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그리고 사람'에 해당되는 글 416건

  1. 2008.06.17 97072022 지리산 단독산행 일지
  2. 2008.06.17 970913 공룡능선에서
  3. 2008.06.17 97091314 설악산행
  4. 2008.06.17 970705 유명산 - 공무도하가
  5. 2008.06.17 970713 명지산 - 잡다한 생각들
  6. 2008.06.17 97.11 치악산행

1. 일시 : 97. 7. 20(일) - 22(화) 2박 3일

2. 운행

7월 20일: 성삼재 - 노고단 - 임걸령 - 삼도봉 - 총각샘 - 연하천산장 - 형제봉 - 벽소령산장 - 선비샘(야영)

7월 21일: 선비샘 - 세석산장 - 촛대봉 - 장터목산장 - 천왕봉 - (칠선계곡) - 마폭포 - 갈림길 (야영)

7월 22일: 갈림길 - 청춘홀 - 옥녀탕 - 선녀탕 - 두지터 - 추성리

3. 식사

주식: 햇반(기성품 밥) 7개, 라면 5봉

부식: 햄 3(참치2, 고기볶음1), 레토르트 2(고기덮밥,카레), 사골우거지국 1, 김 10개, 김치

행동식: 자유시간 5, 미숫가루, 팩소주 2,

 4. 장비

운행구: 배낭(85리터), 등산화, 물통(1리터), 헤드렌턴, 소형후레쉬, 건전지, 지도, 나침반, 스틱, 계 곡화

야영구: 텐트 3인용, 은박깔개, 메트레스, 침낭

취사도구: 코펠, 휘발유버너, 연료통(1리터), 스푼, 물주머니, 물통(미숫가루 타먹기 위함)

의류: 긴팔남방셔츠, 등산바지(긴 것), 반바지, 방풍의 상하, 양말 3, 반팔셔츠 2, 모자,

식품: 식사류 참조

기타: 망원경, 소형휴지 2, 주방용 종이타올 약간, 카메라(니콘 fm2, 35-70)

5. 교통

7.19 서울(23:30) - 구례구( 4:50) 여수행 무궁화열차

7.20 구례구역(5:00) - 성삼재( 5:30) 택시이용( 25,000원 요구 혼자라며 20,000원 지불)

7.22 추성리(12:50) - 함양(13:40) 버스(1,700원) 30분 간격으로 배차

함양(14:12) - 남원(15:00) 버스(2,400원) 고속도로를 경유해 가는 버스가 시간이 절약됨


6. 시간별 기록

ㅇ 7. 19(토요일)

  오대산 야영갔다가 돌아 온 시각이 18시 경. 85리터 배낭에 텐트, 메트레스, 깔개, 침낭 등과 먹거리를 챙기고 배낭을 드니 무게가 23킬로. 전 번 설악산행을 떠올리면서 잘 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인다. 다시금 뒤적뒤적 거리다 옷가지 몇 개를 뺐다.

  남춘천역 21시 15분 발 열차. 출발의 가벼운 설레임. 지리산은 초행이라서 산에 대한 가벼운 흥분이 인다. 서울 도착예정 시간은 22시 47 분. 기차가 12, 3 분 정도 늦게 청량리 역에 도착하였다. 시계를 보니 23시를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서울역까지 30분내에 갈 수 있을까 걱정을 하였고 지하철에서 내린 시간이 23시 23분. 빠른 걸음으로 가서 별생각 없이 진주발 23시 35분 줄에 섰다가 이상하다 싶어 다시 보니 내가 타야할 곳은 23시 30분발 여수행 바로 옆 개찰구다. 헐레벌떡 내려가서 기차에 오르니 차가 출발한다. 드디어 지리산으로 떠난다는 설레임과 함께 기차는 밤을 가른다. 특실이라고 하지만 주변 사람의 소란스러움으로 인해 눈을 붙일 수 없다.

