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나절 자전거를 타고 주변을 돌아본다.
푸른색으로 이어지는 여름날 농촌 풍경.
학저수지 주변
아침나절 자전거를 타고 주변을 돌아본다.
푸른색으로 이어지는 여름날 농촌 풍경.
학저수지 주변
새로 산 스마트폰에 내장된 카메라의 성능도 테스트 해볼 겸해서
이번 산행에는 카메라를 갖고 가지 않기로 한다.
일박의 배낭 무게에서 카메라가 빠져서 조금은 가벼워졌다는 생각을 가졌지만
늘상 갖고 다니던 카메라를 손에 놓으니 허전하다.
유선대 그리움 둘.
리지길 이름만큼이나 바위길도 아기자기하고
더구나 길도 어렵지 않아 마음은 느긋해진다.
장군봉 팀들과 헤어져 그리움 둘길 들머리를 찾는다.
초여름의 햇살은 설악의 골짜기를 온통 짓누르고
멀리 보이는 천불동 계곡과 화채능선은 온통 푸르름으로 가득찼다.
이제사 아름다운 계절인 봄으로 넘어가는 설악의 풍경을 멀리 눈을 들어 살핀다.
바위길을 오르며
과거에 같이 이 길을 올랐던 후배 생각이 나서
전화를 하며 그간의 안부를 묻는다.
지나간 시간은 그렇게 저멀리에 있고
언제나 중요한 것은 현재라고 생각을 하며 넘는 유선대 "그리움 둘" 바위길.
함께했음으로 그리움은 설악 곳곳에 스며있구나.
아래 폰카로 찍은 사진 - 쨍한 날은 그럭저럭 나온다.
그리움 둘 길 들머리
멀리 보이는 울산바위
화채능선
석이농장팀 하강 중
천불동 계곡 내려다 보기
< 시간 기록 >
130606 (05:12) 노고단대피소 - (06:57) 반야봉 갈림길 - (07:30) 반야봉 - (10:15) 연하천대피소 - (11:56) 벽소령대피소 -
(15:36) 세석대피소 앞 대피소 미예약 관계로 산행 제지 한신계곡쪽으로 하산 - (17:47) 백무동 버스정류소
산행 총거리 30.4km 13시간 30분 정도 소요
나약해진 몸과 마음을 다잡으며 지리산행을 계획한다.
능선 위쪽으로 여기저기 피어 있을 꽃들이 아른거리며
즐거운 마음으로 산중의 아름다운 봄날을 상상하는 시간.
밤 열차의 소란스러움에 항상 익숙해지지 못하고
내일의 산행을 위해 억지로 눈을 감아 보지만
옆 좌석의 아저씨 전화기를 통해 나오는 TV소리가 점점 크게 들린다.
다시 일출 전의 노고단에 섰어요.
어둠 속에서 점차로 모습을 드러내는 산군을 바라보며
흘러간 시간 생각하며 당신에 대한 안녕을 물었지요.
별은 사라지고 산허리 아래론 안개가 몸을 감싸고 서서히 일어서는 아침 시간.
일출보는 것을 뒤로 하고 몸을 움직였어요.
가야할 길 보이지 않고 그 길 위에 다시 섰어요.
여름날 산 그림자가 가득 겹치면서 보여줬던
아름다운 광경을 떠올리며 반야봉에 오른다.
산정에서의 조망.
지나온 길 아득하게만 보이고
시선은 저멀리 보이는 청왕봉으로 향한다.
산 그림자는 겹겹이 이어지고
산새들의 울음 속 아직 군데군데 남아 있는 봄꽃 무리 빛을 발한다.
정신이 한없이 고양됨을 느끼며 발걸음을 돌린다.
토끼봉을 향하는 완경사의 느릿한 길을 지나
연하천대피소가 있는 명선봉을 휘감아 도는 길.
이제는 연하천까지 가는 길도 지루하고 길게만 느껴지고
옛날 팔팔했던 때의 산행 기억을 떠올려 보지만 부질없는 비교라는 생각을 갖는다.
세석대피소를 넘어 촛대봉에서 시간을 보내려던 계획은 관리공단 직원에 의해 제재를 받는다.
대피소 예약자 명부를 소지하고 예약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답을 못하자 한신계곡 쪽으로 하산을 권유한다.
