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행 비행기는 한 시간 정도 이륙이 지체되고
비행기 창 넘어로 보이는 설산.
처음 보았을 때의 감흥은 아직도 유지되고 있고
안나푸르나 남봉은 비행기 안에서도 따라 다닌다.

" 굽이져 흰띠 두른 능선길따라
달빛에 걸어가던 계곡의 여운을
내 어이 잊으리오 꿈같은 산행을
잘있거라 설악아 내 다시 오리니 "

 설악가의 한 구절을 떠올리며
아름다웠던 날들과 시간을 반추해 본다.
타멜 필그림 서점에서 산 히말라야산군 지도를 펼치며
다시 이곳을 찾을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말러 2번.
박범신 소설 <촐라체>를 읽는다.
나(박상민)과 하영교의 촐라체 등반에 관한 이야기.
등반에 성공하고 하산 길 크레바스에 빠져서
겪게되는 죽음을 넘어선 삶에의 의지를 그린 소설.
현재의 내 삶은 어떤한가를 자문한다.
영화 <127 시간>에서 보여 준 삶에 대한 의지.
잡념은 꼬리를 물고
팽팽하던 긴장은 이제 풀어져 맥주나  들이키면서 신경을 완화시키려 한다.
 애니메이션 <메가마인드>를 본다.
적대할 대상이 없는 악의 무료함.
<슈렉 포에버>에서 처럼 일상성에서의 탈출.
악인이 판을 치는 세상.
<슈퍼 배드>.
각각의 공통점을 찾으려 골몰하다가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이 열정(Passion)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든 것이 나의 주도하에 움직였던 이 번 트레킹.
이것저것 신경을 쓰다보니 사물에 대한 감흥과 감각이 
뒤따르지 않아 고심을 했다.
차라리 뒤나 졸졸 따라 다니며 산천경개의 유려함을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말하는 편이 더 나았으리라 생각을 한다.
대신 가이드나 포터 없이도 ABC에 혼자서라도 갈 수 있다는 자신감.
얻은 것은 이 하나 뿐이었을까.

 피한했다가 다시 추운 겨울의 우리 나라에 돌아 왔다.
차창을 통해서 느끼게 되는 겨울의 추위.
길들은 얼어 있고
가평 휴게소.
음식을 주문한 지 얼마 안되서 나오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에 와 있음을 실감한다.

 

     릭샤


     카트만두 트리부반 국제공항




방콕 면세점에서 본 하만카돈 아이포드용 스피커(음을 들어 보고 싶었으나 그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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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정> 카트만두 시내관광(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보더나트 - 파슈파티나트 - 박타푸르 - 파탄 - 스와얌부나트 

 보더나트.
 티벳식 탑돌이를 하는 수 많은 티벳인.
티벳이 중국에 점령된 후 자유를 찾아 고국을 떠난 육신들.
나도 순례자가 되어 그 무리 속을 따라 돈다.

보더나트





WITH G10




 파슈파티나트.
 파슈파티나트는 힌두교에서 파괴와 창조의 신인 시바의 다른 이름.
네팔에서 가장 신성시 되는 힌두 사원.
500루피의 많은 입장료를 내었지만 힌두교도가 아니기에 사원 구경은 하지 못하고
죽은 자를 화장하는 풍경만 본다.

 갠지즈강의 상류인 바그마티 강 하류에 위치한 화장터.
육신을 태우는 자욱한 연기 속 나도 모르게 숙연해진다.

 삶이란 그런 것.
산자와 죽은 자의 거리는 저렇게 가깝고 경계가 없는 것.
육신에 타오르는 불꽃을 보면서 느끼는 산 자의 매콤한 후각.
이곳에서 화장되면 고통스런 윤회의 고리가 끊어질까를 생각하고
죽은 자에 대한 극락왕생을 기원한다.

파슈파티나트


       바그마티강 청소부 - 카르마(업)

WITH G10



 
 박타푸르.
 귀의자의 도시.
15$의 가장 비싼 입장료를 냈던 곳.
카트만두, 파탄과 함께 카트만두 계곡의 3대 고도.
오래된 건축물에서 느끼는 고즈넉함.
한적함이 느껴지는 공간.
과거의 시간이 한 순간 정지한 도시.
바쁠 것 없는 사람들의 일상.
영화 <리틀 부다>의 한 장면이 오버랩 되고
옛 것에서 느끼는 향수와 아늑함이 밀려 온다.

