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재를 넘으며 나는 보았네.

하늘을 닮은 색을 띤 현호색이 무리지어 피어 있음을.

지나가는 일상에서 보지 못했던 것들이 이제는 낯설음으로 다가서고

 

 과부하로 인한 허리의 통증으로 시작되었던 4월.

허리의 통증이 가라앉을만해서 감기가 찾아오고

그것이 나을 즈음 밖으로 쏘다녔더니 다시금 도진 허리 통증.

단순명료하게 다가서는 아픈 4월의 기억들을 안고

배낭의 무게와 삶의 무게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 보지만

한 달 여만에 다시 메는 배낭은 고개를 넘어가는 오름길에서

그 무게만큼의 묵직함이 다시금 전해져 온다.

 

 여러 잔의 술이 사람의 마음을 푸근하게 할 수는 없지만

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들어있는 자잘한 정은 밤의 적막을 넘어선다.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한걸음씩 내딛고 있는 서로의 발자국을 보면서

그리고 가고자하는 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깊어지는 이야기는

어둠 속의 불빛보다 더 살갑게 서로에게 다가온다.

내려오는 골짜기의 바람 속으로 오르는 취기에 몸을 떤다.

 

 아침 댓바람부터 부는 바람은

봄이라는 계절을 무색하게 하고

오른쪽의 인수봉을 옆에 두고

신동엽길 들머리를 찾아 골짜기를 오른다.

오른쪽으로 만경대 뒤로는 노적봉이

왼쪽으론 원효봉이 호위하고 있는 백운대.

들머리에서 산을 바라보며 묵은 인사로 지난 산행 이후의 안부를 묻는다.

산색은 아직도 봄빛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흐릿한 하늘 한 번 쳐다보고 주섬거리며 장비를 착용한다.

 

 과거에 올랐던 기억은 가물거리고

애써서 동작은 하지 않으며 날씨 탓이나 슬금하면서

1P를 지나 내려다보니 많은 등반자들이 오름 준비를 하고

좁다랗게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산행을 하는 사람들의 무리가 보인다.

 

 만경대가 가까이 보이면서 계속되는 피치에 몸은 점점 지쳐간다.

바람은 쉬지 않고 불어대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바람 속 서로간의 음성은 들리지 않고

팽팽한 긴장 속에 오르는 바위길 너머로 보이는 백운대.

펄럭이는 깃발이 바람의 흐름을 알리고

우리의 등반도 끝나가고 있다.

 

 8시간에 걸친 300여 미터의 긴 바위 길을 오르며 나는 보았네.

바위 길은 고단하게 이어지고 피치의 마지막은 다시 시작점이 되고

이렇게 삶은 지리하게 반복이 되지만

바라보는 자의 시선에 따라 조금씩은 달라져

둘러싼 산을 타고 오르는 세찬 바람도

봄바람이라 생각하고 온몸으로 맞을 일.

 

 내려가는 길.

작은 별꽃들 길 가장자리에 듬성듬성 피어있다.

 

 

 

       인수봉의 오후(04.27)

 

 

       인수봉의 아침(04.28)

 

       신동엽리지 들머리

 

 

 

 

 

 

 

 

      

        백운대

 

        마지막 피치를 남기고 뒤로 보이는 만경대

     

 

                                 백운대

 

        백운대에서 인수봉 돌아 보기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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