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정암엘 갔었네.

하늘 맑은 날이었지.

지나간 수해의 자국들은 계곡 곳곳에 눈아래 숨어서 있었지.

여기저기에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계단들.

가쁜 숨 몰아 쉬면서 올랐지.


  저멀리 있는 산이 가까이 다가 오고

푸른 하늘 날이었지.

깔닥고개를 오르다 숨을 고르다 하면서 살펴 본 주변 경관들.

한 쪽으론 용아장성의 암릉이 이어지고,

다른 쪽으론 공룡능선이 앞을 막고 있었지.







   사찰 순례하는 많은 사람들 그해 가을 꾸역거리며

바리바리 양 손에 무엇인가를 들고 백담계곡으로 오르고 있었지.

그리고 법당안에서 더러는 처마에서 가을 날 밤을 새고 있었지.

그 많은 사람들 무엇을 하기 위해 이곳에 까지 왔을까를 생각했었지.


  용아장성.

여름날 암릉으로 내리쬐는 직사광선의 힘.

하늘과 가까운 곳에서의 암릉 산행은 언제나 괴롭다.

더더구나 여름날이라면.

5시간여 등산 후에 나타나는 봉정암서 오세암 가는 길.

클라이밍 다운하면서 이미 목은 타들어 가고

머릿 속으론 봉정암의 얼얼한 그 물만이 생각이 나지.

하여, 타는 여름 날.

저 오장 깊숙히로 떨어지는 냉기.


   이제는 공양시간에 말간 소금간한 미역국만 준다네.

그래도 고된 산행을 한 사람들에겐 아주 다디단 음식인 것을.



  봉정암 물길을 겨울이라 다른 쪽으로 돌려 놓고,

지나가면서 사채에 올려 놓은 주전자 물 마시며,

지난 일들 그렇게 생각했었지.


                                               2008.   2.     24.






Posted by 바람동자
,

 1.

  늘상처럼 이어지는 술자리.

긴 겨울 몸을 움직이지 않았더니

어느 날 체중계 앞에 선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웠다.


  봄 눈 녹듯이

계절이 슬금거리며 두터운 옷을 입은 자에게도 찾아 온다.

대학 구내 안 각종 써클에 대한 홍보가

밀려드는 사람만큼이나 가득하다.


 2.

  오랜만에 바이올린 협주곡을 듣는다.

춘천 출신의 우예주양이 춘천시향과 협연으로 한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무거운 저음의 현소리.

눈을 감으며 마음 속으론 음으로 연결되는 이미지를 그려 보지만

음울한 북구의 정서는 찾아 들지 않는다.

3악장이 지나서야 연주자는 조금씩 안정을 찾아 들고

음의 반주에 맞추어 활의 놀림이 부드러워 진다.

작은 울림통에서 나오는 소리는 저음에서 부터 고음까지.

현을 연주하는 연주자는 아마도 섬세한 신경과 청력을 갖추었으리라 생각을 한다.

앙콜로 연주한 파가니니의 무반주 기상곡이 오히려 더 좋았음을 느낀다.

무반주의 상태에서 바이올리스트의 기교와 그녀의 역량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건승하기를 마음 속으로 빌어 보고.


  휴식 후 역시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2번을 춘천시향의 연주로 듣는다.

교향곡을 들으면서 집중력은 예전과 다르게 많이 흐트러지고 있음을 느낀다.

처음 음악을 접했을 때 늦은 시간까지 대편성곡을 들었던 기억들.

이젠 머릿 속으로 그려지는 그림 하나 없고,

고르지 못한 소리도 듣고 하다 보니

잡념만이 계속해서 일고 있음에 대해 또 서글퍼 할 즈음

마지막 악장에서의 관악 총주가 흐릿한 정신을 일깨운다.


 3.

  다시 집에 들어와 씨디를 물리고 복습을 한다.

하나 이미 놓친 소리가 다시 들리겠는가마는 마음 속으로 무던히 그려 보려고하지만

어둠처럼 밀리는 피곤함에 또 발에 온 총기가 모인 윗 층 아해가 시간에 관계없이 뛰는 바

람에 나의 고행을 스스로 풀었다.


 4.

   오는 일요일은 올 해 첫바위를 하는 날.

첫 느낌을 잘 간직해야 할 텐데, 불어난 몸의 무게에 대한 압박으로

등반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게다가 오늘 아침 학교에 와서 손톱마저도 짧게 깍아 버렸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절망의 어두움이여.

