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랜만에 밤길을 걷는다.

달은 보름으로 향하고 있고. 랜턴 불빛에 의지하지 않아도 길은

흐릿하게 보인다.

간혹 숲 아래의 길을 가다보면 온통 컴컴하다.

보이는 길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들.

앞이 보이지 않음으로 인한 마음 속의 불안과 한편의 두려움.

다시 랜턴 불빛에 의지해서 걷는다.

밤하늘의 별이라도 보여야 마음 총총할텐데.

보이는 건 흐릿한 달과 물소리에 어우러진 바람소리.

 

 대학시절 우리 2학년때 설악산 간다고 용대초교 앞에서 내려서

잠시 화장실 갔다왔더니 내 배낭엔 재분배된 감자며 기타등등의

무거운 것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더운 여름날.

비질거리며 무거운 것을 첨 맨 어깨는 끊어질듯이 아파오고, 잠

시라도 쉬면
땅바닥서 가볍게 뛰면 그저 2메타 정도는 가볍게 공

중부양될 것같은 심정.

그 때의 고통과 함께 두 다리로 전해져 오는 백담사 가는 흙길의

부드러운 쿠션을 잊지 못한다.

 퍽퍽한 시멘트 길. 옛길의 운치는 이미 사라지고

백담사길을 갈 땐 두다리의 고단함만이 밀려 온다.

그나마 낮에는 계곡이라도 보는 시선의 빼앗김도 있지만,

밤은 그래서 바람 소리로, 물소리로 위안을 삼으며 걷는 수 밖

에.

두런두런 옛일을 나누면서 걷는 오랜만의 한적함.

반복되는 일상들.

 머리 속으론 텔레만의 "풀륫, 현, 바소콘티뉴오를 위한 협주

곡"의 1악장이
반복적으로 맴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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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벽녘. 역시 춥다. 가장자리에서 자다보니 일찍 잠에서 깼다.

4시30분. 새들 울고 날 환하다. 밤이 되면서 안보이던 동파리란

넘들도 붕붕 거리며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산행에 대한 사념.

어제 12시간. 오늘도 대청봉 거쳐 한계령으로 떨어지면 12시간.

일행들 건강 상태부터 물어 보고,

다들 추워서 잠은 제대로 못 잤지만 어제 잘못 들어선 길에서 다

들 소진된
힘이 어제의 휴식으로 인해서 다소 나아진 상태.

 그래 한 때는 한 해에 2번씩이나 공룡도 가고, 용아장성도 갈

때가 있었지.

이젠 배낭 하나도 추스르지 못하는 몸이 되었나를 스스로 자문해
보고
과거 가을 날, 겨울 날 올랐던 공룡능선 산행을 기억한다.

가을 날, 산정에서는 이미 시든 단풍잎을 보았고

지금은 이곳은 완연한 봄이다. 갖가지의 봄꽃들이 다투어 피고

발길을 붙잡건만 그저 건성으로 보고 가는 수 밖에.

  공룡에 서면 내, 외설악의 양쪽의 풍광이 눈 앞에 전개되어야

하는데
역시 어제와 마찬가지로 운무로 인해서 주변의 경치를 볼
수가  없다.

멀리 서북주능선상의 귀떼기청봉이 보이고,

중청과 대청봉의 모습이 보인다.

어제와는 다르게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가까이서 보이고 멀리서도 보이는 구름의 바다.

정말 앞이 보이지 않는 망망의 바다였다.

1275봉. 울긋불긋한 옛날 등산복 티를 입은 사람과 옛날 등산화

를 보면
낯선이라도 친근감이 느껴진다. 낯익음이 그 한 이유이

겠지.

역시 좌우론 구름.

낮게 깔려 산등성이를 스멀거리며 넘어가는 구름들.

그 속에 내가 있고, 된비알을 올라도 좌우에서 보이는 구름 떼.

