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며칠 전에 내린 비로 개울물은 불어나고

여울의 물 얕은 곳을 찾아 이리저리 몸을 움직인다.

결국은 물 건너기.

넓적다리 위로 전해지는 차가운 계곡물.

한기가 밀려 오기 시작했고

조금 남은 지점에서는 물의 차거움으로 인해 얼른 몸을 움직여야만 했다.

 

 과거 군인들이 유격 화생방 훈련장을 했던 널직한 공터에는

이젠 사람들 오지 않아 개망초의 흰꽃만 무성하고

어두워져 가는 하늘아래 불빛을 받은 흰 색들 눈에 삼삼하다.

두꺼운 비닐 아래서의 한뎃잠.

계곡 물소리 귀에 점점 크게 들릴 때

밀려온 취기에 서로의 안부를 묻지도 못하고 잠든다.

 

 2.

 아침 나절.

아직도 밀려 오는 전 날의 취기로 가벼운 두통이 찾아 오고

몇 병의 술을 먹었을까를 생각하며 떠넣는 아침 밥.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마장터를 향해 움직인다.

이어서 따라 오르는 계곡 물소리.

짙은 녹색의 풀과 나무들.

몇 개의 계곡물을 가로지르며 도착한 마장터.

그 곳에 거주하시는 분이 막걸리 한 병을 주셨고

다시 아침 술을 마신다.

술이 한 순배 돌아가고

대간령 지도를 펼쳐 보며 눈으로 따라 그리는 마룻금.

 

 계곡 물소리 잦아 든 곳에 대간령이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대간하는 젊은 사람 두 명.

23주간의 주말을 이용한 대간 종주를 했고

오늘이 진부령까지 마지막 날이란다.

두 젊은이에게 보내는 칭송과 한 편 못다한 대간의 꿈.

꿈은 강원도 땅에서 접혔는지, 아니면 관심과 열정의 부족으로 인해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다시금 그 자리에 있을까를 생각하는 그 산들.

 

 물길을 따라 내려 가는 길. 

찬 계곡 물로 인해 발의 시림.

그것은 감각기관을 타고 올라와

머리까지 아프게 하고.

계곡 물과 녹색의 화원에 갇혀서 지낸 푸르름의 하루.

 





참나리






대간령을 알리는 나무 표지판




 산행 들머리인 창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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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우경보가 내린 원주 치악산.
내리는 비에 구룡사까지만 걷는다.
더운 공기와 찬 공기가 만나면서 안개는 피어 오르고
적적한 산길을 호젓하게 걷는다.

 원주 동기모임 이후 춘천 집에서 저녁을 먹다가
장마비가 갠 주변의 풍경을 본다.
 길게 늘어진 오후 햇살에 반짝이는 푸르름의 산.
하늘 점령한 뭉게구름.
멀리 강변으론 물안개가 피어 오르고
다급한 마음에 카메라를 들고 옥상에 올랐다가
야트막하니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을 생각하다가
결국은 효자동에 위치한 문예회술회관 언덕을 떠올리며 차를 몬다.

 일몰의 순간은 짧은 탄성과 함께 사라지고
내게도 아름다웠던 날들을 머리 속으로 곰곰히 떠올려 본다.

아파트 옥상에서 본 주변 풍경









남춘천역 앞에서


춘천문화예술회관 언덕에서 본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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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6.26 송암스포츠타운 인공암벽장에서 열린
제11회 강원산악연맹회장배 스포클라이밍대회 중 

 오름 연속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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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 "메아리"가 올라 온다는 날.
아침부터 비는 내리고
소양강변에 나가서 비 내리는 날
얼마쯤 불어난 강물을 본다.

"아이들을 눈 뜨게 하고
향기로운 날개를 달게 하고
아이들은 물 속에서 울고불고 날마다
빈 독을 마당에 늘어 놓게 하고"

  정화진의 시 "장마는 아이들을 눈 뜨게하고"
시 한 구절을 읊조리며 바라다본 하늘
태풍과 함께한 비가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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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 날 울산바위 인접한 매점 공터에서의 한뎃잠.
늦은 시간 일행들과 만나
산행의 피곤함을 한 잔의 술에 털어 넣으며
산과 관련된 이야기가 안주가 되어 밤은 그렇게 지나 갔다.

2.
 우리가 오르려는 대상지는 악우길, 문리대길, 비너스길.
악우길은 이미 강릉등산학교 졸업등반 관계로 30여 명이 줄을 지어 서 있어서
문리대, 비너스 길로 파티를 나눈다.

 고수들은 비너스의 엉덩이를 만지러 가고
우리들은 문리대길.
인수봉에선 의대를 섭렵했고,
울산바위에선 문리대길을 가야하니
바위 길에서도 학문의 길은 끝이 없구나를 생각한다.

