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이도백하 - 비룡폭포(장백폭포) - 녹연담 - 백두산 천문봉 - 통화
1.
천지를 보려고 한 날 아침.
비는 어제에 이어 추적거리며 내린다.
비닐 우비를 하나 사고 백두산정에 올라 천지를 못 볼 것 같은 기우에 빠졌다.
반면 나는 4년전에 와서 본 경험이 있으니 별생각은 없지만
주변의 화제는 온통 천지를 볼 수 있을 것인가이다.
"천지를 보러 와서 못 본 사람이 천지"라는 말장난의 표현도 있지만
지금처럼 비 내리는 상황에서 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지만 산에서의 날씨는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우선 비가 긋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었다.
이른 아침 출발로 인해
짚차 환승장엔 관광객이 없다.
비는 점차 잦아들고 멀리 올려 보이는 산정으로는 운무가 가려져 있다.
우선은 장백폭포를 보기로 한다.
내리 쏟아지는 장백폭포.
천지에서 흘러 내린 물에 손을 담그고 마시기도 하면서
백두산의 시린 느낌을 가슴에 담는다.
장백폭포 가는 길
녹연담
지프승강장 부근 중국 가이드
2.
다시 백두산(북파, 천문봉)에 올랐네.
과거와는 다르게 통행 위험을 알리는 표지판에다가
곳곳에 안전 관리 요원들이 있었다.
올라 갈 때 잠깐 천지의 모습을 보여 주었지.
그리고 운무가 몰려 와 그 모습 감추어 버리고
잠깐 본 그 모습 생각하며 운무가 걷히기를 기다렸었네.
과거에 본 마음 속의 풍경들 떠올리며
천문봉 주변 서성이고 있었지.
운무는 걷히고 다시 그 자태를 드러내고
잃어 버린 기억들 되살리면서 그 산과 푸른 천지의 물을 보았네.
지난 번 이곳에 올랐던 일들 바람 속으로 흩어져 버리고
첫 만남에서 느꼈던 벅찬 감흥 이젠 누그러지고.
그리워했었네.
지난 날들을.
정상에 세워진 기상청
요녕성 박물관에서 본 천지도(부분)
아래에서 본 백두산
Posted by 바람동자
일정: 열차 이용 연길도착 - 용정 이동(윤동주 시비의 대성중학교, 해란강과 일송정, 윤동주 생가, 명동 서숙 옛터, 15만원 탈취사건 현장) - 화룡 이동(청산리 전적지) - 연길 경유 - 이도 백하로 이동
1.
흔들리는 아침.
빗발도 간간이 내리고 사람들의 움직임과 음성들.
15시간의 예상을 넘어서 1시간 더 걸려 연길에 도착했다. (06:20 심양발 - 익일 10:30 연길 도착)
연길. 조선족 자치주.
역 앞에서 보게된 수많은 한글 간판들.
반면 심양이 도시라고 한다면 이것과는 비교되는 한적한 주변의 건물들.
한식으로 식당에서 늦은 아침밥을 먹는다.
대성중학교.
비 그친 뒤 하늘은 맑고 내리쬐는 햇볕 따갑다.
윤동주 시비 앞에서 몇 장의 사진을 찍고
기념관에 올라가 설명을 들으며 윤동주에 대한 사진 자료를 다시 찍는다.
열차 내부 풍경
연길역
주변 일상 풍경
대성중학교에서
윤동주 사진 자료
2.
윤동주 생가를 찾아 가는 길.
가는 도중 15만원 탈취 사건 기념비(영화 "놈놈놈"의 소재가 되었다.)와
그 옆에 인접한 5.30 폭동 기념비를 둘러 본다.
과거의 일들은 시간에 의해 사라져 버리고
그것을 기억하기 위해 세워 놓은 기념비.
기억을 앞서는 것은 언제나 기록.
다리 아래 개울가에는 천렵을 나온 부부 한가로이 쉬고 있고
물가에서는 벌거벗은 아이들이 뛰놀고 있다.
북간도 명동촌(明東村)임을 알리는
푸른 표식이 풀 숲에 우뚝하니 서 있고
명동교회와 명동학교 인접한 곳에 위치한 그의 생가를 돌아 본다.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고뇌.
그 표출로서의 시 창작.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한 끊임없는 되돌아 보기.
생가에 놓인 그의 사진을 보며 잠시 숙연해 진다.
꾸물거리는 날씨.
다시 비는 내리고.
차에 올랐을 때 다른 분이 그 근처에 문익환의 생가도 있다고 했다.
빗줄기는 거세지고 해서 3.13 반일 의사릉은 그냥 지나치기로 한다.
차창으로 보이지는 않는 일송정에 대한 이야기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간다.
천지 견문이 있는 내일 날씨에 대한 불안감.
이도백하를 향해 산자락을 넘어 가는 길.
저녁 나절 마을의 굴뚝을 타고 오르는 연기와
구름 속의 산자락 모습이 군데군데 보인다.
길을 따라 늘어 선 집들.