 <카페 냐타폴라>에 간다.
3층 주변의 건물이 보이는 조그마한 탁자에 앉아
아래로 지나 가는 사람들 물끄러미 쳐다 본다.
일상에서의 순간 정지.
에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주인공 폴이 되어
정지된 사물들을 찬찬히 둘러 본다.
어디선가 들리는 불경 소리
"옴메니밧메홈"
이어지는 "랜섬피리리"
음악들은 좁은 공간을 타고 박타푸르 너른 공간으로 확산되어 나간다.

박타푸르






























WITH G10




     <카페 냐타폴라>에서 먹은 요구르트












 파탄.
미의 도시.
더르바르(왕궁) 광장으로 향한다.
오후 나절 수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운집해 있고
파탄의 볼거리와 관람 포인트를 복사해 갖고 갔으나
펼쳐 보지 못하고 광장 주변 방물상인에게 잡다한 물품 몇 가지를 산다.
동으로 된 접시 주변을 돌리면 진동으로 인해 소리가 증폭되는 싱잉볼.
그리고 티벳 문자가 써진 서양 악기로 얘기하면 심벌즈  비슷한 것.
서로 부딪히면 여음이 남는다.
 파는 쪽에선 "굳 프라이스"라고 하나
사려고 하는 나는 조금 더 깍으려만 하고.
그렇게 파탄에서 시간을 보낸다.

파탄







 스와얌부타트
 견원지간의 한자성어가 무색해지는 개와 원숭이가 공존하는 곳.
원래는 삼백 여 개의 긴 계단을 통해 올라 가야하나
시내 관광의 마지막에 포함되어 시간 관계상 꼭대기 쪽 주차장까지 차가 올라간다.

 그리고 금속 도르제(금강저) 뒤편의 반구형 스와얌부나트.
불탑 중앙의 부다의 눈.
동서남북 사방으로 카트만두를 응시하고 있다.
모든 진리는 하나라는 물음표 같이 생긴(네팔 숫자 1) 코
두 눈 사이의 점.
진리를 꿰뚫는 제 3의 눈.
써드 아이.
한참이나 본다.
흐린 눈 맑아지기를 기원하면서.

 오후 나절.
 햇살은 이미 떨어지고 우리의 일정도 거의 다 되었음을 알린다.
서늘한 기운을 느끼며 저물어 가는 카트만두 시내를 조망한다.
어둑해져서 타멜 숙소로 와서 <써드아이 레스토랑>에 가서
탄두리치킨을 시켜 먹는다.

<숙소> 티벳 게스트하우스

스와얌부나트



WITH G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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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정> 포카라 페와탈 유람 - 카트만두(봉고차량이동)

 느릿하니 아침을 먹고 페와호수로 간다.
보트를 빌려 호수로 나간다.
산 중턱에 위치한 사랑콧 전망대 너머는 흐린 날씨로 인해
안나푸르나의 산군들을 볼 수 없다.

 오랜만에 찾아 온 망중한.
물 속에 손을 넣어 보기도 하고
지나가는 배 한가하니 쳐다 본다.

 호수 안 쪽에 있는 바라히 사원엘 간다.
비슈누신에게 축원을 드리는 선남선녀들의 모습.
주변을 서성이는 관찰자의 입장이 되어
느긋하게 이 곳에서 며칠 보내는 것도 좋은 일일 것이라 생각을 한다.

 연초의 홀리데이인 관계로
국내선 항공기 좌석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봉고차를 대절하여 카트만두로 이동한다.

 짙어 가는 어둠 속
차창 밖에 비친 사람들의 모습.
산 속에서 트레킹 중 순박한 사람들을 보고
한적한 휴양 도시인 포카라에 있어서인지
카트만두의 밤풍경은
처음의 내가 봤었을 때는
거리에 나선 수많은 사람과 끊임없이 경적을 울려대는 차량과
오토바이 등등이 서로 얽힌 카오스의 상태였다.


<숙 소> 카트만두 타멜 티벳게스트하우스

      페와탈 선착장


      뱃사공 - 치즈가 박힌 소시지를 주었더니 소고기가 들어간 것이냐 묻기에 아니라고 했다.

