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인수봉 가는 길.

과거 등산학교를 나온 뒤 몇몇 아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생전 처음으로 올랐던 인수봉에 대한 기억.

그날 3월 중순이었지만 정상에서 부는 바람은 매서웠고,

하강하기 위해 다투어서 자일을 던지는 바람에

자일이 엉켜서 몇사람 공중에 매달려 동사했었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이었으니,

인수봉을 갔다는 사실을 안 부모님의 노심초사.

3월 민주지산에서 훈련 중인 공수부대원들의 이상저온으로 인한 동사.

자연 앞에서 인간은 하찮은 존재임을 느낀다.


  일기예보상 토요일 비는 내리다가 멈출 것이라 했는데,

서울로 가는 도중 간간히 비는 내린다.

화랑대 지나서 비는 무섭게 퍼붓고,

마음 속으론 내일 등반은 틀렸구나를 생각하고

그저 부침개 거리나 사갖고 가서

텐트 안에서 부침개나 부치면서

보내야지 하는 생각.





  우이동. 인수봉 들어가는 입구.

내일 산행에 필요한 김밥에 족발을 사고,

역시 비는 추적이며 내린다.

도선사 앞에서 차를 주차시키고

잠시 이곳이 몇 년만인하고 지나간 일에 대한 감회.

참, 시간이 빨리 가버렸다는 것.

비는 추적이면서 계속해서 내리고,

비 그치기를 기다리며 막걸리에다 파전을 시켜서 먹는다.

오락가락 하는 비.


  야영장이 계곡에 있는 관계로 미리 가있는 사람들에게

전화가 되지 않는다.

에라잇, 비가 잠시 그쳐서 발걸음을 옮긴다.

오랜만에 가는 인수봉 야영장 가는 길.

한 고개만 넘으면 바로 야영장인데,

오랜만에 85리터 배낭을 맸더니 발걸음 무겁다.

가파른 오르막, 습한 기운으로 인해서 등뒤로 땀은 타고 흐르고,

눈 앞 흐릿해질 때쯤 야영장 도착.

먼저 온 선발대와의 조우.

그리고 야영싸이트 정하고 텐트 치기를 시작.

봄가을 침낭을 가져 온 관계로 내복을 입었다.

그 훈훈함.

그리고 주고 받는 산 사나이의 정.

일찍 취기가 올라서 잤다.


  잠을 자다가 사람 말소리에 잠을 깨다.

이른 신새벽부터 다른 사람들 고려하지 않고 떠드는 소리에

흥분해서 육두문자를 써가며 흥분했다.

산을 닮고 산을 보는 눈으로 행동해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한 옹졸한 자신이 부끄럽다.


  아침 라면으로 대신하고 짐 정리하고

등반 장비를 갗추어서 등반지인 취나드B길에 당도하니

7시 10분. 앞에 선등자들이 없다. 다행이다.

인수봉은 주말이면 완전 수많은 등반자들로 인해

서로간에 막 엉키고 하는 곳.

우려했던 전날의 날씨와는 달리 맑다.

아침 햇살. 따스하다.

옆 루트를 오르는 사람들의 말소리.

7명 중 나는 마지막 후등자.

어제 전화하지 못해서 아침 전화를 했다가

이른 아침에 전화했다고 죽을 뻔했다.





  오름.

언제나 버겁다.

앞서 오른 사람들에게 다시금 길을 묻고,

입에서는 단내에다가 없던 심까지 쓰니 구역질까지 나오고.

정직한 몸이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신호이리라.






  하여.

인수봉 정상에 섰다. 건너 편의 백운대 산정에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5월의 바람 소리를 맞으며

그렇게 보낸 북한산에서의 이틀.

저멀리 주변의 산들이 가깝게 보였던 날.

성취감에서 오는  알 수 없는 느낌.

밀려오는 봄날 온 몸의 피곤함.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산.

또 오리라는 기약을 남기고

다시금 뒤돌아보며 내려온다.




                                                        인수봉에서 본 백운대의 모습.




 귀바위에서 하강 중인 사람들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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