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어제부터 질질 내리는군요.

오늘은 계획산 설악산에 들어가서 1박2일 등반 게획이 서 있었는 데,

비가 와도 1진은 벌써 들어가 있고 아침나절 전화를 해 보니 비 그치기를 기다리며

소주 한 잔씩 하고 있단다. 비 그쳐야 할 텐데.


 각설하고 어제 3박4일간의 중국여행을  마치고 돌아 왔습니다.

춘천으로 내려 오는 버스에서 동기분을 만났지요.

그 쪽 팀들은 테마여행으로 유럽 열흘 갔다왔다고 합니다.

30일 1차 보충수업이 끝나고 다음 주 일요일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산에를 갈까 했는데, 마누하님이 가까운 중국이라도 가자고 꼬드깁띠다.

안가면 조금 괴롭힘을 당할 것같은 예감에 결국은 따라 나섭니다.


 상해 포동공항.

내리니 훅하니 더위가 밀려 옵니다.

여름철 남쪽 지방을 여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가를 내내 깨달았습니다.

40도를 넘어 드는 기온에 끈적함. 그리고 관광지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뿜어 내는

열기. 숨이 턱하니 막히고 땀이 줄줄 흐르지요.

우리가 갔을 때는 40년만의 최고 온도 였다고 합니다.

과거 여름날 용아장성에 오를 때,

그늘 진 곳 없어 달아 오른 암릉을 운행하던 때의 기억이 나지요.

무려 7시간의 운행. 맥이 턱하니 풀려 갔었고.

나중에 봉정암에서 마신 턱이 달달달 떨리는 시린 물 마시던 기억.

무인도에 바다 낚시 하러 갔다가 역시 돌들이 달아 올라서

어지러웠던 기억들이 이 무더위와 함께 떠오릅니다.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미션임파서블 3. 트위스트.

아둔한 머리로 떠오르는 것은 없고.

차창 밖으로 주변 도시의 풍경들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우선 들른 곳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건물.

시 외곽지역.  좁다한 통로의 3층 건물.

나무계단을 오르면서 상해에서의 그들의 활동을 생각해 봅니다.

날이 더운 관계로  웃옷을 벗고 다니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상해임시정부 건물

건물 주변



주변 경치


   홍구공원. 지금은 노신공원.

우리에겐 윤봉길의사 의거 장소로 널리 알려진 곳.

백범이 한인애국단을 편성해 단원 윤봉길을 보내 일본군 대장 등을 폭사시킨 곳.

이것을 테러라고 말하고 백범을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소수의 개인적인 의견도 표출되는 이곳 대한민국은 좋은 나라이겠지요.

마지막 날 춘천 버스 터미널에서 내려 보닌 대학생으로 보이는 단체원들이

"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있는 것을 보았지요.

좋은 나라에 살고 있다는 자긍심이 막 일어 납니다.

  역시 많은 사람들.

운동도 하고 나름대로 바쁘게들 움직이며 사는가 봅니다.

기념관 들러서 구경하고 주변을 둘러 봅니다.


윤봉길 의사 거사 지점 (1932. 4. 29)



공원 주변 경치


   저녁을 먹고 상해 서커스를 보러 갔지요.

서커스 중간중간에 카메라 플레쉬가 연방 터지더군요.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동작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는 행위는 조금 이해하기가 어려웠지

요.

마지막엔 둥근 통 안에 5명이 들어가서 오토바이 연기를 하였고 그것이 최정점이었습니다.


 관람 후 2시간 걸쳐 소주로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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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으로 접어 드는 이 때 생각나는 산 하나.

초여름의 점봉산.


  귀둔 쪽으로 오르는 곳은 통제를 하니

진동 쪽으로 해서 갔던 일.

쇠나드리, 바람부리를 지나서

억새풀 바람에 흔들리고

맑은 물가엔 열목어가 움직이고

바람부는 날.


  점봉산엘 가고 싶다.

과거 기린 근무시

초겨울 산엘 올랐다가

조난되어 산에서 하루를 꼬박지냈던 그 곳.


