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수많은 차량 행렬에 밀려
설악동행 버스는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결국은 걷기로 하고 타박이며 길을 걷는다. 
 
 매표소 입구.
단풍철을 맞이한 행락객은 점점 더 늘어나고
설악동 주변 한 번 휘돌아 보고 몸을 움직인다.
알락달락한 천불동계곡 사이로 사람들은 바삐 움직이고
물소리 귓가로 계속 이어지며 발걸음과 함께 한다. 
 
 신선대까지 오르려고 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내려와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오후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오랜만에 물가에서 한뎃잠. 

 

 

 

 

 

 

 

 

 

 

 

 

 

 2.

 

 다시 계곡물 소리 요란한 아침.
어제 올랐다가 다시 내려온 무너미 고개를 오른다.
이른 산행의 호젓함이 밀려 오고
과연 능선은 어떻게 변했을까를 상상하며 오르는 길. 
 
 다시 능선에 서다.
지난 기억은 다시금 가을 날을 맞아 붉게 타오르고
우리가 올랐던 봉우리와 능선을 바라보며
지난 시간 속으로 들어간다. 
 
 설악 고지대의 단풍은 시기가 짧고 아름다워
절정의 시기를 맞추어 방문하기가 어렵다.
모든 것은 붉게 물들어 가고
한갖 지나가는 자가 되어
건성으로 계절을 노래한다. 

 

 

 신선대 조망

 

 

 

 

 

 

 

 용아장성 너머 서북능선이 보인다

 

 

 범봉 그리고 울산바위

 

 

 

 

 

 

 

 

 

 

 

 

 

 

 걸은 길 돌아보기

 

 

 

 3.

 

 공룡능선 끝자락에 서서 마등령을 본다.
햇살을 담뿍 받은 붉은 색은 진하게 앞으로 다가오고
온 산 전체가 붉게만 타들어 가는 가을 숲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마등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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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타기를 연중행사로 하는 이즈음 뭘 할까를 생각하다가
춘천 호수 주변을 한 바퀴 돌기로 한다.
긴 연휴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호수 주변에 보이고
서두를 것 없이 여기저기 구경을 하면서 호수 주변을 배회한다. 
 
 호수 주변의 낚시터는 정리되어
물 위에 주욱하니 떠있던 낚시 좌대는 이제 보이지 않고
호수 물길을 따라 시선은 이어진다. 
 
 날이 흐릿하더니 급기야 안 하던 잔차를 타니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소양강 처녀상 주변 스카이워크에 많은 사람들 보이고
허약해진 두 다리 간신히 움직이며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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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뜨는 시간이 점점 늦어져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해 오랜만에 삼악산에 오른다.
반대편 피암터널의 가로등 불빛은 아직 빛을 발하고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타박이며 오르는 아침 산. 
 
 주변 밝아오면서 제 모습을 드러내고
푸르스름한 아침의 기운은 강변 넘어 이곳 산까지 오른다.
산정에 올라 이리저리 눈을 돌려 이 산 저 산 바라보다가
휴대폰 카메라 기능을 켜고 디지털 줌인을 한다. 
 
 그 산들 어디가지 않고 옹기종기 잘 모여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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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원엘 갔었네.
결혼 전에 돌아가신 장인, 장모님 산소를 찾아가 인사를 드렸지.
근처 포도밭을 지키던 개는 사람의 기척에 놀라 주변을 향해 마구 짖어대고
무덤가에 핀 흰 꽃을 보며 돌아가신 분들의 생전 이야기를 들었네. 
 
 한 시간 반 넘어서 주문한 막국수를 먹고
한탄강가의 한여울길을 자전거를 타고 돌았네.
송대소 주변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강변으로 향했지.
연휴를 맞이하여 강변엔 낚시를 하는 사람 몇몇이 보이고
느릿하게 흐르는 강물을 보며
3년 반이나 이곳에서 보낸 지난 시간을 되새기다가
어둑해지는 하늘 보며 발걸음을 돌렸네. 

 

 

 

 

 

 한참 기다렸다가 먹은 내대막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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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날 점심을 먹고 고구마를 캔다.
작년과 비교하여 생존율이 높은 올해는 고구마들의 크기가 대체로 고르다.
처음 심을 때 물 주고 한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완전 방치된 상태에서
주인의 손길보다는 악천후 속 스스로 결실을 맺은 고구마에게 경의를 표한다.
작은 텃밭이지만 줄줄이 올라오는 고구마를 보면서 수확의 기쁨은 배가 된다. 
 