뭘 믿고 의지하고 올라가야 할 지 머리 속으로 그려지는 것은 없는 날.


Posted by 바람동자
,

1) 일시: 2008.02.17.

2) 시간 기록
(08:10) 장수대 매표소 출발 - (08:50) 대승폭포 - (10:00) 대승령(1210M) - (11:46) 흑선동

계곡, 중식  (12:40) 출발 - (13:53) 백담계곡 합류 - (14:10) 백담사 - (13:13) 백담사 매표


 1.

  추운 날이었지요.

차량 안의 온도계를 통해 보니 영하 15도를 가리키고,

북쪽 그리고 산의 추위를 실감하게 되었지요.


 2.

  손과 발끝이 정확하게 두어 번 얼고 풀리고하면서

따슨 온기가 저 끝으로 돌아 다녔지요.


  흑선동 계곡.

안식년 지역이지요.

가지 말라는 곳을 가려는 자의 심리를 애써 이해해보려고 했지요.


  푹푹 허벅지까지 빠지는 북사면 계곡의 눈.

깊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에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전해지는 팽팽한 긴장감.

급기야는 넓적다리 근육이 뭉친다.

다리 힘 풀고 다시 주므르고를 반복하면서

그간 베짱이처럼 논 결과라 생각을 한다.


 3.

  백담사에까지 그렇게 갔었지.

그러나 셔틀버스가 운행되지 않음에 대해 밀려 오는 허망함.

지친 다리 씩씩거리며 끌면서 하루 그렇게 보냈지.


                                  대승폭포에서 바라 본 풍경(가리봉 , 삼형제봉, 주걱봉)


겨울 대승폭포

흔적 하나

흔적 두울


그리고 존재하는 "나"

Posted by 바람동자
,


 1.

  늦게사 그림 구경하러 갔었네.

춘천에서도 고양가는 직행버스가 있었음을 이 번 기회를 통해서 알게 되었고.

결국 춘천에서는 버스 시간에 대지 못해서 놓치고 말았지.


잔느 에뷔테른 (16세)

 2.

   아람미술관 입구에 걸려 있는 모딜리아니와 잔느의 대형 걸개 그림을 보며

코코넛색 머리의 잔느 모습.

젊은 시절의  풋풋함과 함께 16세의 나이를 넘어 선 조숙함이 밀려 온다.

전시된 많은 작품이 잔느의 드로잉과 몇몇의 유화 작품이었다.


  습작품을 보면서 자신의 그림세계를 정립하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스스로의 생을 마감한 그녀.

커단한 흡인력의 눈을 가진 남편 모디.

알콜 중독, 마약, 여자.

정신적으로 안정되지 않았을 젊은 나이에 그 많은 것들을

속으로 삭혀야 했던 내면의 아픔을 생각해 본다.

16세의 아름다운 모습은 3년 뒤의 사진에서는 지친 모습으로 보일 따름이다.

음식점에서 요리사에게 남편 음식에다가 마늘을 많이 넣으라고 요구하고

(진한 마늘 냄새를 여자들이 싫어 하므로)

남편의 여성 편력도 창작열로 돌려 생각해야만 했던

젊은 날 그녀의 내색하지 않은 속내는 얼마나 아픈 것 이었을까?


 3.

  스메타나.

현악4중주 1번을 생각한다.

노년의 시기에 회상하는 짧았던 젊은 시절의  행복함.

그들에게도 행복한 시절이 있었을까?

요양차 내려간 남부 프랑스 니스에서의 행복한 시절.

그 시절 모딜리아니는 잔느의 대표적인 초상화들을 많이 그린다.

2년도 채 못된 짧은 시절.

다시 파리로 돌아 오게 되고 모디의 걱강은 점차 악화된다.


  남편의 죽음을 감지한 여자의 삶은 얼마나 불행한 것일까?

모든 감각은 분별력을 잃어 버리고

병상에 누워있는 남편의 드로잉.

"자살"을 꿈꾸며 그린 그림.

22세 방향성을 잃은 그녀의 선택.

"맺지 못할 우리 인연 다음 세상에"

임형주의 노래 "하월가"의 가사 한 구절을 떠올리며

천상에서의 그들의 삶이 니스에서의 한 때보다 나아지기를

마음 속으로 기원하고.


  전시회를 보면서 한 여성의 삶의 궤적을 생각하니

가슴 아픔이 한 켠으로 밀려 온다.





모딜리아니-잔의 초상화(전시 작품이 아님)

모디-잔의 초상화(전시 작품 아님)



잔- 자살





모디-산호 목걸이를 한 여성

모디-어깨를 드러낸 잔 에뷔테른(1919)


 4.

