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수유릿지- 상주시 화북면 속리산 성불사에서 문장대와 신선대 사이의 능선을 오르는 바윗길

 

1.

 때때로는 세상 일들과 잊어 버리기.

저 푸르름으로 다가 오는 5월 산의 그리움은

언제나 가슴을 움직이게 하고

그 짙은 연녹색의 깊은 살 속에 우리가 있었네.


봄의 중턱을 넘어선 시간이었지만

산에서 부는 바람은 차겁게만 느껴지고.

멀리서 보이는 가야할 곳.

5월 그 푸름 속으로 다가 온다.

2.

  얼마나 더 갔으며

얼마나 더 왔을까를 생각한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일 뿐.


  저 아래로 보이는

짙어 가는 봄날 산의 풍광을

가슴 속 오롯하게 간직하며

느낄 일.

 

3.

  옛 사람의 말대로

우리는 산에 가면 어진 이가 되어야 할 것.

5월 지천으로 오르는 녹색의 기운이 대지를 감싸고


  마음마저 여유로운 자

그저 물끄러미 가야할 곳을

찬찬히 바라볼 일.


  하여 귀밑으로 흐르는 바람소릴 들었네.

 

4.

  속리산 - 세속과 이별한 혹은 절연한 산에서

우리들의 꿈은 저 높은 산을 넘어서고

바위 산과 잘 생긴 주변의 소나무가 우리와 함께 했으며,

또한 다시금 산에서 나눈 잔정들은 더 큰 산을 향하여 나간다.


  성불사 예불 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얼마나의 서로간의 공덕을 쌓고 실천해야지

성불이 될 수 있는 것일까.

5.


  가을 날 산수유 그 붉은 열매를 보면

우리가 올랐던 그 길들이 생각이 날까?

 

산수유릿지 원경(정상의 우측)



들머리에 위치한 성불사


오름을 위하여

다시 오름



인자요산(왼편으로 오름 동작보임)

내림



등반의 하이라이트 선주벽



정상에서 하강



오송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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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녹색의 신록이 푸른 날에

새재 제1관문(주흘관)을 걷는다.


 이제는 문명의 이기로 인해서

그 기능을 상실해 버린 길을

지난 옛일 생각하며 그렇게 걷는다.


 새의 의미가

鳥 와 新의 의미를 갖고 있으니

영남과 북쪽을 잇는 영남대로의 길목에서

그 옆으론 일제시대에 닦은 신작로로 이화령이 있고,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그 길은 호젓한 옛날의 기억만 갖고 있을 따름이

다.


 주변 서성이다가

선정비 무리를 본다.

관찰사, 현감 더러는 오위장까지

"선정비, 송덕비, 영세불망비"에 적혀진 그들은

이름 값이나 하였을까.

아니면 그와는 반대로의 행적을 하였을까?

쇠로 주물된 철선정비까지 등장을 했으니

당시 백성들의 고단한 삶이 일순 밀려 오고,


 5월 날은 맑고 환한데,

드는 생각은 잡다하다.

저 멀리로 보이는

과거에 올랐던 주흘산 봄빛 속에서

다른 모습으로 다가 온다.

따스하다.







                                                                                   08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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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보내기

바람의 흔적 2008. 6. 19. 15:16
1.

 지난  한 주가 바쁘게만 지나갔다.

점심을 먹고 삼악산으로 향한다.

 

 의암댐 주변.

푸른 색의 녹음이 산 군데군데 퍼져 있고.

아침 나절 내린 비로 날씨마저 스산하다.

끙끙거리며 오랜만에 산을 오른다.

시야는 흐릿하니 멀리 보이지 않고,

밀려드는 바람 소리에 몸을 맡긴다.

춥다. 옷 좀 더 입고 오는 건데.

공연히 반팔에다 홑껍데기 옷 하나 달랑 입은 것이

봄날이라고 날씨를 우습게 본 것일까?

 

  산정에서 정든 곳 춘천의 경치를 본다.

무엇이 쉭하니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것을 보니 제비다.

날개를 펼친 채로 하강하니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난다.

강남엘 갔던 몇몇의 제비들이 봄 비행을 하고 있고

산정에서 등선폭포 쪽으로 내려갈까를 생각하다가

원래 계획대로 강촌쪽으로 간다.

