄날 기운을 느낀다.

새로 조성된 잔디 구장에선 축구경기를 하느라고

사람들이 바쁘다.

 자전거 빌려서 공지천 둑방길로 향한다.

저멀리 강건너 풍경들이 앞서거니 하며

그러다가 한발쯤 뒤로 물러간다.

 

풍경의 안쪽-조강리에서
풍경은은 사물로서 무의미하다. 그렇게 말하는 편이 덜 틀릴 것 같다. 풍경은 인문이 아니라 자연이다. 풍경은 본래 스스로 그러하다. 풍경은 아름답거나 추악하지 않다. 풍경은 쓸쓸하거나 화사하지 않다. 풍경은 자유도 아니고 억압도 아니다. 풍경은 인간을 향해 아무런 말도 걸어오지 않는다. 풍경은 언어와 사소한 관련도 없는 시간과 공간 속으로 펼쳐져있다.


  "칼의 노래"를 쓴 김훈의 에세이"자전거 여행"의 한 구절을 떠올린다.
그의 애마인 "풍륜"을 타고 돌아다 본 자연의 모습이 어떠했을까를 생각해 본다. 눈에 비친 것들이 새로운 일상과 함께 삶의 흔적이리라.
 서면가는 배터를 지나 커다랗게 세워진 "소양강 처녀"비 앞을 지나니 소양강 처녀 노래가 나온다. 흐린 하늘 틈새로 내리 비추는 햇살.
소양강 다리를 건너 두미르아파트를 지나서 다시 원점으로 향한다.
 그렇게 지나가는 풍경들처럼 토요일 오후가 지나간다.
 
2.
 삼악산엘 올랐네. 오랜만에 오른 산.
날씨 화창하고 가벼운 설렘마저 일고.
골짜기 구석으론 아직도 겨울의 흔적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오르는 코스는 등선폭포 입구를 지나 강촌 쪽부근의 계곡 길.
전날 마신 술로 입에선 단내가 나도 바람이 햇살이 따스해서 좋다.
그리고 몇몇의 아는 사람들과 같이 만나서 산행을 한다는 것이 하나의 즐거움인 것을. 가까운 곳에서  즐거움을 찾아야 할 진데, 너무 먼 곳에서 즐거움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리고 20 수 년 전 쯤에 중간고사가 끝나고 이곳 등산폭포에 단체로 몰려 왔던 것을 기억한다.
 계곡길이라 주변의 경치는 보이지 않는다. 능선에 오르면 보이겠지.
바위 틈을 지나 조금은 힘들게 오른다.
육체가 힘들수록 정신이 맑아 옴을 느낀다.
길 없는 곳을 가는 즐거움. 생강나무 움 튼것이 보이고 노란 꽃의 개화를 생각한다. 멀리 남도는 매화가 지천으로 피었고, 청도에선 소싸움 놀이하고 좀 있으면 행락 철인데, 요번엔 진달래꽃이라도 따서 꽃부침개라도 해 먹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술생각을 하니 입에 침이 괸다.
전날 음주로 허덕거리면서도 또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 살아 있음의 한 징표이리라.
 하산길. 나 먼저 볼일 때문에 먼저 내려 간다.
팽팽한 두 다리의 긴장감을 느끼면서 멀리 주변의 산들을 본다.
조금 있으면 색색의 옷들을 입고 그 자태를 한 없이 뽐내겠지.
화창한 봄날 오후의 상상.
바람이 함께 하고 있었다.
 
3.
 비제 오페라 "진주조개잡이" 중 "귀에 들리는 그대의 음성"(카페디스크)이라네. 모노의 음성과 칙칙한 노이즈가 아나로그에 아련한 회상을 불러 일으킨다.  
  봄날, 어디론가 가고 싶다.
 전 번날, 원주에 갔던 7080카페에 엘피 판이 많길레, 잠깐 박스 안에 들어 가서 봤더니. 엘피 역할을 컴퓨터가 하고 있었다. 턴테이블이 2개씩이나 올려 져 있었는데 그 재생 역할을  컴퓨터가 하게 되는 편리한 시대에 들어와 있다. 그저께 간 "쉼7080"이란 집도 엘피만 몇 개 진열해 놓고 어떤 신청곡이나 다 틀어 준다고 했다. 결론은 실시간 음악 검색해서 싸운드카드를 통해 나오는 음악이겠지. 뭔가 기만을 당한 느낌이 들고, 그런 곳은 이젠 가지 말아야지. 집에 있는 엘피나 열심히 들어야 겠다.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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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미션"을 본 사람들은 알리라.

거대한 이과수 폭포의 떨어지는 흰 포말을 배경으로 널리 퍼지던

오보에의 소리를.

영화 "미션"의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연주했던 에그뉴가 이 노래

(nella fantasia)를
부른 chloe 의 아버지이지요.


 2.

 사실 오보에의 단독 소리로만은 빽빽거리는 소리가 나서

연주회 전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오보에와 1바이올린이 중심이 되

각 악기의 기본음을  잡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오보에 단독으로도 이런 애잔한 느낌이 난다는 건

좋은 일이다.

영화 "안개 속의 풍경"에서의 "아다지오"( 사실 오늘 아침 이 곡

이 무척 듣고 싶었다. 두 남매의 앞길이
보이지 않는 여정이 마

치 안개 속과 같다.)도 애절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3.

 어제 밤 신문을 읽다가 말러 얘기가 나와서 그의 교향곡 5번 4

악장 "아다지에토"
를 아바도의 음반으로 들었다. 밀려 오는 애

수감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다시금
느껴 지고, 다시 자율학습

끝난 애델고 오면서 라디오를 통해서(쥬빈 메타, 뉴욕 필)
다시

듣게 되었다.

이게 무신 인연인가.
 

말러는 끈질긴 인연으로 다가온다.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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