  파리 시절 모디의 친구 중에  디에고 라베라가 있었다.

프리다 칼로의 삶도 순탄치 않았는데

유유상종이라는 잡생각.


  모딜리아니 유화를 많이 기대하고 갔었는데 잔느의 습작과 유화가 더 많이 보인다.

잔느의 미술적인 변천 과정을 알게 해 준 전시회였고,

화가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채 젊은 나이에

죽은 한 미술가의 죽음이 안타깝다.

그래도 잔느의 누드만큼은 절대로 그리지 않았다는

모디의 애정을 나름 생각한다.


  지하철로 내려가는 벽면에

이무지치, 임동혁 연주회를 알리는 포스터가 어지럽게 붙어 있다.

이러한 문화 공간이 있음에 대한 부러움을 느낀 하루.


  옛날 보았던 영화 "모딜리아니"와 "프리다 칼로"를 다시 보면서,

그 고단했던 여성 예술가의 삶의 흔적을 되새김 해 볼까나?


Posted by 바람동자
,

1) 산행지: 덕유산(1,641M 전북 무주-장수-경남거창-함양)

2) 일시:  08. 01. 27 - 28 (1박2일)

3) 운행 시간

  01. 27.(일) 08: 20 동서울 버스 터미널 - 11:25 함양 도착 - 11:30 서상행 버스 승차 -

12:22 서상 도착,   중식, 영각사행 택시

                  13:40 영각사 입구 산행시작 - 16:21 남덕유산(1,507M) - 17:45 월성재 -

20:30 삿갓재대피소

  01.28.(월) 08:40 출발 - 09:35 무룡산(1,491M) - 11:22 동엽령 - 12:30 송계사 삼거리 -

13:28 중식 - 14:00 중봉(1,594M) - 14:35 향적봉(1,614M) - 14:50 설천봉 - 15:00 곤도라

타고 하산


 1.

  덕유산엘 갔었네.

그 전 날 나는 긴 꿈을 꾸었지.

흰 눈 속을 뒹굴고 있는 겨울 날의 꿈이었지.


 2.

  함양.

옛날 지리산엘 갔었을 때 들렀던 곳.

조그만 버스터미널에서 오는 다정함.

촌로들의 사투리가 섞인 목소리.

따스한 남쪽나라에 와 있다는 느낌.




3.

  서상행 버스에 올랐지.

몇 사람 타지 않은 버스에서 오가는 아주머니들의 서로간의 안부.

미사 후 나오는 사람들의 얼굴에 번지는 온화한 미소.

촌노들 읍내에 나와서 장 본 물건을 뒤 배낭에다가

그것도 모자라서 양 손에다가 바리바리 싸들고 오르 내린다.

복장 면(작은 배낭, 양 손에 물건 들기)에서 노인네들의 특징을 보이는 것 같아 한편 재미

있다.

 안의 버스 터미널. 기가 잠시 휴식을 하고 오후의 햇살마냥 한낮 정경이 따사롭다.

멀리 보이는 산자락 히끗하닌 눈이 보이고 가슴은 설렌다.

안의 지나며 표지판에 "주논개 묘"가 눈에 보인다.

버스 기사 아저씨 카세트 테이프 밀어 넣고

함중아 노래도 나오고 이어서 다른 노래도 메들리로 나온다.

마을 입구에 위치한 푸른 대나무 숲이 남쪽 나라에 와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안의 전에 사람들은 다 내리고 몇 사람 남지 않은 버스 안은 한산하다.






남덕유 오르는 이어지는 계단 길

남덕유산을 오르면서 올라 온 길 조망



남덕유산에서의 조망

남덕유산 정상 부근의 까마귀


 4.

  영각사 입구에 들러 오름을 시작한다.

날은 겨울 속의 봄 날.

아랫 지역의 눈은 서서히 녹아 들고, 올라야 할 곳을 다시금 확인하고.

오랫만에 산행을 한다는 동행인이 배낭의 무게로 인해 오름이 지연된다.

그래도 어찌할꺼나, 같이 쉬면서 주변 경치나 슬금하니 보는 수 밖에.

산 능선까지는 이어지는 오름 길.

 능선에 붙어서 잠시 쉬고 있으려니,

어디선가 날아 온 동고비.

근처에 까지 와서 배회를 하는데,

이런 호주머이네 땅콩이나 빵 부스러기라도 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네.

동고비야 미안해.