3.
 그리하여 길을 올랐네.
크랙으로 죽하니 이어진 길을.
날은 흐릿하여 바위의 열기는 조금 사그러들고
틈새로 끼운 손에 혹은 발에 온 몸을 의지한 채로
오르다 본 하늘.
그리고 각양각색의 바위들.
온갖 바위들의 집결장 같다는 생각.
날카로움의 직선보다는
세월에 풍화된 화강암의 거친 둥근 면이
시선을 부드럽게 잡는다.

 등산학교 졸업식날.
졸업 등반 대상지는 울산바위.
그리고 등반 후 정상에서 비박 계획.
어느 길이 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두어 피치하고
내리는 비로 포기를 해야만 했던 여름 날의 기억. 
내리는 비로 누운 바위에서 비박을 하며
운무 속 수시로 변하는 설악의 풍경을 바라보며 마셨던 술.
가족들이 함께 모여 올랐던 울산바위 전망대.
잊혀진 기억은 새록하니 피어 오르고
철계단을 타고 오르는 발소리.
가까운 길 놔두고 더운 날 바위에 오르는 자들의 심리.
계단 위에서의 어지러움.
여름 날 녹색의 설악이 가까이 오고 있었다.









정상에서 만나는 곰바위


문리대길

등반 후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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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기록>
(10:05) 설악동 - (10:53) 비선산장 짐 정리 후  출발 - (12:04) 양폭대피소 - (13:00) 공룡능선 입구 - (13:25) 신선대 - (13:50) 중식 후 신선대 출발 - (14:56) 1,275 봉 - (16:11) 마등령 - (17:50) 비선산장 - (16:30) 휴식 후 산장 출발 - (19:10) 신흥사 - (19:55) 울산바위 매점.


 1.
 직장을 그만 두려는 젊은이와 그를 만류하는 친구들.
이른 아침부터 털어 넣는 술.
다른 좌석은 젊은 남녀.
지난 과거의 일들을 소재로 하여 이야기를 나눈다.
아침 해장국집 풍경.

 출발 전 장비점검을 하다 보니
헤드랜턴을 빼먹었다.
그래도 출발 전에 생각나는 것이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으며 짐을 꾸린다.

 2.
 설악동으로 가는 버스 안
동명항쪽의 푸른 바다가 잠깐 눈에 들어 온다.
공룡능선을 갔던 때가 언제인가를 곰곰히 생각한다.
생각해 보니 작년 한 해는 네 번이나 갔으나
올해는 처음이 아닐까를 생각하다가
삶이 바쁜 것인지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인지를 헤아리다가
더운  날 산바람이 불기를 기원한다.

3.
 천불동 계곡을 따라 올랐지요.
훌쩍 커버린 나뭇잎으로 계곡은 가려지고
물소리만이 귀를 타고 올랐지요.
바람은 불지 않고 해서 고개 오르기 전
계곡에서 발을 담궜지요.
짜릿한 설악의 찬 기운이 다리를 타고 몸 전체로 올라왔지요.

 신선대에 올랐지요.
늘어지는 오후의 햇살에 산행하는 사람들은  드물고
다시 이곳에 서서 옛일을 떠올렸지요.
운무가 가득했을 때
가을 날 햇빛을 받아 여러 색으로 펼쳐저 나갔던 빛들.
그것들이 고스란히 기억 속에 담겨져
다시 이곳에 오면 반추가 되었지요.

 과거를 반추하는 자.
기억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그저 물끄러미 바라 보면서 우리가 올랐던 산봉우리를 쳐다 보았지요.
팍팍한 공룡능선의 돌길을 지나 마등령에 왔지요.
흙길의 보드라운 감촉이 이내 다리로 전해졌어요.
샘터에서 물 한 모금 마시며
오른쪽으로 펼쳐진 공룡능선 자락을 보면서
지나온 길 다시금 보았지요.

4.
 내려 가는 길의 수월함.
오름 길의 어려움.
과거 힘들게 올라 갔던 능선 길의 기억.
그리고 푹신했던 능선의 흙길.

 둔한 다리에게 찬사를 보내며
마시는 맥주 한 캔.

그렇게 시간이 가고 있었나요?


비선 산장 앞 삼형제 바위


091025 천불동 계곡

귀면암




멀리 보이는 중청, 대청봉

신선대에서 공룡 능선 조망


공룡능선 상에서 본 울산바위


솜다리


용아장성


세존봉

천화대와 범봉

신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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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기록>

- 시간:  (08:10) 신동엽길 등반 시작 - (12:10) 오아시스에서 간단 중식 - (15:30) 백운대 밑 등반     종료

- 등반자: 3인

  

 신새벽에 출발했지요.

집착이 큰 것만큼이나 그대로 이루어지는

삶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했어요.

 

 아침 나절의 안개.

삽상한 아침 기운.

안개 속 걷는 길.

그리고 산새 소리.

 

 가깝게 보이는 노적봉. 만경대.

만경대 리지하는 사람들.

바위 위에 올라선 사람보며 가지 못했던 길 보며

그 길 아름다웠을까를 생각했었네.

아쉬움은 언제나 찾아 오는 것을 생각하며 위로했었네.