  설피밭를 지나 삼거리,

공사 중인 양수발전소, 조침령 터널이 보이고

강선골에 도착하여

물길따라 흐적이면서 오르다보면

주변의 봄꽃들 늦게사 피었지.

노란색의 선명한 꽃들.


  곰배령.

넓게 탁 트인 시야에 멀리 설악산의 주봉인

대청봉이 보이고,

나도 모르게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인공이 되어

노래 부르고 싶은 욕망.

도시락 까먹으면서 보내는 오후 한나절.

천상의 화원인 이곳에

우리나라 전체 식물의 20%가 있다고 한다.


  이른 봄

얼레지 군락.

이곳에 갔다가 진드기가 달라 붙어서

보건소가서 외과수술(아주 간단한 절개) 했던 일.

단목령 쪽으로 오다 본 멧돼지 운동장과 놀이터.

곳곳에 그 세를 과시하려는지 웅덩이를 만들어 놓았지.

멧돼지는 힘도 좋아라는 생각을 하면서

어디선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혹시나 하면서

귀를 세우고.


 그 숲을 뒤덮었던 신갈나무.

숲의 기운은 언제나 차고 맑다.

저 멀리로 이어지는 산들.


 여름날, 그 산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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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화산엘 갔었지.

흐린 하늘 조금 걷히던 날에.

그렇게 모여서 푸른 하늘 쳐다보았지

  바람 소리.

봄 날 산에 오른 많은 사람들의 소리.


 


   매길. 혹은 새남A길.

과거 등반 도중 날다람쥐가 멍하니 나를 쳐다보았던 곳.

나는 새처럼 자유로운 비상을 꿈꾸며,

한편 힘겹게 다가서는 산.

산들바람 이어서 우우우하니 불고.





  등 뒤 배낭에 카메라를 넣어서

침니(굴뚝 부분) 올라갈 때 등 뒤로 바위를 밀지 못해

요상한 자세로 오른다.

결국은 두어 번의 추락.

전날 삼악산행 후 마신 술 탓인지 몸이 무겁다.





  그 오름.

등산로에서 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웅성임을 들었지.

가는 봄의 아쉬움이었을까.

산들바람은 계속 불고.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올랐던 그 봉우리에 대해

이야기 해 볼꺼나. (김민기 혹은 양희은, "봉우리" 가사  중)

그 언제나 변치 않은

항상 그 자리에 우뚝 솟았던

그날의 그 봉우리를.


 기억.

웅웅 거리는 바람 소리.

마음도 따라 움직이는 소리를

늦은 봄날 메멘토.


바람부는 날에는
그곳이 생각이 날까?

그리움으로 다가서는 그대의 얼굴.

 

그 산들 그 자리에 있었네.
떠나는 자 항상 아쉬움으로 뒤돌아 보지만
항상 그렇게 마음 속으로 다가서는
설레임.

눈 시린 푸른 하늘을 보면서
가는 봄을 아쉬워 하네.
뻐꾸기 울음 소리.
바람 소리.
그리고 다시금 다가서는 산들.

기억하리.
친구여.
그리움의 5월의 산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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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사.

언뜻 보이는 북한강물 녹조.

흐릿한 하늘.

삼악산엘 오르다.


 바람과 숲의 소리.

몰려 오는 바람들 앞

가슴 열고 내가 섰었지.


 역시 흐린 하늘.

유월로 가는 짙은 녹색의 산.

며칠 전 내린 비로 물소리 선명하다.



  탁족.

시원한 물.

삼악산성 터 밟으며 부서진 기와를 보다.

보이는 사람 없는 호젓한 오후의 시간.

다시금 시야 흐리다.


  산행 후 밀려드는 허기.

 07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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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파 <인명> 헝가리의 보도 사진 작가(1913~1954). 전쟁 사진의 제일인자로 매그넘

(Magnum) 설립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에스파냐 내란을 촬영하여 인정받은 이래, 다섯 곳

의 전쟁을 취재하며 박진감과 휴머니즘이 넘치는 작품을 남겼다. (네이버 인명사전에서)

  예술의 전당 주변을 어슬렁이다가 카파 사진전에 들렀다.