삼악산성을 지나서 흥국사를 옆에 끼고 느릿하니 돌아서

헉헉대고 숨고르기하며 다시 오른다.

  등선봉.

멀리 강촌에서 들리는 사람 그리고 사발이 소리들.

가파른 내림길을 내려서 강촌 다리 입구에 도착한다.

오랜만의 산행으로 심은 들어가고 다리는 퍽퍽하다.

 집에 가서 허기를 멍탕에다 또 하루를 소주로 채운다.




2.

 일요일.

직원끼리의 산행이 봉화산으로 잡혀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또 밀린 산행 숙제라도 하듯이

잠 덜깬  몸 속이며 빵조각 들고 물에다 카메라 들고 집을 나선다.

주인을 잘못 만난 몸이 알아차리기 전에 삼악산으로 간다.

어제 비가 내린 후여서 인지 아침 산잘가으론 안개가 감싸고 있다.

강바람 휘하니 불면서 아침의 한기가 몰려온다.

 

  지키는 사람없는 의암매표소를 뒤로 하고 또 오른다.

저멀리로 안개에 감싸여 있는 내가 사는 곳을 보면서

하루 그렇게 시작한다.

안개가 걷혔다가 다시 밀려 오고

 

  영화 "안개 속의 풍경"의 한 장면을 떠올리고

아련하게 울려 퍼지던 "아다지오" 오보에 소리를

떠올리며 그렇게 앞이 보이지 않음에 대하여 생각한다.

 

 산정부근에서 내려가는 길에 펼쳐져 있는

진달래와 철축꽃.

봄비에 바람에 진달래꽃은 여기저기 떨어져 있고

흐린 날씨 속에서 그 색을 잃어간다.

가는 봄날에 대한 생각을 하고.

 

  빵조각 씹으면서

아침 산을 찬찬히 보면서 주변을 경관을 느끼려고 노력을 한다.

강촌을 보이는 마지막 봉우리로 향할 즈음

비탈진 숲 속에서 소리가 나서 살펴 보니

고라니 겅중거리며 빠르게 내튄다.

아하, 삼악산에도 고라니가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어제보다는 십 여분빠르게 강촌에 도착했다.

 



3.

 일행들을 기다리다가 발걸음을 강촌역사로 향한다.

 
   강촌.

 출렁다리에 대한 기억.

흔들렸던 젊은 날의 기억은 가물거리는 데

이젠 간간이 비마져 뿌리고

역사에 그려진 다리 그림을 보면서,

그 위에 덧칠해진 뭇 사람들의 흔적을 찬찬히 읽어 나간다.


  그 주된 내용은 지독한 사랑이 아닌

우리 젊은 날의 일회용의 사랑과 같은 것.

사랑해. 사랑해라고 수없이 되뇌어 보지만

흐린 날씨에 바람에 상대편의 무관심으로 인하여

그것은 전해져 이어지지 못하고

그 이루어지지 못함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아침 나절.


 다시금 간간히 비는 내리고

옛날 다리의 흔적을 보면서

가까이로 기적을 울리며 오는 열차.

움직임.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의 무리들.

그렇게 제 3자의 입장이나 되어서

흐릿하게 그리고 물끄러미 바라나 볼 일.









4.

 살살 콕콕대는 꼬뱅이땜시 느릿하니 걸었지요.

비는 내리고 연한 녹색의 떡갈나무 숲아래로 가다 보니

떨어지는 빗소리만 크게 들렸을 뿐

연한 녹색의 떡갈나무 잎으로 인해 내리는 비를 피할 수 있었지요.


  아까의 호젓한 혼자만의 산행과는 달리

비옷을 입은 형형색색의 무리들이 몰려 옵니다.

봉화산정에서 증명사진 찍고 설설설 내려 옵니다.


  문배마을 주변으로 가니 날씨가 궂은 휴일인데도

사람들 참 많이 있었지요.

동동주에 묵 그리고 두부 비빔밥으로 점심 성찬을 합니다.



5.

  일행과 헤어져서

의암댐  주변 암장에서 루트개척을 하는 곳에 들릅니다.