 이것저것 기름진 음식을 먹은 저녁 식사 후
옛날 살았던 동네 - 효자동 삼거리 - 를 동생들과 함께 밤마실을 간다.
과거의 흔적은 사라지고 어둠 속 지난 기억은 빛을  발한다.
이곳은 강원은행 자리, 여기는 대원당, 남부막국수 등등 세워졌던 건물과
가게 이름을 말하며 사라진 건물은 기억의 어둠 속에서 재구성된다.
살던 곳은 이제 약사천을 중심으로 널찍한 공원이 되었고
건물의 부재로 어린 시절의 기억마저 잊혀질까 몸을 떤다. 
 

 

 

 

고구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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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룡산엘 갔었네.
하늘 맑은 날 느릿하게 발을 옮기며
이곳저곳으로 내리는 가을의 정취를 보면서
시간이 흐르며 이전의 꽃들은 자취를 감추고
중간 임도를 만나는 곳에서 따스한 가을 햇살을 즐겼네. 
 
 전망대에 서서 소양강물 흐르는 곳을 눈으로 잇다가
다시 내가 사는 곳을 찾아 보았지.
저 멀리로는 어제 올랐던 용화산이 보이고
주변의 산들이 가깝게 혹은 멀리서 동네를 에워싸고
푸른 하늘 바라보며 가을의 시간을 보냈네. 

 

 

 

 

 

 

 내가 성장한 도시를 내려다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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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화산엘 갔었네.
바위 중턱에서 멀리 내가 사는 곳을 바라보았지.
바람은 불어 낙엽을 날리며 가을의 정취를 더하고
등반자의 열망은 바위를 타고 오른다. 
 
 - 171001 용화산 마담K 첫 피치를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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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대룡산에 오르며
눈에 익은 산자락을 쳐다보다가
문득 흑과 백의 시선으로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흑백필터 효과를 주고 몇 장을 찍고 확인을 해본다. 
 
 흐린 날씨 때문에 멀리 있는 풍경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가을날 아침 길을 잃고 헤매는 민달팽이를 보고 숲으로 옮겨 놓는다.
그전 보았던 가을 꽃들도 점점 보이지 않고
따스한 햇살이 점점 그리워지는 날.
아침 시간. 

 

 

 

 

 

 내가 성장한 도시를 내려다 보다. 

 

 

 

 

산중 조우 - 민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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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05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해가 오르고
다시 길을 걷다. 

 

 

 

 

170906 
 
 습한 아침.
일상의 반복되는
행위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170910 
 
 아침
드름산 길을 걷다. 
 
 길가의 꽃 군데군데
피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산정에서 내려다 본 호수는 안개에 덮여 있다.

 

 

 

 

 

 

 

 

 

 

170921
 
 아침
숲을 거닐다. 

 

 

 

 

 

 

170928 
 
 강가에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하루의 시작을 알리고
바람에 밀려 이리저리로 밀려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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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춘천국제고음악제 개막공연.
17세기 왕궁의 바로크 댄스. 
 
 륄르의 곡을 듣고 춤동작을 보면서
영화 <왕의 춤> 한 장면을 떠올린다.
음악과 바로크 댄스를 보면서
나의 손과 발도 그들의 동작을 따라하고 있었고
밀린 감흥은 집에 까지 이어져
텔레만의 관악협주곡을다시 듣는다. 
 
 밤은 깊어가고
음악은 반복되면서
음악회에서의 몇 장면을 반추하며
술 한 잔을 털어 넣는다. 
 
 

 

 

 

 


 

 

 2. 
 
 둘째날 축제극장 몸짓.
바흐와 텔레만의 곡이 주가 되는 바로크 음악 연주에
쳄발로와 바로크 바이올린 그리고 비올라 다 감바 연주자
세 명이 들려주는 앙상블. 
 
 쳄발로의 찰랑찰랑 대는 소리에 음색이 여린 바이올린,
비올라 다 감바까지 가세하여 느릿느릿하게 반복되면서
밤은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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