가지 못한 길로 인해 고뇌했던 날.

지난 기억은 언제나 뒤엉켜 버리고

다시 앞에 놓인 길 다독이며 올랐네.

오후 나절부터 바람은 이어져 산위로 불어 오르고

손마디 잡히는 바위의 거친 감촉을 확인하며 오르는 길.

무수한 길들 눈 앞에 놓여 있었네.

단지 내가 택하지 못했을 뿐.

프로스트의 시를 생각하며

쳐다 본 하늘 흐릿했었네.

 

 계곡을 타고 오르는 사람들의 소리.

보이지 않음으로 마음으로 느끼는 상념들.

문득 바람 사이로 시간이 흐르고 있었네.

신동엽 살았을 당시의 시대 상황과 겪어야 했던 고통스러운 삶과

그리고 이 길에 붙여진 이름을 생각하며

그렇게 9피치의 길을 올랐네.

 

 정상에서 나도 상승 기류를 타고 오르는

한 마리 새가 되고 싶었네.


신동엽길 출발



만경대

노적봉



만경대 리지 중인 등반객


만경대와 노적봉

백운대

원효리지

백운대 조망 - 인수봉

하산하며 뒤돌아 본 인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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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 봄의 산빛이 그리워 길을 떠났지.
작년 가을 날 가보고 싶었던 칠형제봉. 

 장수대 야영장이 없어진 이후로
마을에서 새로 만든 오토캠핑장에서 하루 잠을 청했네.
날벌레들 빛을 따라 어지럽게 날아 다니고
내려 깔리는 어둠 속 뻐꾸기 울음 소리만 처량했었지.

 수해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흘림골 입구
계곡물에 식수를 보충하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지.
아침 나절부터 짙은 운무가 시야를 가리고
골바람마저 불어 한기를 느끼는 날에
출발지점을 찾아 옛길 흔적을 더듬으며 올랐네.

 보이지 않는 형제들의 봉우리.
운무 속 잠깐씩만 주변의 풍경을 보여 주고
그 깊은 봄날의 은은한 색은 운무에 가려 보이지 않았네.
이런 날에는 호흡을 깊이 들이 마시며 산의 기운을 느낄 것.

 고단한 오름과 내림이 이어졌었네.
길 앞에서 유혹하는 우회길.
결국은 우회길은 택하지 않았네.
입으로 후후 불면 추위로 김이 나고
해가 잠깐 비췄을 땐 여름날의 더위를 실감했던 산행이었네.


110528 한계리 일몰

운무 속 오름









한계령 휴게소 주변






흘림골을 내려 오면서 본 칠형제봉의 연봉들



칠형제봉 리지 루트 개념도  -  개념도 제작 한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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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르름의 신록이 짙은 색을 띠는 날에 올랐던 인수봉.
녹음 속의 푸르름처럼 찾아 오는 기억들.


오아시스를 향하여

의대길을 등반 중인 우리 팀.

선등자의 고독








침니 오르기

크랙 오르기

만경대와 백운대

만경대 주변

인수봉 하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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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등반 대상지: 인수봉 동면 봔트길

2) 위치: 오아시스 좌측

3) 길이: 1P 40m  2P 20m  3P 35m  4P 32m  5P 30m

4) 등반자: 3명

 

 전 번날 의대길을 오르려다가

많은 등반자 관계로 패시길을 오르면서 본 봔트길.

떠억 하니 버티고 있는 천장.

안내 책자를 보니 천장 넘어가는 곳이 5.11a

하루가 힘들 것이라는 예감에 꾸역꾸역 밥을 밀어 넣는다.

 

 능서불택필이라는데

그간 팽개쳐 놓고 한동안 안 신던 암벽화가

신발이 늘어나서 뒤꿈치의 양말이 벗겨지는 기분이 들어

등반 중 수시로 신발 뒤축 끈을 잡아 당겼다.

슬랩 길 잘도 오르는 우리의 선등자.

그도 새로 산 신발 때문에 발이 아파서 고생을 했다.

 

 미세한 돌기를 찾아서 몸의 균형과

다리의 힘으로 오르는 슬랩.

발 디딜 곳 확인하면서 매끄럽게 오르는 선등자.

어려운 곳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다시 오르는 몸짓이 경쾌하고 즐겁다.

 

 발끝으로 전해지는 바위의 감촉

그리고 계속되는 발가락의 통증.

잡을 곳이 전혀 없는 슬랩.

선등자 몇 번의 추락.

패시길 오르는 선등자에게 물으니 그 곳이 크럭스 구간이라고 한다.

새로산 신력도 안 되고 크럭스 구간에서의 세 번의 추락 후 우회를 한다.

오르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때로는 냉철한 판단도 선등자에겐 필요한 것.


 발가락으로 전해지는 아픔과 신발 벗겨질까 두려움이 있던 반트길.

WITH G10
 

전 날 의대길 오름 대기 중 본 봔트길

봔트길 크럭스 넘기(전날 타인)



봔트길 크럭스 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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