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신문에 본 로스트로포비치.

러시아 대통령까지 나서서 축하해 준 생일 잔치.


  그가 연주한 드로르작의 첼로 협주곡을 듣는다.

젊은 시절 카라얀과 연주한 그의 앨범을 듣고 있노라면

두 거장간의 팽팽한 긴장감이 오고간다.


  그의 고향인 러시아에서의 질곡많던 세월.

카잘스에 대한 생각도 떨쳐 버릴 수는 없고,

참 그 이념이라는 것이 무엇지를 다시금 생각하게되고,


  병에 쇠약하고 고단해진 그를 사진을 통해서 만났다.

고개 숙인 그의 모습.

황무지에서 꾸마의 마녀 소원을 생각하고,

그에게의 삶이 그다지는

덧 없지 않았으리라는 생각.


  세월은 가고 오는 것.

멋쟁이 미샤 마야스키.

수다장이 자클린 뒤 프레도

탱고쪽에 관심을 보이는 요요마도

가는 세월 앞에선 어쩔 수 없는 것.


  저음의 현이

아침, 가슴을 두드린다.


  너는 지금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느냐면서

아, 나도 늙어 가고 있구나라는 지울 수 없는 생각.


  보이지 않는 고향.

그리고 그리움.


 -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을 듣는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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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철 산불관계로 여러 산들은 통행금지 중이다.

그래서 연중 개방이 된 치악산을 떠올렸다.

구룡사 쪽으로 들머리를 잡고, 공단내 주차료 4000원에다가,

게다가 사찰입장료 2000원을 또 받는다.



   전날 내린 비로 계곡의 물들은 소리내어 흘러간다.

오르다 야영지를 보니,

옛날의 일들이 스멀하니 떠오른다.

전날 마신 술에다 아침 출발하면서 마신 술.

그때는 그렇게 마시고도 어떻게 올라 갔을까라는 의아심.

아무래도 점점 체력에 자신이 없어지기 때문이라는 생각.


  올 봄에 본 첫 나비 - 부전나비를 보다.

다람쥐 뽈따귀에 무언가 잔뜩 물고 바삐 움직인다.



  2시간 조금 넘어서 오른 산정.

배낭을 벗으니 등판부분에서 김이 모락하니 오른다.

그늘진 북사면은 아직도 얼음에다 눈이 섞여 있고,

전날의 비내림으로 맑은 하루를 기대했건만

흐림.

  바람을 피해 탑주변에서 사온 김밥 꺼내서 먹는다.

냉이무침에 번데기 안주.

목으로 착 달작하니 넘어 가는 소주.

그리고 산정에서의 바람 소리. 좋다.

나도 언젠가는 공덕을 쌓아서 석탑을 쌓아 볼까하는 생각.

경주 남산 중턱서 맛 본 수제 아이스께끼.

작년 가을 민둥산정에서 먹었던 아이스께끼가

갑자기 산정에서 왜 생각이 날까?

과거 상원사쪽서 종주했던 길을

흐릿한 시선으로 다시 쳐다보며

하산한다.



 
  세렴폭포 갈림길.

많은 사람들이 쉬고 있다.

물가에 앉아 있다가 옛사람의 운치를 생각하며

탁족을 했다가

워메, 발목 절단되는 줄 알았다.


 아랫 길.

바람이 잠들면 숲은 적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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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가목주를 마신다.

지난 여름 속초에서 보낸 일들과 함께 설악산 봉화대리지 길이 생각이 난다.

마가목 향을 맡으니

그해 여름 한낮 청량감을 주었던 그 설악의 바람 소리가

솔솔거리며 찾아 온다.

 그리고 클라이버의 베토벤 교향곡 5 & 7 씨디를 듣는다.

5번 1악장은 넘겨 버리고

2악장 부터.


  또 생각한다.

이렇게 한밤중에 닭날개를 잡아 뜯는 나는 누구인가?

먹다가 식구들은 뿔뿔히 흩어지고,

음악을 들으며 베토벤 생전의 그 고단했을

고뇌가 함께 밀려 오는 시간.

설악의 향기도 같이 있어 즐거운 시간.