백두산에 인접한 고지대여서인지 다소 선선한 느낌이 들고
저녁 식사 후 어슬렁거리며 주변 배회를 하다가
노천 꼬치구이집에서 양, 소 그리고 짭잘한 비둘기 꼬치를 시켜 청도맥주와 함께 먹는다.
날 비 내려 추적거리고 내일 날씨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15만원 탈취사건 현장 기념비
윤동주 생가를 찾아서
명동 교회
윤동주 생가(1994. 8월 복원)
명동학교
Posted by 바람동자
일정: 춘천 - 양양공항 - 심양공항 - 기차 연결편으로 연길행
1.
햇볕 강렬하게 내리쬐는 구름 많은 날
강원도교육청이 주관하는 "2010년 사제동행 민족정기 대탐방" 인솔교사로 참여를 한다.
그 주된 내용은 심양, 백두산, 항일운동유적지를 중심으로 한 민족정기 탐방 4박5일 일정이다.
올해 5월 18일 이후 심양, 상해 노선이 개통됨으로 인해 그나마 공항으로서의 체면을 유지하고 있는 양양공항. 편의 시설은 빙과류와 커피를 파는 매점 외에는 전무하다. 기능을 상실한 공항.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 인지 공항 주변 한가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 무리의 중국 관광객들 귀국을 위해 들이닥치고 심양에서 출발한 비행기 연착되어 1시간 늦게 출발한다고 한다.
아침 일찍 먹은 밥에 허기를 느끼는 시간.
2시간여의 비행 중 혼곤한 잠.
떨어지는 머리에 놀라 깨어나고 다시 졸고.
양양공항
우리를 태우고 갈 중국 남방항공 전세기
2.
그리하여 심양에 왔다.
공항에서 한 중국여자 악을 쓰고 이야기하고 있다.
나중에 보니 수화물 일부가 파손되어 되어 이에 대해 항의를 하는 것 같은데
여름날 여성의 고음과 고성은 역겹다.
4년 전인 2006년 백두산 3박4일 코스로 이 곳에 왔었던 기억이 나고
심양 혹은 만주 봉천.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의 한 대목을 떠올리며
인조와 소헌세자의 살아서 감내해야 했던 치욕을 생각한다.
한 시간 늦어지는 바람에 일정은 기차시간을 고려하여
발걸음을 고궁으로 향한다.
가이드는 중국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추척거리는 비에 설명은 저 뒷전으로 한 채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살핀다.
옛 청나라 왕조의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는 여러 형태를 건축물을 살핀다.
차편으로 서탑가 주변을 지나간다.
중국에서 가(街)는 남북 그리고 로(路)는 동서방향이라고 한다.
비 내리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한국식 간판.
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연길을 가기 위해 봉천역으로 이동한다.
15시간의 먼 기차 여행.
좌우 3개로 구획된 6인용 침대차에 짐을 풀고 앉으니 머리를 제대로 들 수가 없다.
게다가 후덥지근한 열기에 땀은 줄줄 흐르고 해서
아이들도 확인 겸 해서 기차 안에서 몸을 움직인다.
카드하는 사람, 수박 화채를 해 먹는 사람, 무언가를 게속 먹으며 씨를 뱉는 사람.
야간 열차의 풍경.
도미에의 "삼등열차"의 고단한 삶의 모습을 생각해 내고
과거 용산에서 목포까지 13시간 동안 완행열차를 타고 갔던 일이 오버랩된다.
여러 이야기를 안주 삼아 마시는 술.
그리고 기차에서의 흔들리는 잠.
심양 공항
심양 고궁에서
대정전
봉황루
Posted by 바람동자
1.
내리 사흘째 날씨는 꾸무럭 거린다.
우도행 배위에 올라 멀리 성산 일출봉을 바라본다.
배 위를 배회하는 갈매기.
새우깡을 갖고 오는 것을 잃어 버렸다.
카메라로 피사체를 쫓아 다니기는 하지만
저 멀리로 자유롭게 나는 새를 찍는 다는 것은 힘든 일.
2.
바람 부는 언덕에 섰어요.
언덕에 서니
작년에 갔던 마라도가 생각이 나네요.
완만하게 이어진 언덕을 보면서
봄날 따스한 때 이곳의 경치를 머리 속으로 그렸지요.
저 멀리론 일출봉.
그리고 흔들리는 억새풀 뒤
바다 위론 많은 배들이 떠 있었지요.
조업 중인 아니면 어디로 향하는 배인지요.
우물우물 땅콩을 먹으며
잡생각에 빠져 봅니다.
상승 기류를 타고 하늘로 날아 오르는 한 무리 새떼들.
시선은 이어졌지요.
산호로 이루어진 백사장에서
잠시 보인 옥빛의 푸른 물을 보면서
영화 "그랑블루"의 한 장면을 떠올렸지요.
이어폰에선 안데스 음악 "불의 땅"이 나오고
팬플륫과 타악기의 선율이 어우러졌지요.
Posted by 바람동자
1.
한라산에 오르기로 한 날
전날 정보의 부실이 결국은 정상에 이르지 못하게 하였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겨울 한라산 정상에 서려고 했지만
늦은 출발 시간과 이십 여 명이 넘는 많은 인원으로 인해
산행은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머물렀다.
