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08:40) 팍딩 - (12:50) 조르살레 - (16:00) 남체 

 

 

 

 

 아침 햇살을 받은 산봉우리는 흰색으로 밝게 다가 온다.

어제 저녁에 더 이상 올라가면 고소 등의 문제로 술을 마실 수 없다는 것과

쿰부히말에 입산을 했으니 입산주를 마셔야 한다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몇 병을 술을 마신다.

이곳의 공기가 좋고 3,000M 이하의 저지대여서인지 아침나절은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는데

같이 마셨던 일행 중 한 분은 머리가 흔들린다고 하니 같이 술을 먹은 입장에선 한편으로 걱정이 앞선다.

 

 몬조를 지나 협곡 사이에 위치한 사가르마타 국립공원 입산 신고서에 닿는다.

사무실 내부에 쿰부히말라야 지역을 축소한 모형이 있어 그것을 보면서

트레킹의 최종의 목적지인 칼라파타르와 EBC의 위치를 확인하고

우리가 가야할 길을 눈대중하며 모형도의 골짜기 길을 따라 올라간다.

가야할 길은 멀기만 하고.

 

 조르살레 중식 후 평탄한 길을 걷다가 만나게 되는 협곡의 두 개의 다리.

아래의 다리는 옛날의 것이고 위의 다리는 나중에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한 해의 마지막 날에 라자 다리에 서서 나는 보았네.

펄럭이는 타르초 사이로 바람결처럼 가볍게 지나가는 시간과 강물 소리를.

좌우로 나뉘었던 두 강은 이곳에서 합쳐지고

그들이 간직했던 추억들을 서로 공유하며 아래로 흘러 내린다. 

물소리는 지난 기억을 일으켜 세우고

눈을 들어 바라 보는 산도 자신에게로 멀리 혹은 가깝게 다가올 따름이다.

 

 

 다리 위에서 흘러간 물을 보다가 전날 초등학교에서 받았던

축복을 상징하는 흰 천 카타를 다리 난간에 묶으며

이곳을 지나는 모든 사람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한다.

어질어질한 다리를 지나 남체를 향한 길은 긴 오름으로 이어진다.

중턱 쯤에서 숨을 고르다가 본 에베레스트.

커다란 산은 말없이 언제나 그 자리에 서있고

무지렁이인 우리들은 사진기를 꺼내서 대상을 찍어 대기에 바쁘다.

왼편으로 보이는 꽁데 그리고 탐세루크의 눈 덮인 봉우리가 우리를 마중하고 있다.

 

 한 잔의 찌아를 마시며 힘들었던 오름길을 생각한다.

오르면서 가쁜 숨때문에 저절로 숨을 깊이 들여 마시게 되고

점점 높아지는 고도에 따라 몸은 가스를 배출하며 서서히 적응하기 시작한다.

숙소에 이르니 원주크라이머스 임차제 원정 깃발이 보여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찍고

짐을 정리하러 3층에 오르니 고도  탓으로 숨이 가빠짐을 느낀다.

 

 난로 주변에서의 한담.

이야기는 이어지고

한 해의 끝인 섣달 그믐의 밤은 짧기만 하다.

 

 

 똑딱이

 

 

 

 

남체 오르면서 본 에베레스트(첫번째 뷰 포인트에서) 

 

 에베레스트 바라보기

 

 탐세루크(6,618M)

 

 

 

 

사가르마타 국립공원 입구

 

 

 

 

 

 

 DSLR

 

 

 

 

 

 

 

 

 

 

 

남체 마을 건너편의 꽁데(6,189M)

 

 

 

 

새로 만들어진 라자 다리와(위) 옛날 다리(아래) - 이곳에서 두 개의 강은 서로 만나 합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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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정> (07:40) 카투만두 국내선 경비행기 이용 - (08:15) 루크라 - (14:40) 팍딩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 지도(NE519) 1/50,000

 

 

 

 전날 숙소의 벽을 보니 에베레스트 사진이 걸려 있어 반가운 마음에 여러 번 보다가 잠을 청한다.

