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후 퍽퍽한 다리를 끌면서
그 좋다는 쌍계사에서 화개장터까지의 십여 리가 넘는 길을 걸었지요.
길가의 봄은 온통 흰색 뿐인지요.
이어져 늘어 선 나이 든 벚꽃나무를 보면서
해마다 꽃을 피워대는 자연의 오묘함에 그저 고개를 숙이며
묵묵히 걷는 수 밖에는 다른 일이 없겠지요.
길에는 차량들의 움직임만이 분주하고
느릿하니 걷고 있는 사람들 몇몇이 보였지요.
역광을 받은 벚꽃은 투명한 빛이되어
저물어가는 오후 시간을 더욱 밝게 해주었지요.
주변의 차밭을 둘러 보면서
울굿불긋한 차나무의 빛깔과 함께
느릿하니 몸을 움직이고 있는 촌노의 모습도 보았지요.
오후의 봄빛은 여기저기에 길게 내리고 있었지요.
물 마른 화개천변으로 떼지어 다니는 은어떼들을
화개장터로 가는 다리 위에서 나는 보았지요.
마른 침 꿀꺽이며 입맛 다시는 속물임을 확인하고
화개장터 옥화네 식당에서
옛날 김동리가 "역마"에서 묘사했던 그 장면을 머릿 속으로 떠올리고
명승지가 유원지가 되어 버린 현실을 생각하며
빙어튀김에 소주를 한 잔을 털어 넣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