  ㅇ 7. 20(일요일)

  04:50 (구례구) 배낭을 멘 사람들이 여럿 눈에 띈다. 버스를 탈까 하다가 시간도 절약할 겸해서 택시를 타기로 결정을 했다. 금전적인 문제로 다른 사람과 같이 타려고 했지만 끝내 사람이 없어서 혼자서 타게 되었다. 젊은 기사 아저씨가 왜 혼자 가느냐고 묻는다. 대답은 않고 그냥 웃었다. 한편으로는 지리산 갈 때 자기 좀 꼭 데리고 가 달라던 직장동료의 얼굴이 떠오른다.

  05:30(성삼재) 도착. 날씨가 쾌청한 관계로 많은 사람들이 지리산 10경 중의 하나인 노고운해를 찍기 위해 카메라를 메고 오른다. 나도 한때 사진 찍는다면서 11킬로나 되는 장비를 가지고 삼발이 메고 산에 오른 일들을 떠올린다. 배낭의 무게로 인해 노고단 산장으로 오르는 길 중간중간에 쉬어야만 했다. 출발부터 이러다간 중간에 주저앉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일말의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06:15(노고단 산장. 아침)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한편에서는 야영을 나온 듯한 학생들과 여기저기서 컵라면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보인다. 나도 아침을 준비한다. 산행기간 내내 밥을 먹었다. 기성품 밥( 제일제당에서 나온 “햇반”)을 준비해간 덕분에 밥을 데워서 거기에다 레토르트 식품(고기덮밥), 김, 김치에 아침을 먹었다. 식후 포만감과 함께 찾아 드는 즐거움의 감소. 청명한 날씨.

   06:55(산장 출발) KBS송신소 쪽으로 많은 사람들이 오르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오르는 것같다. 사진에 한창 빠져 있을 때 사진은 발로 뛰는 것이고, 뺄셈이란 말들을 떠올리며 걷는다.

   07:12(노고단) 작년 겨울에 이곳에 까지 올랐었다. 겨울날 힘들게 올랐던 일들과 내려가면서 두꺼운 비닐을 가지고 미끄럼 타던 일들을 떠올리면서 미지의 세계에 발을 디디는 소년의 호기심으로 출발을 한다.

   07:55(돼지평전: 해발 1,420) 임걸령 1.1 키로의 표지판이 보인다. 원추리 꽃들의 무리. 멧돼지들은 어디에 다 숨어 버렸을까 ?

   08:03(임걸령 삼거리) 초적 두목인 임걸년이 살아 돌아 온다면 다시 이곳을 근거지로 삼을 것인가 아니면 교통이 편리한 노고단 쪽으로 할 것인가 ?

   08:10(임걸령 화장실 부근) 이곳에서 전 날 야영을 한 텐트 2동을 보았다. 2동의 화장실 주변에 샘이 나오고 물맛도 좋다. 내 뒤로는 젊은 사람이 20리터 배낭을 메고 뛰고 있다. 내 생각에 20리터 배낭이라면 날아 갈 수 있을 것같다는 착각 속에 빠져 본다.

   08:47(노루목: 1,420 삼도봉 1키로) 언덕길을 오르면서 숨이 가빠옴을 느낀다. 배낭 어깨끈을 너무 조여서 팔도 저리고. 이 고생을 하면서 올라가야 하는가하는 원초적인 질문을 자신에게 던진다. 노루목을 바로 지나서 바위 밑으로 석간수가 졸졸 소리를 내면서 흐른다. 청명하던 날씨는 갑자기 운무가 피어 오르고 주위의 경관 또한 안개로 인해 볼 수 없다.

   09:07(삼도봉 1,550 도착) 바위 모양이 낫날같다고 하여 이것이 와전되어 생긴 명칭이 날라리봉. 뱀사골 쪽에서 등반을 한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여럿이 앉아서 참외 등을 깍아 먹는데 아쉽게도 먹어 보라는 사람은 없다. 삼도에 걸친 이 봉우리 주위의 경관을 보려고 했으나 안개로 인해서 볼 수 없었고 위에서 보니 밑이 아찔하다.

   09:27(삼도봉 내림 길) 지루하다. 경사 급한 내리막 길 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올라 갔을까 ?

