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재를 넘으며 나는 보았네.

하늘을 닮은 색을 띤 현호색이 무리지어 피어 있음을.

지나가는 일상에서 보지 못했던 것들이 이제는 낯설음으로 다가서고

 

 과부하로 인한 허리의 통증으로 시작되었던 4월.

허리의 통증이 가라앉을만해서 감기가 찾아오고

그것이 나을 즈음 밖으로 쏘다녔더니 다시금 도진 허리 통증.

단순명료하게 다가서는 아픈 4월의 기억들을 안고

배낭의 무게와 삶의 무게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 보지만

한 달 여만에 다시 메는 배낭은 고개를 넘어가는 오름길에서

그 무게만큼의 묵직함이 다시금 전해져 온다.

 

 여러 잔의 술이 사람의 마음을 푸근하게 할 수는 없지만

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들어있는 자잘한 정은 밤의 적막을 넘어선다.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한걸음씩 내딛고 있는 서로의 발자국을 보면서

그리고 가고자하는 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깊어지는 이야기는

어둠 속의 불빛보다 더 살갑게 서로에게 다가온다.

내려오는 골짜기의 바람 속으로 오르는 취기에 몸을 떤다.

 

 아침 댓바람부터 부는 바람은

봄이라는 계절을 무색하게 하고

오른쪽의 인수봉을 옆에 두고

신동엽길 들머리를 찾아 골짜기를 오른다.

오른쪽으로 만경대 뒤로는 노적봉이

왼쪽으론 원효봉이 호위하고 있는 백운대.

들머리에서 산을 바라보며 묵은 인사로 지난 산행 이후의 안부를 묻는다.

산색은 아직도 봄빛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흐릿한 하늘 한 번 쳐다보고 주섬거리며 장비를 착용한다.

 

 과거에 올랐던 기억은 가물거리고

애써서 동작은 하지 않으며 날씨 탓이나 슬금하면서

1P를 지나 내려다보니 많은 등반자들이 오름 준비를 하고

좁다랗게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산행을 하는 사람들의 무리가 보인다.

 

 만경대가 가까이 보이면서 계속되는 피치에 몸은 점점 지쳐간다.

바람은 쉬지 않고 불어대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바람 속 서로간의 음성은 들리지 않고

팽팽한 긴장 속에 오르는 바위길 너머로 보이는 백운대.

펄럭이는 깃발이 바람의 흐름을 알리고

우리의 등반도 끝나가고 있다.

 

 8시간에 걸친 300여 미터의 긴 바위 길을 오르며 나는 보았네.

바위 길은 고단하게 이어지고 피치의 마지막은 다시 시작점이 되고

이렇게 삶은 지리하게 반복이 되지만

바라보는 자의 시선에 따라 조금씩은 달라져

둘러싼 산을 타고 오르는 세찬 바람도

봄바람이라 생각하고 온몸으로 맞을 일.

 

 내려가는 길.

작은 별꽃들 길 가장자리에 듬성듬성 피어있다.

 

 

 

       인수봉의 오후(04.27)

 

 

       인수봉의 아침(04.28)

 

       신동엽리지 들머리

 

 

 

 

 

 

 

 

      

        백운대

 

        마지막 피치를 남기고 뒤로 보이는 만경대

     

 

                                 백운대

 

        백운대에서 인수봉 돌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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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를 타고 본  춘천 호수변 풍경.

 

 

 

 

 

 

 

 

 

 

 

 

 

 

 

 

                                                                    기록 - 팬탁스 옵티오 RS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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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다음 카페>에 올린 글들을 다시 올린다.

 

# 124

 

 어제 영화 "아르고"를 내려받기해서 보았다.

애니메이션, 단편 영화, 다큐를 제외하곤 아카데미 수상작은 모두 다 보았는데

여러 편의 영화를 보다보니 머리 속은 이런 저런 생각이 정리되지 않고

단편적인 기억만이 혼재한다.

 

 캐슬린 비글로우 감독의 "제로 다크 써티".

민감한 정치적인 소재로 인해 음향편집상 하나에 그친 것이 아쉽다.

 

 흐린 날.

가까운 금학산이 보이지 않는다.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탄 앤 해서웨이(레 미제라블).

빼어난 연기력에다가 호소력 짙은 목소리까지 듣다보면 배우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님을 안다.

얼굴에 연기에 노래에 그래서 신(神)은 능력배분에 있어서 불공평하다.

