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등반을 했지요.

설악에서의 초청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오랜만에(올해 자연암 등반은 처음임)바위를 붙는다는 생각에 즐거웠지요.

물소리 졸졸 나는 계곡을 지나 목적지인 신선벽에 도착하니

한쪽에선 장비 주렁주렁 달고 인공등반을 하고 있고

등반 준비 중이 여러 팀들이 보였지요.

 

 커다란 벽을 보면서 밀려오는 근심.

그간 운동을 꾸준히 못했다는 생각 등등에

자신을 위로하지만 제길 주눅이 들긴 마찬가지였지요.

그려, 안되면 쥬마(인공 등반기구)질이라도 한다는 생각에

조금은 위안이 되었지만 등반하는데 보조 기구등을 사용하면

후배들도 있고 하는데 사실은 챙피하지요.

그래도 어쩌나요.

살 떨리는데 살고 봐야지요.

 

 총 8명이 2개 파티로 나누어 출발을 했지요.

직벽에서 느껴지는 바위의 거친 살결

고르지 못한 숨결, 훅하니 오르는 열기.

멀리 주변의 산들이 보이고,

크랙부분을 지나 바위의 돌출된 부분을 넘어야 하는데

잠시 주춤하고 심호흡을 하지요.

옆 파티에서도 선등자 끙끙 거리며 올라갑니다.

간신히 1피치를 끝내고 배낭을 뒤져 가져온 물을 꺼내 나눠 마셨지요.

선등자는 이미 올라 갔고, 나는 3번이라서 마지막으로 오르는 후등자 확보를 하고 다시 2피치 시작.

중간쯤의 가다 보니 약간의 오버행 부분에서 멈춰버렸지요.

이유는 몸의 균형이 깨져 버려서요.

내 배낭에다 50미터짜리 자일 한동과 카메라, 렌즈 2개, 물통 그리고 약간의 먹을 것을 넣었더니

오버행(하늘벽) 쪽에선 하중이 뒤로 쏠리니 자연히 밸런스가 깨지지요.

여러 번의 오름짓 시도 끝에(삶이란 이런 것인지요)

내 배낭을 후등자에게 메게 오라고 시키고 버벅이면서 올라 갑니다.

몸은 가벼워진 것 같은 데, 아까  힘을 쓴 관계로 팔엔 이미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져(펌핑) 왔지요.

오르는 데 손은 덜덜덜 떨리고(보통 우리는 오토바이 탄다고 합니다.

대체로 오름할 땐 다리가 달달 거리며 떨림) 있는 모습을 보고

앞서 올라 간 후배 넘이 실실 웃으며 한마디 했지요.

 " 형, 운동 좀 해!!"

"아 썅, 누가 그런거 모르나. 심빠져 죽겠는데, 너 올라가면 주거쓰"

그야말로 간신히 올라 갑니다.

손등은 이미 몸부림쳐서 여기저기 까지고,

2피치 마치고 또 생각을 했지요.

"이 고생하면서 내가 왜 이짓을 하는가"를,

결국 자문에 대한해 답은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지요.

 

 흰구름은 쉼 없이 흘러가고,

반대편의 벽인 미륵장군봉 쪽에서도 여러 파티가 올라갔지요.

그 무거운 사진기 꺼내서 손 발발 떨면서(이건 수전증이 나니라 힘이 빠져서 나타나는 증세임)

옆 파티 오르는 사진 찍고, 하늘 찍고 했지요.

설악의 맑은 물과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있다는 생각에 마음은 언제나처럼 가벼웠지요.

5피치 정도(70여 미터) 올라 간 후에 하강.

내 배낭을 진 후배에게 고생했다하고(결국 갠 쥬마링으로 올라왔음)

사온 김밥에 라면을 끓여 먹으며 오후 늦은 시간을 보냈지요.

 

 그렇게 보낸 일요일.

오랜만의 등반으로 인해 몸은 무거웠지만 마음은 자유로웠지요.

그리고 운동 좀 더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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