   09:29(뱀사골 정상 1,260) 산장 쪽에서 올라 온 몇몇 대학생들이 거친 숨을 몰아 쉬면서 쉬고 있다. 안개가 산자락으로 오르고 시원함을 느낀다. 노고단까지의 거리가 9키로인 것으로 보아 9키로는 온 것 같고. 천왕봉까지는 26키로. 아마 이곳이 화개재가 아닌가 생각을 한다. 옛날 보부상들의 애환을 생각해 본다.

  10:05(토끼봉 1,522) 오름길. 반야봉 동쪽의 방향과 관련된 명칭. 묘방( 卯方)

  11:20(명선봉 1,586)

  11:35(연하천산장) 아주 작은 산장이다. 산장 앞으로 이름없는 무덤도 있고, 주변에는 물도 풍부하고 해서 등산화를 벗고 계곡화로 갈아 신고 발에 물을 적시면서 점심준비를 했다. 허기를 느껴서인지 햇반, 라면, 참치 햄, 김, 김치에다 먹는 즐거움을 누렸다. 연하천 산장지기는 피리 부는데 취미를 붙였는지 산중에서의 물소리와 어울린 피리 소리가 적막하게만 들린다.

  12:35(산장 출발)

  13:12(형제봉) 두 개의 커다란 바위. 수도하던 두 형제가 지리산녀의 유혹을 이겨내기 위하여 서로 등을 맞대고 있는 형상이라 한다. 땀이 흘러서 반바지 급기야는 속옷까지 젖어서 걸어 가는 것 자체가 고통 스럽다. 여벌의 속옷을 준비한 것이 없는데 큰일이다. 남들이 뒤에서 나의 모습을 본다면 얼마나 웃을까? 오리처럼 어기적어기적 걷는 내 모습.

  14:30(벽소령 산장) 앞을 지나간다. 산장이 말끔하다. 평탄한 길. 밤중쯤 기다려 보름의 달을 맞이하고 갈거나 ?

  15:30(선비샘 도착: 1 박) 오늘의 일정은 여기에서 그치기로 하였다. 세석, 장터목에 늦은 시간에 간다고 해서 남들이 알아 주는 것도 아니고 또 야영장비를 준비해 왔기 때문에 이곳에서의 야영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을 했다. 텐트 칠 곳을 선정하고 텐트를 쳤다. 저녁을 준비하면서 가져 온 팩소주 하나를 마셨다. 산에서 마시는 술은 언제나 달작지근하다. 식사 후 주변에 텐트를 치는 사람이 소주나 한 잔하자고 해서 참치캔 들고 같이 마셨다. 칠선계곡 쪽으로 왔는데 힘이 들어서 오늘은 더 이상 갈 수 없어서 쉰다고 했다. 내일 하산예정지인 칠선계곡 쪽의 정보도 좀 듣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ㅇ 7월 21일(월요일)

  07:40(선비샘) 출발. 아침에 일어나 보니 주변에 텐트가 빼곡하다. 세어 보니 무려 10 동. 어제 잠자리에 들 무렵엔 3 동 정도 였는데 그 뒤에 사람들이 모인 것같다. 아침 시간의 살아 있음. 반면 선비샘 주변에는 음식물 찌꺼기 등으로 지저분하다.

  08:30(칠선봉) 어제 보다 운행 속도가 많이 떨어진다. 젖은 옷을 다시 입으니 다시금 어정쩡한 걸음걸이가 시작된다. 힘들게 철사다리를 오르고 보니 널찍한 주변의 경관이 전개된다. 이름하여 세석고원. 작은 돌밖에 없는 토양지대. 과거 화랑들의 훈련장이었다는 이 곳. 일망무제의 시야와 산자락 뒤로 운무는 다시 피어 오른다.

  09:20(세석산장) 말끔하다. 물이 나오는 곳으로 가서 미숫가루를 타 먹으면서 20분간 휴식을 취했다.

  09:40(산장출발)

  09:55(촛대봉) 완만하고 지리한 돌길을 오르면서 주변의 경관을 다시 돌아 본다. 바위들의 모양이 촛농을 흘러내린 형상이라고 한다.