 

 

# 125

 

 미국에서 토종 피아노 교육을 받은 반 클라이번이 냉전시대 소련에서 열린

차이코프스키 콩클 피아노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자

피아노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열등감에 젖었던 미국인들은 온 몸을 흔들며 열광적으로 환영했다.

졸지에 그는 국민의 영웅이 되었고 이후 피아니스트로서 뚜렸한 족적을 남기지 못한 채 작고했다는 뉴스를 듣는다.

한 쪽에선 죽고 또 다른 곳에선 태어나고 하는 것이 삶의 순환인 것.

 

 -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을 추모하며

# 127

 

 묵은 지난 겨울의 것들 털어내기 위해 나선 길.

해빙기를 맞이한 계곡은 물소리만 드높아가고

지난 겨울의 흔적은 올라갈수록 겹겹이 쌓여져 있다.

 

 능선상 골짜기 사이의 흰 눈이 듬성하니 보이는 날.

이젠 또 산은 봄날을 맞이하여 입산 통제를 하려하고

지난 겨울의 흔적들 눈에 담고 오면서 내려오는 길.

물소리만 요란스레 들린다.

 

 

# 128

 

 사찰은 문화재보호법상의 문화재관람료 징수를 통해 별도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 국립공원에 편입된 토지를 소유한 일반 국민과의 다른 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찰이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은 사유재산권을 행사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 것입니다.(일반 국민이라도 국립공원구역 안이든 밖이든 혹은 다른 곳이든 문화재를 소유하고 있으면 당연히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습니다.)

                                                                                                                - 문화재청 사찰문화재 관람료 징수 관련 부분

 

 엊그제 다녀온 설악산 문화재 관람료(신흥사)가 2,500원에서 3,500원으로 오른 것(사전 예고 된 것도 그리고 인상에 대한 안내의 글도 없음)에 대해 분노하다가 문화재청에 전화를 한다.

다시 할 말을 잃어버리고(하긴 지리산 천은사는 차량 통과만 해도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고 있으니) 만다.

문화재 보호 명목으로 예고도 없이 그렇게 막 올려도 되는건지.

가진 자의 횡포는 아닌지 모르겠다.

 

   

# 129

 

 오랜만에 책을 읽다가 중간쯤 넘어 가니 그전에 읽었던 책이다.

읽고 난 뒤가 아니라서 다행이긴 하지만 이제 선망후실의 서러운 나이가 되어

좀 전 시간에도 "아첨할 유"란 한자가 생각이 안 나서 결국은 담에 알려주기로 하고 슬금 넘어간다.

 

 창 밖의 풍경은 눈 시릴만큼 환한데 기억력은 가물가물.

봄날의 기운은 아른아른.

 

 

# 130 아침 신문을 읽다가

 

 영화에 나타난 ‘정치 9단’ 링컨의 리더십 (자료출처 : 중앙일보 03.14.)

① 최고의 라이벌을 내 편으로 만들어라

② 남의 얘기에 귀 기울여라

③ 너그러움으로 충성을 이끌어내라

④ 목적을 위해 때때로 양보하라

⑤ 나의 고통, 남과의 공감으로 극복하라

 

 수정헌법을 통과 시키기 위한 지도자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삶을 살아가는데 위의 요소들은 살면서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들.

영화 전개상 다소 대사가 많아 전반적안 분위기를 흐트리기도 하지만

링컨의 고뇌에 중점을 둔 내면의 연기를 하고 있는 대니얼 데이 루이스의 리얼한 연기에 찬사를 보낸다.

 

 세상의 일들은 쉽게 되는 것은 없는 법.

시대가 흘러가며 일들은 더더욱이나 얽히고 설키는 복합의 양상을 보이지만

과거의 시대가 그리워지는 것은 다만 단순함은 아닐 것.

 

 아침 신문 읽다보니 신문에 날자가 그 다음 날인 3월 15일로 되어 있다.

무슨 일일까 ?

 

 

 

# 134

 

 토요일 오전.

모처럼 시간을 내서 밀린 음악 파일을 정리한다.

받아 놓은 압축파일 풀고 쟝르별로 옮기고 하다보니

그저 파일들을 받아만 놓고 오래동안 묵혀 놓았다는 생각에

시간을 내어 정리를 해보지만

이 많은 음악 파일들을 언제나 다 들을까하는 기우((杞憂).