포토저널리즘.

1930-50 종군사진기자. 사실성, 현장성, 직접성.

그는 이야기한다.

" 만약 당신의 사진이 충분하게 만족스럽지 않다면 당신은 충분히 가까이 가지 않은 것이

다."라는 카파이즘의 창시자이며 사진그룹인 매그넘의 지도자.

  그를 일약 세상에 알린것은 1936년 스페인 내전 때의 병사의 죽음과 관련한 사진.





  그후 종군사진기자로 활동하면서 현장 가까이서 전쟁에 대한 기록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있다.

비행기 안에서 눈을 붙이고  미군 낙하산병 (1943. 7)

피를 흘리며 전사한 미군 모습

그리고 노르망디작전 중의 오마하해변의 사진.

흔들리는 (slightly out of focus)  모습에서

거친 질감과 함께 현장감이 전해져 온다.

 사실성이 주는 힘과 극단의 현장감.











<공습경보, 바르셀로나, 1938>

 

  전쟁사진의 대부이며 종군기자의 전설이라는 카파.

여배우 잉글리드 버그만의 청혼을 거절하고

나름대로의 자유로운 삶을 살고자 했던 그.


 피카소와 그의 아들을 찍은 사진을 보니 재밌다.

해수욕 후  백사장에 서있는  새파랗게 젊은 아내(프랑수아즈 질로)와 아들을 위해

넓은 파라솔을 들고 있는 노화가의 아내와 자식에 대한 따사로운 인정이 전해지는 것 같

다. 

호형호제 했던 헤밍웨이의 병원 입원 사진도 또한 재미있다.(환자복 사이로 그의 엉덩이가
보인다.)


 결국 그는 또 다른 전쟁을 찾아서 떠난다.

41세로 인도차이나 전쟁 취재 중 지뢰를 밟아 유명을 달리하게 된다.




ROBERT C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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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녹음이 봄빛을 알리고 바위에 붙은 많은 사람들.

나름대로의 더 높은 곳을 향한 열망.

오전 2코스를 오르고

중간에 매달려 다른 사람들 사진도 찍어주고

점심때 되어 먹는 두르치기에 소주 몇 잔.

 봄날은 물소리를 타고 흐른다.



  아련한 취기 속에서

저절로 찾아 오는 봄날 오후의 잠.

그렇게 보낸 오후 한나절.




   노스페이스 등반팀 여성 한 분을 만났다.

오름동작이 날렵하다.

나는 언제나 저 경지에 오를거나를 생각하고

점심 때 마신 술로 인해 취기는 오르고

그저 바닥에 누워서 다른 사람들 오름짓이나 보다가

다시 잠이 든다.




  봄날 아련한 노란 봄 꿈을 꾸다.

개울 물소리 선선하게 나고

하루살이 귓가 윙윙거리고,

새소리, 사람들의 말소리 서로 어울리며

봄날 오후 한나절 그렇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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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산 인수봉 가는 길.

과거 등산학교를 나온 뒤 몇몇 아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생전 처음으로 올랐던 인수봉에 대한 기억.

그날 3월 중순이었지만 정상에서 부는 바람은 매서웠고,

하강하기 위해 다투어서 자일을 던지는 바람에

자일이 엉켜서 몇사람 공중에 매달려 동사했었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이었으니,

인수봉을 갔다는 사실을 안 부모님의 노심초사.

3월 민주지산에서 훈련 중인 공수부대원들의 이상저온으로 인한 동사.

자연 앞에서 인간은 하찮은 존재임을 느낀다.


  일기예보상 토요일 비는 내리다가 멈출 것이라 했는데,

서울로 가는 도중 간간히 비는 내린다.

화랑대 지나서 비는 무섭게 퍼붓고,

마음 속으론 내일 등반은 틀렸구나를 생각하고

그저 부침개 거리나 사갖고 가서

텐트 안에서 부침개나 부치면서

보내야지 하는 생각.