십여명의 회원들이 나와서 낙석제거하고 루트별 청소도 합니다.

 잠시 거들다가 올해 회원들이 만든 "평일반"(주중에 시간이 있는 사람들

이 중심이 되어서 길을 개척했기때문에 이름을 그렇게 붙였지요.) 을 오

릅니다.

 정기산행인 삼각산 인수봉 "고독의 길" 등반이후 한 달하고도 이십여 일

만에 처음으로 하는 등반이라 긴장은 많이 되지만 끙끙거리며 오릅니다.

단지 아직도  청소가 덜 되어서 군데군데의 낙석과 흙들이 보입니다.

 바짝 긴장을 하면서 오르다보니

저 건너편의 강변의 인어상과 삼악산군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슬슬 어두워져가고 이젠 긴 하루를 접는 시간.

회원들과 단체 사진 또 한 컷하고

14시간이 지난 뒤 집으로 가다가 또 동네 족발집으로 향합니다.


 하루,

그렇게 보냈지요.

밀린 숙제를 한꺼번에 하듯이.


 연한 봄의 기운과 바람, 새소리 그리고 사람들이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08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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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새 당신 머리를 짓누르고 간"  아르코르의 힘은

아직도 남아 있고,

이런 날일수록 스스로 조심해져야함을 느낀다.

 

  출근 길.

라디오를 통해서 베토벤 피협5번 "황제"를 듣는다.

과거 엘피판으로 박하우스의 연주를 몇 번씩이나 듣곤 했었는데,

웅장하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나의 성격상 거의 들어 맞는 곡.

타건이 좋고 곡의 흐름 또한 유려하다.

말기의 생에 대한 무거움 보다는 힘참을  느낀다.

여러 연주자의 연주를 듣다가

우리 시대의 기인인 굴드의 연주를 비디오 테잎을 통해서 보았다.

그 특유의 굴드 의자며,

게다가 피아노를 치면서 중얼거림,

그리고 지휘의 동작까지.

음악을 들어야 할텐데 비디오는 시선을 빼앗기니

1/3만 귀로 들어 오는 것 같다.

흐훗, 오우, 역시 굴드 .

재밌다.

 

 하루.

화려한 음색.

밝은 음.

그리고 내면의 정갈함이 어우러지는 이 곡을 들으며

오늘 하루 이렇게 되기를 기원한다.

 

굴드의  연주는 아래 주소 참조.

http://www.youtube.com/watch?v=PrkHtqjXpB0&mode=related&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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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린 자 오랜만에 외식하러 갔지요.

어제 하늘 구름 잔뜩 끼고 해서 사진 빨이나 받으려니 생각을 했는 데

저물 무렵 구봉산에서 본 일몰의 광경은 영 아니었지요.

어두워지면서 하나씩 둘씩 켜지는 도회지의 불들을 보면서

하루가 맥없이 그렇게 지나간 것을

저녁을 먹을 때 알았지요.

 

  준비한 삼각대 펼쳐 놓고

끙끙거리며 사진을 찍습니다.

밤이라서 아래 쪽에서 위로 오르는 바람은 차고

마누하님은 가자하고 나는 좀 찍자고 하고 하다가

몇 장 찍지 못하고 그냥 왔지요.

눈 속으로 풍경을 담고.

 

  집에 와서 보니 사진이 신통치 않아서

동회회 강좌에서 "야경사진"에 관한 것을 검색해 보고

애궂은 공력은 탓하지 아니하고 카메라만 탓하며  주물럭 거리다가

지쳐 스르르 잠이 듭니다.

 



 2.


  오랜만에 뒷동산을 오릅니다.

이젠 해가 일찍떠서 아침 나절엔 운동하는 사람도 많이 보입니다.

부산한 움직임 속에서 시작되는 하루.

점점 더 여유란 것은 저 깊은 곳 속에 빠져서 헤어 날 줄 모르지요.

아침 나절에 잡동사니 생각들이 많았었는 데

이제는 사람이 즉물화 단순화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런 저런 생각에다

피어 오르는 꽃들, 변해가는 산색을 보면서

아침나절 다시금 몸을 움직입니다.


조팝나무 꽃(2006년 5월 사진)

 

3.