단지 개인적으로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같은 취미를 가진 남들과 함께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에

주변 사람들에게 여기저기 나누어 주면서 일어나는

"혼자 잘 살면 뭐 할까?" 라는 생각.

 

 창밖의 봄날 풍경은 따스하게 다가오는데

집 안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자의 잡다한 생각.

 

 

# 136

 

 슈만의 "시인의 사랑"을 듣는 아침.

분덜리히의 음성은 나직하니 깔리고

대상에 대한 무언가에 걷잡을 수 없는 끌림이라는 것을 느낀

젊은 날 슈만의 클라라에 대한 사랑의 고백과도 같은 노래.

온통 아름다움으로 가득했던 날들을 떠올리며

내게도 그런 날이 있었던가를 생각해본다.

 

 봄이 오는 3월.

계절의 변화를 느낄 새 없이 후딱하니 간다.

시간은 3월 하순으로 넘어가고 우둔해지는 감각과 상상력.

젊은 날의 열정은 점점 사그라지고

아 아, 그저 쏜 살처럼 시간이 흘러가는구나.

 

 

# 137

 

 작년에 읽다가 끝까지 다 못 읽은 메스너의 <죽음의 지대>를 다시 펼쳐든다.

처음부터 다시 읽기.

그전에 읽었던 기억은 파편화되어 어렴풋이 떠오르고

내친 김에 끝까지 읽기.

깊어가는 밤.

형광등 불빛에 반사된 종이의 흰 빛은 내 기억처럼 아롱아롱.

젊은 클라이머들에게서 볼 수 있는 자기과시의 스포츠정신을 넘어선

등반이라는 행위가 자연의 품에 안기고 그것을 이해하고 협력하며

온갖 생명있는 것과 일체감을 느끼는 행위이며

책의 제목에서 밝힌 바와 같이 죽음의 문제를 주제로 하고 있다.

 

 산서(山書).

다른 쟝르에서 볼 수 없는 사실성을 기초로 한 책.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의 확충과

산을 바라 보는 시선의 폭을 넓혀주고

한편 우리가 가야할 길을 잠시 생각하게 해주는 길라잡이의 역할.

 

 책을 멀리하는 것은

산서의 많은 책들이 절판되었다는 이유를 떠나서

일단은 자신이 게으르고 현실 안주의 편안한 삶에 빠져서가 아닐까?

 

 3월 슬금거리며 지나가는 날.

마음의 개안(開眼)과 사고의 균형감각을 위해

흐린 눈 부비면서 다시 책을 잡는다.

 

                                                                             130331  동면 솔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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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2013.03.23(토)  춘클리지 1P - 3P(4P 야간등반 후 4P 근처 비박)

 2013.03.24(일)  4P - 7P

 

 

 춘클리지에서 일박을 한다는 산행일정을 건성으로 보고

평상시 처럼 주섬거리며 배낭을 꾸린다.

카메라에다 렌즈를 무엇 하나 더 가져갈까를 생각하다가 80-200 줌렌즈를 집어든다.

짐을 줄여야 하는데 불필요한 것을 버리지 못한 것이 고행의 시작이었음을 기억한다.

 

 오후 4시 30분이 다가오는 시간에 장비 착용하고 1P를 오른다.

훈련을 목적으로 한 팀원은 빙벽화에 60-80리터의 대형 배낭을 메고

쉽게 넘어 다니던 1P 누운 오름길부터 뒤로 젖혀진 배낭은

등반자를 지상의 세계로 잡아 당긴다.

결국은 등반자 바위 턱을 넘지 못하고 배낭을 풀어

한 곳에 고정시키고 맨몸으로 넘어서 1P 완료 후 다시 하강하여 짐을 끌어 올린다.

 

 짐이 많다는 핑계를 대고 나는 1P를 우회하여 산길로 오르고

뒤를 이은 후등자 배낭을 메고 끙끙거리며 오른다.

오늘의 계획은 4P까지인데 지금까지 소요된 시간을 계산해 보면

4P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2P를 지나며 날은 어둑해지고 야간등반에 대비하여 헤드랜턴을 켠다.

바람 소리 사이로 들리는 등반자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오고

의암 호수변으로 가로등  불빛 하나 둘 씩 켜지고

반대편에 선 삼악산의 그림자 호수면에 길게 드리운다.

 

 머리를 들어 바위의 잡을 곳을 살펴보려 하지만

배낭의 윗부분이 뒷머리를 눌러 랜턴의 불빛은 계속 아래로만 쳐지고

내리 누르는 배낭의 중압감에 결국은 3P를 오르지 못하고

미리 오른 후배가 내 배낭을 끌어 올린다.

