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08:20) 로부체 - (11:00) 고락셉 - (13:00) 칼라파타르 - EBC - (17:30) 고락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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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 목뒤가 뻐근하여 자기 전에 타이레놀 한 알을 먹었다.
트레킹하면서 고소 예방 관계로 누구는 다이아막스 몇 알에 비아그라 그리고 진통제 몇 알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늙고 사나온 입장에서 결국 약물에 의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두보의 시 <곡강(曲江)>을 떠올리고
한편 나이가 점점 들어갈수록 삶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지는 병약(病弱)한 두보의 경우를 생각해보지만
우리의 경우 작은 고소 증세가 오면 바로 약에 의존하게 되니
과연 약물이 없으면 고산지대를 트레킹하는 것이 가능할까를 생각한다.
나의 경우 딩보체에서 고소증세로 다이아막스 반 알에 진통제를 먹고 걷다보니
약물의 힘에 의해 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나의 의지에 의해 오르는 것인지를 구분할 수가 없었다.
파노라마 영화를 꿈꾼 지난 밤.
눈을 뜨면 잠을 이루지 못할 것같아 비몽사몽의 상태에서
감독은 내 자신이 되어 그 전에 보았던 영화를 기억하고 머리 속으로 잇고
음악의 멜로디를 떠올리지만 그 기억들은 오래가지 못하고 단편적으로 이어진다.
너덜바위 지대가 이어지는 로부체 패쓰
쿰부히말리아의 숨은 보석 푸모리(7,165M)가 앞서 마중한다.
고락셉 숙소에 도착하여 바로 칼라파타르에 오른다.
칼라파타르 등산 일정은 내일이지만 고락셉을 가면서
가이드인 파상에게 몸의 상태가 좋다면 바로 칼라파타르에 오르고 그후 일정인 EBC로 가겠다고 말한다.
분지 모양의 고락셉에서 올려다 본 칼라파타르.
등산로는 세 갈래로 나뉘어져 있고 정상은 보이지 않고 계속해서 400M이상의 오름을 해야 하는 길.
첫 몇 발자국을 옮기고 숨을 고른다.
다시 몇 발자국을 떼지 못하고 심호흡을 반복한다.
5,000M 이상의 고지대이다 보니 평지보다 산소의 양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거친 숨을 몰아쉬고 내쉬고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보니 정상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빙하지대를 지나 올라가
시선이 마주 대하는 곳은 검은 색을 띤 에베레스트 남봉.
오르는 이 거의 없는 오후의 시간에 에베레스 남봉과 마주한다.
이번 트레킹의 최종 목적지인 칼라파타르 정상에 서서 마주하는 그리움의 산.
산에 대한 그리움이 이번 트레킹에 참가하게 된 요인이고
높이라는 목표 지향의 등산이 아닌 바라보며 가깝게 다가설 수 있는 요산(樂山)이 되기를 기원하며
내가 본 것은 세상의 끝이라는 에베레스트의 한 부분이고
남쪽의 방향만이 아닌 아래와 동, 서, 북쪽에서 두루 살펴야지 산의 진면목을 보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
그저 묵묵히 주변의 산군을 바라보고 눈으론 기억하고 가슴으론 떨림을 담을 일이다.
칼라파타르 정상의 너덜바위 위로 부는 바람 사이에 서서
이곳까지 무사히 오르는 것을 부드럽게 감싸주고 살핀 히말라야 여신께 감사를 드린다.
하산.
점심을 거른 상태에서 미니 쵸코바 두 개 먹으며 폴폴 먼지를 피우며 EBC로 발걸음을 옮긴다.
낯선 장소에서 혼자 움직이는 오후의 시간.
누군가 만나면 숙소에 있는 우리 팀에게 잘 있다는 메세지를 전해줘야지하며 길을 가지만 역시나 사람들의 기척은 없다.
그러다가 우리 팀을 만나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배낭을 건네주고 다시 움직인다.
오른쪽으로 빙하지대가 이어져 시선은 아래의 빙하지대를 벗어나지 못해 지리하다.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밀려오는 허기를 칼라파타르 정상에서의 감흥으로 억누르며 마음을 다잡는다.
EBC를 바라보며 77에베레스트 원정대를 생각한다.
포터들의 도주, 물품의 분실 등의 역경을 넘어서 1차 공격 실패이후 다시 2차 공격에서 고상돈 대원의 등정.
에베레스트 등정이라는 푸른 꿈은 이곳의 베이스 캠프에서 구체화되고 실현되는 것.
그후 에베레스트 등정 30주년째 되는 해인 2007년 실패로 끝난
박영석 원정대의 남서벽의 등정의 과정을 그린 다큐영화 <길>(2008)
1924년 에베레스트를 등정하기 위해 원정대를 꾸렸던 말로리와 어빈의 행적을
당시의 필름과 말로리와 그의 아내와의 서신을 통해 재구성한
에베레스트 등정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와일디스트 드림>(2010)
라인홀트 메스와 동생 건터의 낭가파르밧 등정에 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 <운명의 산 낭가 파르밧>(2013)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열악한 장비이지만 정신력으로 버터냈던 알피니즘의 정신을 생각하며
물질의 풍요에 시대에 사는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지를 묻는다.
커다란 산에서 인간은 한낱 작은 점에 불과하는 존재임을 생각하고
산이 좋아 산에서 묻힌 이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옴마니파드메훔"을 되뇌이며 발길을 돌린다.
똑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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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보이는 칼라파타르(5.550M)와 푸모리 (7,16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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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락셉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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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남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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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주변 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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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C 아이스폴 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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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L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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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파타르 정상 쎌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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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봉우리인 아마 다블람(6,814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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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락셉에서 밤하늘 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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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오브 에베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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