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학 동기 하계 모임을 위해 주문진에 가는 날.
기린을 들러 간다.
용포-매화촌-황소유원지-냉정터로 현리로 가는 길에
지난 날의 상념이 이어지고
그 길은 진방동 삼거리를 지나
오류동-두무대-바람부리-새나드리로 다시 이어진다.
날은 흐릿하다가 결국은 조침령 터널을 지나
고개길 넘어 가면서 짙은 물방울에 싸인다.
단단하게 뭉쳐진 것들처럼
물방울들은 풀리지 않고
멀리 운무에 덮인 산을 본다.


 2.

 주문진 어판장 기웃거리며 몸을 움직인다.
시장통의 천막 터진 틈으로 내리는 비.
회 여러 접시가 안주가 되어 그간의 안부를 묻고
더러는 새벽까지 묵은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제는 사진 찍히는 것이 괜히 캥기는 나이가 되어
사진기 들이대면 도망가기에 바쁘다.
변하는 것이 어찌 얼굴뿐이랴.
그렇게 시간은 흘러 들어 갔음을 느끼고


 3.

 주문진 삼교리 쪽 저 깊숙한 곳에 위치한 삼형제봉.
아침나절까진 마신 술과 늦게 먹은 밥이 서로 엉키고
물방울 엉겨 가고자하는 길 방향을 흐리게 한다.
숲 속 물안개는 가득하고
보이지 않는 산정을 향해 숨을 몰아 쉴 뿐.
정상에 올라서면 보인다는 바다는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지친 발걸음 다른 봉우리로 옮긴다.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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