술을 마시며 전 번 날 올랐던 봉화대 그 바위길을 생각해 본다.

흐린 날씨 탓인가?

술은 느릿하게 그대로 들어가고,

흐린 불빛 아래서

나는 왜 이 곡을 택했을까


  지휘자 클라이버.

4악장으로 들어 가면서

지독하게 몰아간다.

그 정점을 향하여.

즐겨 들었던 곡.

지금은 가고 없는 클라이버를 흠모하면서.

식구들, 다들 보니 없네.


  혼자 있는 시간을 위하여

베토벤 교향곡 5번은 불손하다.

어디론가의 향함에 대한 느낌을 받아서 였을까.

베토벤과 그의 시대.

하인리슈타트 유서.

이후 지속적으로 다가 오는 청각에 대한 불안과 공포.

불안. 그 알 수 없는 불안.

대화 대상이 없는 상태에서 자신에 대한 자문자답.

반복에서 오는 주제부의 강조.

마가목 향.

아직도 남아 있는 시간.


  술의 향에 어리는 과거의 일들.

이것처럼 과거의 일들을 떠올리게 하는 매체가 있다면

과거의 기억들은 언제나

기억의 저편에서 서성이고.

결국 나는 그해 여름날 기억의 끝부분까지

다 마셔 버리고 말았네.

떠 오르는 생각들.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상상력을

키우는 하나의 조건인 것.


  크라이버스는 음을  조율하고 강약을 조정한다.

그의 아버지가 그러했던 것처럼.

늦은 밤.

귓가에서 들리는

마음 속의 그해 여름 바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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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월달 이후 연일 계속되는 송별연에 이미 몸은 찌들어져 있었지요.

뜀뛰기 날짜는 흐느적이며 어느덧 다가 오고 번호표와 기념티를 받으니,

또 한 해가 시작되었음을 실감을 했지요.


 2.

  아침 4시에 일어나 뒤적거리며 밥솥의 찰밥을 조금 먹고

버스로 향합니다. 연습 부족이라는 내심의 치명적 요소가

사람의 행동을 위축하게 만들지요.

 광화문 앞.

   전년도의 그 쌀쌀함에 비해서는 많이 좋아 졌지만

한기를 느낍니다. 많은 무리 중에 나도 그저 한 사람이겠지요.

출발 선상에서 부정직한 마음 주문을 걸어 최면을 걸어 보지만

마음이 언제나 문제이지요.

 한무리가 되어 출발선을 지나 갑니다.

한 해의 시작이 되었음을 몸에게 알리는 통과의례지요.

10키로 가는 사이에 예년과는 다르게 2번씩이나 화장실을 다녀 옵니다.

잠시 일행으로부터 떨어져 있다는 생각에

정직한 몸은 열심히 움직입니다.


 3.

   아, 왜 이렇게 힘이 드는 것이여?

도대체 왜 뛰는 것이여 하면서 잡다한 생각을 하지만 답은 찾을 방법이 없고

가다가 20키로를 넘으니 원초적인 질문에 답을 못해서인지

뛰기가 싫어 집니다.

 한편으론  청계천변 저쪽으론 선두그룹들이 뛰는 것이 보입니다.

보니 이봉주선수 3위로 뛰고 있네요.

25키로 넘어선 마음이 잡혔는지 글 또 뛰어 보자는 생각을 갖게 되고,

참 마음 먹기가 이렇게 힘이 들고,

마음 먹은 뒤에는 편안함이 찾아 오는 것임을 또 느낍니다.


 4.

  잠실대교를 건너갑니다.

느릿한 강바람을 측면으로 맞으면서,

정태춘이 얘기한 환멸의 90년대를 생각하면서

오른쪽으론 골인지점인 잠실주경기장이 눈에 들어 옵니다.

눈에 들어 오면 뭐하나요.

 주경기장을 가려면 뻔히 보이는 길 놔두고 구불거리면서

아직도 8키로 정도가 더 남아 있는데요.

몸에선 고통의 신호를 보내지요.