신선암에 올랐네. 돌아 보니 지나온 산길이 원경으로 보이는 것

같고,
지나가 버린 것은 왜이렇게 가볍게만 느껴지는 것일까?

날개 없는 자. 눈요기로만 신선의 흉내만 내고.

가벼운 탄성과 함께 가는 시간들.

천불동 계곡길과 합류.

가야동계곡으로 난 등산로 아님 길 표지판 보면서

작년 겨울 날 가야동서 보낸 텐트 속의 하룻밤.

 희운각대피소.

사람들 많다. 이제부턴 소청길까진 가풀막.

다들 긴장을 하고. 계단 길 텅텅 거리며 간다.

텅텅 소리 가슴을 울리고 뒤로 보이는 산.

오후엔 역시나 시야가 더 나쁘다.

흘러 쏟아지는 땀. 바람 불지 않음을 야속해 하면서

힘들게 왜 오르려 하는 것일까?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고..." 조용필의 노래 중

가사가 제일 맘에 와 닿은 구절이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소청 중청 갈림길.

멀리 보이는 봉정암과 용아장성길.

구름이 깔려 있고 하늘 푸른 날.

 대청봉에 올라 보니 좌우로 보이는 건 온통 운해 뿐.

그려 대학시절 이곳에 올랐지. 그 때 힘들게 올랐던 기억들.

아마 여름날 이었을 것이여.

하산 후 속초의 민박집서 바다를 보며 마신 소주와

나누었던 이야기들, 사람들. 메멘토. 그리웁다네.

서북능선 길.

겨울 날에 동계산행으로 서북능선에 오르려고 했지만

번번히 오르지 못했네. 동계엔 최소 3박4일은 되어야 하는데

시간적인 여유도 없었고, 더러는 통제되기도 했었고.

언제 가볼꺼나, 또 영구통제 지역인 용아장성은 언제가지?

내설악구조대 사람들 갈때 묻혀 갈까?

갖은 상념들.

 일행 중 다리 풀리고 심들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틀밤이나 잠 못 자고 긴 산행을 한다는 것이 손쉬운 일은 아닌
것.

하산해서 맥주 한 잔 씩 먹자는 말에 입가엔 침이 괴고

한계령 갈림길.

멀리서 차소리 들리고 108계단을 터덕이며

삶이란 이런 번뇌인가를 생각하며 내려오니

한계령 안개가 짙어 가느단 물방울이 되어 나린다.


 미시령-황철봉-저항령-마등봉-마등령(1박)

 마등령-공룡능선-희운각대피소-소청-중청-대청-한계령

2.

 오색온천 가서 체중계 앞에 서니 3키로가 빠졌다.

고된 산행의 무게일까.

다시 설악산 지도를 들고 지나온 길 눈으로 마룻금 긋고,

손등에 벌레 물려 부은 자국과 잡목림 헤치느라 팔과 목에난 상

채기들. 
살아있는 흔적이겠지.

 다음 구간을 꿈꾸며.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행복한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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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래 밀렸던 길.
계획했던 한편 비로 인해서 연기되었던 2구간 길을 갔다.
이른 아침 2시에 일어나 간다.
산이 있음으로 인해서 또한 느끼는 마음의 자유
미시령까지의 국도는 엉성하다.
연말까지 정비하겠다고 팻말만 붙여 놓고,
말고개 공사현장은 옛날 내가 다니던 때와 별반 진척이 없다.
낙후된 지역이라는 인식. 한편 지울 수 없다.

 2.

