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던 독수리를 못보고 오는 날.
너른 들판에서 몇 무리의 두루미를 길위에서 만나다.
보고 싶던 독수리를 못보고 오는 날.
너른 들판에서 몇 무리의 두루미를 길위에서 만나다.
엷은 안개가 낀 아침나절
아침 소나무 숲의 풍경을 보기 위해 길을 나선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야트막한 산에는
이미 안개는 서서히 걷히고
이곳에서 보낸 지난 일들을 생각하며 호젓하게 숲길을 걷는다.
딴산 가는 길.
겨우내 주말이면 빙벽장비를 싸서 얼음타기를 했다.
그간 지난 일 생각하며 얼마만큼 등반이 늘었을까를 생각하고
몇 번의 빙벽등반 경험이 이제는 자랑스런 훈장처럼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자문한다.
알수록 겸손해야 하고 반복을 통해 학습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경박한 자가 되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본다.
차분하게 오르는 후배들의 자세를 보면서 지난 시간 떠올리다가
삶에 있어서 필요한 것은 언제나 열정임을 생각한다.
< 시간 기록 >
(09:00) 설악동 - (11:10) 양폭 - (12:44) 희운각대피소 - (13:30) 중식 후 출발 - (15:02) 갈림길 - (15:37) 중청대피소 피한 - (16:00) 중청대피소 출발 - (16:22) 대청봉 - (18:16) 오색 하산
여수를 떠나 춘천으로 가는 날 지인으로부터 산에 가자는 전화가 왔다.
눈 내린 설악의 겨울산이 궁금하여 대상지를 설악으로 정한다.
출발 전날 주섬주섬 필요한 짐들을 꾸리며 머리 속은 이미 산으로 가고 있다.
며칠 간 포근했던 날씨는 다시 추워지고 설악동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의 말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
눈을 들어 올려다 본 설악의 산자락.
우뚝하니 솟은 세존봉을 바라보며 보이지 않는 오늘의 길을 생각한다.
주변은 내린 눈으로 온통 흰색.
나무가지와 골짜기 그리고 산 전체에 내려 앉은 겨울.
두 발에 전해지는 겨울의 감촉.
비선대를 지나 천불동 계곡으로 발을 옮긴다.
다시 계곡을 타고 오르는 바람.
그 바람은 지난 산행의 기억들을 불러 일으키고 입으론 가는 탄성을 내뱉게한다.
그리하여 설악의 겨울산은 언제나 정직하다.
고약한 바람으로 인해 손과 발의 끝의 무감각해지다가 아리고
얼굴의 노출된 부분을 할퀴고 지나가며 눈물마저 쏙 빠지게한다.
속살을 드러내지 않은 산은 겨울이라는 계절을 만나 자신의 적나라한 모습을 드러내고
그 매정한 산은 오를 때마다 바람을 풀어 놓아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다.
지리산행 때 이미 겪었던 추위때문에 마음은 잠시 느긋했지만
설악골의 바람은 자연 앞에서 자신의 존재를 초라하게 만든다.
눈길따라 오르며 두리번거리며 바라보는 주변의 경치.
계곡 아랜 온통 단색의 침묵이 흐르고
멀게만 느껴지는 양폭을 지나 천당폭을 향해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계단의 울림은 들리지 않고 등산객마저 보이지 않는 날.
희운각대피소를 지나 소청을 오르는 깔닥고개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겨울 공룡능선을 찬찬히 바라다본다.
그리운 것들은 저멀리 있고 이렇게 발품이라도 팔아야 볼 수 있는 것.
다시 능선엔 바람이 불고
지난 산행의 기억들이 어지럽게 날아드는 날.
비선대 앞 삼형제봉(왼쪽부터 장군봉, 무명봉, 적벽)
천불동계곡
천당폭포 주변
무너미고개
화채봉
소청을 오르면서 본 공룡능선
울산바위
범봉과 울산바위
소청에서 본 용아장성
중청으로 가는 길
중청에서 본 서북능선(주봉인 귀때기청 뒤로 보이는 주걱봉과 가리봉)
중청에서 다시 범봉과 울산바위 내려다보기
중청대피소 그리고 대청봉(1,707M)
대청을 지나 오색 하산길에서
어둠 속의 새벽 차창 밖으로 여천공단의 불빛이 환하다.
몇 년만에 다시 왔던가를 생각하다가 다시 혼미한 잠으로 빠져 든다.
전날 춘천에 눈이 많이 내려 눈을 치우다가 왔는데
포근한 아침녘의 날씨가 따뜻한 남쪽임을 알게 해주고 비까지 내리고
눈 치우다 물집 잡힌 손바닥 바라보며 피식 웃는다.