  10:55(연하봉 1,667) 운무기 이 봉우리에 잠시 머물면 신선이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날 것만 같은 선경이 펼쳐 진다는 지리 10경 중의 하나. 연하선경. 나도 날개짓을 해보지만 교만한 자의 눈에 보이는 것이라곤 주변의 정경 들. 산자락들이 겹겹이 포개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을 몇 장 찍구.

  11:10(장터목산장) 산장에 가까이 갈수록 기계 대패의 소리가 요란하다. 지금은 신축 중인 산장의 외장 공사를 하고 있고 일하는 분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소란스럽다. 아니다. 시끄럽다. 식수대에 가서 물을 마시니 시원함마져도 느낀다. 한편으로는 새 산장이 건립된다면 많은 사람들의 식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하는 기우도 든다. 천왕봉을 오르기에 앞서 계획한 대로 칠선계곡 쪽으로 내려 갈 것인가, 아니면 배낭을 여기에 놔 둔 채 올랐다가 백무동 쪽으로 조금은 편안하게 하산을 할 것인가에 대해 잠시간의 갈등. 그만큼 지쳤다는 이야기 인가 ? 시간적인 여유도 있고 다시금 배낭끈을 조이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11:25(산장출발) 오르면서 주변의 고사목을 볼 수가 있었다. 고사목과 관련된 과거의 일들을 떠올리면서 인간의 탐욕, 만용에 대해 생각한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양면의 날과 같은 이중성 문제를 한편으로 생각을 해 보고. 횡사목들의 점차적인 쓰러짐. 다시금 운무가 산자락으로 피어 오르고 주변의 시야를 가로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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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5(통천문) 하늘로 통한다는 좁은 길목. 부정한 사람은 오르지 못한다고 했고. 바위 틈을 지나 철계단을 지나면서 쇠줄이 이어져 있는 암벽 비탈. 이번 산행의 목표가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배낭의 무게를 다시금 느낀다. 힘 들다.

  12:35(천왕봉) 많은 사람들로 인해 주변은 소란스럽다. 정상임을 알리는 표지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운무로 인해서 정상에서의 조망을 할 수 없다. 정상에 오르면 옛 사람들이 으례 행하던 공자에 대한 도덕적인 흠모를 나도 한번 해 볼까 ? 곳곳의 조그만 봉우리에는 사람들이 앉아 있고, 고추잠자리는 이 높은 곳까지 하늘을 뒤덮고 있다. 까마귀의 소리도 아래 쪽에서 들린다. 향토색 짙은 구수한 사투리도 들리고 다시금 찾아 오는 배고픔. 라면에다 밥 넣구 김치에다 점심을 해결.

  13:35(칠선계곡 쪽으로 하산) 설악 첨불동 계곡, 한라 탐라계곡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계곡의 하나라 한다. 가파른 철계단을 내려 가면서 울리는 반사음에 문득 적막감을 느낀다. 안개가 자욱하고 날씨에 대한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내려 가는 도중 군데군데 길이 끊겨 있고 주의 깊게 주변의 리본이 있는 곳을 살피며 길을 찾으며 내려 간다. 팽팽한 긴장감이 일고, 한편으로 삶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점점 다리에 힘이 들어 간다. 북향지대라서 인지 음습하다. 몇 번이고 미끄러질 뻔 했다. 그 때마다 다시금 긴장하고. 물소리는 산 위로 올라 오는데 물은 보이지 않는다. 내려 가는 것이 오르는 것보다 훨씬 힘이 든다. 가파른 곳에서 스틱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14:35(마폭포 1,400) 도착. 천왕봉 까지 수직 고도차 500여 미터. 거리는 3키로 달하는 경사 급한 길이다. 시원스럽게 쏟아 지는 물줄기를 보면서 별로 서두를 일도 없고 해서 폭포 주변에서 머리에 다리에 물 좀 축이고 35분간 휴식. 언제쯤 선녀를 만날 수 있을까 ? 주변의 원시림을 응시한다. 야영터 몇 군데가 보인다.