 아침 5시. 미시령 휴게소 맞은 편을 오른다. 배낭의 무게는 어깨를 짓누르고 내가 지고 갈 삶이 무게인가를 생각할 즈음 뒤로 보이는 운해.
산행 내내 운해는 나를 뒤따르며 감시했다.
그리하여 산길 걷는 자 동무하고,
바람소리 산을 오르고, 황철봉 오르는 너덜길.
삼악산, 귀떼기 청봉의 너더길을 생각한다.
그래 어느 야트막한 산길이라고 쉽겠는가.
역시 오랜만에 맨 배낭으로 인해 다리부터 너덜해 온다.
 저항령을 지나 1249봉 암릉지대에서 길을 잘못 들었음을 조금 시간이 지나서야 알아버렸다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으면 삶이 재미가 없겠지만
탈출 결정 후 원점으로 돌아 오는데 걸린 시간은 2시간.
잡목 숲 헤치고 나가다 배낭의 탑부분이 걸려서 용을 쓰다가 발에 쥐가 나고 양 쪽의 팔과 목주변엔 긁힌 상채기들.
팔목의 상처가 아물때쯤이면 그날의 일들이 몸 속으로 녹아 서서히 기억되리.

마등령을 향해 다시 출발.
나이 50을 넘은 두 분은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가야만 하는 길.
지리하다. 운해는 계속해서 전체적인 조망을 가로막고
산행 중 흐릿하게 멀리서 본 울산바위.
옛친구를 본 반가움으로 가벼운 탄성이 흘러 나오고,
마등봉에서 마등령으로 내려 가야하는 데 역시 잘못 들었다.
길을. 내려가니 마등령 샘터. 시린 계곡물을 마시며
아직 남아 있는 공룡능선 산행을 걱정하고
급기야는 한 분이 여러 이유를 들어 하산하겠다고 한다.
결국은 마등령 초입에서 비박(불시노영)하기로 설득을 했다. 장비라곤 내가 가져온 침낭과 산행 중 주은 침낭 하나.
나무 긁어 모으고 흐린 밤하늘 모닥불 아래서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약간의 취기를 느끼며
그렇게 하룻밤을 보냈다.

 밤하늘 별이 보이지 않는다.  샤플린의 노래 "별은 사라지고"의 영상과 가사 구절이 떠오르고.
스산한 밤 기운.
천상에서의 지친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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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등반을 했지요.

설악에서의 초청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오랜만에(올해 자연암 등반은 처음임)바위를 붙는다는 생각에 즐거웠지요.

물소리 졸졸 나는 계곡을 지나 목적지인 신선벽에 도착하니

한쪽에선 장비 주렁주렁 달고 인공등반을 하고 있고

등반 준비 중이 여러 팀들이 보였지요.

 

 커다란 벽을 보면서 밀려오는 근심.

그간 운동을 꾸준히 못했다는 생각 등등에

자신을 위로하지만 제길 주눅이 들긴 마찬가지였지요.

그려, 안되면 쥬마(인공 등반기구)질이라도 한다는 생각에

조금은 위안이 되었지만 등반하는데 보조 기구등을 사용하면

후배들도 있고 하는데 사실은 챙피하지요.

그래도 어쩌나요.

살 떨리는데 살고 봐야지요.

 

 총 8명이 2개 파티로 나누어 출발을 했지요.

직벽에서 느껴지는 바위의 거친 살결

고르지 못한 숨결, 훅하니 오르는 열기.

멀리 주변의 산들이 보이고,

크랙부분을 지나 바위의 돌출된 부분을 넘어야 하는데

잠시 주춤하고 심호흡을 하지요.

옆 파티에서도 선등자 끙끙 거리며 올라갑니다.

간신히 1피치를 끝내고 배낭을 뒤져 가져온 물을 꺼내 나눠 마셨지요.

선등자는 이미 올라 갔고, 나는 3번이라서 마지막으로 오르는 후등자 확보를 하고 다시 2피치 시작.

중간쯤의 가다 보니 약간의 오버행 부분에서 멈춰버렸지요.

이유는 몸의 균형이 깨져 버려서요.

내 배낭에다 50미터짜리 자일 한동과 카메라, 렌즈 2개, 물통 그리고 약간의 먹을 것을 넣었더니

오버행(하늘벽) 쪽에선 하중이 뒤로 쏠리니 자연히 밸런스가 깨지지요.

