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리슈가 지휘한 슈만의 교향곡 1번을 듣는다.

부제는 "봄".

클라라와의 사랑도 무르익고 한창 왕성한 시기에 작곡한 곡이라

약동하는 젊은 냄새가 난다.

이에 비해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에서는

나른한 봄날 오후가 연상이 되고

때론 나긋한 봄날을 연상하며 그 속에 빠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간 밤 내린 비로 주변은 눅눅하고

아침부터 흐린 날.


 사무실 공사 관계로 옆에 위치한 생물 실험실로 이전했다가

어제 다시 확장된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전에는 우리 부서만이었는데,

3층 도서관 확장공사로 인해 도서관부가 내려 왔다.

다시 짐을 싸다가 묵은 3.5 플로피디스켓 등을 보면서

지나가 버린 것들을 쉽게 정리하는 못하는 자신의 습성을 확인한다.

이건 사물함이 아니고 잡동사니 수두룩하게 모아 놓은 것이 되어 버렸으니.

필요 없는 것 버려야 할 텐데, 놔두면 언젠가는 써 먹을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묵은 것을 쉽게 정리하지 못하는 습성에서 연유되었으리라.

 전 번 날 집사람이 봄맞이 청소한다고 신발장의 묵은 신발들을

다 비닐에 싸서 밖에다 내다 놓았다.

며칠째 방치하고 있다가 오늘 버리면서 묵은 신발 하나 끄집어 냈다.

창갈이 한 릿지(암릉)화.

창갈이를 해서 바닥은  쓸만한 데 , 오랜 사용으로 인해 앞부분이

조금 옆으로 터져 나간 신발.

 몇 번이나 더 신겠다고 버린 신발을 다시 가져 왔을까.

아마도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애착때문이라고 생각을 해 본다.


  아침,

케비넷의 널부러진 과거의 것들을 정리해야 하는 시간에.

"버림"이라는 가혹한 판단을 내려야하는 이 아침이 조심스럽다.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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