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에서 겨우살이를 나기 위한 김장을 마치고 오는 날
일기 예보는 저녁 나절의 많은 비를 알린다.
아침나절 더러는 김장하는 일에 혹은 다른 이런저런 일로 산행의 참가자는 저조하다.
신연강 다리 위로 강바람은 불어 을씨년스럽고 몸과 마음은 움츠러든다.
한 떼의 무리를 피해 먼저 느릿하게 삼악산에 오른다.
오랜만에 오르는 삼악산.
계곡의 물소리 들리며 어제의 일들을 알리고
바람 불어 나뭇잎은 하나 둘 떨어지며 지상세계에 툭하니 소리를 내고
우리들이 오르는 길 사이로 어지럽게 늘어진 가을의 흔적들 사이로
늦가을의 우수가 밀려오는 시간.
빠른 계절의 순환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우리가 사는 곳을 물끄러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