이른 새벽부터 문을 두드리는 일행분의 노고로 일어나 짐을 꾸린다.

어제와 달리 국내선 공항으로 가는 신새벽의 길은 한적하고 적막하다.

공항 입구의 울퉁불틍한 길을 따라 힘겹게 카트를 밀고 오르며 하늘을 쳐다 보며 날씨가 좋아지기를 마음 속으로 기원한다.

전 날 만났던 가이드 파상의 말에 의하면 기상 관계로 십 여일간 루크라행 비행기가 뜨지 않다가 어제서 부터 떴다고 한다.

쿰부히말라야 트레킹의 시발점이 루크라이다보니 제 날자와 정해진 시간에 들어가고 나가고 하는 것이 트레킹의 관건이다.

그래서 다른 여행사에서는 루크라행 비행기가 뜨지 않으면 포카라의 ABC 트레킹으로 방향을 바꾸기도 하고

아니면 헬기를 이용해서 루크라로 들어가기도 하고 나가기도 한다.

 

 스산한 아침 공기는 이리저리 밀려다니고 여기저기로 보내는 짐을 정리하느라 부산하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목적지에 도착하여 미니버스에서 내려려는 순간 관계자들에 의해 저지를 당한다.

가고자하는 루크라의 기상 상태가 좋지 않아 이륙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공항으로 다시 나와 대기한다.

비행기가 언제 뜬다는 보장도 없고 퇴근의 기상 상태가 나빠서 결항이 되었다는 이야기까지 겹쳐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침의 햇살이 붉은 빛을 띠며 서서히 퍼지고 있다.

흐릿한 시야로 멀리 보이는 설산을 바라보며 기다리다가 보니

우리보다 약간 먼저 출발하려던 타라항공이 루크라행 탑승 안내를 한다.

일순간 우리 팀도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모두들 얼굴이 환해지고 분주해진다.

 

 경비행기는 요란한 소음을 내며 하늘로 날아 오르고 잠시 후 펼쳐지는 설산의 흰 색띠.

이어지는 설산 풍경을 몇 장 찍다가 좌우를 돌아다본다.

루크라 가까운 곳을 접근하니 기류의 영향으로 비행기가 흔들리고

다들 얼굴 표정엔 긴장감이 감돌고 이런 이유로 인해서 12월과 1월에 루크라행이 결항이 많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다가 몇 번의 흔들림 이후 무사하게 착륙을 하자 다들 환호성이 터진다.

 

 루크라 공항 주위를 살피니 가까운 곳에 설산이 보인다.

과거 ABC 산행 때 하룻밤을 자고 난 후 롯지에서 본 설산의 감흥은 그 울림이 컸는데

고지대인 이곳에서 6,000M 이하의 산은 그저 무명의 산에 불과할 뿐.

눈을 들어 슬쩍 올려다 보고 발길을 옮긴다.

루크라 조금 지나 가이드인 파상 집에 잠시 들러 요기를 한다.

밀크티에 창(우리 나라 막걸리 비슷) 몇 잔을 마시니 기분이 좋아지고

벽에 붙여 놓은 사진을 보면서 지난 시간을 읽는다.

햇살은 따스하게 내려쬐고 주변의 설산을 벗삼아 가는 길에 바람마저 선선하게 불며 길동무를 한다.

 

 오늘 목적지인 팍딩까지의 거리가 짧은 관계로 가다가 언덕 위에 위치한 초등학교를 방문한다.

마침 외국인들이 자매결연한 학교를 방문하여 학용품 전달 등의 기부행사를 하고 있었고

기부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한 여학생이 나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데 손의 동작이 예사롭지 않다.