 

 짙게 밀리는 어둠 속 지척을 구분하기 힘든 시간.

달빛 아래 우뚝 솟은 4P를 쳐다보며

이제는 배낭을 벗은 홀가분한 상태에서 4P를 오른다.

차디찬 바위의 감촉은 손마디를 얼얼하게 만들고

차량들의 통행마저 뜸한 밤 12시를 넘은 시간.

어디선가 불빛을 보고 날아온 나방 어지러이 춤을 추고

오르는 이의 열정은 밤의 적막을 가른다.

 

 4P 높다란 바위 옆으로 보이는 별.

북두칠성.

7개의 별자리 중 가장 희미한 별을 내 별이라 칭하여

낮게 떠도는 자의 삶을 동경했던 젊은 날의 기억은 밤을 거슬러 오르고

생사를 관장하는 칠성신과 그렇게 지나간 시간을 생각하며 한뎃잠을 잔다.

 

 새롭게 일어 서는 아침.

뒤로는 의암호수가 함께하는 춘클리지길.

물의 상태를 최상의 선으로 보았던

노자의 말이 주는  의미를 생각하면서 호수 주변의 아침 풍경을 맞는다.

어제의 배낭 무게로는 이 길을 도저히 올라 갈 수 없다고 판단을 하여

아침 바깥세계로 길을 나서는 후배에게 짐을 던다.

나름 짐을 싸기 전 애써 가져 왔던 줌렌즈 몇 번 써먹지도 못하고

과유불급이란 말이 이런 것인가를 생각하고 마음을 잡는다.

스산한 아침 바람 속 서로에게 눈을 맞추며

짧았던 지난 밤 사이의 안녕을 묻는다.

 

 다소간 짐이 덜어져 등반에 대한 걱정은 덜해지고

어제 밤에 오른 4P 길을 다시 오른다.

차가운 아침 공기 속 다시금 전해지는 손의 얼얼함.

등반 중 잠시 쉬면서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고

호수면에 비친 산그림자에 내 모습이 보일까 뒤를 돌아다 본다.

길을 오르면서 물은 언제나 가까이 있고

내가 성장한 작은 도시가 왼편으로 펼쳐진다.

 

 그늘진 곳에 부는 바람은 아직도 쌀쌀해서 한기가 느껴지고

산정엔 봄을 맞은 아낙네들 삼삼오오 모여서

오는 봄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의암호를 배경을 삼아 사진을 찍는다.

오른 길 내려다 보며 부르는 옛노래.

 

 나무 자신의 자태가 적나라하게 보이는 이른 봄날.

생강나무 노란 꽃이 군데군데 피어서 봄의 색깔을 알리고

길가엔 일찍 나온 부전나비 날개를 움직이며 봄빛을 감싸고 있다.

 

 

 

 

 

2013.03.23(토)

1P 오르기

 

 

2P 오르기

 

 

3P를 향하여

 

 

3P 하강

 

달밤에 4P 바라보기

 

 

 

깊은 밤 4P 오르기

 

 

 

 

 

 

2013.03.24(일)

아침  주변 풍경

 

 

 

4P 정상

 

 

 

암상 교육 - 안자일렌(4P 정상)

 

 

6P를 향하여

 

 

 

최종 꼭지 7P

 

 

 

드름산 내려가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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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기록>

 (11:00) 신탄리역 - (11:30) 고대산 제 1등산로 들머리 - (14:20) 중식 후 고대봉 - (19:00) 금학산을 거쳐 하산 관사 도착

 

 

 산에 가기로 한 전날.

기상청에 들어가 날씨를 확인하니 산간지방 눈 예보.

후배랑 늦은 밤까지 한두 잔 하다 보니 아침 시간이 늦어진다.

창밖으론 싸락눈이 내리고

버스 시간에 대기 위해 허둥대다가 버스를 타고 보니

윗옷과 마크로렌즈를 놓고 온 것이 생각이 난다.

이제는 하나 둘씩 흘릴 나이가 되어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배낭을 풀기 전에 생각이 났다는 것에

위안을 삼고 창밖의 풍경에 눈을 돌린다.

 

 눈 내리는 산.

평일인 관계로 오르는 이 하나 없는 적막함 속

내리는 눈은 바람과 어울워 이리저리 날린다.

