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학 동기 하계 모임을 위해 주문진에 가는 날.
기린을 들러 간다.
용포-매화촌-황소유원지-냉정터로 현리로 가는 길에
지난 날의 상념이 이어지고
그 길은 진방동 삼거리를 지나
오류동-두무대-바람부리-새나드리로 다시 이어진다.
날은 흐릿하다가 결국은 조침령 터널을 지나
고개길 넘어 가면서 짙은 물방울에 싸인다.
단단하게 뭉쳐진 것들처럼
물방울들은 풀리지 않고
멀리 운무에 덮인 산을 본다.


 2.

 주문진 어판장 기웃거리며 몸을 움직인다.
시장통의 천막 터진 틈으로 내리는 비.
회 여러 접시가 안주가 되어 그간의 안부를 묻고
더러는 새벽까지 묵은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제는 사진 찍히는 것이 괜히 캥기는 나이가 되어
사진기 들이대면 도망가기에 바쁘다.
변하는 것이 어찌 얼굴뿐이랴.
그렇게 시간은 흘러 들어 갔음을 느끼고


 3.

 주문진 삼교리 쪽 저 깊숙한 곳에 위치한 삼형제봉.
아침나절까진 마신 술과 늦게 먹은 밥이 서로 엉키고
물방울 엉겨 가고자하는 길 방향을 흐리게 한다.
숲 속 물안개는 가득하고
보이지 않는 산정을 향해 숨을 몰아 쉴 뿐.
정상에 올라서면 보인다는 바다는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지친 발걸음 다른 봉우리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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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일 마신 술로 머리는 무겁고

강선봉 오르며 지친 몸 거부의 신호를 보내고 있었지.

늘상의 삶이란 이렇게 반복되는 것.

스스로에게 위안을 보내지만

여름날 눅눅하고 습한 날씨는

움직임마저 둔하게 만들어 버렸지.

 

 검봉을 지나며 이미 지친 몸

마음이 몸을 이끌지 못하고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란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고 지리한 산길을 걸었네.

과거에 걸었던 길들에 대한 기억은

여름날의 무더위 속에 묻혀 버리고

지리하게만 느껴지는 길.

그리고 저멀리 보이는 산들.

 

<시간기록>

(13:30) 강선사 들머리 - 강선봉 - 검봉 - 봉화산 - (19:30) 창촌중학교 (6시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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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린 날

삼악산에 오른다.

반복되는 일상들을 소재로 

이야기를 나누며 오후 나절 걷는다.

 

 오랜만에 걷는 길.

여름 산들은 짙은 녹색으로 우리를 감싸고

흐린 날 언제 걷힐까를 생각하며

불쑥 커버린 주변의 나무들 바라보다가

터벅이며 오후 한나절 숲길을 걷는다.

 

<시간 기록>

(13:40) 강촌 육교쪽 들머리  - 등선봉 - 청운봉 - 용화봉 - (18:00) 의암댐 매표소 (4시간 20분 소요)

       강촌 방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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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서원들과  함께 모둘자리에 갔었지.
습기와 더위가 밀려오는 오후 시간.
낮술 마시며 있는데 주인아저씨 노래를 하나 틀어 준다.
장사익 6집 타이틀 곡인 "이게 아닌데"
사방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서
장사익의 노래는 거침없이 나온다.

 영화 "시"에서 시 창작강사로 나온 김용택의 시에
노랫말을 붙인 곡.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낮술을 마시고 있는 자신이 부끄러워지고
노래가사처럼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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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비가 온다고 해서 어디 멀리 가지  못하고 의암암장에 모였지요.

바람은 솰솰불면서 곧 비구름을 몰아올 것 같았지만

오후 나절 잠깐 빗방울 몇차례 뿌리더니 말았어요.

 

 그리하여 등반하기엔 복받고 좋은 날

병원갔다 온 1224 렌즈 챙기고 의암암장으로 향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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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살 길게 늘어지는 오후
강대 백령아트센터에서 하는 KBS 교향악단 춘천연주회를 
감상하기 위해 서둘러 몸을 움직인다.
좌석권을 일찌감치 교환하고 남은 시간은 
자발리쉬가 지휘하는 슈만교향곡 4번을 씨디로 듣는다.