구경꾼의 입장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발길을 돌리고

팍딩으로 향하는 길게 늘어선 다리 위에 서서 우윳빛으로 흐르는 물을 바라다 본다.

 

 

 우선 똑딱이(RX100)

 

 카투만두 국내선 공항

 

 

 루크라행 경비행기 안(시타항공)

 

 창 밖 풍경

 

 

 루크라 공항

 

 

  EBC와 칼라파트라를 향해서 출발

 

 

 

 

 

 팍딩 숙소인 스타 롯지에서

 

 

 

 

 

 

 

 

 

 

  DSLR

 

 

 

 

 

 

 

 

 

 

 

 

 

 

 

 팍딩

 

 

 외국인 기부행사에 대한 초등학교 학생의 축하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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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콕행 기내에서 보첼리의 노래를 듣다가 슈만교향곡 1번을 듣는다.

젊음이 가득했던 시기에 작곡된 곡을 듣노라니

지난 젊은 시절의 아련한 그리움은 이어지고

정명훈지휘 김선욱연주의 베토벤 피협 5번을 듣는다.

지난 날 예술의 전당에서 들었던 손열음의 연주가 오버랩되며 기분은 고양이 된다.

 

 ABC(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트레킹 이후 3년만에 다시 찾게되는 네팔.

세상의 끝인 에베레스트를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다는 칼라파타르가 5,550M이다 보니 평소의

눈 덮인 높은 산에 대한 동경보다는 이번 트레킹은 높이에 대한 지향이 아닌가를 생각해본다.

한편으로 출발하기 전에 보았던 여행기와 사진들은 나를 들뜨게하기에 충분했으며

사진을 통한 기록에 대한 기대감은 커가고

곧 만나게되는 히말라야 산군은 과거의 기억을 일으켜 세우며 가슴 벅차게 다가온다. 

 

 경유지인 태국 수완나품 공항 내의 노숙자가 되어 일상의 탈출을 꿈꾸는 시간.

보첼리의 <바다와 당신>을 들으며 의자에 누워 읽은 신문을 뒤적거리다가

일어나 공항 한 바퀴를 돌며 사람 구경을 한다.

언젠가 태국 공항에서 만난 시크교도.

터번을 두른 모자에 방울 모양의 꼭지가 남다르게 보여서 눈여겨 보았다가

그 복장의 형태가 시크교도임을 나중에 알았다.

 

 너른 공항에서 이젠 관찰자가 되어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수 밖에.

이런 넉넉한 아침에 맞는 음악은 무얼까 생각을 하다가

MP3 플레이어에서 브람스 교향곡 1번 4악장을 선택한다.

 

 카투만두행 비행기 보딩시간.

비행기는 보이지 않고 주변에서 간간히 들리는 일본어 소리.

3년 전에는 우리 나라 사람들도 많이 보았는데 일본 관광객들이 많다.

기다리는 일에 조금은 익숙해져야 할 시간도 됐는데

기다림의 지속으로 마음은 여기저기를 다닌다.

 

 방콕에에서 카투만두까지는 약 3시간 소요.

다시 헤드폰을 쓰고 음악을 듣는다.

두다멜 지휘의 말러 9번을 들으려다가 조금 경쾌한 것이 나을 것 같아 선택한 베토벤 교향곡 7번.

싱하 맥주 한 잔에 얼굴은 붉게 달아 오르고 취기가 오르며 가는 네팔행.

2악장을 들으며 작고한 지휘자 카를로스 크라이버를 생각한다.

춤을 추듯이 밀려오는 시간 속으로 언뜻 보이는 흰 산자락.

히말라야 산군을 처음 보았을 때의 떨림을 생각하며 계속해서 시선은 설산의 능선 자락을 향한다.

 

 만남.

우리의 가이드인 파상. 그리고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수잔.

차를 타고 가면서 과거 혼란하고 어수선했던 풍경은 다시 이어진다.