몇 번의 말 실랑이를 벌이지만 요지부동의 공단 직원들.
하산을 결정하면서 그간의 고양된 마음은 아득하니 나락으로 떨어지고
계곡 내려가며 비박터라도 찾아 보지만 변변한 곳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한신 계곡을 거쳐 백무동으로 내려가는 길.
마음은 이미 산을 떠나 버리고 갈 생각만 바삐하고
6Km가 넘는 한신계곡을 따라 걷는다.
계곡의 물소리와 주변의 풍경들은 물길을 따라 계속해서 이어졌지만
딴 곳에 마음이 있는 자의 눈에는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난청과 청맹이 되어 지리한 길 위에서
오직 내림의 의미없는 발걸음만 연속되었던 지리한 하산길.
버스 시간에 대기 위해 입네 단내가 나도록 걷다가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를 묻다가 밀려오는 더위에 몸을 움츠린다.
이른 새벽부터 30 여 km의 많은 길을 걸었지만
못다한 산행에 대한 생각으로 기억은 희미해지고 마음마저 흐릿해지는 날.
마음 속으론 다시 지리산행을 꿈꾼다.
반야봉에서 조망
흐릿한 기억 - 한신 계곡
반야봉에서 폰카(파노라마 모드)로 찍은 사진
# 146
4월말이 다가 오니 밀린 책 읽느라고 끙끙거린다.
결국은 어제 다 끝내지 못하고 오늘 읽기를 마친
강준만의 <한국인을 위한 교양 사전>.
교양이란 커다란 글자가 맘에 들어 보기를 시작했건만
사전식의 지식의 나열에다가 650 여 쪽에 달하는
두꺼운 분량 때문에 지리하게 읽었다.
머릿 속에 남는 것은 알고 있던 몇 개의 사실들이
다시 읽기를 통해 강화가 되었을 뿐 새로운 것들은 들어오지 않고
책 제목에 나타난 <사전>이라는 나열식의 구성때문에 글 읽기가 자유롭진 않았다.
이젠 선망후실의 서러운 나이가 되어
읽으면 앞의 것을 잃어버리는 전체의 흐름을 잡지 못하고
부분만 바라보는 근시안의 시선을 갖고 있음에 대해 탄식하다가
봄바람 속 살랑이는 꽃들이 손사래를 치는 날에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하는 생각.
존재에 대한 자위(自慰).
# 147
숲길을 걷다.
그리고 본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꽃들의 다툼과 시샘을.
- 드름산에서.
# 150
1.
정진홍의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를 읽다.
조금만 남겨둔 마지막 부분을 내처 읽지 못하고
십 여일이 지난 뒤에 책을 다시 잡아든다.
생장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 스텔라까지 800여 키로미터의
길을 느릿하게 걸으며 존재에 대한 사유를 기록한 내용.
길 위에서의 생각은 길을 따라 이어지고
자신의 내면 세계의 바닥까지 내려간다.
"천지간에 꽃이지만 꽃구경만 하지말고
나 자신은 어떤 꽃을 피우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 보아야 한다."
(법정 스님 - 책 내용 중 재인용)
2.
학생들 시험이 있었던 지난 주.
모처럼 찾아 온 자유로운 시간 속
연일 계속되는 음주행각에
몸과 마음은 이리저리 늘어져버린 시간.
잔치가 끝난 이제는 마음을 다잡고
봄날의 아름다운 시간을 바라보기.
보고 싶던 산빛들 점차로 빛을 더하여 가고
바닥에 깔린 지난 가을의 흔적들 누워 움직이며 사각이며 소리를 내고
새 잎들은 자신의 교태를 바람결에 흔들리고 자랑하며
자신의 독특한 색을 보이는 눈부심의 빛으로 가득한 날에 오르는 의암 리지길.
그리움은 함께함으로 인해 더욱 가득하다.
130511 의암리지길에서
# 152
오랜만에 읽는 시집.
직설적인 표현은 그 의미가 갖는 지시성으로 인해
단순해지고 즉물성을 가지는 반면
여러 의미를 갖게 되는 시의 표현은 추상적이다.
후다닥 거리며 읽어 내려가다가
시를 이렇게 읽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한편으론 삶이 이렇게 바쁜가를 자문한다.
둔한 머리를 굴리며
행간에 숨겨진 의미를 생각하다가
푸르러가는 5월의 하늘을 바라본다.