여러 번의 오름짓 시도 끝에(삶이란 이런 것인지요)

내 배낭을 후등자에게 메게 오라고 시키고 버벅이면서 올라 갑니다.

몸은 가벼워진 것 같은 데, 아까  힘을 쓴 관계로 팔엔 이미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져(펌핑) 왔지요.

오르는 데 손은 덜덜덜 떨리고(보통 우리는 오토바이 탄다고 합니다.

대체로 오름할 땐 다리가 달달 거리며 떨림) 있는 모습을 보고

앞서 올라 간 후배 넘이 실실 웃으며 한마디 했지요.

 " 형, 운동 좀 해!!"

"아 썅, 누가 그런거 모르나. 심빠져 죽겠는데, 너 올라가면 주거쓰"

그야말로 간신히 올라 갑니다.

손등은 이미 몸부림쳐서 여기저기 까지고,

2피치 마치고 또 생각을 했지요.

"이 고생하면서 내가 왜 이짓을 하는가"를,

결국 자문에 대한해 답은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지요.

 

 흰구름은 쉼 없이 흘러가고,

반대편의 벽인 미륵장군봉 쪽에서도 여러 파티가 올라갔지요.

그 무거운 사진기 꺼내서 손 발발 떨면서(이건 수전증이 나니라 힘이 빠져서 나타나는 증세임)

옆 파티 오르는 사진 찍고, 하늘 찍고 했지요.

설악의 맑은 물과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있다는 생각에 마음은 언제나처럼 가벼웠지요.

5피치 정도(70여 미터) 올라 간 후에 하강.

내 배낭을 진 후배에게 고생했다하고(결국 갠 쥬마링으로 올라왔음)

사온 김밥에 라면을 끓여 먹으며 오후 늦은 시간을 보냈지요.

 

 그렇게 보낸 일요일.

오랜만의 등반으로 인해 몸은 무거웠지만 마음은 자유로웠지요.

그리고 운동 좀 더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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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의 추억을 안은 자는 이곳에 오지를 말라.
월정사엘 갔었네.
매표소를 지나 그 잘 닦여진 아스팔트 길로 언뜻 보이는 계곡을 옆으로 하면서. 대학시절 노교수님께서 하신 탄허스님 이야기, 여름 날 진부에서 만원 버스를 타고 들어갔던 일, 춘천의 여학교 있을 때 애덜 델고 오대산 수련원에 야영을 들어 왔다가 다음 날 몰래 빠져 나와 상원사를 거쳐 비로봉까지 올랐던 일, 겨울 비로봉 정상의 석탑에서 인간에 의해 나태해진 다람쥐를(겨울 잠 자지 않고 등산객이 흘린 부스러기를 주어 먹던 그 다람쥐) 보면서 찍었던 사진 한 장. 바닥이 아득하게 먼 산중의 해우소. 눈 덮인 흰 산의 모습들. 하늘 향해 솟은 전나무들의 내음.

 월정사의 경내는 좁다.
주변의 부속 건물 증축으로 인해서 경내가 더욱 좁아 보인다. 나중에 조성된 석조물, 입구 한 편에 위치한 기암 등으로 인해서 과거 사찰의 호젓한 맛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6.25전쟁으로 완전히 불타버린 것을 다시금 지었으니 과거에 느꼈던 사찰의 모습과 지금의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은 차이가 있을 런지도. 더 많은 물질적인 것으로 치장을 함으로써 절의 위의가 드러나는 것일까?

 충남 수덕사에서 본 물량공세의 불교 석조물. 그것은 오히려 그 절에서 수행을 했다는 경허와 만공 스님의 행적과 그들이 남긴 유물들을 무색하게 한다.