마음은 무시를 하고, 35키로 지점에서 잠시 쉬었다가 스트레칭 좀하고

다시 40키로 지점에서 스트레칭. 오른쪽 다리가 구부러지지 않아 애를

먹었지요. 막판 힘이 떨어 짐을 느끼고

조금씩 걷습니다. 그래 내가 이거해서 먹고 살고 아닐건데,

왜 애를 써서 뛰냐는 마음이 몸을 지배했지요.

 운동장이 가까워 질 무렵,

오른쪽 다리에서 작은 경련이 일면서

신호를 보냅니다.


 5.


  또 뛰었습니다. 항상 생각하는 것은 좀 더 연습을 했더라면 하는 생각.

그렇지만 시간이 그렇게 많이 나는 것도 아니고,

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연습으로 삼는다는 교만한 마음도 가져 보았지요.

 머리 속으론 스메타나의 현악4중주 1번의 악장을 떠올렸지요.

작곡가로서 생명이랄 수 있는 청각을 상실했던

그가 생각했던 지난 시절의 행복은  무엇이었을까요?

  소년시절의 낭만적 동경과 청춘의 나날들, 첫사랑에 대한 행복한 회상들.

가볍게만 지나가 가버린 지난 날에 대한 회상이지요.

그리고, 지난 시절 나에게 있어서 그것은 무엇이었던가를 생각해 봅니다.

  그리워라. 다시 갈 수 없음에 부르는 노래들.

 "캣츠"에서 늙고 쇠락한 고양이 그리자벨라는

다른 젤리클 고양이들에게 천대를 받으며

과거의 일들을 생각하면서  노래를 부르지요.

 행복했던 때의 기억. 메모리. 다시 돌아 와 줘요.

하면서 말이지요.


 6.

  비 내리는  흐린 날.

수업이 없는 지금, "플라멩고 판타지" 음반 듣고 있습니다.

키타와 어울린 목소리, 손뼉의 동작들.

 정적인 면 보다는 오후 한 나절을 몸을 움직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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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는 날, 나는 당신에 대한 긴 꿈을 꾼다.

나의 꿈은 언제 날아 올라 저 높은 산정에 까지

갈 수 있을 지를 자문하고.

떠남에서 느끼는 자유로움을 함께 하며,

그렇게 저멀리 갔다네.



   눈마저 내린 날이 었지요.

가는 겨울이 아쉬워

시샘을 하던 삼월의 어느 날.

차거운 한기에 결국은 마음마저

굳어 버리게 만들고.

어찌할꺼나.

돌아 서는 수 밖에.

 눈으로 다시 담는 산들.









  그 속내를 보이지 않는 산.

내가 바라보는 시선은 그 중의 단지 일부분인 것을.

하여, 다시금 내리는 눈들.

시린 손 호호 불며

올랐던 신선암 연습바위가

훗날 기억이 될까.




 
  다시 바람은 이어지는

그날의 하루.


  하여, 친구여.

그 날 본 것, 느낀 것들.

그 해 봄 추위와 함께 가슴 속으로 쓸어담기.

그리고 기억하기.

사람들과 함께 함으로써

느꼈던 그 자유로움에 대해서 말하기.

아쉬움은 언제나 늦게 찾아 오는 법.





  또 다시 찾아오리.

동지길, 새천년길...

이젠 조금 익숙해진 이름들을 마음에 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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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흐린 날 마신 술.

아침 둔탁한 머리를 두드려도 소용이 없으리.

어제의 기억은 하여 어제로 다 지나가 버린 것.

지나간 것에 대한 그리움은 언제나 시간이 지날수록

배가 되어 겹겹이 누르고,

그저 일상의 일들만 겹겹이 쌓여 지는 것.

일들.


 2.

 또 , 아침

브르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으며,

시작하는 하루.

그려, 감정은 언제나 설렁이고

협주곡 들으며 스멀거리며 떠올리는 옛일들.

 그리워라. 그로테스크한 로망의 시대들.

푸욱하니 빠져보는 시간들.

멀리 또 가까이 보이는 하늘.

몸짓.

다가설수 없는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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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북능선엘 갔었네.

눈마저 내린 토요일 오후, 우리들은 그렇게 출발을 했었지.

내리던 비가 설악이 가까워 오며서 눈으로 변해가고 있었지.

오르면서 나는 보았네.

설악의 시린 눈을.