      호수 내 바라히사원(힌두교)

      사원 주변 풍경




      뒷 편으로 멀리 보이는 사랑코트 전망대

WITH G10

      페와탈 선착장 주변 주전부리꺼리를 파는 상인

      페와탈 주변 풍경


      페와탈 내 바라히사원(힌두교)



      포카라 - 카트만두 이동 중 시장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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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중 롯지나 일반 가게에서 파는 물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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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기록>
(05:30) 푼힐 (3,210m) - (09;30) 고레파니 (2,860m) - 낭게탄티 - 반탄티 - 울레리 - 티르케둥가 - 힐레 - 수다메 - 비레탄티 - (17:30) 나야폴 (1,070m) - 포카라 (트레킹 종료) 

 바람 부는 새벽.
말러 교향곡 2번(사이먼 레틀, 버밍험 심포니 코러스 앤 오케스트라 1986)을 들으면서
파고 드는 바람 속으로 푼힐에 올랐지요.
부지런한 사람들은 일출을 보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꼬리를 물고 이어졌지요.

 몇 년 전 신년 산행때의 생각이 떠올랐지요.
중청에 올라 하늘을 보니 구름은 잔뜩 끼었고
일출에 대한 희망은 이미 사라져서
라면을 끓기를 기다리며 시에라컵에 소주를 따랐지요.
소주는 바로 살얼음이 되어 샤베트가 되고
그걸 무시하고 마시다가 입술이 컵에 붙어버렸어요.
매운 바람에 눈물 글썽이며 느낀 혹한의 겨울 날 추위.

 전망대의 철제 구조물을 통과한 바람은
제 흔적을 소리로써 알렸지요.
아직 '부활"로 향하는 시점은 많이 남아 있는데
바람 소리에 음악 소리는 제대로 전달이 되지 못했어요.
히말라야 산중에서 자면서
설인인 예티(Yeti)를 만나는 꿈꾸기를  소망했었지요.
그리곤 아침마다 새로운 몸의 감각을 확인했어요.

 해가 뜨면서
저 멀리 높은 산들은 머리부터 빛나기 시작하고
우리가 걸었던 산길을 보이는 곳은 눈길을 따라
보이지 않는 곳은 산너머 마음 속으로 길을 그렸지요.

 아름다운 당신.
함께 한 지난 시간들은 아름답게 채색되어 다시금 내 앞에 섰어요.
어느날 그 그리움이 다시금 깊어진다면
또 당신을 되찾게 되겠지요.
바람 속 지난 간 시간을 읽고 있었어요.
관악이  총주와 포효하는
이제 음악은 부활을 향해 달려 가고 있지요.
산정에서 솟아오르는 아침 햇살을 보며
"RESURRECTION"에 대한 꿈을 꾸었지요.

 4,000 여 계단의 내려 가는 길.
다리에 전해지는 긴장감은 이젠 사라지고
터덕이면서 종착지인 나야폴까지 왔지요.

 뒤돌아 보는 산.
마차푸차레가 내려다 보고 있었지요.

 기다란 터널을 빠져 나온 기분이 들었지요.
 
<숙소> 트레킹 종료. 포카라 ABC 호텔

      푼힐에서의 일출과 주변 풍경













WITH G10
      푼힐의 아침






      점심 먹은 곳의 아이

     트레킹 종료지점인 나야폴에서 바라다 본 마차푸차레

      WAY TO   "POKHARA"

트레킹을 마치고 나야폴에서                                                                                 고승훈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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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지 진열품
















 롯지 주방 내부




롯지 음식  네팔라면 감자 튀김



스파게티

구릉 브레드



베지 스파게티

브레드 그리고 허니, 케찹


탄두리 치킨(고레파니 써니호텔)


BBQ (고레파니 써니호텔)

 달밧(밥 위에 야채를 더 올림)

양파 수프


네팔 라면


티베탄 브레드


감자 튀김


베지 프라이드 라이스

 삼겹살(포카라 한국사랑)


찹쌀밥(찹쌀 한국에서 준비)과 꽁치김치찌개(포카라 소비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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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기록>
(09:00) 타다파니 (2,630m) - 반단티(3,180m) - 데우랄리(3,090m) - (15:00) 고레파니 (2,860m)

  HAPPY NEW YEAR!
  한 해의 인사를 나누는 아침.
롯지 밖으로는 어제 내린 눈으로 저멀리 히말라야의 산군들이 은세계가 펼쳐지고
트레킹 내내 끈질기게 쫓아다니는 안나푸르나 남봉과 마차푸차레에게
아침 인사를 건넨다.
" 나마스떼. 히말라야."