# 153
짙은 안개 속을 걷는 아침.
가까운 곳에서 들리는 뻐꾸기의 움음 소리를 들으며
계절이 바뀌어 가고 있음을 어렴풋이 느끼고
짧았던 봄날에 대한 추억을 떠올린다.
알록달록한 신록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던 5월 초순
수목원에서 우리를 인도하던 해설사는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이 맘때쯤의 산에서 볼 수 있는 녹색은 다양해서
녹색만 하더라도 80 여 가지의 색을 볼 수 있다고.
옅은 그리고 중간 색과 짙은 녹색의 삼등분으로 구분했던
나는 자신의 구분법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양함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봄빛에
하나의 색을 삼분법으로 구분하는 단순 무지렁이가 되어 바라 보았던 지난 날과
지금의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얼마나 바뀌었을까를 생각해 보지만
강변 길가로 노란 애기똥풀이 안개 속에서 색을 더하고
아카시아 흰 꽃망울 올망졸망하니 이어진 속으로 흐르는 시간 사이로
짙은 안개 속에서 들리는 뻐꾸기 울음 소리에
문득 봄날이 이렇게 지나 가는구나라는 생각에 미치자
애써 눈을 들어 모내기가 끝난 너른 논을 바라 본다.
130517 공지천(춘천)의 일몰
짙은 녹색으로 변하는 산에 오른다.
이맘때쯤의 산은 아름다운 청소년기를 지나
점점 더 성숙해가는 인간의 모습을 닮아 있다.
5월 초의 알락달락한 신록들을 보면서
내가 구분할 수 있는 녹색은 몇 가지나 될까를 생각했는데
지금은 짙은 색으로 단순화되어가고 있다는 느낌.
단순 반복의 생활에서 느끼는 권태를 넘어서
떡갈나무 숲아래 길게 늘어진 햇살을 담뿍 받으며
한데에서 풋잠을 자고 싶다.
마애불 주변
산정 부분 군데군데 피어있는 꽃무리
이곳에서도 계절의 순환을 알린다.
금학산정에서 동송읍내 내려다보기
5월의 도봉산 정기산행.
도봉산을 오르며 배추흰나비를 올랐던 기억이 함께 떠오르고
하늘을 쳐다보지만 흐린 날씨에 시야는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봄날 아름다운 한 때를 기억하려고 애를 쓰지만
기억은 흐린 풍경으로 다가선다.
바로 인접한 배추흰나비 길을 오르는 우리 팀의 거친 숨소리가 전해지는 듯하고
이름도 정겨운 낭만길을 마지막 등반자가 되어 오르는 날
점차로 산은 푸르름의 단색으로 물들어간다.
등반 중 오른쪽으로 보이는 배추 흰 나비의 추억 리지길
주봉,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의 도봉산군(왼쪽부터)
알록달록한 신록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던 5월 초순
수목원에서 우리를 인도하던 해설사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이 맘때쯤의 산에서 볼 수 있는 녹색은 다양해서
녹색만 하더라도 팔십 여 가지의 색을 볼 수 있다고.
옅은 그리고 중간 색과 짙은 녹색의 삼등분으로 구분했던
나는 자신의 구분법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하게 된다.
다양함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봄빛에
하나의 색을 삼분법으로 구분하는 단순 무지렁이가 되어 바라 보았던 지난 날과
지금의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얼마나 바뀌었을까를 생각해 본다.
산림전시관 내부
빛이 그리운 날.
길을 나선다.
봄빛으로 눈이 어지러운 날.
나는 인상파의 화가가 되어
화폭에 그리움 담뿍 담아 봄날의 그림을 그린다.
- 금학산 둘레길에서
봄을 맞아 새 단장을 하는 산.
풋풋함으로 서는 날.
변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눈.
봄빛 - 그리움.
- 의암 호수변 자전거 둘레길에서.
카페에 올렸던 짤막한 글들.
# 138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 T.S.엘리엇 <황무지> 첫 부분
대학시절 읽은 기나긴 시 <황무지>의 기억이 가물하다.
주지주의 시답게 설화와 신화 등이 이것저것 얽혀져 있고
흐릿하게 기억나는 내용은 재생설화와 관련이 있다는 것.
그리하여 다가선 4월.