 오랜만에 대하는 KBS 교향악단.
제 1바이올린 주자는 그대로 인 것 같고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 서곡을 들으며
나도 함께 음악으로 표현된 여행 속으로 빠져든다.
이미 교향곡 3번과 4번이 스코틀랜드, 이탈리아여행 체험의 산물이고 보면
십여 차례의 좋아하는 영국에의 여행.
그리고 바라 본 핑갈의 동굴.
눈을 감으며 떠올리는 마음 속의 풍경들.
바닷가에 위치한 동굴, 부서지는 파도
내리쬐는 맑은 햇빛.

 지난 시절에 대한 향수. 혹은 그리움.
로코코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들으며 생각을 한다.
차이콥스키가 모차르트를 추억하면서 쓴 곡.
서주와 주제부에 이어지는 7개의 변주.
반복 변조. 우울.
첼로의 음이 더 가늘고 낮게 들리고
지나가 버린 것들에 대한 회상.

 우예주를 다시 만났다.
3년 전 춘천시향과 시벨리우스 바이올린협주곡을 협연했었고
이번에는 치고이너바이젠으로 그녀를 다시 만났다.
보잉의 동작에 따라 그 소리는 가늘고 혹은 길게 
여운을 남기며 현의 움림은 흐느적인다.
2부에서 3부로 곡이 진행될수록 호탕 경쾌해지며
지휘자 어깨춤 들썩이며 춤사위로 지휘하고 있다.

 교향곡 4번을 들으며
젊은 날의 패기와 열정을 생각하고
한편으론 행복했던 날들에 대한 상념에 빠져 본다.
클라라와의 결혼이후 
작품에 나타나는 정열을 생각하며
내게도 passion이 남아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서울 춘천간 고속도로가 개통이 되었다고 하지만
지방 공연을 온 교향악단은 청중들의 끊임없는
박수에도 불구하고 총총히 악기를 들고
바쁜 발걸음 움직인다.



<프로그램>
- 멘델스존 헤브리디스 서곡 작품 26
- 차이콥스키 로코코주제에 의한 변주곡 작품 33 (첼로 임경원)
- 사라사테 치고이너바이젠 작품 20 (바이올린 우예주)
- 슈만 교향곡 제 4번 D단조 작품 120
 KBS 교향악단  지휘 데이비드 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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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 오후 운악산엘 갔었네.
가는 길 차창으로 굵은 빗줄기 부딪히고
멀리 보이는 산들 채색된 장마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

 들머리부터 비는 내리고
우산들고 오르는 즈음부터 비는 그쳤지.
대신 여름날 비 온 뒤의 눅눅함과 끈적거림이
거친 숨과 함께 했었지.

 기온차로 인해 생긴 운무는
감싸 두었던 산의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고
순한 연록색의 산들은 이젠
짙은 초록빛을 띠면서 드러난 제 모습 감추어 버리고
보이지 않는 병풍바위 역시
마음 속으로 봄날의 모습 그렸었네.

 운무 속에 감춰진 풍경을 다시 되돌아보면서
계곡물 벽을 타고 흘러 폭포가 되고
더욱 큰 소리로 들리는 물소리 가까이하며 발걸음을 움직였었네.













      미륵바위

      현등사


WITH G10








      미륵바위

      남근석

      코끼리바위

     현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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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06. 13(일)
( 14P 누운 바위 동굴 - 침니 - 동굴통과 - 크랙등반 - 23P 마당바위 - 하산)

 운무 속에서 방향 감각을 잃었네.
아침 나절 잠깐 보여 준 주변의 경치는 사라지고
이제는 부연 습한 물방울의 안개 속을 걷고 있었지.
보이지 않는 풍경들.
간밤에 떨어뜨린 1224 렌즈에 대한 잡생각.
카메라와 렌즈의 무게가 더 느껴졌었지.