그렇게 또 올라가야 하는 길.

눈 앞에 펼쳐 진 그 길들.

이 길은 어디에서 끝날 것인가를 생각하고

또 그렇게 오른다네.







  오르면서 본 풍경들.

산은 내린 눈으로 인해 제 색을 가리고,

푸른 하늘과 대비되는 눈빛.

그 눈 속에서 빛나는 우리의 눈빛들.







  하여 귀때기청에 올랐네.

1577 미터에 올라 멀리 운무가 피어오르는 가리봉을 보면서

지난 날 올랐던 일들을 떠올린다네.

날씨가 좋아서 지난 밤엔 별들이 쏟아져 내려 와

반짝이면서 그렇게 곁으로 다가왔었지.

 
  기억하리.

그날 밤 쏟아져 내렸던 별들과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귀때기청 오르면서 우우우 부는 바람 속에

그날 우리가 있었음을.





  내려 오면서 보았다네.

눈과 어울린 푸른 하늘 속에

우리들이 함께 하고 있었음을

느끼면서 그렇게 보낸 시간들.

또 기억하리.

그날 우리가 함께 했던 느낌을.






  하산하면서 본 귀때기청과 가리봉.

하여 그날 일들 머리 한 켠에 채곡이 쌓여서

서북능선을 다시 찾을 때 줄줄이 기억들이 연상되어

나오겠지요.


                                          <하산하면서 본 귀때기청>




                                           <귀때기청 정상에서 본 가리봉>


  함께 그 시간을 공유했던 분들.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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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날 마신 술로 인해 아침 뒤척이고 있을 때

집사람이 어디를 가잔다고 한다.

창 밖을 보니 눈은 폴폴 내리고 있고,

눈 내리는 날 어디를 가냐고 해도 가잔다.

따라 나서는 수 밖에.


 광주준 초부면 마현리.

현 행정구역상으로는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소재 다산유적지.

과거 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할 때 유적지 간판을 언뜻 본 적이 있기때문에

그 지역을 알 것 같았다.


 청평 고갯길을 넘어서부터 눈발을 어지럽게 더 휘날리고

쌓이진 않았지만 설설거리며 차들이 고갯길을 내려간다.

대성리 전 갈림길 철길을 넘어서면서 부터 보이는 호수와 눈 덮힌 산들.

인근 산의 모습은 언제나 보아도 둥글하다.

산과 길 거리의 나무들은 백색의 경보 발령 중.


 언덕 길 올라가는데 차들이 많이 밀려 있다.

몸 속으로 느끼는 전날 주취의 흔적.

전 날 먹다가만 노가리를 다시금 질겅이면서 기다리다가

10분이상 지체가 되면 다시 돌아 가자고 얘기를 하고

기다림.

반대 편 지나가는 차에 물어 보니 언덕길을 트럭이 올라가지 못해서

정체 중이라나. 그래서 차를 돌리고 나니 때는 점심 밥 때.

눈은 점점 어지럽게 날리고.

한옥 비스므리하게 해 놓은 집에 들어가 식사를 한다.

창 밖으로 보이는  눈 소복히 쌓인 항아리들.

과거의 일을 생각하는 매체가 되어

입가에는 미소가 나오고 한편 친근감이 앞선다.




밥을 먹고 나니 본전 생각이 나서 다시 차의 방향을 다산유적지로 돌린다.



 利 農, 重農, 便農의 3대 농정 실시를 주장했던 학자.

나이 23세때에 정조 앞에서 "중용"을 강의 했던 그의 패기 넘쳤던 행복했던 시절을 생각해

본다.

순조의 등극과 함께 행해진 신유박해 그리고 남인의 몰락.

이른바 끈 떨어진 뒤웅박의 신세로 전락한 그는 18년간의 유배생활을 겪는다.

긴 유배 생활 그가 할 수 있었던 것 아니 학자로서의 명분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

을까?

10여 년간 보낸 강진 다산초당이 그의 외가 해남윤씨 본가와 지근거리에 있다는 지리적 조

건과 그리고 외증조부에 해당하는 윤두서가 소장했던 많은 책들.

유배지에서의 외가 댁 장서의 탐독.

