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 기록 >
130606 (05:12) 노고단대피소 - (06:57) 반야봉 갈림길 - (07:30) 반야봉 - (10:15) 연하천대피소 - (11:56) 벽소령대피소 -
(15:36) 세석대피소 앞 대피소 미예약 관계로 산행 제지 한신계곡쪽으로 하산 - (17:47) 백무동 버스정류소
산행 총거리 30.4km 13시간 30분 정도 소요
나약해진 몸과 마음을 다잡으며 지리산행을 계획한다.
능선 위쪽으로 여기저기 피어 있을 꽃들이 아른거리며
즐거운 마음으로 산중의 아름다운 봄날을 상상하는 시간.
밤 열차의 소란스러움에 항상 익숙해지지 못하고
내일의 산행을 위해 억지로 눈을 감아 보지만
옆 좌석의 아저씨 전화기를 통해 나오는 TV소리가 점점 크게 들린다.
다시 일출 전의 노고단에 섰어요.
어둠 속에서 점차로 모습을 드러내는 산군을 바라보며
흘러간 시간 생각하며 당신에 대한 안녕을 물었지요.
별은 사라지고 산허리 아래론 안개가 몸을 감싸고 서서히 일어서는 아침 시간.
일출보는 것을 뒤로 하고 몸을 움직였어요.
가야할 길 보이지 않고 그 길 위에 다시 섰어요.
여름날 산 그림자가 가득 겹치면서 보여줬던
아름다운 광경을 떠올리며 반야봉에 오른다.
산정에서의 조망.
지나온 길 아득하게만 보이고
시선은 저멀리 보이는 청왕봉으로 향한다.
산 그림자는 겹겹이 이어지고
산새들의 울음 속 아직 군데군데 남아 있는 봄꽃 무리 빛을 발한다.
정신이 한없이 고양됨을 느끼며 발걸음을 돌린다.
토끼봉을 향하는 완경사의 느릿한 길을 지나
연하천대피소가 있는 명선봉을 휘감아 도는 길.
이제는 연하천까지 가는 길도 지루하고 길게만 느껴지고
옛날 팔팔했던 때의 산행 기억을 떠올려 보지만 부질없는 비교라는 생각을 갖는다.
세석대피소를 넘어 촛대봉에서 시간을 보내려던 계획은 관리공단 직원에 의해 제재를 받는다.
대피소 예약자 명부를 소지하고 예약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답을 못하자 한신계곡 쪽으로 하산을 권유한다.
몇 번의 말 실랑이를 벌이지만 요지부동의 공단 직원들.
하산을 결정하면서 그간의 고양된 마음은 아득하니 나락으로 떨어지고
계곡 내려가며 비박터라도 찾아 보지만 변변한 곳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한신 계곡을 거쳐 백무동으로 내려가는 길.
마음은 이미 산을 떠나 버리고 갈 생각만 바삐하고
6Km가 넘는 한신계곡을 따라 걷는다.
계곡의 물소리와 주변의 풍경들은 물길을 따라 계속해서 이어졌지만
딴 곳에 마음이 있는 자의 눈에는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난청과 청맹이 되어 지리한 길 위에서
오직 내림의 의미없는 발걸음만 연속되었던 지리한 하산길.
버스 시간에 대기 위해 입네 단내가 나도록 걷다가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를 묻다가 밀려오는 더위에 몸을 움츠린다.
이른 새벽부터 30 여 km의 많은 길을 걸었지만
못다한 산행에 대한 생각으로 기억은 희미해지고 마음마저 흐릿해지는 날.
마음 속으론 다시 지리산행을 꿈꾼다.
반야봉에서 조망
흐릿한 기억 - 한신 계곡
반야봉에서 폰카(파노라마 모드)로 찍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