묵은 것들 던져 버리고 새롭게 일어서서
다스한 봄볕 아래
삶에 대한 열정을 일으켜 세워야 하는 시간.
길은 언제나 마음 속에 있고
가볍게만 느껴지는 지난 시간들 지나
묵은 것을 넘어서 자신의 재생과 부활을 꿈꾸는 오후 나절.
말러 교향곡 2번을 듣는다.
# 139
아침에 일어나면 언제나 습관처럼 라디오를 켠다.
이른 시간이면 국악이 나오고 이후 생활 영어 그리고 이어지는 아침 음악
대개 아침 먹을 때면 "출발FM과 함께"가 나와(KBS 1 FM)
말수 적은 나에게 음악은 나에게 말을 건다.
고전음악에 대해 잘 몰랐던 시절.
반복된 FM 듣기는 고전음악에 대한 일단의 갈증을 해소해 주었고
그것이 자양분이 되어 CD를 사서 늦은 밤까지 듣고 했던
젊은 날이 주욱하니 비 내리는 아침 풍경처럼 지나간다.
차려진 식단은 편식이 아닌 고른 영양식.
그저 듣기만 하면서 상상력을 꿈꿔왔던 날들.
음악을 들으면서 떠오르는 기억들이
즐거웠던 날들을 생각하며 배시시 웃게 만드는 아침.
그리하여 이 아침이 행복하다.
- KBS FM 개국 34 주년을 축하하며.
# 140
봄비가 살랑거리면서 내리는 날.
우산을 들면서 저 건너편의 산을 바라다본다.
비 내린 이후의 산은
봄이라는 새로운 계절 맞이에 본격적인 준비를 할 채비를 갖출테고
이젠 변한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아야한다고 다짐을 한다.
겨울의 흔적들은 사라져버리고
지나간 것들을 기억할 수 있는 물증이 사라지는 비 오는 날.
오가는 계절의 순환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알 수 없는 쓸쓸함이 아침부터 밀려온다.
봄을 타나 보다.
# 141
3월 들어 이가 시린 증상이 심해져서 결국은 참다가 신경치료를 받는다.
이를 구멍 내고 그 속의 신경 다발을 긁어낸다는 치료 방법에 밀려오는 상실감.
덕분에 이 시린 어금니의 증상은 완화가 되었지만
예전의 시린 감각은 사라져버리고
한편으론 알 수 없는 상실감에 몸을 떨다가
급기야는 3월 말일에 허리가 찌끈하더니 거동에 불편함을 느낀다.
봄이 되어서 예전에 안 하던 운동을 시작해서 그런가하고 생각을 하다가
이제는 조금이라도 무리를 하면 부실한 몸에서
바로 신호를 보내는 쉰 내음 세대가 되었다는 서글픈 자괴감이 밀려온다.
일단은 몸이 보낸 신호를 인지하고
밖으로 나다니는 것을 자제하기로 잠정 행동의 결론을 내리고 쉬기로 한다.
이른 아침에 CD를 고르고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잡는다.
날은 서서히 밝아 오고 음악은 거실을 타고 오르고
아주 느릿한 생활 속에 느끼는 다른 느낌.
신경치료 관계 혹은 침을 맞은 이유로 계속되는
금주에 몸은 맑아져 가는데 불빛 아래 반사된
글자는 의미를 잃은 채 혼미해져간다.
4월 첫 주간.
영화 4편, 책 4권(산서에 끌려서 철원도서관에서 빌린 책 2권), 음반 여러 장.
육신의 삶은 평온했을지 모르지만 정신은 저 너머를 계속해서 헤매고.
한편 이게 쉼인가를 자문해보지만
얻은 것은 아침 시간이 훨씬 여유가 있어졌다는 것.
비 내림 예보가 있는 주말.
휴일 중에 읽을 책 몇 권을 주섬거리며 싼다.
허리는 아직도 묵직하다.
뮤지컬 - "CAT’S" 중 "MEMORY"
나는 묻는다. 지난 것들은 현재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즐거웠던 지난 날들이 지닌 기억에 대한 리콜.
# 142
최근에 읽기 시작한 이주헌의 <지식의 미술관>.
영국 빅토리아조의 회화가 어쩌구저쩌구.
언제나 새로운 것에 대한 지식은 끝없는 탐구심을 유발한다.