  오늘은 춘천시 고교생 연합체육대회날이지요.

3학년 교과관계로 아침나절 카메라를 들고 잠깐 나갔다 왔지요.

슬슬 더워가는 날에

젊은 우리들의 아이들은 4월 봄빛 속에서

계속해서 몸을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사진 몇장을 앉아서 찍으려니

훅하니 봄의 온기와 함께 뜨거운 움직임이  밀려왔습니다.

 



                                                                                     08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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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날 꽃구경을 갔지요.

강릉 경포의 푸른 물결이 어른거렸지만,

기차를 타고 느릿하게 하루를 시작했지요.


   어디론가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그렇게 걸었지요.

하늘 향한 꽃들의 끊임없는 움직임을 느끼며

흐려 가는 날에

저 멀리 봄꽃들이 무더기로 피어나고 있음을 보았지요.



그 꽃들.

어지럽게 피고 있었지요.

그리고 오후 바람 불고

비도 내리면서 발걸음을 재촉했지요.


   흐린 날이었지요.

담장을 타고 오르는 연약한 가지의 움직임을 보면서

연한 색의 황홀함에 잠시 걸음을 멈추었지요.


 하늘을 향해 그렇게만

교감을 하고, 시간이 지나면 누렇게 되어

여기저기에 떨어질 잎들 보면서

비와 바람이 함께 하는 것을 안타까워 했지요.

 





 
  흰색과 붉은 빛.

그리고 여러 색들이 어울린

 

 봄날 하루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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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두 주째 연속하니 비가 내린다.

이런 때는 꼼짝없이 집 지키는 것이 좋으련만,

주말 토, 일요일 양 일 학교 일 관계로 주말 시간을 보낸다.

 

 아는 선생님이 보라고 보내준 파일을 보니,

시간을 죽이기에 딱 맞는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

그리고 카핑 베토벤이 있었다.

 

  2.

  오프닝 부분에선 현악4중주 "대푸가"의 선율이 흐르고

임종을 맞이하는 마에스트로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여성 카피스트인 안나 홀츠와 베토벤과의 만남.

당시의 여성의 사회적 위치라는 측면에서 볼 때

남자의 영역에 해당하는 작곡을 한다는 것은 커다란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

 

  어린 시절 알콜중독자인 아버지 밑에서

돈벌이할 목적으로 혹독한 음악 훈련을 받았던 베토벤.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이 성장의 과정에서 그를 고집이 세고 비타협적인 인간으로  만들었으며,  

이러한 인간성이 기존의 권위에 대한 도전과 독자적인 예술 창조를 가능하게 한 근원적인 힘이 되었으리라.

 

  음악가로서 생명이랄 수 있는 청력의 상실과 사랑의 실패,

경제적인 어려움이 동반된 불안과 고통으로 인한 하일리겐슈타트에서의 죽음에 대한 생각.

결국은 이를 딛고 일어서는 초인적인 강인함.

들리지 않음을 마음 속의 느낌으로 표현한 표제음악 성격을 띤 교향곡 6번.

 그의 음악이 위대함을 말하는 것이리라.

 

  3.

  심포니 9번. 초연.

청력을 상실한 그에게는 지휘라는 것이 얼마나 버거웠을까?

그래서 안나 홀츠의 도움을 받게 되고

지휘 중 음악이라는 공통 분모로 인해서 서로 간에 교감을 느끼게 된다.

성악이 도입이 된 교향곡.

후대에 말러에 의해 적극적으로 도입이 되긴 했지만

그의 온갖 고통은 어디에서 끝날 것인가를 생각하며

곡이 절정을 향하면서

핸드헬드 기법을 이용한 화면은 다소 투박한 느낌을 주면서 떨린다.

고통의 끝은 환희이며, 인간의 승리인가.

곡 착상 후 30여 년이 넘어서야 완성된 9번.

다시금 시대를 뛰어 넘는 인간의 의지를 읽는다.

 

  4.

 
  베토벤을 분장한 애드 해리스의 지휘 동작이

뉴욕 필의 번슈타인을 닮았다.

깡총 거리며 뛰는 저 레니의 도약을 연상하게 되고,

한편으로 베토벤을 재현하는 듯한 분장술에 놀라게 된다.