작년에도 정상에 올랐기 때문에
마음을 다잡아 위로했지만
한편으로 아른거리는 정상 등정에 대한 욕망을
떨칠 수가 없었다.
어지럽게 휘날리는 눈발처럼
오르지 못한 자의 마음은 흐릿하다.
2.
흩날리는 가는 눈발에
장갑은 이미 젖어서 손의 감각은 둔하다.
바지 주머니에 장갑 낀 채 손을 넣고
터덕이면서
백색의 터널을 지나간다.
"성판악 코스는 지리해.
잡목 속에 갇혀진 주변의 풍광을 볼 수 없어서"
마음 속으론 잡다한 생각들이 이어지고
눈을 들어 나무들에 둘러싸인 하늘을 보고
주변은 온통 백색의 군단이 도열해 있다.
발밑으로 전해져 오는
푹신한 눈의 감촉.
온 감각을 동원하여 겨울산의 정취를 느끼려하지만
그칠 줄 모르는 바람에
다시금 흐릿해지는 시각.
둔해지는 감각을 한라산 중턱을 내려 오며 느꼈다.
3.
슈만의 피아노협주곡을 듣는다.
소원했던 클라라와의 영원한 만남이 이루어졌고
"시인의 사랑" 등 창작열에 불타 올랐던
클라라와의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지난 시절 생각하며 잠시 상념에 빠진다.
차에서 아쉬움을 가지고 되돌아 보는 산.
언제나 그 자리에 그 산은 있을 것이다.
시간기록
(09:50) 성판악 - (11:40) 진달래밭 대피소 , 중식 - (14:40) 성판악 총 4시간 50분 소요
진달래밭 대피소 부근
진달래밭 대피소
Posted by 바람동자
제주 공항에 도착했을 때 바람 불고 날이 흐렸지요.
일정상 첫날 코스인 제주 올레 7구간으로 이동을 했어요.
외따로이 서 있는 외돌개를 기점으로 하여 찬찬히 걸었지요.
흐린 날이었어요.
평일인 탓에 사람들은 많지 않았고
주변의 경치를 음미하면서
바람의 소리와 멀리 보이는 범섬이 왼편에 있었지요.
라흐마니노프 피협 2번을 엠피플레어로 들었지요.
밤새 반복하여 돌아갔던 그 음악.
기억은 바다 저편에서 살아 움직이지요.
그리고 잠깐 찾아 드는 빛이
올레에 선 이들의 모습을
비스듬하니 비추면서
주변의 감추어진 아름다움이
찬찬히 드러났어요.
<코스 경로>
외돌개 - 돔배낭길 - 서귀포여고 - 호근동 하수종말처리장 - 속골 - 수봉로 - 법환포구 - 두머니물 - 일강정 바당올레(서건도) - 제주풍림리조트(8.88km) 2시간 소요.
외돌개
범섬
법환 포구
돔베낭길
Posted by 바람동자
산행 후 퍽퍽한 다리를 끌면서
그 좋다는 쌍계사에서 화개장터까지의 십여 리가 넘는 길을 걸었지요.
길가의 봄은 온통 흰색 뿐인지요.
이어져 늘어 선 나이 든 벚꽃나무를 보면서
해마다 꽃을 피워대는 자연의 오묘함에 그저 고개를 숙이며
묵묵히 걷는 수 밖에는 다른 일이 없겠지요.
길에는 차량들의 움직임만이 분주하고
느릿하니 걷고 있는 사람들 몇몇이 보였지요.
역광을 받은 벚꽃은 투명한 빛이되어
저물어가는 오후 시간을 더욱 밝게 해주었지요.
주변의 차밭을 둘러 보면서
울굿불긋한 차나무의 빛깔과 함께
느릿하니 몸을 움직이고 있는 촌노의 모습도 보았지요.
오후의 봄빛은 여기저기에 길게 내리고 있었지요.
물 마른 화개천변으로 떼지어 다니는 은어떼들을
화개장터로 가는 다리 위에서 나는 보았지요.
마른 침 꿀꺽이며 입맛 다시는 속물임을 확인하고
화개장터 옥화네 식당에서
옛날 김동리가 "역마"에서 묘사했던 그 장면을 머릿 속으로 떠올리고
명승지가 유원지가 되어 버린 현실을 생각하며
빙어튀김에 소주를 한 잔을 털어 넣었지요.
Posted by 바람동자
1.
그 해 봄날 마라도엘 갔었네.
아침 포구에는 만선을 알리는 깃발들이
바람을 타고 흔들리고 있었지.
바다에서 이루지 못한 우리들의 꿈,
그렇게 아침나절부터 흔들리고 있었지.
2.
바라던 갈매기 저만큼 뒤에서 날고 있었지.
가까이 다가설수록 그리움은 언제나 저 편인 것을
다시금 저멀리의 그리움을 부르고
3.
웅웅거리는 바람 속에서 섬에 섰다네.
차디찬 봄날의 바닷바람은
온 섬을 휩싸돌며 오르고
바람 부는 날이면
언제나 기억의 자락 속으로
이 눈물 시린 섬들이 아스라니 떠오를까.
Posted by 바람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