  전나무 숲길을 걸으며 과거의 일들을 생각하려고 애를 쓰지만 그것은 이미 지나가 버린 것. 하여 과거의 추억을 가진 자는 늘상 새로운 시선을 갖지 못하는 법. 그리하여 한 때 추억이 어린 장소에 가지 말것. 흐릿한 날씨 속. 우산을 접었다 다시 펴고, 전나무 숲으로 한 줄기햇살을 통해 내려 비춰진 빛이 그리워지는 오후.
 도니제티. 남 몰래 흐르는
눈물.
 마침 듣고 있는 씨디 샘플러에서 흘러 나온다.

 월정사 경내의 8각9층 석탑 앞의 석조보살좌상은 어디로 갔을까?

 이런 날에는 내친 김에 상원사까지 걸어 올라가야 한다. 먼지 풋풋한 그 길을 떠올리면서. 마음 속으론 문수보살도 만나고, 고양이도 만나고, 소신공양의 의지로 상원사를 화마에서 구한 방한암 선사도 함께 하며 계곡의 하늘을 향한 전나무로 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이라도 보면서 그렇게 걸을 일이다.

 과거의 추억을 가진 자 더 이상 그 추억 속에서 전진하지 못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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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 새벽 2시에 일어나 계획했던 산행이 결국은 우천관계로 미뤄졌다.날은 꿈지럭 거리고, 비오고 흐린 일요일 아침.
어디로 갈까를 생각하다가 사진에서 몇 번 본적이 있는 양떼목장으로 방향을 정하고, 카메라에 씨디에 주전부리할 것에다가 짐을 챙겨서 나온다.
 영동고속도로상에서 본 하늘 역시 흐리다. 횡계로 빠져 나와 읍내에 들러 우산  하나를 사서 양떼 목장으로 향한다. 차안의 씨디에선 엠마 샤플린이 소프라노의 매혹적 고음을 죽어라고 토해낸다. 밋밋한 생활 속 뭔가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 법. 차는 어느새 옛대관령휴게소에 도착을 하고, 풍력발전기 몇 개가 눈에 띤다.
 대관령의 시린 바람이 올라온다. 겨울날 선자령을 갔을 때 만났던 히드클리프의 바람. 눈물 질질질 흘리게 한 지독한 바람. 옛일은 바람 속으로 날리고.
 많은 사람들이 가고 있다.
 양치기 초소에서 증명사진 찍고, 사진기를 든 사람들이 눈에 많이 보인다. 더러는 모델같은 사람 데려와 찍기도 하고, 야트막한 동산 너머 멀리 용평이 보이고. 또 비 내려 사람들 뿔뿔이 흩어지고, 처마에 기대 멀리 양들 방목한 곳을 바라본다. 또 비 내려 사람들 뿔뿔이 흩어지고, 처마에 기대 멀리 양들 방목한 곳을 바라본다.한 구비 동산을 넘어 양들 방목한 곳을 가니 양들 특유의 내음이 난다. 에구, 이 넘의 양들은 왜이리 지저분 하다냐를 외치고. 입장료를 대신한 건초를 들고 먹는 것에 눈 먼 양들을 좀찍으려고 하니 양들이 영 포즈를 잡아주지 않는다. 한편에서 양들이 머리를 처 박고 풀만 뜯어 먹고 있기에 포즈가 안 나온다고양 주변에다 돌을 던지는 사진을 찍는 애덜도 봤다.
 내려와서 보니, 옛날 휴게소 주변에서 점심을 먹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이 산악회에서 산행을 온 사람들이고, 그들을 만나면 언제나 정겨운 것이 동병상련의 정인가?
                                                              - 양떼목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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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지털카메라에서 CF카드(저장장치)를 꺼내서 PC본체로 옮기는 일련의 디지털화 작업을 한다. 전번 날 서울서 산 렌즈를 테스트 겸해서 100여장 찍었는데, 나온 결과는 참담하다. 노출오버에다 연곷 접사 사진을 찍은 것은 수전증으로 인해서 초점이 정확하게 맞은 것이 없다. 한편으로 실망하면서 나름의 생각을 한다. 상급 기종과 좋은 렌즈를 갖고 있으면 사진이 나아질 것이라는 평소의 생각은 여지없이 빗나간다. 능서불택필이라는데, 못난 자 자신의 실력보다는 다른 것을 두고 탓하며 이유를 대며 합리화 하려 한다.
  내공 증진 좀 해야 겠고, 견문도 좀 쌓아야 할 것 같다. 순간포착을 한 브레숑의 경우 삼각대 없이 손각대만으로도 1/4초까지 찍었다던데, 피나는 연습의 결과이리라.