 내린 눈으로 겨울이 빛은 흰 색.
그 많은 데우랄리(같은 지명이 3개가 있다고 한다.)  가는 길.
밀림 속.
오후 날은 흐려 다울라기리 봉은 보이지 않고
포카라에서 출발하는 새해 맞이 100km 산악마라톤에
참가하는 몇몇 마라토너를 보았다.
흐린 날씨로 인해
시계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근시안이 되어 주변을 맴돈다.

 일몰을 보기 위해 푼힐전망대에 오른다.
고레파니 오면서부터 흐려진 하늘이 맑아지기를 빈다.
구름은 걷힐 기색은 보이지 않고
바람을 타고 산 전체로 퍼져 나간다.
주변의 산군은 구름 뒤로 숨어 버리고
갖고간 나침반을 꺼내
내일 해 뜨는 곳의 위치를 확인한다.

 내일이면 일정이 끝나는 가이드와 포터를 위해 식사를 같이 한다.
그런데 이 동네에서 제일 큰 롯지인 이곳에서 
현지인 가격을 적용하려고 하지 않는다.
주인과 한참의 설전.
4명은 네팔리이기 때문에 메뉴판에 있는
외국인을 위한 가격이 아니라
로컬프라이스를 받아야 한다는 내 주장.
한참의 설전 끝에 두 당 50루피를 깍았다.
(4명이면 200루피. 3달러 채 안되는 돈이다.)

 매제가 갖고 온 코커스페니얼.(아코)
천방지축 날뛰는 이 개의 이름을 써니라고 불렀고
귀가 후 난장판이 되어 버린 거실과
출근할 때 들리던 개의 울음.
결국은 아파트에서 기르는 것을 포기하고
주변 사람에게 보내야만 했던
SUNNY에 대한 추억이 오버랩된다.

<숙소> 써니 호텔

      타다파니 숙소 앞 아침 풍경 - 멀리 안나푸르나 남봉, 히운출리, 마차푸차레가 보인다.

     


WITH G10
      타다파니 숙소 앞에서 - 마차푸차레 땡겨 찍기

       타다파니 숙소 앞에서 - 안나푸르나 남봉 및 히운출리


      마차푸차레 주변 산군

      롯지에서 본 안나푸르나 남봉 및 히운출리    

     신년 모닝 커피     

      새해맞이 사진 찍기      



      롯지 벽에 걸린 거울을 통해 내 모습을 찍다.


     아이 셋을 데리고 트레킹 중인 팀. 둘은 포터가 업고 나머지 한 아이는 손잡고 같이 걷고 있다.     그 중 업힌 아이 사진 한 장.

      산행 중 만난 야크


      데우랄리에서 멀리 보이는 푼힐전망대

      푼힐 전망대에서의 조망 - 오후 날씨 흐림

      푼힐 전망대


      써니 호텔 식당 벽에 걸린 힌두교 조형물

남이 찍어 준 내 모습 - 데우랄리 가는 길                                               고승훈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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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기록>
(08:30) 촘롱(2,170m) - (10:00) 구르중 - (12:00) 중식 - 추일레 - (03:15) 타다파니(2,630m)

 촘롱 아침.
결국은 컨디션이 안 좋은 후배와 촘롱에서 작별을 고한다.
촘롱에서 하루 더 쉬고 천천히 포카라로 내려 오라하고 포터 한 명을 붙인다.
산중 이별로 인한 아쉬움이 밀려 오고.
갈 길 바쁜 자 서서히 몸을 움직이는 수 밖에.

 주욱하니 앞으로 이어져 있는 산길을 걷는다.
오늘은 얼마쯤에서 끝이 날까를 생각하다 보니
한 해의 마지막 날.
원래 계획대로 한다면 신년인 내일 아침에 푼힐에서 해맞이를 하는 것이었는데
여러 사정상 하루가 늦춰지고
조금 걷다 보니 농가 주변 밭에 노란색의 풀들이 눈에 들어온다.
계단식 논에 군데군데 보이는 노란빛의 화사함.