  우이동. 인수봉 들어가는 입구.

내일 산행에 필요한 김밥에 족발을 사고,

역시 비는 추적이며 내린다.

도선사 앞에서 차를 주차시키고

잠시 이곳이 몇 년만인하고 지나간 일에 대한 감회.

참, 시간이 빨리 가버렸다는 것.

비는 추적이면서 계속해서 내리고,

비 그치기를 기다리며 막걸리에다 파전을 시켜서 먹는다.

오락가락 하는 비.


  야영장이 계곡에 있는 관계로 미리 가있는 사람들에게

전화가 되지 않는다.

에라잇, 비가 잠시 그쳐서 발걸음을 옮긴다.

오랜만에 가는 인수봉 야영장 가는 길.

한 고개만 넘으면 바로 야영장인데,

오랜만에 85리터 배낭을 맸더니 발걸음 무겁다.

가파른 오르막, 습한 기운으로 인해서 등뒤로 땀은 타고 흐르고,

눈 앞 흐릿해질 때쯤 야영장 도착.

먼저 온 선발대와의 조우.

그리고 야영싸이트 정하고 텐트 치기를 시작.

봄가을 침낭을 가져 온 관계로 내복을 입었다.

그 훈훈함.

그리고 주고 받는 산 사나이의 정.

일찍 취기가 올라서 잤다.


  잠을 자다가 사람 말소리에 잠을 깨다.

이른 신새벽부터 다른 사람들 고려하지 않고 떠드는 소리에

흥분해서 육두문자를 써가며 흥분했다.

산을 닮고 산을 보는 눈으로 행동해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한 옹졸한 자신이 부끄럽다.


  아침 라면으로 대신하고 짐 정리하고

등반 장비를 갗추어서 등반지인 취나드B길에 당도하니

7시 10분. 앞에 선등자들이 없다. 다행이다.

인수봉은 주말이면 완전 수많은 등반자들로 인해

서로간에 막 엉키고 하는 곳.

우려했던 전날의 날씨와는 달리 맑다.

아침 햇살. 따스하다.

옆 루트를 오르는 사람들의 말소리.

7명 중 나는 마지막 후등자.

어제 전화하지 못해서 아침 전화를 했다가

이른 아침에 전화했다고 죽을 뻔했다.





  오름.

언제나 버겁다.

앞서 오른 사람들에게 다시금 길을 묻고,

입에서는 단내에다가 없던 심까지 쓰니 구역질까지 나오고.

정직한 몸이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신호이리라.






  하여.

인수봉 정상에 섰다. 건너 편의 백운대 산정에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5월의 바람 소리를 맞으며

그렇게 보낸 북한산에서의 이틀.

저멀리 주변의 산들이 가깝게 보였던 날.

성취감에서 오는  알 수 없는 느낌.

밀려오는 봄날 온 몸의 피곤함.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산.

또 오리라는 기약을 남기고

다시금 뒤돌아보며 내려온다.




                                                        인수봉에서 본 백운대의 모습.




 귀바위에서 하강 중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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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하는 "오르세미술관전"을 보다.

기차역사를 개조하여 만든 오르세 미술관은 인상파 작품들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

사진으로 된 오르세 미술관 앞에서 사진 한 장 찍고

오디오 설명서를 3000원에 빌려서 입장을 한다.


  입구 초입에 걸려있는 오르페우스 그림을 본다.

아폴론의 아들이니 그의 사랑도 역시 제대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조화가 그리스문명의 본질이고,

그 둘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홀린 상태의 들림.

아폴론의 경우에서는 그것이 시, 음악으로 나타나는 예술의 법칙이며

정오의 밝음의 세계로 이성을 나타낸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사랑은 언제나 깨진다.

시대가 지나면서 철학의 득세와 함께 감성적인 본성을 뜻하는 디오니소스적인

힘의 쇠락으로 인해 비극이 탄생했다는 니체의 설.

오르페우스의 비극은 부전자전일 것.

하여,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은 언제나 슬픈 것.