차창 밖 파슈파티나트의 장례 풍경을 보면서 떠오르는 카르마(업).

인력 시장 앞의 많은 사람들이 서성이고 여권 발급을 받기 위해 늘어선 인파를 보면서

3년 전의 모습과는 다른 풍경과 감정으로 다가와야 하는데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굳어 있는 것이 아닌가를 생각한다.

 

 

 기록용 카메라 두 대 - 똑딱이(소니 RX100), DSLR(니콘 D800)

 

 똑딱이

 

 방콕 수완나폼 공항

 

카투만두행 비행기 안에서

 

 

 카투만두 내려다 보기

 

 

 네팔 카투만두 트리뷰반 공항 앞 풍경

 

타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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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애불쪽으로 금학산을 오르며 본 내가 사는 곳의 풍경.

 

  우선 마애불상

 

 

 내려다 보기 - 학저수지 주변(철원 동송)

 

 

 

 

 

 금학산정에서 본 지장산

 

 

 

 내가 사는 곳 내려다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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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이 월 송년모임을 한다고 몸과 마음은 부산해진다.

초순을 넘어서는 시간을 보면서

시간의 흐름을 어림짐작하지만 지나간 시간은 불쑥 찾아온 가을 바람과 같은 것.

동기들간의 송년 모임에서 나누는 한두 잔의 술은 점차 의미를 잊어버리고

정신마저 어지러운 가운데 가는 시간 속에 서있는 자신을 본다.

 

 

 차창으로 바라 본 하늘.

일상의 흐린 날이 지속되고 있고

서로간의 안부를 확인하며 다시 길위에 선다.

느랏재 터널을 지나 산행 들머리인 임도 주변으로 보이는 흰 자작나무 무리들.

텅빈 가지는 하늘을 향해 오르고

백색의 나무를 보면서 아름다운 시절을 그린다.

 

 

 낙엽 밟는 소리는 발의 움직임을 따라 이어지고

흐린 안개는 시선을 묶어 놓는다.

깐 보였던 햇살에 대해 아쉬워하다가

지난 일들에 대해 두런거리며 오르는 겨울 산.

 

 

 기록: 똑딱이(부분적으로 토이카메라, 일러스트레이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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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 흐린 12월의 첫날.

느릿하게 오르며 흘러간 시간을 생각한다.

 

 춘천 안마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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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 코스> 서면 툇골 - 북배산 - 계관산 - 석파령 - 덕두원

 

 밤의 흔적은 떨어진 잎들 위로 나려진 눈을 통해 지난 시간을 알린다.

무성하던 나뭇잎은 저마다의 풍성했던 기억을 보듬으며

추레한 모습으로 다시 오는 봄을 기대하고

골짜기 사이로 흐르는 물줄기만이 가을산의 적막을 깬다.

 

 

 여기 바람부는 능선에 섰어요.

방화선따라 주욱하니 이어진 길들은 앞으로 나가고

웅웅웅거리며 귀전을 울리는 바람은

쌓여진 낙엽을 들어올리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기억 저 편에 있던 소백산에서 혹은 귀때청에서 눈물을 쏙 빼놓은

칼바람의 기억들이 슬금거려 몸을 떨었지요.

 

 

 아직 남아 있는 억새는 바람에 몸을 뒤척이며 늦은 가을을 노래하고

저멀리로 나아가 늦가을을 노래하고 싶은 날

바람에 몸을 싣는 만추의 시간을 기억하며

다시 길위에 섰지요.

 

 

 

  첫 눈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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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원에서 겨우살이를 나기 위한 김장을 마치고 오는 날

일기 예보는 저녁 나절의 많은 비를 알린다.

 

 

 아침나절 더러는 김장하는 일에 혹은 다른 이런저런 일로 산행의 참가자는 저조하다.

신연강 다리 위로 강바람은 불어 을씨년스럽고 몸과 마음은 움츠러든다.