백련암의 고승과 초의 선사와의 종교를 넘어서는 대화.

500여 권에 해당하는 많은 저작들이 과거 관리로서 본 백성들이 처한 궁핍한 현실인식과

이러한 독서를 바탕으로한 그 끊임없는 사유의 결과이리라.




  퇴락한 여유당에 들러 처마 위에 쌓인 눈을 보고

다시 발 걸음은 그의 묘소로 향한다.

눈 앞을 가로막는 시린 눈으로 인해 저멀리 북한강과 남한강이 함께 합치는

팔당호의 수면을 보지 못했다.



 돌아 오는 길.

다시금 뒤돌아 보면서 오르는 언덕.

차 안 테이프에선 베토벤의 "첼로쏘나타 3번"이 흘러 나온다.


 30세 때 음악가로서는 치명적이랄 수 있는 귓병이 악화되어 연주가로서의 길을 포기하고

작곡가로서의 길을 들어서야했던 베토벤의 고뇌를 생각한다.

그 고뇌가 정약용의 백성의 삶을 위한 고뇌와 동류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

32세 때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를 쓰고 이후 30대 후반에 보여 주었던 정열적인 작품들.

교향곡 5번, 피아노 협주곡 5번.

로스트로비치의 첼로음은 낮게 웅웅 거리고

이에 화답하듯이 피아노는 응답하고

서로 이끌고 밀고 당기고 배려를 하고 있다.

그 고뇌의 시대에 이렇게 뛰어난 작품을 발표한 악성에 경의를 표하며

창 밖으론 바람 웅웅거려도

우리같은 무지랑인 음악을 주의깊게 듣는 것이 예의일 것.

영웅을 필요로 하는 시대는 불행한 시대이다.

그러나 더 불행한 것은 영웅을 필요로 하는 시대에 영웅이 없다는 것.


 단편의 자잘한 생각들.

차창 너머 휘날리는 눈 속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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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날 마신 술로 인해 아침에 일어 났다가 다시 누웠습니다.

아마도 이날이 쉬는 날이어서 그랬을 겁니다.

안그랬음 또 머리 횡하니 습관처럼 그렇게 학교로 갔을텐데

아침나절 보니 흰 눈이 쌓여 있더구만요.

 밤새 내린 눈으로 풍물이 달라져 버린 세상.

옷 주섬 입고 학교로 사진기 들고 나갔지요.

가서 찍은 학교 풍경 몇 컷.

학교 경관과 주위는 전국 최고라 할 만하나

근무 여건은 最苦이지요.


 흐흐흐, 요샌 신경을 쓰는 것이 귀찮아서

둔하게 무덤덤하게 살아 갑니다.









  눈이 내려, 눈이 시린 날.

먼 산의 눈을 보면서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지요.

눈 밭에서 개표로 놀던 때.

신숭겸묘에서 몰래 타던 비닐포대썰매의 그리움이 함께 몰려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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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랬지.

겨울- 계절이 주는 황량함과 친구가 되어서

그렇게 갔었네.

꾸불한 골목길 따라 이어진 흙벽 토담 속으로 들어가며

나는 옛날로 점차 들어가고 있었지.


 골목길 굽이 돌아 한꺼풀씩 벗겨지는 옛집들.

그립고 정겨워라.





 실제로 사람이 살아서 집 전체의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한편으론 아궁이에 군불때는 모습과

마을 입구 쪽으로 낮게 퍼지는 연기들.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했다네.

젊은이 다 떠난 허름한 집이지만 당신들의 집인 관계로

불편하지만 오늘까지 살고 있다고 하네.

  현장학습을 나온 초등학생들의 재잘대는 소리에

어느덧 짧은 겨울의 해는 뉘엿지고

강변 둑을 따라 걸으면서 그려본 물동이 닮은 마을의 모습.

 어두워지는 하늘 뒤로 하며 바라본 마을

멀리서도 보이는 교회 십자가.

하여 날 어두워 병산서원은 가 보지 못했다네.



입암 류중영의 고택 (한석봉의 글씨)



                                             류성용 종가 충효당(미수 허목의 전서)

                                             까치구멍집서 먹은 헛제사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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