  밀레의 그림 앞에 서다.

옛날 이발소에서 수없이 보아 왔던 그림.

하루의 일과를 마친 농부들의 감사의 기도가 저녁무렵 평화롭다.

보편성을 통해서 얻어지는 공감성.

붓의 터치를 좀 보려고 가까이 가봤으나

유리막이로 인해 반사되어 제대로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모네. 아르장티유의 강가.

빛에 민감한 그들 화풍.

푸른 하늘에 떠 있는 흰구름.

그리고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

시시각각으로 빛에 의해 변하는 사물의 모습을

그들은 어떻게 표현을 하고자 했을까?

 시슬레의 홍수 때의 나룻배에 나타난 흰 구름의 풍경도 비슷한 느낌을 준다.

빛과 그림자.





  마네. 피리부는 소년.

인상파의 출발점을 알리는 작품.

회색 뒷배경의 단순화를 통하여 평면적 묘사를 통한

인물의 실제감을 살리고 있다.

아이의 커단한 눈이 다가 온다.


   폴 고갱                 황색그리스도가 있는 화가의 자화상





  고흐. 아를의 반 고흐 방.

아를에서의 예술공동체를 이루려 했던 그들의 삶이

고갱과의 불화.

발작. 귀자름.

가난한 아를에서의 생활.

소품의 단순함을 통한 고흐의 외로움을 엿볼 수 있고,

명작품을 눈 앞에 그리고 붓 터치를 볼 수 있어 좋았다.

 동생 테오의 지속적인 보살핌.

아를에서의 고독.

살아 생전 그림 한 점 팔지 못했던 고흐의 비애를 생각하며

다시 그의 방을 찬찬히 살펴 본다.



  르누아르의 줄리 마네를 본다.

따스한 색감과 고양이의 행복한표정.

약간 기운 듯한 줄리 마네의 얼굴.

그가 가까이 했던 인상파 화가들에 대한 훗날의 기록들은

그 가치를 발하게 되고.


 고갱. 타히티 여인들.

두툼한 입술. 붉은 꽃무늬 치마.

조금은 무관심한 까무잡잠한 얼굴 표정.


  그 외의 여러 작품들을 보면서,

봄날 따스함과 함께 행복감을 느꼈다.

여러작품을 두루 섭렵하는 것보다

한 두 작품 충분히 보라고 했는데,

나는 어떤 작품 앞에서 머무르고 더 많은 생각을 했는가를

스스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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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을 읽었다.

근 한 달이라는 시간이 소요되고, 읽고 난 지금은

그 내용의 전개가 단편적으로만 떠 오를 따름이다.

어린 소녀를 사랑하고 동경하는 주인공의 성도착증 행위.

험버트의 도덕성은 마땅히 비판을 받아야 하는 것인가를 생각한다.

총기를 이미 상실한 나이에 400여 쪽이 넘는 장편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여전히 두려운 일이다. 처음 책을 잡았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읽지는 않았을까 라는 생각.

롤리타 자신에게는 게걸스런 짐승에 불과한 주인공 중년남자의 심리를 조금은 알 것도 같

고.

  신문을 읽다 보니 잘 된 번역작품이 많지 않고,

그나마 8편의 작품이 "동물농장"에 몰려 있다.

번역은 반역이라는 데, 이윤기씨 마냥 매끄러운 번역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1달 여 기간 동안 중간 중간 쉬면서 읽다보니 내용의 연결도 안될뿐더러

난해함으로 인해서 머리 속은 요새 흐린 날마냥 산란하다.

아둔한 머릴를 탓할 수 만은 없고

다음엔 좀 가벼운 책을 읽어 볼까나.


 2.

  교육실습생들이 와서 마음은 내심 바쁘다.

수업하러 가면 청강신청을 하지 않은 교생까지 해서

10여 명이 뒤에 떡허니 앉아 있다.

학생들에 대한 언어의 선택 등등에 한순간 긴장되고 조심스러워진다.

그들 눈에 비친 나의 모습은

어떻게 보일런지 궁금하다.