전 번 오대산행 팀들은 먹을 것 꺼내 놓으니 동고비가 손 위에 앉아서 먹었다는데.

능선 위에서 본 덕유산의 정경을 눈으로 잇는다.


   남덕유산까지는 2인이 서로 간신히 지나갈 계단길의 연속.

동행인 다리에 쥐가 나고, 나는 천천히 오라하며 먼저 올라 간다.

이어지는 계단 길.

따스한 감촉의 흙길은 이젠 더 이상 국립공원 내에서는 밟기가 힘들다.

소백산 희방사에서의 이어지는 계단길.

수해 복구 이후의 설악산 곳곳의 길들.

흙길에 대한 감촉의 아련함을 생각하면서, 이어지는 계단 길에

거친 숨을 몰아 쉬며 한 편의 살아 있음에 대한 확인을 한다.

 남덕유산정.

가장 높이 나는 새인 까마귀의 무리가 떨어지는 오후의 햇살을 맞이하여

까옥거리며 어지럽게 난다.

  정상 주변에서의 조망.

하늘이 맑지 않아 시야 흐릿하다.

30분 기다리다가 정상에서의 조우.

대피소까지의 시간을 어림 짐작해 보니 야등을 해야 할 것 같다.

해 떨어진 뒤 주변 경관은 점차로 어두워져 가고,

목적지를 향해 바삐 움직인다.





향적봉 대피소


 5.

   아침.

속풀이용 북어국에다 여러 가지 든든하게 채워 넣고 길을 나선다.

주변의 경관이 흐릿한 날.

운행이 어제처럼 늦어질까봐 걱정을 했는데,

동행인 짐을 어제 밤 거덜 낸 관계로 아침 발걸음이 가볍다.

눈도 많이 쌓이지 않았고,

이어지는 산의 형상도 뚜렷하지 않은 흐린 날.

덕유산하면 산자락이 이어지는 주변의 경관을 기대했었는데

다음의 기회가 또 찾아 올까를 생각한다.

가는 눈발 나리고, 멀리 향적봉 주변의 철탑과 설천봉의 목조 건물이

보이는 듯하다가 내리는 눈으로 인해 이내 사라진다.

목적지가 보인다는 것.

우리들의 삶도 그렇게 분명하게 보였으면.


  가장 높은 봉우리인 향적봉을 향해 가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아마도 무주리조트에서 곤도라를 타고 십여 분 후면 1,500 미터에 까지

오를 수 있는 편리함 때문이리라.

이 날 자기로 한 향적봉대피소에 예정보다 일찍 와 버려서(정상 운행 시간 소요)

결국은 하산하기로 결정을 한다.

과거에는 백련사를 거쳐서 하산을 했는 데(소요시간 3시간 30분),

지금은 조금 더 가면 설천봉에 무주리조트에서 운영하는 곤도라가 있어서

편안한 길 선택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결국은 곤도라 타고 하산.





6.

  덕유산.

덕이 없는 자에게 이어지는 산자락을 보이지 않았지.

잘잘한 눈 내리는 날

덕유산 능선을 내리 걸었던 그날들이 다시 생각이 날까?

우우우 내리는 눈 속에서

보이는 운무에 싸인 산들

그 산들을 보면서 눈에 담고

그 해 덕유에서 보낸 겨울날을 기억할거나.






Posted by 바람동자
,

1.


  나이 먹은 아이들은 다 떠나고 오늘은 남아 있는 아이들

종업식하는 날.

 아침 나절 잘 안나오는 라디오 FM주파수를 여기저기로

돌리다가 들은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

왠지모를 쓸쓸함이 겨울의 황량한 풍경과 함께 몰려 오고

교직에서의 2월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본다.


2.


  묵은 레코드판을 턴테이블에 얹는다.

그간 잘 돌리지 않았더니 구동시 마찰음이 귀에 거슬린다.

그래서 고무판 들어 올리고 청소에다 수평도 맞추고 하니

조금은 나아 졌다.

반면에 회전 수는 시간이 조금 지나야 일정하게 돌아가고.

어제 저녁에 만난 후배가 일 년전 부터 눈이 좀 침침하다고 얘기를 하고,

그것에 대해 나이들어가는 징조이니 겸허하게 받아 들이란 얘기를 했었다.

이젠 오랜 시절 함께 했던 턴테이블도 삐걱이고.

 슈베르트의 "숭어"를 걸어 올린다.

가벼웁고 경쾌한 선율 속

넘실거리는 푸른 물 속에

약동하는 빠른 그리고 느릿한 한 떼의 물고기의  모습을 본다.

