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가 바쁘게만 지나갔다.
점심을 먹고 삼악산으로 향한다.
의암댐 주변.
푸른 색의 녹음이 산 군데군데 퍼져 있고.
아침 나절 내린 비로 날씨마저 스산하다.
끙끙거리며 오랜만에 산을 오른다.
시야는 흐릿하니 멀리 보이지 않고,
밀려드는 바람 소리에 몸을 맡긴다.
춥다. 옷 좀 더 입고 오는 건데.
공연히 반팔에다 홑껍데기 옷 하나 달랑 입은 것이
봄날이라고 날씨를 우습게 본 것일까?
산정에서 정든 곳 춘천의 경치를 본다.
무엇이 쉭하니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것을 보니 제비다.
날개를 펼친 채로 하강하니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난다.
강남엘 갔던 몇몇의 제비들이 봄 비행을 하고 있고
산정에서 등선폭포 쪽으로 내려갈까를 생각하다가
원래 계획대로 강촌쪽으로 간다.
삼악산성을 지나서 흥국사를 옆에 끼고 느릿하니 돌아서
헉헉대고 숨고르기하며 다시 오른다.
등선봉.
멀리 강촌에서 들리는 사람 그리고 사발이 소리들.
가파른 내림길을 내려서 강촌 다리 입구에 도착한다.
오랜만의 산행으로 심은 들어가고 다리는 퍽퍽하다.
집에 가서 허기를 멍탕에다 또 하루를 소주로 채운다.
일요일.
직원끼리의 산행이 봉화산으로 잡혀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또 밀린 산행 숙제라도 하듯이
잠 덜깬 몸 속이며 빵조각 들고 물에다 카메라 들고 집을 나선다.
주인을 잘못 만난 몸이 알아차리기 전에 삼악산으로 간다.
어제 비가 내린 후여서 인지 아침 산잘가으론 안개가 감싸고 있다.
강바람 휘하니 불면서 아침의 한기가 몰려온다.
지키는 사람없는 의암매표소를 뒤로 하고 또 오른다.
저멀리로 안개에 감싸여 있는 내가 사는 곳을 보면서
하루 그렇게 시작한다.
안개가 걷혔다가 다시 밀려 오고
영화 "안개 속의 풍경"의 한 장면을 떠올리고
아련하게 울려 퍼지던 "아다지오" 오보에 소리를
떠올리며 그렇게 앞이 보이지 않음에 대하여 생각한다.
산정부근에서 내려가는 길에 펼쳐져 있는
진달래와 철축꽃.
봄비에 바람에 진달래꽃은 여기저기 떨어져 있고
흐린 날씨 속에서 그 색을 잃어간다.
가는 봄날에 대한 생각을 하고.
빵조각 씹으면서
아침 산을 찬찬히 보면서 주변을 경관을 느끼려고 노력을 한다.
강촌을 보이는 마지막 봉우리로 향할 즈음
비탈진 숲 속에서 소리가 나서 살펴 보니
고라니 겅중거리며 빠르게 내튄다.
아하, 삼악산에도 고라니가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어제보다는 십 여분빠르게 강촌에 도착했다.
3.
일행들을 기다리다가 발걸음을 강촌역사로 향한다.
강촌.
출렁다리에 대한 기억.
흔들렸던 젊은 날의 기억은 가물거리는 데
이젠 간간이 비마져 뿌리고
역사에 그려진 다리 그림을 보면서,
그 위에 덧칠해진 뭇 사람들의 흔적을 찬찬히 읽어 나간다.
그 주된 내용은 지독한 사랑이 아닌
우리 젊은 날의 일회용의 사랑과 같은 것.
사랑해. 사랑해라고 수없이 되뇌어 보지만
흐린 날씨에 바람에 상대편의 무관심으로 인하여
그것은 전해져 이어지지 못하고
그 이루어지지 못함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아침 나절.
다시금 간간히 비는 내리고
옛날 다리의 흔적을 보면서
가까이로 기적을 울리며 오는 열차.
움직임.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의 무리들.
그렇게 제 3자의 입장이나 되어서
흐릿하게 그리고 물끄러미 바라나 볼 일.
4.
살살 콕콕대는 꼬뱅이땜시 느릿하니 걸었지요.
비는 내리고 연한 녹색의 떡갈나무 숲아래로 가다 보니
떨어지는 빗소리만 크게 들렸을 뿐
연한 녹색의 떡갈나무 잎으로 인해 내리는 비를 피할 수 있었지요.
아까의 호젓한 혼자만의 산행과는 달리
비옷을 입은 형형색색의 무리들이 몰려 옵니다.
봉화산정에서 증명사진 찍고 설설설 내려 옵니다.
문배마을 주변으로 가니 날씨가 궂은 휴일인데도
사람들 참 많이 있었지요.
동동주에 묵 그리고 두부 비빔밥으로 점심 성찬을 합니다.
5.
일행과 헤어져서
의암댐 주변 암장에서 루트개척을 하는 곳에 들릅니다.
십여명의 회원들이 나와서 낙석제거하고 루트별 청소도 합니다.
잠시 거들다가 올해 회원들이 만든 "평일반"(주중에 시간이 있는 사람들
이 중심이 되어서 길을 개척했기때문에 이름을 그렇게 붙였지요.) 을 오
릅니다.
정기산행인 삼각산 인수봉 "고독의 길" 등반이후 한 달하고도 이십여 일
만에 처음으로 하는 등반이라 긴장은 많이 되지만 끙끙거리며 오릅니다.
단지 아직도 청소가 덜 되어서 군데군데의 낙석과 흙들이 보입니다.
바짝 긴장을 하면서 오르다보니
저 건너편의 강변의 인어상과 삼악산군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슬슬 어두워져가고 이젠 긴 하루를 접는 시간.
회원들과 단체 사진 또 한 컷하고
14시간이 지난 뒤 집으로 가다가 또 동네 족발집으로 향합니다.
하루,
그렇게 보냈지요.
밀린 숙제를 한꺼번에 하듯이.
연한 봄의 기운과 바람, 새소리 그리고 사람들이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08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