  15:20(출발) 내려 가는 길 자체가 험하다. 오르막 내리막을 번갈아 하며, 이끼가 묻은 습한 지역을 조심조심 통과하기도 하고, 계곡 물을 가로 질러 가기도 한다. 종종 길이 끊겨진 곳에서는 좌우를 살피며 리번을 찾았고. 내려 오면서 오르는 사람을 한 명 만났다. 그 외에는 물소리를 벗하며 작은 폭포와 거대한 소, 기묘한 형상의 돌 들이 내 벗일 뿐이다. 윤선도의 “오우가”를 떠올리면서 한편으로는 편안한 백무동 쪽 길을 놔 두고 왜 이쪽을 택해서 왔을까 하는 자책감이 일기도 했다. 17시 이후에 야영할 곳을 선정하기로 했다. 내려오다 한 곳을 보았으나 바위 밑이고, 길의 통로여서 다시 내려 갔다.

  17:30(갈림길, 야영) 야영지를 선정하고 준비에 들어 갔다. 어제와는 다르게 적막감을 느낀다. 저녁을 하면서 힘들었던 하산길을 생각하면서 하나 남은 팩소주를 마신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 자려고 하는데 물소리가 귓가를 어지럽힌다. 잠을 이룰 수 없다. 잠못 이루고 뒤척거리고 있는데 랜턴 불빛이 내 텐트 쪽으로 비추더니 후레쉬가 있으면 빌려 달란다. 이유는 이곳에서 300미터 전 지점에서 11명의 일행이 하산하는데 후레쉬가 몇 개 없어서 애를 먹는다는 것이었고 그래서 선뜻 빌려 주었다. 한참쯤 뒤에 웅성거리는 사람들 소리. 불 빛. 후레쉬를 돌려 받고. 뒤척거리면서 둘째 날을 보냈다.

 ㅇ 7월 22일(화)

  07:05(출발)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주변에 텐트가 2개 쳐져 있다. 출발하면서 보니 짐은 온통 텐트 밖으로 나와 있고, 어제의 피곤때문인지 조용하다. 팔과 다리를 보니 어제 계곡을 내려 오면서 긁힌 자욱들이 보인다. 삶의 흔적들.

  07:20(칠선폭포)

  08:25(비선담) 어제에 비해서 마음은 여유롭다. 그래서 계곡을 건너는 지점에서는 배낭을 풀고 머리에 물도 적시고 쉬엄쉬엄 내려간다. 수 많은 폭포와 소를 칠선계곡은 지니고 있고.

  08:55(옥녀탕) 칠선계곡에서 가장 넓고 빼어난 소. 멀리서 내려다 보았다. 옥녀는 어디에 ?

  09:00(선녀탕) 나무꾼과 선녀의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선녀의 옷을 사향노루 뿔에다 걸은 미련한 곰을 생각한다. 반면에 선녀의 옷을 훔치려고 한 곰의 용감한 행위에 갈채를 보낸다. 부근에서 내려 오다가 대구에서 오신 한 분을 만나 말 벗을 하면서 내려왔다. 천왕봉에서 비박을 하고 일출을 보고 06:00에 출발하여 내려 왔다고 하는데 걸음걸이 등으로 판단하건데 경력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가까스로 따라 붙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09:50(두지터 부근, 다리 건너기 전) 대구 분의 안내로 다리 밑 쪽으로 내려 가서 물놀이 겸 장비정돈을 했다. 쉰 냄새가 밴 몸과 옷을 물에 담그고 빨고 난 후 바위에 걸어 놓고 한참을 쉬었다. 산행도 점차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고, 물 속에 몸을 담그면서 자꾸만 떠나기 싫은 생각이 인다. 연해 이는 물소리. 라면두 얻어 먹었다.

  12:00(출발) 시간관계로 나 먼저 출발했다.

  12:30(용소 갈림길) 무당들이 모여서 내림굿을 하는 장소란다.

  12:35(추성리) 날씨가 덥다. 인근 가게에 들러 캔맥주 하나 사서 먹었다. 갑자기 더위를 느낀다. 캔맥주의 시원함.

