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슬금 저무는 12월
시간은 어느덧 중순을 넘어서고 마음만은 바쁜 날.
그간의 저마다 숨겨진 기량을 뽐내려 모여들었지.
회원들 서로간의 안부를 나누며 시작한 파티.
후생가외(後生可畏)라.
지난 시간과 세월의 공력은
젊음이라는 아주 잘 포장된 무기 앞에 맥을 못추고
서로가 서로를 다독이며 걷는 시간 속
지난 시간의 흐름을 보았네.
한 해 슬금 저무는 12월
시간은 어느덧 중순을 넘어서고 마음만은 바쁜 날.
그간의 저마다 숨겨진 기량을 뽐내려 모여들었지.
회원들 서로간의 안부를 나누며 시작한 파티.
후생가외(後生可畏)라.
지난 시간과 세월의 공력은
젊음이라는 아주 잘 포장된 무기 앞에 맥을 못추고
서로가 서로를 다독이며 걷는 시간 속
지난 시간의 흐름을 보았네.
1.
바람부는 날 산엘 올랐어요.
언제나처럼 겨울은 눈물을 쏙 빼놓고
손끝으로 타고 오르는 추위를 바람 그늘 속에서 실감했어요.
가야할 길 눈으로 그리며 보았지요.
길들 눈에 덮여 보이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의지한 채로 오르는 겨울 산.
따슨 마음이 함께 했었고 그 뒤로 바람이 뒤따라 왔으며
흰 눈들이 길라잡이를 했지요.
2.
겨울 산은 봄가을 내내 감추어 두었던 속살을 드러내고
중년을 넘어선 여인네의 풍성함을 지나
지혜가 많은 노인의 모습으로 다가 온다.
속살 감추지 않은 적나라함으로 다가 서는 산.
긴 머리 날리는 바람 속 웅웅 울어대는 산의 음성.
두 발길에 전해지는 느낌과 눈 속의 울림.
그리고 함께한 사람들.
3.
바람 부는 날이면 겨울 산에 올라야 한다.
그리하여 그 바람 속에 설 수만 있다면
저 멀리 보이는 산을 볼 수가 있다면
그 산은 이미 오름의 의미를 가진 것.
아침나절 강변을 떠도는 바람이 잔잔한 날.
세상사는 일에 이런저런 의미를 붙이기를 좋아하는 우리들.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된다는 소설을 지나
11월의 마지막 주로 향하는 시간에 서로의 안부를 묻고
차디찬 바위의 감촉을 느끼며 이만큼의 시간이 흘렀음을 생각한다.
시간은 이렇게 각자의 나이만큼의 속도가 되어 빨리 지나가고
나뭇잎 하나 붙어 있지 않은 황량함 계절 속
지난 날은 어떤 의미를 주고 지나갔을까를 묻는다.
차디 찬 바위의 감촉은 손끝으로 전해져 얼얼해 오고
아지랑이 아른거리는 따슨 봄날의 시간이 그리워지는 날.
알알한 쫑바위의 기억을 오래 갖고 있다가 다시 꺼내는 날을 그리며.
요번엔 광각렌즈(14-24mm) 사용.
오랜만에 삼악산 종주를 한다.
겨울로 향하는 주변의 풍경들은 밋밋하게 다가오고
일상에서 벗어나 색다른 풍경을 기대해 보지만
그 일상성에 싸여서 대상에 대한 새로운 눈을 지니지 못한다.
예전에 사진을 찍던 곳에서 다시 주변의 풍경을 찍고
이곳저곳을 두루 살펴 보지만
시선의 폭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일상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둔한 감성을 탓하며
바람 부는 날 오후
나무 등걸 뒤로 바람을 피하면서
전해지는 바람의 움직임과 늘어지는 오후 햇살을 바라 본다.
2012년 11월 정기 산행
- 산행 대상지: 소금산(우천 관계로 장소 변경)
이른 새벽부터 내리는 비.
창문너머로 힐끔 쳐다본다.
원주로 가는 고속도로 위에서 나는 보았네.
구름들 몰려 다니며 산을 넘지 못하고 겹겹이 산아래 늘어 선 것을.
차창으로 만나는 늦가을의 풍경.
비는 추적거리며 오고
길 오르며 변해 버린 주변의 나무를 본다.
비에 축축하게 젖은 원시의 나목(裸木)들.
멀리 보이는 철길 아래론 길게 이어진 화물열차 터널을 빠져 나와 어디론가 가고
감아 돌던 물소리 점차로 크게 들릴 즈음 산행은 끝나고 있었다.
홀로 걷는 산길.
늦가을 솔향의 내음을 맡는다.
- 춘천 동면 빙산에서
산정에서 소양강댐주변 조망
오랜만에 아침 시간에 오른 금학산 매바위에서 본 동송 주변 풍경
김장 후 논길을 거닐다 기러기 무리를 만나다.
안항(雁行)
아침부터 비는 추적이면서 내리고
아파트 베란다 창문 너머로 간 밤 떨어진 나뭇잎을 바라본다.
결혼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아이들은 내려와 있고 해서
비는 내리지만 가까운 가평 남이섬으로 발길을 옮긴다.
몇 년전의 가을 날
남이섬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밀리기 시작한 차량행렬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도착한 곳.
은행 잎의 노란색과 녹색이 뒤엉켜서 가을의 색감을 보았던 곳.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비 사이로 흐릿하게 보이는 섬.
사람들의 움직임따라 길을 걷는다.
오가는 이들 가벼운 탄성으로 가을에 대해 노래하고
비에 젖은 우중충한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노란 가을 빛.
더듬는 지난 기억들.
따스한 색감의 가을 빛이 묻어 나는 날.
가을의 붉은 색과 노오란 색들이 뒤엉켜 오는 시간.
알락달락한 가을 산색에 대한 기억.
춘천시 산악연맹 합동 등반 - 용화산 자연휴양림 주변.
오후 햇살 느릿하게 떨어지는 날.
천변의 가을 빛이 얼마나 바귀었을까를 생각하며 길을 나선다.
의암호수변에 도착하여 이접한 삼악산을 보니
아직은 가을의 빛이 완연하지 않고
느릿하니 오르는 오후나절의 드름산.
과거 자연암장 길을 개척해 놓은 곳엔 사람들 다니지 않아
잡초만이 무성하고 바람만이 골짜기를 향해 오른다.
드름산정에 올라 바라보는 호수와 산.
햇살을 받아 빛나는 노란빛.
짙어가는 산색.
마음 속으론 그리는 지난 가을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