때아닌 눈으로 계절에 대한 감각은 혼미해지고

한편 해빙기를 알리는 계곡을 타고 오르는 물소리 요란하고

커다란 딱다구리의 힘찬 부리질이 산의 적막을 깨고 있다.

 

 고대봉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날은 흐려지고

급기야는 짙은 운무가 껴서 방향을 알 수가 없다.

허공 중에 들리는 까마귀 소리.

가야할 길 보이지 않아 방향을 잡지 못하고 

내려 갔다가 길이 아닌 것같아 다시 올라 높은 곳으로 간다.

잠시 후 살짝 걷힌 구름 사이로 보인 학저수지를 보고 방향을 잡는다.

 

 눈은 나뭇가지에 내려 흰색으로 채색되고

이어지는 무리진 흰 꽃의 사열을 받으며 

옛 기억을 더듬으면서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지나온 길을 바라본다.

힘들게 지나온 길은 가깝게만 느껴지고

다시 계절을 잃어버린 시간.

 

 길 위에 서서 가야할 곳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되돌아 보기 - 멀리 보이는 고대산

 

   고대산 쪽에서 바라 보기 - 금학산

 

 

 

 

 

    내려다 보기 - 금학산정

 

      학 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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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에 무지렁이인 나는 그림보다는 우선 제목부터 보고 제목을 중심으로 그림을 본다.

전쟁 이후 사람들의 삶은 다양화되고 더러는 꿈과 같은 세계 혹은 무의식의 아니면

파편화 분절화된 일상의 모습을 어둡게 그려낸 그림을 보면서 시대 현실과 미술의 표현 관계를 생각한다.
미술관 2층엔 아래층의 체코 미술보다 더 귀한 우리 근대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춘천에서의 약속 시간 관계로 주마간산에 마파람으로 보고 정작 더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뒤로 한 채 서둘러 자리를 옮긴다.

- 130309  프라하의 추억과 낭만전에서 ( 덕수궁미술관)

 

 

 

 

 

 따스함이 밀려 오는 토요일 오후.

<바스키아전>을 보기 위해 서울 나들이를 한다.

내리쬐는 오후의 따슨 햇볕과 함께한 많은 사람들의 표정 속에서

지난 겨울의 흔적은 자취를 감추고

삼청동 높다란 담벽을 따라 아장거리며 봄나들이를 한다.

 

 거리의 낙서에서 출발한 그의 그림을 보노라면

번득이는 재치와 미술에서 표현 매체의 영역이 확산됨을 느낀다.

전시용 도록을 뒤적이다가 앤디 워홀과 함께 있는 사진을 본다.

바스키아가 정신적인 스승으로 따른 인물이지만

에디 세즈윅과 관련된 영화 <팩토리 걸>을 보면서

워홀에 대한 행적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갖는다.

그리하여 바스키아의 번득이는 상상력은

젊은 나이에 죽음과 함께 마무리 되고

우리 나라에 온 몇 점의 작품을 보면서

영화 <바스키아>의 내용을 곱씹어 본다.

 

 내리우는 봄빛에 눈은 시리고 정신은 혼미한 날.

 

- 130316  바스키아전(서울 국제겔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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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바윗길 등반에 참가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청풍 호반가로는 메마른 벚꽃 나무들 줄지어 있고

그늘진 호수 아래론 아직도 다닥하니 달라붙어 있는 얼음 조각들.

봄으로 가는 시간의 추레하고 황량한 느낌들은 이어지고

따슨 봄날에 벚꽃 하얗게 피어 눈부시게 빛나는 날을 머리 속으로 그려 본다.

 

 무암골 들어 가는 길.

초입의 촬영 세트는 철거되고 절을 향해 난 굽은 길을 오르며 등반 대상지인 배바위를 본다.

바람은 산 위로 연실 타고 오르는 날.

주섬주섬 장비를 챙겨서 바위에 붙는다.

찬 바위의 감각은 손끝으로 오르고

오랜만에 바위길에 오르는 자가 되어 어설프게 몸을  움직인다.

잡을 곳은 보이지 않고 몸의 균형을 잡고 발로 디디면서 앞으로 가야하는 비탈길.

눈과 마음은 저만치 앞서 나가지만 우둔한 몸은 움직이질 못한다.

밀려오는 자괴감.

겨우내 실내 운동을 안 한 결과라고 자책을 하면서 선등자의 줄당김으로 간신히 오른다.