   12:50(추성출발 버스로) - 13:40(함양도착) - 14:12(함양출발) - 15:00(남원도착) - 15:10(남원역도착) - 15:36(남원출발 기차) - 20:10(서울역도착) - 21:15(청량리역) - 23:10(춘천도착)

  7. 기타

 ㅇ 지리산행 중 등산로 주변에서 쉽게 눈에 띄는 것이 쓰레기였다. 지역의 광활함도 있겠지만 자기가 소비한 쓰레기는 자기자신이 가져오는 기본 양식이 필요할 것같다.

 ㅇ 물론 자신의 경우에는 그렇게 되지는 않았지만 가능하다면 배낭의 무게를 줄이는 것이 좋겠다.

 ㅇ 천왕봉에 오를 때는 오전 중에 오를 것을 권한다. 오전 10시 이후로는 상승기류로 인해 운무, 안개 등이 발생하여 제대로 조망할 수 없다.

 ㅇ 칠선계곡 하산시는 길이 없는 곳에서는 전후좌우를 유심히 살피면 리본이 보인다. 이것을 활용하여 길라잡이를 하면 되겠고 북쪽면의 음습한 지대인 관계로 등, 하산 시에 미끄러짐에 유의 할 필요가 있다. 비가 오면 더더욱이나 위험한 곳으로 생각된다. 자신의 경우에는 지리산 산행보다 오히려 칠선계곡 하산이 더 생각이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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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결국은 갔다.

오세암 근처에서 야영을 하며

묵은 이야기로 밤을 보내고

어기적 어기적 거리며 아, 으~~~~ 공룡 등을 탔다.

연해 부는 바람은 이미 가을이라는

계절을 넘어 버리고

능선에서의 나무들은 이미 이파리들을 흩뿌리며

지난 여름의 성장이 멈추었음을

마른 모습으로 말한다.

오히려 등산객들의 현란한 옷들이

단풍처럼 살아 움직인다.

오르막과 내리막의 반복되는 길.

예전 지리산 종주 때를 생각나게 한다.

가까이서 멀리서 실재하는 가을 산

거친 자락, 봉우리,

 

그리고 산은 언제나

빼어난 경관으로 그 자리에 있었다.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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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9. 13 - 14 양일간 설악산 등산에 관한 기록이다.

원래의 계획은 지인과 함께 공룡능선을 오르기로 했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아쉬운 마음으로 마등령을 거쳐서

설악동으로 빠져 나왔다. 그간의 잡다한 기록들.

 

1. 운행기록

ㅇ 9. 13(토)

16:00 (춘천출발) - 17:55(백담사 매표소 도착) - 18:05 (백담사행 버스

승차) - 18:40(백담사) - 20:05(수렴동 대피소, 저녁, 휴식) -20:40(대피

소 출발) - 23:35(봉정암 도착, 비박)

 

ㅇ 9. 14(일)

05:00(일어남, 아침) - 06:20(봉정암 출발) - 07:00(길 잘못 들어 헤매다가

다시 봉정암 출발) - 09:00(오세암 도착) - 10:30(마등령) - 12:55(비선산

장) - 13:50(설악동 버스정류장)

 

2. 잡생각 

ㅇ 9. 13. 

떠나기 전 

  추석 연휴라 생각을 하니 마음은 넉넉하다. 예년에 비해 긴 시간이 앞에

기다리고 있었고, 며칠 전부터 늑대에게 산행대상지를 공룡능선으로 정하

고 함께 가자는 연락을 했다. 공룡능선에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를 다른 분

을 통해서 얻고, 전 날부터 배낭을 들고 꼼지락거리고 있는 내 모양새가

수상한 지 마누하님이 옆에 다가와서 슬그머니 어디를 가느냐고 묻는다.

씩 웃으며 설악산 간다고 하니 누구랑 가냐고 재차 심문조로 묻는다. 대

답을 하고 별다른 말이 없기에 행복한 산행을 꿈꾸면서 시간이 다가 오

기를 기다린다.