한 떼의 무리를 피해 먼저 느릿하게 삼악산에 오른다.

 

 

 오랜만에 오르는 삼악산.

계곡의 물소리 들리며 어제의 일들을 알리고

바람 불어 나뭇잎은 하나 둘 떨어지며 지상세계에 툭하니 소리를 내고

우리들이 오르는 길 사이로 어지럽게 늘어진 가을의 흔적들 사이로

늦가을의 우수가 밀려오는 시간.

 

 

 빠른 계절의 순환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우리가 사는 곳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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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가을의 산은 언제나 고즈넉하다.

산길 위로 주욱하니 떨어져 있는 가을 날의 흔적들.

무성한 산죽 사이로 길을 헤져나갔던 지난 날의 기억은

산죽이 보이지 않음으로 저 깊숙한 곳으로 감추어져 있고

아직 남아 있는 나뭇잎을 보면서 다가오는 계절을 생각한다.

 

 

 계곡에 서서 바람의 움직임을 느끼며 올려다본 미륵장군봉.

옛 기억은 흐릿해져가고 눈마저 침침해지는 날 다시 이곳에 선다.

신화 속의 티탄족의 몰락을 생각하다가

3피치를 오르면서 옛날에 올랐던 길이라는 것을 늦게사 깨닫는다.

왼편과 오른 편에서 오르는 우리 팀들에게 격려를 보내고

신선벽이 옆으로 마주하고 아랫 쪽 계곡으론

붉게 물든 단풍이 가을의 끝자락을 알리고

운무에 가린 가리산군이 우리를 굽어 본다.

 

 

 몇 번의 오름 후 마지막 피치.

오후의 시간은 훌쩍 넘어서고 다시금 바라보는 주변 산자락의 풍경.

오늘은 무엇을 보았을까를 스스로에게 묻고

어둠이 내려앉는 시간 터벅이면서 랜턴 불빛에 의지해 산길을 내려온다.

 

 

기록 - 똑딱이 카메라 RX100 (더러 토이카메라 표준, 따뜻하게, 일러스트레이션 등 효과냄)

 

 

 

 

 

 

 

 

 

 

 

 

 

 

 

 

 

     그리고 그 산이 거기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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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카메라를 새로 구입하면서 묵혀 놓았던 옛날 카메라를 아들에게 준다.

한동안 분신처럼 산행을 같이하며

그 일상을 기록했던 카메라를 만지작이며 지난 사진을 들춘다.

잃어 버린 과거의 것들을 생각나게 하는 한 장 한 장의 사진을 통해

나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고 내 눈에 비친 세계를 그저 물끄러미 바라본다.

 

 기억보다 앞서는 것은 기록이라고 이야길하고

주변의 사물들을 담았던 지난 기억은 폴폴거리며 날리고

더 새로운 기종의 카메라가 나오면 쉽게 옛것을 버리는 단순한 삶을 생각하다가

문득 나는 아버지에게서 받은 것이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서가 한 켠에 처박혀 있는 팬탁스 스포매틱을 보면서

기억은 흑백으로 오버랩되어 지나간다.

 

 이제 그 카메라는 아들 손에 쥐어져서

따스했던 날들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매체로 자리잡기를 소망하면서

손때가 묵은 카메라를 만지작 거린다.

 

 # 2

 

 한 마리의 베짱이가 되어 노래한 가을.

따슨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 가을의 풍경은 살갑게 와닿고

내 눈에 비친 가을날의 풍경은 어떠했는가를 묻는다.

 

 

 이제는 반팔의 옷을 벗어 던지고 긴팔의 옷으로 바꿔 입으며

내면으로 침잠할 때.

긴 가을 밤에 브람스와도 만나야 하고

또 다른 작곡가의 음악을 들으며 부족한 상상력도 채워야하고

영화도 꼼지락거리며 봐야하고

몸은 하난데 생각은 오만 가지로 길게 이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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