 그 빛나는 오후 한 나절.




액자를 옛사진틀로  해서 바꿔 봄(포토웍스)

Posted by 바람동자
,
  어제 모임 자리에서 들은 얘기로 인해

밤새 잠을 설친 아침.

지난 밤의 얘기는 잘 풀려서 넘어 갔을까?


  술 먹은 다음 날,

온 신경은 전투적이된다.

전투다.

평상시에 흘려 듣던 얘기도 이 날 만큼은 조심을 해야 한다.

나의 성정을 알기에,

오랜만의 침묵.


  다시 말러 듣기로 침잠을 할꺼나라는 생각.

밀린 숙제 다시 할까라는 생각.

그려, 카페는 개설해 놓았으니

누군가는 이어나가고,

아님 찾는 사람 없으면 아주 쉽게 폐쇄하면 된다는 좁은 생각에

스스로 위안을 하는 이 아침.


  자문.

쿼. 바. 디. 스. 도. 미. 에.


  자답의 결과는

지켜 볼 일.



  갑자기 산엘 가고 싶어 졌네.

현실의 도피처는 아니지만,

마음 속에 남아 있는 그 산이 가고 싶어 졌네.


Posted by 바람동자
,
  전 날 늦게까지 마신 술로

아침부터 늦장을 부려 결국은 모임 장소엘 늦게 나갔다.

 1월 2째주 일요일날 우리는 해마다 삼악산 넓은 초원에서 시산제를 한다.

삼악산 아래에 도착하니 바람도 불고 날씨 심상치 않다.

정양사 쪽 길로 오르기로 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산신님께 제 올릴 준비를 하고

카메라 꺼내어 드니, 이런 CF메모리카드가 빠져 있구나.

전 번 날 서울에 갔었을 때에도 이러더니만,

출발하기 전 날 밤 차분하게 점검을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함이 그 이유이리라.

메모리 부재의 시대에 무엇으로 기록을 할 것인가를

눈 덮힌 삼악산 넓은 초원에서 생각을 하고,

한 해의 안전등반을 기원하며 산제를 지낸다.

Posted by 바람동자
,

 1) 일시: 2008. 1. 5 - 1. 6.(1박2일)

 2) 산행지: 외설악 공룡능선

 3) 운행시각

  1. 5 (토) 16:00 설악동 - 16:25 이쁜이네 - 16:45 출발 - 17:50 귀면암 - 16:48 양폭산장 -

20:13 휘운각 주변  싸이트

  1. 6 (일) 09:20 휘운각 - 09:40 신선봉 - 11:03 1275봉 - 13:42 마등령, 중식 - 14:42 마등

령 갈림길 - 17:13 비선대산장 - 18:10 설악동


  토요일.

  원래는 개인적인 친분을 가진 분들과 함께 이날 1년에 한 번 씩 여행하는 것으로 계획되

어 있었다.

대상지는 전주 부근의 모악산. 남도 지방에 눈이 많이 내려서 황악산으로 변경.

문제는 토요일 아침 일찍 출발을 한다는 것.

토요일 보충이 있는 관계로 시간을 내지 못하고 결국은 포기를 하고 오후에 삼악산이나 갈

까 하고 있던 차에 우리 산벗이 설악산을 들어 간다는 말을 듣고 합류를 한다.


  총 인원은 3명.

같이 산에 다녀서 호흡도 잘 맞은 편이어서 무난하다.

미시령과 한계령 갈림들에 들어선 차는 좁은 차선 때문에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그래도 어찌하랴. 도톰한 25키로의 배낭과 산 벗,  다가오는 주변 산들의 풍광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끼고 있으니 마음만은 한결 가볍다.


 2시간 만에 정확하게 오후 4시 에 설악동 도착.

입장료와 1일치 주차료만 끊었건만 차에서 내리는 배낭을 보고 당일로 내려 올것인가를 되

묻고 주차료 4000원 아끼려고 슬쩍 넘어 가 보려고 하지만 결국은 더 내고 출발을 한다.

바람이 분다.

청동 대불을 지나 언뜻 보이는 하오의 울산바위.

햇볓이 정면으로 비춰서인지 금빛색으로 다가선다.

야영지인 휘운각대피소 주변까지는 어림잡아 4시간 30분.

배 고플 것을 대비해서 20여분 오르다가 이쁜이네 집에 들러서 감자전에

소주를 시키니 오랜만에 본다고 하며 김치 부침개에 도토리 묵을 준다.