  동행인은 원주에서 먼저 출발을 하기로 하고 오세암에서 만나기

로 약속을 하였다. 내가 밤 늦더라도 꼭 간다는 말에 늑대는 흔쾌히 산행

결정을 했고, 연락 수단이 없는 나는 동행인의 삐삐를 이용 약정된 기호로

연락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즉 백담사 매표소에서 버스를 타면 정상적인

진행(1234), 그렇지 않고 걸어 가게 되면 0000 으로 호출하기로 했으며 동행인이

오세암에 미리 가서 텐트를 치기로 했다.


떠남, 백담사 매표소

  토요일 오후, 마음은 바쁘고 시간은 더디 간다. 오후 4시에 집에서 나와

출발. 속초로 가는 길은 연휴 시작의 토요일이라서 인지 한가함 마저 느낀

다. 차의 창문을 내리니 가을바람과 언뜻언뜻 보이는 황금색의 벌판이 함

께 한다. 구불구불한 길과 여러 개의 다리를 지나니 백담사 매표소 입구다.

주차장에는 차들도 별로 없고 매표소에서 버스를 물으니 백담사 쪽에서 내

려오는 지금 버스가 마지막 버스란다. 그래서 이제는 백담사까지의 그 퍽

퍽한 길을 생각하면서 늑대에게 미리 약정된 0000으로 호출을 했다. 갈 길

을 생각하니 마음은 바쁘다. 걸어가려고 하는데 9명의 사람이 모여서 버스

가 내려오면 사정을 해서 타고 가 잔다. 해서 무료하게 입구 쪽에서 기다

리고 있었다. 각자의 행선지를 물어 보니 내일 대부분 용아장성능을 탄다고

한다. 이러는 사이 버스가 왔고 사정을 이야기하여 버스를 탔다.

 

백담사까지

  포장된 도로를 버스는 달린다. 왼편 계곡으로는 전 날 비가 온 이유로

인해서인지 탁류가 흐르고 있었고, 문득 과거의 일 들이 스쳐 간다. 십 수

년 전인 대학 2학년 때 같은 과 친구들과 함께 직행버스를 타고 이곳 용대리

에 내려서 2박3일의 설악산행을 했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때, 버스에서 내려 배가 아파 화장실에 잠시 갔다 왔더니, 이미 각자의 배

낭을 풀러서 짐 배분이 다 된 상태였고 주인이 없었던 내 배낭에는 감자며,

쌀, 꽁치 통조림 등의 부식 거리가 가득 차 있었다. 배낭을 메 보니 그 무

게로 인해 다른 인간들이 원망스러워 졌고, 그렇게 생사 결단의 각오를 한

채 백담사까지의 멀고도 먼 다리 품을 팔던 그 퍽퍽한 과거의 흙먼지 길을

생각하며 포장되어진 오늘의 변한 길의 모습을 응시한다.

  버스에서 내려 산악회에서 왔다는 3사람과 동행하여 이런저런 말을 하면

서 백담사를 향한다. 그들은 길을 아는지 두 모퉁이 지나서 산 쪽 길을 타

면서 이 쪽이 지름길이라 한다. 참 빨리도 걷는다. 나도 걷는데 이골이 난

사람이지만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마에서는 벌써 땀이 흘러 내리고

있었고 그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 거의 뛰다시피하며 무진 애를 썼다.

 

순간의 착각, 고통의 시작

   경기도 부천에서 왔다는 그들은 용아장성을 타기 위해 오늘은 수렴동까지

간다고 하며, 나에게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그 때 목적지인 오세

암이란 지명이 왜 생각이 나지 않았을까. 별 생각 없이 봉정암이라고 말하

니 자기네는 수렴동까지 가니 동행하자 한다.

  주위는 점차로 어둑해지고 각자 헤드랜턴을 켜고 말없이 수렴동대피소를

향했다. 밤중인데도 정말 그들은 대낮 길가듯이 잘도 간다. 눈이 안 좋은

나는 조그마한 손전등 하나를 더 꺼내서 앞을 비추면서 죽기살기로 따라

붙어 간다.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 그리고 흐린 하늘, 희미한 불빛들.