2.

 날은 더워지고, 산길은 짙은 녹음으로 덮여 있어 계절의 변화를 실감한다. 엊저녁에 내일의 산행에 필요한 장비를 점검하면서 계획대로의 산행이 될까를 생각한다.
 미시령에서 공룡능선을 거쳐, 희운각대피소서 1박하고, 다음날 대청봉을 거쳐 한계령을 넘는 한여름의 개혓바닥 엄청 나오는 산행. 아침부터 일행이 오후에 비온다고 연기하자고 한다. 그래도 간다. 필드테스트하러. 그동안 나뒹굴었던 몸이 얼마만큼 적응하고 반응하는지를 알기 위해서 또 간다. 한편 주인을 잘 못 만난 몸이 가엾다.
 비까지 온다고 하는데 산에는 왜 가는지 모르겠다. 산이 있으니까 가는 것인지, 아니면 홀릭상태가 되어서 습관적으로 가는 것인지. 설악산 지도를 보면서 가야할 마룻금을 긋고하니 마음은 벌써 설악의 한자락에 와있다. 황철봉서 저항령거쳐 미시령 구간은 처음이고 그외는 이미 몇 번씩 가 본 길. 곳곳의 지명을 보면서 과거에 산행했던 추억이  눈 앞에 겹쳐 떠오른다. 그리움은 언제나 반복되는 것. 그리고 그 설레임으로 인하여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
 
  하여, 한 낮의 오후 꿈꾸는 설악산행.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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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엊그제 듣다가 좋아서 씨디를 주문했는데 점심 먹고

한잠 자는 사이에 고마운 택배 아저씨가 책상 위에 올려 놓고 갔

네요.

 2.

 나이 들면서 감상적이고 애절한 것을 좋아하는 건

주관적인 취향인지요. 아님 가슴 속 깊은 곳에 내재된 애절함이

풀리지 않아서 인지요?

   이 노래는 김봉남씨 패숑쑈에도 배경 음악으로 자주 등장하구
있구여.
가사 내용이 구구절절 합니다. (동영상도 쓸쓸합니다.)

 

 3.

Spente Le Stelle(별은 사라지고) - Emma Shapplin (엠마 샤플린)

Quell cuor perdesti
Per un miraggio
Quell cuor tradisti
Odiar di pi? non pu?
La mia voce, senti
Il suo dolor... o no?
La tua spar?
E io, pazza, t'aspetto!
Dimenticar...
0 non piu vivere
Ormai salvo...
La notte... la notte... la notte...
Ah !...
Spente le stelle
Col pallido raggio di luna
piange l'amore
Che si lancia come l'onda poi se ne va
Vuota, la notte
E la sua speranza breve
Ora sgorga l'amaro pianto
Un cuor ferito, disperato passa qua
Dunque fuggisti
I sogni vuoti
Dunque perdersi
I brevi vortici
Dimenticar...
0 non piu vivere
Ormai salvo...
La notte... la notte... la notte...
Ah !...
Spente le stelle
Col pallido raggio di luna
piange l'amore
Che si lancia come l'onda poi se ne va
Vuota, la notte
E la sua speranza breve
Ora sgorga l'amaro pianto
Un cuor ferito, disperato passa qua

( 번역 가사입니다. 출처 네이버 )

당신은 이 마음을 잃었습니다.
신기루를 쫓는 동안
당신은 이 마음을 저버렸습니다.
그리고 나는 당신을 미워하는 것 밖에 다른 어떤 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대여 나의 고통에 귀기울여줄 순 없나요?
당신의 목소리는 이제 어느 곳에도 없습니다
그러나 어리석게도 나는 하염없이 당신을 기다립니다

잊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더 이상 살수 없을 테니....
그때는 오직 어두운 밤이, 그 밤이 있을 뿐이니!