 

 통독(統獨)시 세계 각국의 유수한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모아서

연합오케스트라를 조직하여 통독 기념으로

백발 성성한 머리카락을 날리며 지휘를 했던 번슈타인의 베토벤 교향곡 9번.

그는 "환희" 대신에 "FREEDOM 송가"로 명명하고

분단을 넘어 선 자유의 나라가 된 독일을 이 연주를 통해 축하했었다.

 

  4.


  그리고 여성으로서의 삶.

사회 전반의 모든 영역이 남성 중심이다 보니

재능은 있어도 사회로의 진출의 길은 막혀 있는 자유롭지 못한 삶.

 

  멘델스존의 경우.

그의 누이가 작곡등에 더 나은 재능을 보였지만

결국은 음악가로서의 길을 스스로 포기하게 된다.

여성 지휘자는 찾아 보기 힘들다.

 

  5.

 

  묵은 음반을 꺼내 들어 다시금 곡을 들으며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푸르트뱅글러의 51년 모노 실황반,

그리고 카라얀의 76년 스테레오반.

모노에서 느끼는 음원의 답답함.

그러나 한 편으로 실황 연주에서 느끼는 긴장감과 감흥이 몰려 오고

열기 넘치는 합창의 선율을 따라서

나의 손도 지휘자처럼 허공에 활개를 치면서 극적으로 밀어 부친다.

 

                         20080401         4월 첫 째날         나른한   봄날에

 

 
공기의 떨림은 인간의 영혼에게 얘기를 하는 신의 숨결이야. 음악은 신의 언어야. 우리 음악가들은 인간들 중 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지. 우린 신의 목소리를 들어. 신의 입술을 읽고 신의 자식들이 태어나게 하지. 그게 음악가야.         -<카핑 베토벤>의 대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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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마라톤 신청을 해놓고

겨울 산에나 조금씩 다니다가

학교에서 고생하며 만났던 사람들

그렇게 보낼 수가 없어서 이어지는 술자리에 참가 했었지.

머리 속 한편으론 뜀뛰기에 대한 걱정 앞 섰으나

잔챙이같은 이어지는 酒情을 어이 막으랴.

 

  하여, 날은 다가 오고

사전 준비해 놓은 것은 없고

체중게 앞에선 내 몸을 보니 무려 2키로가 늘었구나.

대회 임박해서 1주일간 술 끊고,

조금씩 몸을 움직여 보지만 거친 숨만 몰아 쉴 뿐

운동을 안 한 표가 팍팍 나는구나.

 

  그래도 겨울 산이나마 다녔기 때문에

그것을 위안으로 삼고 출전하기로

마음의 결정을 내린다.

 

  출발지인 광화문 앞.

2년 전의 날씨 보다는 많이 풀어졌지만

이른 아침의 날씨는 역시 쌀쌀하다.

스트레칭하고 가볍게 몸을 움직이며

출발 대열에 합류한다.

 

  많은 사람들이 마라톤 행렬때문에 횡단보도 앞에서

발이 묶여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내를 관통하는 이 대회도 이제는

교통 소통, 시민 불편 등의 문제로 장소를 옮겨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

다.
(횡단보도 건너기 위해서는 무리가 지나가는 시간인 최소 1시간 이

상을 기다려야 한다.)

 

  청계천변.

맞은 편으론 선두 그룹이 바쁘게 뛰어 간다.

온통 검은 색 말 무리들이 통통 거리며 뛰는 것 같다.

우리가 100미터 질주하는 식으로 그들은 풀코스를 달리니 대단하다.

천변 새를 파는 상가에서

많은 무리들의 발자국과 움직임에 놀랐는지

아침 잠에서 깬 새들 분주하게 움직이며 소리내어 운다.

 

  20키로를 넘으면서

5키로를 지날 때마다 무사히 가고 있다는 안도감.

한편으론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위축된다.

으음, 30키로를 넘어 섰네.

몸 상태 확인하면서 물을 마시고 나서 잠깐 스트레칭 좀 하고

다시 몸을 움직인다.

 

  35키로. 잠실대교 부근.

오른 쪽으론 오늘의 목적지인 잠실종합운동장이 보이고

대신 다리의 끝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1키로 정도나 되는 잠실대교를 건너는 것이 정말 지루하다.