 중식 이후 창 밖으로는 비가 내린다.
방수방풍의로 옷을 갈아 입고
나무 숲이 울찬한 곳으로 들어 간다.
추운 날씨로 인해 비는 눈으로 바뀌고
주변의 산들은 흰 색으로 옷을 갈아 입고
우리들은 터덕이며 산길을 걸어 간다.

 롯지 식당에서 만난 여행자.
사진가인 터키인 2명, 오스트레일리아 여대생 2명 그리고 일본인 청년 한 명.
이런 저런 얘기하다가
오스트레일리아(처음엔 내가 간 적이 있는 오스트리아와 헷갈렸다.) 여대생에게
오페라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다.

 아버지의 지고지순한 사랑과 관련된 <리골레토>, 비올레타의 헌신적인 사랑이야기 <라 트라비아타> 등등을 이야기의 소재로 삼아 말을 나눈다.
그러다가 네트렙코가 열연한 벨리니의 <청교도>를 꼭 보라고 권한다.
한 해의 마지막 밤은 깊어 가고
그 탓인지 자그마한 산 동네도 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고 술렁거린다.

 밤하늘을 올려다 보니 수많은 별들이 명멸한다.
한 때 나의 별은 북두칠성 중 가장 희미한 별.
왜 희미한 별을 선택했는지 지금으로선 알 수 가 없다.
다만 하늘을 보면서 아쉬웠던 것은 
미리 준비한 삼각대와 릴리즈를 갖고 가서
ABC에서 30여 분이나 한 시간의 장노출로 별들의 움직임을 찍고 싶었지만
영하 20여 도를 넘어 가는 추위에 밀려 실행조차 해 보지 못했다.
타다파니에서 밤하늘의 별을 보니
가슴 속으로 반짝이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숙소> 히말라야 타워리스트 게스트하우스 & 레스토랑







WITH G10










      마을 운동장 - 배구장

      킴롱 콜라 내려 가면서 만난 양치기 소년    



     "SWEET"을 외치던 소녀

      밭 가는 농부

      음식 솜씨가 좋았던 점심을 먹었던 마운틴 디스커버리 롯지

      롯지 밖의 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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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기록> 촘롱에서 하루 종일 휴식

 밤새 잦은 기침에 후배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어제의 극심한 피로와 함께 숨 가쁨,
숨 쉴때 마다 기관지에서 나는 꾸르르 소리
그리고 폐에 물이 찬 것 같다며 연실 뱉어내는 담홍 빛의 객담.
이것은 중증의 고산병인 전형적인 폐수종 증상이다.
한편으로 다행인 것은 고산지대를 벗어나서 2,000m 아래인
촘롱( 2,170m)에 있다는 것.

 고소 증세를 호소한 다른 사람도 컨디션은 뚝 떨어져 있고 해서
오늘의 일정을 접고 촘롱에서 쉬기로 한다.
하루 쉬고 나면 다시 몸이 호전되기를 빌면서.

 아침 먹고 주변을 어슬렁 거린다.
신년 축제 관계로 마당에선 염소를 잡고 있고
아랫 마을 운동장에선 부락별 농구 대회가 열리는 지
많은 젊은이들이 구경을 하고 있다.
나도 그들 틈에 끼어서 잠시 구경을 하다가 다시 롯지에 온다.

 거친 호흡과 잦은 기침 그리고 객담을 흘리는 후배 옆
침상에 기대어 갖고 온 책을 읽는다.
정광식의 <아이거북벽>.
등반을 끝내고 살아서 돌아 온 기록들.
선등자 대해
"너 죽으면 네 장비 다 내가 갖는다."라는 후등자의 농담.
그들의 생존에 경의를 표하고
후배의 숨소리 확인하면서
오랜만에 오후 나절 풋잠에 든다.


 <숙소> FISHTAIL 게스트하우스 & 레스토랑

      아침 숙소에서 만난 동네 사람들 - 오른쪽 분이 전직 군인이었다고 한다.





WITH G10
      신년 축제를 위해 염소를 잡는다.