별들은 사라지고
희미한 달빛과 함께
사랑이 구슬피 울고있습니다
파도처럼 전진하다가는 이내 사라지고 맙니다
밤은 텅 빈 채로
그리고 희망마저도 아스라이 끊어질듯한데
쓰라린 눈물만이 흘러내립니다
상처입은 마음이, 그 체념이
바람처럼 스쳐가듯....

텅빈 꿈속에서 무엇을 기대해야 할까요
그 짧았던 유혹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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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제 기린엘 갔었네.

가까울수록 지난 옛일들이 떠오르며, 그동안 잊혀졌던 말썽꾸러

기 아이들의 이름과
과거 지난 일들의 기억이 단편적으로 떠오른

다.

멀어지면 더러 잊혀지는 것을,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에 기억을 세워보지만

아는 이들이 떠난 자리는 그래서 공허하고 쓸슬하다.


 2.

 늘상처럼 곰배령을 오른다.

맑게 반짝이던 여름날의 강선골 시냇물을 기억하면서

주변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야생화를 가까이하면서,

개울가 주인없는 간이 카페에서 커피 한 잔하면서

계절이 더워가는 시간임을 느낀다.

역광으로 비추는 연한 녹색의 잎들,

맑은 물과 작은 폭포, 나를 따르며 오르는 물소리들.

 하여 곰배령에 올랐네. 흐린 날로 인하여 시야는 좋지 못하지만

넓고 평평한 툭 터진 지형으로 인해 마음은 오히려 가볍다.

전번 진부령 쪽의 산행 땐 얼레지를 많이 보았는데,

이곳은 남쪽이라서인지 지금은 끝물.

카메라를 들이대보지만 잔 바람으로 인해,

초점을 맞추기가 어렵다.

 가져온 약밥으로 점심을 대신하며 주변을 기웃거리며

오후의 한 때를 보낸다.


 3.

 연일 계속되는 술 속에 몸만 축난다.

그래서 몸보신하려고 보신탕 먹으러 가서 또 술을 먹었다.

계속되는 악순환.

어찌 끊을 것인가?

 비오는 날의 잡생각.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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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2편을 봤습죠.
  전 번 토요일날 오후 비도 오고 해서 소일거리가 없어서 무작정 영화관을 가서 보니 사람들 많더라고요. 뭐 브라운 5번간가 하는 곳(옛날 구 법원 쪽, 지금은 동서 백화점 뒤편)에 프리머스라고 하는 영화관이었습니다. 1-6관 까지 있는데, 미션임파서블 3를 보려고 했는데, 그만 시간이 임박하고 대기 중에 매진이 되어 버려서, 기다리기도 뭐하고 해서리 가장 가까운 시간대에 하는 "달콤, 살벌한 연인"을 봤습니다.

  저예산 영화라서 인지, 뭐라고 평 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얻은 것은 신세대들의 화법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는 것. 즉 영화에서 처럼 요새 젊은 세대들은 즉물적이고 직설적인 것을 좋아 하는가 봅니다. 그래서 눈이 맞으면 바로 관계도 갖고. 우회적이고 간접적인 화법은 잘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이 시대의 대세인가 봅니다. 참으로 황당한 설정에다가 말도 되지 않은 젊은이들의 직설적 대사가 이 영화를 이끌어 갑니다.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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