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람부는 날 산엘 올랐어요.

언제나처럼 겨울은 눈물을 쏙 빼놓고

손끝으로 타고 오르는 추위를 바람 그늘 속에서 실감했어요.

 

 가야할 길 눈으로 그리며 보았지요.

길들 눈에 덮여 보이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의지한 채로 오르는 겨울 산.

따슨 마음이 함께 했었고 그 뒤로 바람이 뒤따라 왔으며

흰 눈들이 길라잡이를 했지요.

 

 2.

 겨울 산은 봄가을 내내 감추어 두었던 속살을 드러내고

중년을 넘어선 여인네의 풍성함을 지나

지혜가 많은 노인의 모습으로 다가 온다.

속살 감추지 않은 적나라함으로 다가 서는 산.

긴 머리 날리는 바람 속 웅웅 울어대는 산의 음성.

두 발길에 전해지는 느낌과 눈 속의 울림.

그리고 함께한 사람들.

 

 3.

 바람 부는 날이면 겨울 산에 올라야 한다.

그리하여 그 바람 속에 설 수만 있다면

저 멀리 보이는 산을 볼 수가 있다면

그 산은 이미 오름의 의미를 가진 것.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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