배가 고플 것을 생각해서 싹싹 긁어 먹고 다시금 출발.

 조금 오르다 보니 비선대 산장이 보이고 바로 앞의 봉우리가 가까이 다가선다.

으흠, 작년 여름에 우리 팀들이 올랐던 맨 우측의 적벽, 가운데 무명봉, 그리고 장군봉을

보니 함께 등반했던 지난 일들이 몰려 온다.

삼형제봉 릿지를 하면서 본 설악산의 모습과 유선대 그리고 장군봉 기존길.

이 길을 지나면 언제금 그 기억들이 살아서 생각이 날 것.

추억에의 함의.

비선대 다리를 건너 가면서 국립공단 직원이 있나 걱정을 했는데(시간 상 입산 통제임)

다행이 없다. 양폭까지 간다고 말해야지라고 생각을 했지만 아마도 있었으면 안 들여 보냈

을 것이다.

나중에 오르다 보니 양폭산장 수리 관계로 임시 폐쇄가 되었다.

천불동 계곡따라 넘으니 천화대 가는 길이 보인다.

흐흐, 자일 없이 클라이밍 다운 했다가 후배들한테 욕 직싸게 먹었던 곳.

옛 일 생각에 알 수 없는 미소가 퍼져 나오고

산 속의 계곡이라서 날도 이제는 서서히 어두워진다.

흐릿한 시야를 헤드랜텐에 의지해서 또 오른다.

재작년의 수해로 인해 많은 곳들을 보수해 놓았고,

지나가면서 본 양폭산장은 발전기 돌리면서 저녁 늦게까지 공사를 한다.

계곡을 따라 꾸불하게 이어져 있는 계단을 오르며

무너미 고개가 가까워 오고  있음을 느낀다.

가파른 고개길 오르며 본 설악의 밤하늘.

별이 맑고 많은 별들 청명하다.

머릿 속으론 엠마 샤플린의 "별은 사라지고"의 한 소절을 웅얼거리면서

고개마루에 도착하여 텐트 칠 곳을 보니

능선 상으로 부는 바람이 심해서 희운각산장 쪽으로 더 내려가자고 의견을 모은다.

흐릿한 불 빛사이로 보이는 산장을 거리를 두고,

작년 이맘때쯤에 눈을 파내고 야영을 했던 장소를 찾아 쌓인 눈 걷어 내며

텐트를 친다. 골짜기를 오르는 바람은 계곡해서 소리를 내고,

우모복을 입었지만 몸의 체온은 떨어진다.

텐트를 치고 밥하기 위해 희운각대피소 쪽으로 물을 뜨러 간다.

작년과는 다르게 눈이 자주 오지 않아서 계곡에 물이 없다.

이런, 물은 아래서부터 지고 온 것이 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 다시 찾아 보니

아랫쪽에 비닐을 덮어서 씌운 것이 있어 보니 이건 완전히 말라붙은 상황이다.

패트병 하나 간신히 담으니 물이 없다.

 밥이 되는 동안 이젠 텐트 안에서 가져 온 안주 꺼내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일만 남은 셈.

술 먹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데 밖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누군가 하고 보니 국립공원 직원이라고 하며, 탐방객들 관계로 텐트를 걷어 달라고 한다.

일순 술 맛은 완전 떨어지고, 어떻게 할까 의견을 모으니 희운각 대피소 쪽으로 철수하기

로 한다.

텐트 접어서 걷고, 나와 친구는 밖에서 비박하기로 하고 한 분은 몸살 관계로 대피소에서

잔다.

메트리스 깔고, 침낭 펼치고 누우니 잠이 오지 않는다.

그래서 마저 있는 술 마시고 누워서 잠을 청한다.

바람 소리. 적막한 밤을 깬다.

별들 눈 부시게 앞 다투어 다가오고, 그 피곤함에 하루의 일상을 접는다.



 아침.

다시 산 속에서의 일상 생활들.

이른 탐방객들 분주히 움직이고, 아침 밥에 북어국 먹고 출발한다.

곧 신선봉으로 이어지고 저 멀리로 공룡의 능선의 모습이 긴 꼬리를 감추며

그 자태를 보인다.

흐린 날, 중청과 대청. 그리고 주변 산들을 완상하고,

나도 신선이 되어서 신선봉에서 느릿하니 발걸음을 움직인다.