 안개로 인해 카메라는 초점을 잡지 못하고
앞뒤로 렌즈만 왔다갔다 했었지.
지금은 구도만 잡고 그저 셔터만 눌러 주는 시간이 아닌
수동 모드로 변경을 하고 렌즈를 돌리며 거리를 맞추고
조리개 값을 조정해야 하는 과거로 회기해야 할 시간.
그런데 수동 모드를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서
조작이 익숙하지가 않았네.
이미 잠깐 보인 풍경들은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육신의 피곤함에 기다림은 저편으로 사라지고
내 자신도 즉물적인 인간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꼈지.

 아버지를 찾아 떠난 남매들 앞에 펼쳐지는
보이지 않는 막막한 삶의 행로를 그린
영화 <안개 속의 풍경>의 장면이 겹쳐 지면서
카라인드로우의 오보에 Adagio 선율이 떠올랐었네.
마음 속의 눈으로 보지 못하고
근시안인 자신의 시각을 탓하며 애절함을 느꼈지.

 배낭의 무게는 전 날보다 가벼워졌으나
전 날 부어마신 술 때문에 지친 육신은
마음이 보낸 신호에 응답하지 못하고
쉬는 곳에선 널부러져 앉아 배낭과 헬멧 벗고
고통의 끝을 생각하며 거친 숨 몰아 쉬기 바빴지.





     세존봉 방향

      안개 속 풍경

















      마당바위 하산







      설악동 쪽으로 하산하면서 본 울산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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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06. 12.(토)

(지옥문 - 전망대 철계단 - 14P 누운 바위 동굴(비박))


1.

  1 여년 만에 다시 찾았지요.
울산바위 아래 매점을 향해 가는 발걸음은 무거웠지요.
짐을 꾸리다가 똑딱이 카메라 쪽으로 손이 자꾸 갔지요.
이틀 내내 온전히 지고가야 할 배낭의 무게 때문에
카메라 만지작거리다 우둔한 자 1224 렌즈까지 넣었어요.
밤의 적막 속 어깨와 발끝을 내리 누르는 하중을 몸으로 느꼈지요.

 어둠 속 가느단 불빛의 시각에 의지해서 비박지에 올랐어요.
물소리는 어지럽게 들리고 하늘을 보니 별들 하나 둘씩 떠있고
어둠으로 인해 대상지는 보이지 않고
당신에 대한 사랑은 얼마나 깊어 가는 것인가를
늦은 시간 술을 마시며 생각했어요.

2.

 흐린 아침 언뜻 당신을 보았지요.
그리곤 비가 내렸지요.
이 상황에서 등반을 해야 할 것인가를 많이 생각하게 했지요.
그리고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어요.
약해 진 빗발을 틈타 출발지인 지옥문을 향해 갔지요.

 그치던 비 다시 오고
뒤돌아 본 설악은 운무에 싸여 시시각각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지요.
촛대봉과 가깝게 보이기만 하던 달마봉이 운무에 가려 저멀리에 있었지요.
그리고 좁은 동굴.
거친 호흡으로 숨은 가빠지고
안경은 김이 서려 앞을 볼 수가 없었지요.
통과하기 어려운 곳에선 배낭을 벗어서 앞으로 밀고 몸이
그 뒤를 따르고 대낮 어둠 속에 있었어요.

 배낭을 들어 올리면서 15년 전 그때는 어떻게 갔을까를 생각하다가
지금 시간이 내 삶의 가장 젊은 때라는 마음을 되잡고
내리누르는 배낭 무게를 이기려고 했지요.
그리고 철계단 쪽으로의 하강.
배낭의 무게로 몸이 뒤로 젖혀졌지요.

 전망대.
가야할 길은 보이지 않고
지친 몸은 흐려진 정신과 함께 흐느적였지요.
길들에 대한 과거의 기억은 이어지지 못하고
물기 묻은 바위로 전해지는  두 다리의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며 그렇게 갔지요.