한편으론 그간 몰랐던 것에 대해 다시금 개념을 잡기도 하지만
미술 작품의 감상이라는 것이 개별 지식을 통한 이론의 확충보다는
실제의 작품을 보면서 경험을 확대하고 자신의 감각을 세우는 일이 더 중요한 것.
논리성보다는 주관적인 인상과 직관이 감상에서 때로는 필요하고
더 많은 관심과 시선으로 미술작품을 대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텔레만의 관악협주곡을 들으며 지나가는 아침 시간.
자신의 주관없이 무지하고 어수룩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에서 어느 땐가는 두려움을 느낀다.
세상은 넓고 해야 할 일은 많은데
머리 속에 든 것은 얼마 없고 남 하는 대로 앵무새처럼 따라하기 바쁘구나.
# 143
허리 아픈 관계로 십 여일 넘도록 방콕하고만 있자니 답답하다.
그저께 잦은 기침이 나더니 어제는 머리에서 살살 열나고 기운이 없어지기까지 한다.
부실한 몸에 보내는 신호를 인지하지 못하고
아둔한 자 운동 부족이려니 하고 넘긴다.
4월 들어 아침의 인사가 온통 날씨 얘기로 이어지고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이란 구절이 딱하니 들어맞고
정작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마음에 있는데
우리들은 외적인 상황에만 탓을 돌린다.
오늘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삼월삼짇날.
옛날부터 홀수 자가 겹치는 날을 길일로 보았던 조상들의 삶.
그리하여 마음 속의 봄을 느끼며
오늘은 참꽃으로 찹쌀가루에다가 참기름을 둘러 꽃지짐은 못해 먹어도
가까운 산에라도 나가 참꽃이 얼마나 피었고 그 꽃 하나 따
입으로 쭉쭉 빨면서 지나간 봄의 기억을 되살려 보는 것이 어떨까.
# 144
아침 신문을 읽다가 "지리산 호랑이 함태식씨 잠들다"라는 부고를 접한다.
물질 위주의 가치관 사회에서의 높은 관직의 저명인사만은 못하지만
지나 온 고인의 삶은 지리산과 함께였다고 말할 수 있다.
산장의 명칭이 대피소로 바뀌어 버린 이즈음
지난 산행에서 산장에서의 추억은 가물거리며 피어난다.
물리적, 기계적인 통제 위주의 행정적인 산행정책은
그만큼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음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산을 위해 헌신적으로 내 청춘을 다 바친
자신의 일에 뜻을 굽히지 않은
그야말로 고집이 센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세월의 흐름에 따라 세상을 달리 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불에 타 이젠 화장실만 희미하게 남아 있는 양폭산장,
옛 자취는 사라지고 현대식의 건물을 올리고 있는 소청산장을 지날 때면
겨울 날 2박3일을 오롯이 소청산장에서 보낸 일을 생각하고
두리번거리면서 옛날의 자취를 찾지만
보이지 않음으로 인해 기억마저 일어설 수 없음에 대해 탄식을 한다.
- 함태식씨의 생전의 행적을 기리고 추모하며
# 145
교정에 목련꽃 하늘 향해 긴 그리움의 목을 쳐드는 날
오랫동안 소식 전하지 못한 당신을 향해 눈을 돌립니다.
이어지는 봄추위 속에서
몸속의 감각은 깨어나지 못하고 계속 웅크리고 있었어요.
아마도 먼 산머리에 희끗하게 내려앉은 겨울의 흔적 때문일지도 모르지요.
시간이 흐르면서 일상의 변화에 자꾸만 둔해져 가고
가슴 속의 감흥을 잃어버리고 있어요.
지난 기억들은 그렇게 지나갔고 중요한 것은 언제나 지금의 시점인데
가슴이 텅 빈 사람이 되어 주변의 다른 것들을 탓하며 나를 변호하고 있지요.
푸른 하늘을 가득 담은 오랑캐꽃.
봄을 알리는 여러 들꽃들이 건성으로 지나가는 날에
다시금 시린 눈 뜨며 주변의 것들을 바라보아야겠지요.
아침나절 추적이며 내리는 비는 시간의 진행을 재촉하고
일상의 풍경에 가슴시린 눈빛을 보냅니다.
당신에 대한 그간의 소원함에 너그러운 용서를 빌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