신선대에서 본 공룡능선


신선대에서 본 중청과 대청



  재 작년의 수해 이후 곳곳의 등산로는 많은 보수작업을 해 놓아서

다니기가 편하다. 물론 공룡능선도 가파른 곳에는 돌로 계단을 이어서 만들어 놓았고,

옛날보다는 훨씬 다니기가 수월하다.

공룡능선의 절반 지점이랄 수 있는 1275봉에서 함께 한 사람들 모여 기념 촬영을 한다.

과거 이곳 능선상에서 야영을 할 때 바람 지독하게 불었는 데,

지금도 마찬가지로 바람 거세다.

야영하면서 밤에 1275봉에 올라 멀리 속초의 야경과 밤바다를 보았고,

그 주변에서는 솜다리의 무리도 함께 보는 행운도 누렸던 지난 여름 날의 산행.

허우적이며 다시 발걸음을 옮기며 본

멀리 있는 산들이 실루엣으로 다가 선다.

하여 도착한 곳이 공룡을 다 타고 넘은 마등령.

여름 날, 백두대간 종주 중 비박 했던 곳.

"맛으로 승부하는 라면"으로 오후의 한 때 식도락의 기쁨에 빠진다.







달마봉


  마등령 내려 가면서 본 장군봉.

작년에 우리가 올랐던 A2O길. 흐흐, 첫 피치가 까다로와서 끙끙 대면서 올랐던 생각.

이어지는 등반 선에 눈을 떼지 못하고 다시 내려간다.

점심 때 술 먹고도 팔팔하게 걷고 있는 것을 본 다른 사람들이 왈

아직 갱년기가 오지 않았냐고 묻는다. 그래서 난 웃으며 대답한다.

아직 강년기인 것 같다고.

점심 때 먹은 소주가 몸 구석에 퍼져서 이미 정신은 흐릿한 오후 날씨 같다.

설악동 하산 완료.

다리는 언제나 처럼 퍽퍽하고,

이틀간에 즐거움을 함께 했던 산과 사람들  그리고 신령님께 감사를 드리고

스틱을 접으며 다시금 뒤돌아 보는 산.

가슴에 담는다.


  언제 다시 또 올것인가를 생각하면서

물치항으로 하산주에 회 한 접시씩 먹으로 간다.




Posted by 바람동자
,

) 일시: 07. 12. 22 - 23 (1박2일)

2) 행선지: 내설악 일원

3) 백담사 - 오세암 -  가야동계곡(1박) - 수렴동 대피소 - 백담사

4) 시간 기록:

 12. 22(토)   09:10 출천출발  - 10:40 백담사 매표소 주차장 - 11:00 셔틀버스 - 11:20 백담사 - 12:45 개울가 중식 후 출발 - 13:35 영시암 - 13:47 오세암 갈림길 - 15:42 오세암 - 17:30 가야동 계곡 (야영)

 12.23(일) 07:40 일어남 조식 후 취침 - 10:40 출발 가야동 게곡으로 하산 - 13:20 라면 중식 - 14:00 출발 - 14:20 수렴동 대피소 - 14:43 영시암 - 16:00 백담사 주차장


  연일 계속되는 음주로 몸과 마음이 지쳐 있음을 느낀다.

일단은 산행계획을 잡고 움직이기로 했는데 같이 가기로 한 두 명이 펑크를 냈다.

결국은 오랜 산 친구와 나 단 둘이서 떠나게 되었다.


  백담사 주차장에 도착을 하니 10시 40분.

주변을 살펴 보니, 어랏. 버스가 다니는 구나.

흐흐, 주말이라서 버스를 운행하는가 보다 생각하면서

오랜만에 맨 25키로 넘어가는 무거운 배낭의 무게에서 잠깐이라도 벗어 날 수 있다는

한편의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돈다.

이제 버스는 백담사 게곡의 구불구불한 길을 거침없이 달려서

17분만에 백담사 코 앞까지 사람들을 내려 놓는다.

매표소에서 이곳까지 걸어서는 1시간 40분 정도 소요가 되는데,

참, 이 길 하산시엔 삭막하다.

오랜 산행으로 지쳐서 차 끊기고 이 길을 헤드랜턴 켜고 내려 갈 때엔

완전 퍽퍽한 다리에 적막강산인데.


  백담사를 지나며 그 위 따로 떨어진 禪院을 본다.

저 곳이 한 번 들어가면 3개월 혹은 1년이고 3년이고 세상을 등진 채 참선을 한다는 선원.

으, 나같이 불량한 사람은 아마 들어가면 며칠 못 살고 自盡 할 것이라는 생각에 쓴 웃음을
짓는다.