 지친 육신.
밤중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
근처에 동굴이 있는 누운바위에서 비박하기로 결정을 했지요.
앉아서 보는 설악의 변하는 풍경들.
나한봉, 화채봉, 범봉, 중청, 대청 그리고 이어지는 능선들.
구름 속에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아름다운 당신.
시리도록 다가오는 초록의 산.
그리고 우리가 올랐던 봉우리를 보면서
시간 속에 녹아들어 간 기억의 인자들을 세우고
오후 나절 변해가는 운무 속의 산 모습을 보다가
이젠 되돌아 서서 마음 속으로 그렸지요.

 




       촛대 바위

      촛대 바위 그리고 달마봉

      달마봉

       전망대 철계단 하강지점

      전망대



      대청 중청 방향



















       미시령 방향

      세존봉 방향

    





      비박지(누운 바위)에서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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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산>지 6월호에 실린 방태산 거목산행 기사를 보다가
문득 그 산에 가고 싶어졌지요.
홍천 내촌 와야리를 지나면서
저 멀리 흐려진 하늘에서 비가 내렸지요.
차를 되돌려 돌아가다 여름날 지나가는 비려니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았지요.

 내린천변은 아카시아의 흰꽃들로 이어졌어요.
늦봄과 초여름이 공존하는 이곳의 계절을 보면서
흰색에 대한 봄의 이미지를 떠올렸지요.

 고기 굽는 냄새가 남아 있는 휴양림 건물을 지나면서
이단 폭포로 떨어지는 물의 양을 보고
적가리 골짜기로 흐르는  물소리를 가까이하며 오릅니다.
느릿하니 햇살은 기울어가는 오후의 시간이었어요.
역광으로 내리비친 햇살에 나뭇잎은 투명한 연두빛을 보이고
그 터널과도 같은 숲길을 느릿하니 걸었어요.

 삼거리 갈림길로 향하는 중턱에서 나는 보았지요.
그 해 봄날의 기억을 품고
다문다문 떨어져 있는 철쭉꽃을.
벌깨 덩굴 그리고 보랏빛 앵초 무리지어 붉은 빛을 발하고 있었지요.
삼거리 갈림길에서 구룡덕봉쪽으로 발길을 돌렸지요.
이곳에서 만난 몇몇 주목의 늠름한 자태.

 전망대가 만들어진 구룡덕봉 정상에 섰어요.
북쪽으로 보이는 귀때기청봉, 대청봉 그리고 점봉산
이어지는 오대산.
그 해 여름날 힘들게 산행했던 대간길을 생각하며
눈은 산마루금을 따라 갔지요.

 벨리니 오페라 <청교도>의 한 장면을 떠올렸어요.
결혼식이 준비가 된 가운데 기쁨에 충만한 아르투로가 부르는 아리아를.
사랑하는 엘비라를 찬양하며 부르는 이 사랑의 노래는
다른 등장인물들이 가세하여 아름다운 화음을 선사하고 
과거 아름다웠던 날과 시간들을 떠올리게 되며 그것을 아우르게하지요.
멘델스존 교향곡 4번 "이탈리아" 1악장.
밝고 경쾌한 느낌이 산 전체에 퍼지는 것 같았지요.

 차곡하니 포개진 추억들이 슬금거리며 고개를 들었어요.
산정 부근에는 아직도 철쭉꽃 피지 못하고 몽우리 져 있었어요.
계곡의 7개의 나무 다리를 지나 지난 일들 떠올리며
그리움을 산에 담아두고 내려왔지요.


<시간 기록> (16:00) 휴양림 내 들머리 - (16:34) 된비알 시작점 - (17:21) 삼거리 (구룡덕봉 1.4KM,  주억봉0.4KM) - (17:50) 구룡덕봉 - (18:30) 삼거리 - (19:34) 휴양림

      방태산 계곡 - 적가리골








      삼거리에서 구룡덕봉 사이에서 본 주목

      멀리 보이는 주억봉(1443M)


       구룡덕봉(1388M)에서 조망 - 미산 개인산방향

      오대산 방향

     
      구룡덕봉 정상 부근 헬기장


       점봉산 설악산 방향

      
       주억봉 방향


      설악 귀때기청 방향


      철쭉꽃 봉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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