     아침 숙소에서의 조망

      촘롱에서의 조망 - 안나푸르나 남봉과  히운출리

      촘롱에서의 조망 - 마차푸차레

      동네 농구 경기 중 - 일상의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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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기록>
(07:15) ABC(4,130m) - MBC(3,700m) - (11:07)데우랄리(3,200m) - (12:40) 히말라야(2,920m) -(13:30) 중식 후 출발 - (14:55) 도반(2,600m) - (16:04) 뱀부(2,310m) - 시누와(2,360m) - (22:00)촘롱(2,170m)  

 같은 숙소에 있던 후배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거린다.
급기야는 가지고 간 다이아막스와 비아그라를 먹는다.
잠을 못 이룬 후배의 모습은 초췌하고
다른 사람들 상태 확인해 보니
식욕 감퇴, 두통, 구토 등의 고소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이 7명 중 4명.
아침에 일어나 보니 눈만 조금 부어 올랐다는 느낌을 받은 나.
갖고 간 너구리 끓여 달라하고
3명만이 식당에 앉아서 라면에 밥을 말아 먹는다.

 아침의 산은 청명하다.
오후의 산이 기류등의 이동으로 흐린 시야를 제공한다면
아침의 산은 밤새 감춰둔 속살까지 드러낸다.
어제, 그제 이틀에 걸쳐 올라 왔던 길을 오늘은 하루만에 내려가야 하는 길.
아침 나절부터 갈 길은 바쁘고 마음은 분주하다.
올라오면서 보지 못했던 산.
내려 가면서도 못볼 것 같다는 생각.
고소 증세 등으로 인해 서둘러 하산을 한다.

 뒤돌아 보는 산.
함께 했던 시간을 생각하며 벌써 아쉬움으로 뒤돌아 본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던 산.
산에 대한 그리움을 이기지 못하면 다시 찾아 오리라
꼬리를 무는 상념들 속.
발걸음은 아래 쪽을 향해 움직인다.

 데우랄리를 지나면서 시간을 본다.
ABC에서 이곳까지 걸린 하산시간이 4시간.
몸의 컨디션이 안 좋은 관계로 하산이 더뎌지고 있다.
가야할 길은 멀고 먼 데
산 속에서의 오늘 일정에 대한 또 다른 걱정.
히말라야에서 중식을 먹으며 내리 쬐는 햇살 사이로 언뜻 보이는  
혜초여행사가 주관이 되서 온 22명의 한국인 트레커들을 만난다.

 뱀부 도반 가는 길.
왼편으론 마차푸차레의 설산이 함께 하고
모디 콜라의 계곡 물소리와 대 숲의 바람소리 어울워지며 
느릿하게 길을 걷는다.
오르면서 못 보았던 산들 보았을까를 자문한다.

 후배의 컨디션 난조로 인해 하산길이 더디다.
내가 맨 뒤에 서고 후배가 그 앞에 선다.
급기야 일행은 무리져서 앞서 나가고
뒤에 남은 우리들은 어둠 속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하며 하산을 한다.
그리고 시누와.
촘롱의 불빛은 같은 높이에서 보이는 데
아래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은 갑갑하다.
게다가 후배는 오름길에서 한 두 발자국 옮기고 가쁜 숨을 내쉰다.
이럴 땐 그저 아무 말 없이 후배의 동작에 따라 움직이는 수 밖에.
앞에서 쉬면 나도 멈추고
밤길 잘 못들어 산쪽으로 올라가다가
오를 때의 기억되살려 다시 내려오고
어둠 속 표지 판 확인하고
후배가 움직이면 따라 가기를 반복하다가 14시간만에 촘롱 숙소에 도착한다.

 <숙소> FISHTAIL 게스트하우스 & 레스토랑

      아침 ABC 롯지 주변

      내림길 - 데우랄리에서 뒤돌아 보기

     마차푸차레


      왼 편의 마차푸차레(6,997m)와 함께 하는 길










WITH G10

      아침 내려가며 ABC 주변 롯지 그리고 산.



      멀어지는 산.




       데우랄리 아랫 동네
      주변의 식물과 꽃들

      우리나라 앵초와 비슷한 꽃 - 그런데 목이 짧다.



      히말라야(2,920m) 주변

      이어지는 물고기 꼬리 모양의 마차푸차레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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