  계곡 주변 첫 다리를 지나 오르다 인적을 피해 개울가에서 라면을 끓인다.

날씨 따뜻하다. 바람 한 점 없는 봄날을 연상하고.

얼음장 밑을 통과하는 물소리 정겹다.

멀리로 보이는 계곡과 숲.

술 몇 잔 마시니 눈가가 스르르 풀어지고 옆에 동무가 있어 산이 있어

요요한 물소리로 인해 행복한 시간.

일상에서의 벗어남이 주는 느낌.


  밤 중에 매표소를 출발하여 백담사 주변에서 비박을 하다가

새벽 3시 30분 경에 깼었지. 새벽 예불 관계로 뎅뎅뎅 치는 종소리가

정겹지가 않고 무척이나 괴로웠었던 생각.

옛날 그 지리한 길 걸어가면서 삶은 계란을 안주삼아

목을 타고 넘기던 술. 과거의 기억들.


  오르는 사람 없는 인적의 한가함.

하산하는 몇몇의 사람들만 보이고 과거 단촐했던 사찰이었던 영시암

좌우로 넓어져만 간다.

오세암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물 한 모금 마시고

바람 없는 겨울 산은 단지 가장 높이 나는 새 까마귀의 울음 소리만이

적막을 깰 뿐.

이어지는 오름과 내리막의 길.

오세암 가까운 곳에 위치한 높은 곳에 올라 저 멀리 보이는

설악의 산봉우리들을 내려다 본다.

흐릿한 시야 속에 보이는 용아장성.

선뜻 지난 여름의에 우리가 함께 올랐던 더위를 또한 먹었던

용아의 암릉이 기억 속으로 다가 온다.

그리고 작게만 보이는 오세암.



오세암 조망

오세암 쪽에서 본 공룡능선



오세암


  해는 이제 서서히 지고, 배낭을 맨 등은 땀으로 인해 등이 시리다.

이젠 딱다구리가 산의 적막을 다시금 깨운다.

멀어지게 느껴지기만 한 가야동 계곡과의 조우.

야영 준비를 하고, 텐트 안에서 싸 갖고 온 먹거리를 꺼내 놓고

먹는 즐거움을 느낀다.

바람 소리 들리지 않고 적막한 데

규칙적으로 들리는 것은 가스 버너의 불소리 뿐.

밤은 깊어만 가고 우리들의 꿈은 산 속 어디가를 떠돌고  있다.



저녁 먹거리


  새벽 4시경 일어 났다가 다시 7시 40분경에 일어났다.

날 따뜻하다. 텐트 안에 놓아 둔 물병'에 얼음이 얼어 있는 것으로

보아 산 중이라 영하의 날씨였음을 추측하게 한다.

원래의 계획은 봉점암을 거쳐서 하산을 하는 것이었으나,

같이 간 친구가 새로 신은 신발 등을 이유로 가야동 계곡 쪽으로 하산을 하잔다.

해서 바쁠 것 없는 아주 오랜만의 여유로운 시간.

다시 침낭 안으로 들어 가 비몽사몽하다 보니,

계곡을 통과하는 바람 소리 들리고,

10시 40분에 바람 소리와 함께 가야동 계곡을 내려 온다.

계곡 주변의 물이 있는 곳은 온통 얼음이어서

내려 가는 데 온 신경이 발에 쏠리고,

우회해서 산 기슭을 타고 넘고,

아이젠이 없는 상태에서 양 손의 스틱에 균형을 잡고

조심 조심 발걸음을 옮긴다.

역시 내려간다는 것이 더 많은 긴장감을 자아 내게 한다.

가느단 눈 발 서서히 날리고

얼어 있는 폭포도 보면서 팽팽한 긴장 속에서 가야동 계곡을 지나

수렴동 대피소에 도착한다.

산장지기도 찾아 볼 수 없는 오후의 적막감이 밀려드는 대피소.

과거 여름 날 바글바글하던 그 사람들 다 어디에 갔을까를 생각하며

새롭게 보수된 다리를 걷는다.


 평지와 다름없는 퍽퍽한 길을 걸으며,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에서 일 팽개치고 무작정 출발했던 이 번

산행에서 몸과 마음이 조금은 추스려졌는지를 곰곰히 생각해 본다.

바람. 어제와는 다르게 게속 일고 있고

다시금 겨울이라는 계절임을 실감하고

뒤돌아 보며 다시금 바라 보며

내설악의 정경을 가슴에 담는다.



가야동 계곡




 

Posted by 바람동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