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의 안쪽-조강리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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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은은 사물로서 무의미하다. 그렇게 말하는 편이 덜 틀릴 것 같다. 풍경은 인문이 아니라 자연이다. 풍경은 본래 스스로 그러하다. 풍경은 아름답거나 추악하지 않다. 풍경은 쓸쓸하거나 화사하지 않다. 풍경은 자유도 아니고 억압도 아니다. 풍경은 인간을 향해 아무런 말도 걸어오지 않는다. 풍경은 언어와 사소한 관련도 없는 시간과 공간 속으로 펼쳐져있다.
"칼의 노래"를 쓴 김훈의 에세이"자전거 여행"의 한 구절을 떠올린다.
그의 애마인 "풍륜"을 타고 돌아다 본 자연의 모습이 어떠했을까를 생각해 본다. 눈에 비친 것들이 새로운 일상과 함께 삶의 흔적이리라.
서면가는 배터를 지나 커다랗게 세워진 "소양강 처녀"비 앞을 지나니 소양강 처녀 노래가 나온다. 흐린 하늘 틈새로 내리 비추는 햇살.
소양강 다리를 건너 두미르아파트를 지나서 다시 원점으로 향한다.
그렇게 지나가는 풍경들처럼 토요일 오후가 지나간다.
2.
삼악산엘 올랐네. 오랜만에 오른 산.
날씨 화창하고 가벼운 설렘마저 일고. |
골짜기 구석으론 아직도 겨울의 흔적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오르는 코스는 등선폭포 입구를 지나 강촌 쪽부근의 계곡 길.
전날 마신 술로 입에선 단내가 나도 바람이 햇살이 따스해서 좋다.
그리고 몇몇의 아는 사람들과 같이 만나서 산행을 한다는 것이 하나의 즐거움인 것을. 가까운 곳에서 즐거움을 찾아야 할 진데, 너무 먼 곳에서 즐거움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리고 20 수 년 전 쯤에 중간고사가 끝나고 이곳 등산폭포에 단체로 몰려 왔던 것을 기억한다.
계곡길이라 주변의 경치는 보이지 않는다. 능선에 오르면 보이겠지.
바위 틈을 지나 조금은 힘들게 오른다.
육체가 힘들수록 정신이 맑아 옴을 느낀다.
길 없는 곳을 가는 즐거움. 생강나무 움 튼것이 보이고 노란 꽃의 개화를 생각한다. 멀리 남도는 매화가 지천으로 피었고, 청도에선 소싸움 놀이하고 좀 있으면 행락 철인데, 요번엔 진달래꽃이라도 따서 꽃부침개라도 해 먹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술생각을 하니 입에 침이 괸다.
전날 음주로 허덕거리면서도 또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 살아 있음의 한 징표이리라.
하산길. 나 먼저 볼일 때문에 먼저 내려 간다.
팽팽한 두 다리의 긴장감을 느끼면서 멀리 주변의 산들을 본다.
조금 있으면 색색의 옷들을 입고 그 자태를 한 없이 뽐내겠지.
화창한 봄날 오후의 상상.
바람이 함께 하고 있었다.
3.
비제 오페라 "진주조개잡이" 중 "귀에 들리는 그대의 음성"(카페디스크)이라네. 모노의 음성과 칙칙한 노이즈가 아나로그에 아련한 회상을 불러 일으킨다. 봄날, 어디론가 가고 싶다.
전 번날, 원주에 갔던 7080카페에 엘피 판이 많길레, 잠깐 박스 안에 들어 가서 봤더니. 엘피 역할을 컴퓨터가 하고 있었다. 턴테이블이 2개씩이나 올려 져 있었는데 그 재생 역할을 컴퓨터가 하게 되는 편리한 시대에 들어와 있다. 그저께 간 "쉼7080"이란 집도 엘피만 몇 개 진열해 놓고 어떤 신청곡이나 다 틀어 준다고 했다. 결론은 실시간 음악 검색해서 싸운드카드를 통해 나오는 음악이겠지. 뭔가 기만을 당한 느낌이 들고, 그런 곳은 이젠 가지 말아야지. 집에 있는 엘피나 열심히 들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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