"무소유"(5.9) 길.

오른 길이 주는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저 멀리로 보이는 호수가의 푸른 물이 눈에 들어 온다.

 

 계곡 물소리 어지럽게 들리고

햇살을 받아 반짝이며 빛나는 물빛 속 봄은 그렇게 찾아 오고

물소리 벗삼아 봄날 오후 풋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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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철 산불예방 관계로 입산 통제가 될 설악산이 그리워 차에 몸을 싣는다.

연휴 관계로 설악동 입구부터 차들은 서행을 거듭하고

버스 차창 밖을 보다가 얼어 붙은 토왕성 폭포가 눈에 들어 온다.

상단을 등반하는 등반자가 보이고

오르지 못함에 대해 가벼운 탄성을 내지르다가

문득 지난 겨울 여러 번에 걸친 빙벽등반을 생각해 낸다.

토왕폭을 오르기로 계획한 날.

그 전에 내린 폭설로 등반 계획을 포기해야만 했던 기억들 슬금거리고

오르지 못한 자의 꿈은 이미 얼어 붙은 폭포의 상단까지 오른다.

 

 산 아래 동네에서 보지 못한 눈.

천불동 계곡을 오르면서 함께 오르는 물소리.

간혹 양지 쪽에서 얼음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지만

그늘진 계곡의 안쪽은 단단한 얼음으로 겨울이라는 계절을 아직도 지키고 있다.

물소리 요란스럽게 내며 겨울의 흔적을 굽이굽이 밀고 돌아가고

변한 풍경을 기대하며 오르지만 겨울의 황량함만이 밀려 온다.

 

 많은 적설로 인해 입산이 통제 되었던  공룡능선 구간.

신선대까지만 가보기로 하고 거친 숨을 몰아 쉰다.

해가 드는 쪽엔 눈은 많이 녹았고 아무도 오지 않는 산길 홀로 걷는다.

오랜만에 신선대에서의 공룡능선 조망.

범봉 이마에 걸린 흰 눈을 생각했지만

겨울의 흔적은 그늘진 골짜기에 언뜻 보이는 흰 눈에서나 찾을 수 있고

눈 앞으로 펼쳐진 정경은 계절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흰 눈이 뒤덮인 그리고 연한 녹색의 아니면 붉은 색이 타오르는 계절이 아닌

산빛으로 산자락은 그렇게 이어져 있다.

 

 하산 길.

춘천에서의 모임 시간에 대기 위해 서두른다.

비선대 앞의 삼형제봉.

오후의 햇살을 받아 빛나고 있다.

 

 

 

 

 

 

 

 

 

 

 

 

 

 

 

 

 

신선대에서 조망

 

 

용아장성

 

 

범봉

 울산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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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는 겨울이 아쉬워 눈을 만나기 위해 설악산 옥수골로 일박 산행을 간다.

야트막한 산에는 눈이 보이지 않고 멀리 보이는 산의 정산 부근에만 흰 눈이 보이는 시간.

많은 눈이 내렸음에도 제대로 된 심설산행을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워 다시 찾은 옥수골.

 

 인기척을 느낀 동네 개들이 황태 덕장 사이로 일제히 짖어대고

바쁠 것 없는 우리는 골짜기를 따라 길을 오른다.

눈 위에 난 발자국에 낙엽들은 쌓여 골바람의 흔적을 알리고

지난 해의 기억이 길따라 펼쳐진다.

 

 타프를 치고 야영 준비를 한다.

모닥불을 피우면서 태우는 솔가지.

매캐한 내음은 어린 시절로 안내하고 있다.

너울거리며 타오르는 불꽃들을 바라보며

영화 <왕의 춤>의 춤동작이 생각이 나고

바탕을 깔고 있는 화려한 바로크의 고음악이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지난 이야기들이 안주가 되어 밤의 적막을 깨고

새로운 추억에 몸을 떠는 밤.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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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내려 두어 번의 시도 끝에 올라간 배후고개.

옛길은 이제 추레하니 살풍경으로 다가서고

고개 오르면서 지난 시간을 생각한다.

 

 병풍처럼 늘어선 얼음더미를 보면서

미지의 땅을 접한 자의 눈빛을 기억한다.

대동강물 풀린다는 우수는 내일로 다가서고

산 아래로 내려오는 바람의 스산함이 밀려오고

지난 겨울 동안 얼마큼 성장했을까를 묻는 시간.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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