바람때문에 휘청거리며 추위와 싸웠던 지난 일들이 떠오르지만

오늘은 다행이 바람은 세차지 않다.


  LSD(장거리 연습: 보통 천천히 20-30 키로를 뜀) 연습을 하지 않아서

이젠 서서히 피로가 몰려 오고

마음 한 편에선 " 힘 들게 왜 뛰냐? "고 하면서

중도에 그만 두고 걷기를 종용한다.

 

  뛰지말고 살살 걸어가라는 마음 때문에

발걸음이 더뎌 진다. 반면에 그렇다고 해서

다리가 아프거나 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또 몸을 움직인다.

그러나 마음은 뛰기 싫다는 쪽으로 넘어 와 버리고.

그래서 다리가 아픈 것도 아닌데,

2키로 정도 뛰다가 길가에서 스트레칭 좀 하다가

다시 뛰다 서다 다시 뛰다가를 반복한다.

 

  골인 지점 1키로를 남기고 스트레칭 후 뛰다 보니,

급기야는 왼쪽 허벅지로 근육통이 온다.

 

  운동장 안. 마지막 스퍼트를 해야 하는 데

마음 뿐. 이젠 모든 것이 귀찮다.

기록은 작년보다 7분 여 늦었지만  어찌하랴.

이것으로 만족하는 수 밖에.

 

  3월 3주째의 동아마라톤.

겨울 한 철 피둥거리며 논 나에게는 힘든 뜀뛰기였고

이제 날도 따뜻해졌으니

서서히 몸을 움직여서 불어난 게으른 몸을

추스려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결승점을 향하여 (잠실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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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찾아 온 시간이었었지.

가까이 두고서도 늘상 바라 보기만 했던 그 산.

몇몇 사람들과 함께 오늘에서야 올랐지.

 

  등산로 입구 쪽에 선 많은 사람들.

울긋불긋한 등산객들의 옷.

산은 아직 봄은 오지 않았고,

우리들의 복장도 거무티티한 겨울 색.

 

  이어지는 행렬을 따라서 잡목사이로

슬금거리며 올랐지. 가쁜 숨 몰아쉬면서.

중턱쯤에나 올랐을 때 보이는 주변의 경관들.

하늘은 맑아서 저 멀리 주변이 산자락들이

겹쳐서 다가 왔었지.

 

  이른 봄을 알리는 생강나무 무리는

노오란 꽃을 군데군데 피우고,

바닥 보면서 봄꽃들을 찾으려고 했었네.

지난 가을의 낙엽에다 그 전의 낙엽들.

썩지 않고 그대로 뒹굴고 있었지.

나뭇가지에 붙어 있는 마른 잎 보면서

지난 가을 날 생각했었지.

 

  등선봉.

많은 무리의 사람들

삼삼오오 앉아서 오후 한나절 봄빛 즐기며

그렇게들 보내고 있었지.

 

  하산길.

후둘거리는 다리를 의식하며

아직도 남아 있는 계곡의 눈을 보면서

미끄러지지 않게 잰발로 움직이고 있었지.

그리고 무더기의 생강나무에서

꽃 향기를 맡았지.





 
                                                 등선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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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기 예보가 맞아 들어서 어제 밤부터 비가 내렸지요.

아침, 늦은 잠 마다하고 일어나 보니 역시 비는 내리지요.

이런 날은 무엇을 할까 하다가 카메라를 꺼내들고,

천변 주변을 헤매봅니다.

 

  멀리 산으론 안개 피어 오르고,

주변의 사물들이 착 가라앉은 그런 시간이었지요.

 

 iso 감도를 400으로 올리고 8정도로 조여 보니

흐린 날로 인해 셔터 속도는 60이하로 떨어집니다.

할 수 없이 조리개 최대 개방에다가 한 손에는 우산들고

한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서 사진을 찍습니다.

 

 




 



 

소양강 처녀 장군상 주변.



 



 


 





 


 





 

서면으로 가는 배



 







 










 아직도 비는 내리고,

우산들고 뒷동산이라도 가려고 했지만

오늘은 아무래도 모처럼의 휴일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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