비내리는 날 다시 찾은 오동도.
EXPO 개최 관계로 길은 새로 뚤리고 포장되어 저멀리로 나가고 있다.
여수역이 EXPO 개최지 바로 옆으로 옮겨져
바다를 매립한 지형과 같이 된 지난 날 기억들.
잘 단장된 섬 주변을 찬찬히 돌면서 바라보는 바닷가.
섬에서 태어나 네 살때 올라 왔던 춘천.
밀려 오는 어릴 적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혼미하고
빗방울은 점차 가늘어지고 붉은 동백꽃은 아직 피지 않아
군데군데 떠 있는 또 다른 섬을 바라보면서 동백꽃과 관련 노래를 생각하다가
"선운사" 를 나즈막히 부르며 마음 속으로 붉은 빛을 그리며 길을 걷는다.
- 여수 동서를 추모하며
오동도에서
<식도락>
1.23. 아침 겸 점심 여수 해운항만터미널 앞 시장통 "속풀이 식당"
두 당 5,000원 (아구탕, 김치 2종, 가자미 튀김 외 여러 종의 반찬, 밥은 무한 리필)
가운데 빨간 것은 서대회 무침(30,000원, 남아서 싸가지고 와서 두 끼 밥에다 비벼 먹음.)
무식한 밥그릇 결국은 두어 스푼 남기고 항복.
여행 중 간식.
개불(머구리가 갓 잡아 온 것을 처형이 구함) 장복에다 말벌주.
이름하여 개불. 명칭의 유래에 관해서는 찾아 보시고 모양이 거시기해서 정력에 좋다고 하네요.
달착지근하니 감기는 맛.
여행 중 내내 장복.
저녁 - 낙지 그리고 꽃게탕.
살아 있는 꽃게를 사용하여 국물이 시원함.
상호명은 모르겠네. 된장을 풀어 게를 끓여서 단 맛이 많이 남.
아점 과하게 먹고 개불 먹고 함포고복한 결과 눈물을 흘리며 술과 음식을 남기고 옴.
그 뒤 속이 더부룩........ 과유불급이라.
1. 24. 저녁 - 한일식당 한정식
아침 겸 점심으로 서대회 남은 것 밥 비비고 콩나물국에 주린 배를 해결함.
공복의 상태로 배가 돌아 와서 너무 기뻤음.
우선 김이 안 나는 매생이굴국.
설악 토왕골로 가기로 한 날이 앞으로 다가올수록 마음은 뛰었지.
그런데 많은 눈이 내려 입산마저 통제되어 오르던 기대감은 허탈감을 이기지 못했네.
다음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마음을 위로하려 하지만
짧게만 남아 있는 겨울의 시간때문에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지.
하여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판대 인공빙장.
다른 곳에로의 여행을 계획했던 나도 참가를 했지.
눈 내린 뒤 날씨는 푹하니 풀려 얼어 붙은 강바닥 위로는 물이 고이고
조심스레 건너가면서 우리가 오를 곳인 100M 벽을 쳐다 보았지.
중앙 쪽으론 현범이 리딩하고 오른쪽으론 순봉.
함께 오르는 빙벽.
등반은 함께하는 행위이라는 순박한 사실을 다시금 느꼈네.
판소리에서 광대와 고수가 서로의 마음을 읽어내며 추임새 혹은 창으로서 서로를 격려하듯이
함께함으로 아름답다는 단순한 진리를 인식했네.
젊은 사람의 열정과 기술은 나이든 자의 경험과 노회함을 일시적으로 넘을 수 있을지 몰라도
등반은 빼어난 기술만 가지고 혼자만 하는 것은 아닌 것.
시행착오의 경험은 기술 위주의 단색의 삶을 다양한 색으로 채색하게 하는 것.
그리하여 오른만큼 양양하지 말고 더 멀리 보고 겸손하게 생각하며 살기.
장비에 대한 믿음.
물신숭배의 시대에 중요한 것은 언제나 자신의 마음이겠지.
인수봉 암벽길을 미제 군화로 오르던 앞선 선배들의 열정.
야생성과 열정이 사라진 물신숭배의 시대에 불편함으로 혹은 믿음의 부족으로 가차없이 버려지는 지난 것들.
하지만 마음마저 흔들린다면.
가쁜 숨 몰아쉬며 힘들게 오른 벽.
높이의 문제를 떠나 마음 속으로 스스로 생각하기.
수 많은 산의 일부였고 그 산이 오름을 허락해주어서 감사하다고
오를 때의 진력을 다한 것처럼 일상에서도 열심히 살겠다고
그리하여 깊은 숨 들이쉬고 숲의 내음을 맡으며 먼 산 바라보기.
