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래 밀렸던 길.
계획했던 한편 비로 인해서 연기되었던 2구간 길을 갔다.
이른 아침 2시에 일어나 간다.
산이 있음으로 인해서 또한 느끼는 마음의 자유
미시령까지의 국도는 엉성하다.
연말까지 정비하겠다고 팻말만 붙여 놓고,
말고개 공사현장은 옛날 내가 다니던 때와 별반 진척이 없다.
낙후된 지역이라는 인식. 한편 지울 수 없다.
2.
아침 5시. 미시령 휴게소 맞은 편을 오른다. 배낭의 무게는 어깨를 짓누르고 내가 지고 갈 삶이 무게인가를 생각할 즈음 뒤로 보이는 운해.
산행 내내 운해는 나를 뒤따르며 감시했다.
그리하여 산길 걷는 자 동무하고,
바람소리 산을 오르고, 황철봉 오르는 너덜길.
삼악산, 귀떼기 청봉의 너더길을 생각한다.
그래 어느 야트막한 산길이라고 쉽겠는가.
역시 오랜만에 맨 배낭으로 인해 다리부터 너덜해 온다.
저항령을 지나 1249봉 암릉지대에서 길을 잘못 들었음을 조금 시간이 지나서야 알아버렸다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으면 삶이 재미가 없겠지만
탈출 결정 후 원점으로 돌아 오는데 걸린 시간은 2시간.
잡목 숲 헤치고 나가다 배낭의 탑부분이 걸려서 용을 쓰다가 발에 쥐가 나고 양 쪽의 팔과 목주변엔 긁힌 상채기들.
팔목의 상처가 아물때쯤이면 그날의 일들이 몸 속으로 녹아 서서히 기억되리.
마등령을 향해 다시 출발.
나이 50을 넘은 두 분은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가야만 하는 길.
지리하다. 운해는 계속해서 전체적인 조망을 가로막고
산행 중 흐릿하게 멀리서 본 울산바위.
옛친구를 본 반가움으로 가벼운 탄성이 흘러 나오고,
마등봉에서 마등령으로 내려 가야하는 데 역시 잘못 들었다.
길을. 내려가니 마등령 샘터. 시린 계곡물을 마시며
아직 남아 있는 공룡능선 산행을 걱정하고
급기야는 한 분이 여러 이유를 들어 하산하겠다고 한다.
결국은 마등령 초입에서 비박(불시노영)하기로 설득을 했다. 장비라곤 내가 가져온 침낭과 산행 중 주은 침낭 하나.
나무 긁어 모으고 흐린 밤하늘 모닥불 아래서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약간의 취기를 느끼며
그렇게 하룻밤을 보냈다.
밤하늘 별이 보이지 않는다. 샤플린의 노래 "별은 사라지고"의 영상과 가사 구절이 떠오르고.
스산한 밤 기운.
천상에서의 지친 휴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