 3.


  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한 "우리소리 판소리"를 듣다.

아이들이 나와서 강원도 새타령을 하는데 보기도 듣기도 좋다.

단지 청중 속에서의 과도한 추임새가 나같은 무지랑이의 귀를 어지럽힐 뿐이다.

 특별출연으로 조상현씨가 나와서 그의 양모라 할 수 있는 박녹주와 김유정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 낸다.

카랑카랑한 쇳소리의 동편제 박녹주의 소리는  씨디를 통해 "흥보가"를 들어 본 적은 있고,

김유정의 구애를 물리친 이후 그가 그렇게 유명한 사람인 줄 알았으면 한 번 만나 보기라

도 해봤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부모의 사랑에 대한 결핍증과 궁핍함등의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을 하여

어떤 특정 대상을 집요하게 따르지 않았을까라는 짧은 생각을 해 본다.

  자신은 감기가 걸려서 목이 않좋다고 얘기한 뒤

단가 "사철가"로 목을 풀고

심청가 중 심봉사 눈뜨는 대목 창을 한다.

명인. 국창.

삶이 묻어 나오는 소리.

목이 비록 잠겼지만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이 아름답고

범접할 수 없는 진정한 고수라는 느낌.

특히 눈뜨는 대목에서 그 전까지는 창자를 중심으로한 스폿조명을 쓰다가

심봉사 눈 뜨는 대목에선 객석의 불까지 환히 밝혀 개안의 효과를 나타내었다.

  오윤의 판화를 머리 속으론  떠올리며

집에 돌아 와 오랜만에 엘피판을 걸고 성창순의 창으로 다시 그 대목을 듣는다.

쫙쫙, 쭉쭉 허더니마는 모두 눈을 떠 버리는구나.

동행한 황봉사 뺑덕이 유인한 죄로 눈 못 뜨고

나중에 죄상을 고하고 심청이 눈을 뜨라하니 한 쪽 눈만 뜬 대목에선

밤은 깊어 가고 나는 실실거리며 웃음이나 흘린다.


  그 해 봄날 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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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발리슈가 지휘한 슈만의 교향곡 1번을 듣는다.

부제는 "봄".

클라라와의 사랑도 무르익고 한창 왕성한 시기에 작곡한 곡이라

약동하는 젊은 냄새가 난다.

이에 비해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에서는

나른한 봄날 오후가 연상이 되고

때론 나긋한 봄날을 연상하며 그 속에 빠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간 밤 내린 비로 주변은 눅눅하고

아침부터 흐린 날.


 사무실 공사 관계로 옆에 위치한 생물 실험실로 이전했다가

어제 다시 확장된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전에는 우리 부서만이었는데,

3층 도서관 확장공사로 인해 도서관부가 내려 왔다.

다시 짐을 싸다가 묵은 3.5 플로피디스켓 등을 보면서

지나가 버린 것들을 쉽게 정리하는 못하는 자신의 습성을 확인한다.

이건 사물함이 아니고 잡동사니 수두룩하게 모아 놓은 것이 되어 버렸으니.

필요 없는 것 버려야 할 텐데, 놔두면 언젠가는 써 먹을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묵은 것을 쉽게 정리하지 못하는 습성에서 연유되었으리라.

 전 번 날 집사람이 봄맞이 청소한다고 신발장의 묵은 신발들을

다 비닐에 싸서 밖에다 내다 놓았다.

며칠째 방치하고 있다가 오늘 버리면서 묵은 신발 하나 끄집어 냈다.

창갈이 한 릿지(암릉)화.

창갈이를 해서 바닥은  쓸만한 데 , 오랜 사용으로 인해 앞부분이

조금 옆으로 터져 나간 신발.

 몇 번이나 더 신겠다고 버린 신발을 다시 가져 왔을까.

아마도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애착때문이라고 생각을 해 본다.


  아침,

케비넷의 널부러진 과거의 것들을 정리해야 하는 시간에.

"버림"이라는 가혹한 판단을 내려야하는 이 아침이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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