매바위 가는 날.
차창 밖의 흐린 날씨를 보며 골을 타고 오르는 바람이 불지 않기를 기원한다.
휴게소에서 한 무리의 등산객들 스패츠를 차면서 산행에 대한 설레임이 이어지고
멀리 보이는 설악의 산자락은 내린 눈으로 백색의 세계.
다시 용대리 매바위에 서는 날.
바람이 잠잠해지고 날씨마저도 춥지 않음에 몸은 이미 인공빙장으로 향한다.
언제나처럼 오름에 대한 열망이 이어지기를 기원하고 빙벽 장비를 착용한다.
선등자의 오름 동작을 응시하는 눈.
토왕폭에 대한 긴 꿈을 꾸었어요.
언제나처럼 꿈은 현실의 소망이 현현(顯現)되어 나타나는 것.
나에게 꿈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 생각을 했지요.
그리하여 목표가 있는 삶은 행복한 것.
그것은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는 자신의 모습으로 인해 행복한 것임을 느꼈지요.
용대리 매바위를 보면서 그 꿈은 구체성을 띠면서 한층 앞으로 다가 왔지요.
삶의 과정 중 세워 놓은 하나의 버킷리스트.
다시 스산한 바람이 일고
잠시 잊고 있었던 바람에 대한 기억들 슬금거리며 일어서는 곳.
눈을 높이 들어 바라보는 매바위.
하늘을 향해 오르고 싶은 자의 하루.
오르면서 본 주변 등반자(타인)
코오롱등산학교 윤재학강사님 등반 모습
130116 코스 직탕 - 고석정(2시간 소요)
연이는 강추위로 한탄강 물이 꽁꽁 얼었다.
위에서 본 강 주변과 얼어 붙은 강물 위에서 근접해서 본 풍경은 감추어 둔 속살을 드러낸다.
보고 싶었던 주상절리.
기이한 모양의 형상들을 보고 현무암의 협곡을 지나면서
나는 아주 천천히 과거 시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지난 시간은 저마다의 소망을 안고
서로 다른 형상으로 발현되어 나타난다.
대상에 근접함으로써 보이는 모습들을 살피다가
얼마큼 더 가까이 가야 다른 사람의 모습이 보일까를 생각한다.
들머리인 직탕 폭포
번지점프장이 있는 태봉대교
송대소 주변 주상절리
130117 고석정 주변 돌아보기
130118 송대소 주변 주상절리 돌아보기
한 해의 무사고와 안전등반을 산신님께 비는 날.
회장님, 총무님, 등반대장님 등 여러 분이 준비를 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며칠 전에 내린 잔설로 암장으로 가는 길은 미끄러웠지만
우리들의 마음은 너나없이 무사고와 안전등반에 대한 기원.
오랜만에 본 얼굴들 만나서 반갑고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지속적으로 산에서 만나기를 소망하는 날.
지리산에서 돌아 온 전날.
한 잔의 술에 지난 산행의 이야기를 털어 넣는다.
지긋한 추위 얘기와 그리하여 우찌 바라본 천왕봉의 일출과 그 감흥들.
다시 길 위에 섰었네.
가고자 하는 길들 언제나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 먹었던 생각만큼이나 보이는 눈 앞의 길들이 놓여 있었네.
흔들리는 차 안에서 뒤척이는 지난 밤의 숙취.
그리하여 안녕하지 못한 당신의 몸은
언제고 때를 얻어 길고 긴 닻을 내려 정착할 수 있을런지.
무지와 만용의 무지렁이가 되어 오르는 100M 빙폭.
길은 보이지 않고 가쁘게 숨만 내쉬고 있었지.
오르면서 나는 보았네.
얼마만큼 높이 올랐는가를 곁눈질하면서 후들거리는 팔을.
오르다가 팔에 펌핑이 와서 추락하기를 여러 차례
지리하게 늘어졌다가 몇 발자국 옮기지 못하고 다시 추락.
가쁜 숨 몰아 쉬며 생각했었네.
오르는 것이 팔이 아니라 튼실한 내 두 다리로
버티고 일어서서 그리하여 움직이는 것임을.
언제나 늦게 찾아 오는 깨달음.
바람 한 점 없는 날이었지.
그렇게 고생하면서 오른 판대 인공빙장 100M 벽.
언제나 인것처럼 사람 사이의 살아가는 것이 뜨뜻한 정이라는 걸 느꼈네.
달랑 초코파이의 글자에 새겨진 것이 아니라
산악인의 정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는 날
눈 앞에 보였던 길들 혼미해졌었네.
100M 폭 오르기
2P를 향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