그렇게 수렴동대피소까지 갔다. 주위는 저녁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인해

서 소란스러웠고 허기가 밀려와서 나도 라면에다 밥 좀 넣어서 저녁을 먹

고 있으려니 같이 했던 일행의 한사람이 와서 소주 한 잔을 권한다. 봉

정암까지 가려면 3시간 이상이 걸리니 이 곳에서 쉬고 내일 일찍 출발

하는 것이 어떠냐고 권유를 한다. 반면 머릿 속으로는 동행인에게 늦더라

도 간다고 한 말도 있고 해서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수렴동 대피

소를 출발하였다. 오세암으로 가야 하는데 무슨 생각에서인지 봉점암으로

가려 했을까?

 

밤길,달빛, 물소리 더불은 홀로 산행과 긴 시간더미들


  처음 30분간은 정말이지 다시 수렴동 대피소로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

다. 계곡의 물소리와 함께 내 배낭을 스치는 나뭇잎 소리에 스스로 놀라고

길을 잘 못 들었다 싶으면 주위를 조심스럽게 살피며 리본을 찾았다. 달은

얼굴을 내밀었지만 달을 볼 여유가 어디에 있을까? 공포는 마음 속에서부

터 일고 철계단을 오르면서 퍼지는 계단 소리에 누군가가 뒤따르고 있다는

생각에 중간 중간 멈추면서 뒤돌아보지만 그것은 계단 뿐. 마음속으로는

어서 물소리가 멀어져라 하고. 옛날의 기억으로 봉정암 오를 때 가파른 언

덕길 생각이 나고. 반면 폭포와 계단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이마에선 김

이 모락모락하여 시야를 가린다. 쌍폭에서 구곡담 쯤일까. 급한 마음으로

올라서 인지 다리가 뻣뻣해져 온다. 잠시 쉬다가 다시 오르고. 머리 속에선

늑대가 봉정암에서 기다릴 것을 생각하니 다시금 움직여야 했다. 물소리

멀어지고 언덕 너덜 길. 시간을 보니 어느덧 봉점암에 다가오고 있었다.

입구에서 혹시 동행인이 텐트를 치고 있나하구 살펴보았지만 없었다. 수렴동

대피소 출발 후 정확하게 3시간이 걸렸다. 다리가 아파 온다. 아이구.

신도들이 기거하는 방문을 열고 불 비쳐 보니 여자들만 보이고, 옆방도

마찬가지고 해서 봉정암 처마 밑에 메트레스에다 침낭을 펼치고 힘들었던

오늘 하루의 일과를 반추한다. 다행히 바람은 불지 않고 목탁 소리, 불경

소리를 벗삼아 잠을 청했다.

 

ㅇ 9. 14.

 나약한 아침의 시작

   잠을 거의 이루지 못했다. 뒤척이면서 다시금 살아 있음에 대한 확인을

해 본다. 어제 힘들게 올라 왔기 때문에 아픈 다리가 걱정이 되었다. 다행

히 별 문제는 없었고, 아침에 일어나서 조금 떨어진 남자 신도들 방을

기웃거리면서 동행인 있나 하고 살펴보았지만 없었다.

  아침 먹고 산행을 시작하기 위해 스님에게 공룡능선 가는 길을 물었다.

스님이 그러면 오세암을 거쳐서 가느냐는 말에 비로소 나는 어제의 목적

지가 이렇게 애를 써서 오른 봉정암이 아니고 오세암이라는 사실을 우둔

하게 이 아침에 깨달았다.

  내가 내 입으로 오세암에서 만나자고 이야기를 해 놓고선 그걸 잊어버

리다니. 자신의 한없는 추락과 나약해져 버린 하루의 시작. 동행인이 밤새

껏 기다렸을 생각을 하니 못난 자신을 한탄하는 수밖에.

  해서 지도를 보니 봉정암에서 오세암까지 2시간 40분. 한 편으로는 공룡

능선이 물 건너갔다는 생각에 대청봉에 오르고 천불동 쪽으로 빠질까 하다

가 오세암으로 출발하기로 했다. 평소 늦잠이 많은 동행인이 아직도 텐트 속

에 있기를 기대하며. 조금 가다 보니 길을 개척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마음 한 편으로는 조급증 마저 인다. 에구, 잘못 들어 섰구나. 다시 조급증.

봉점암으로 원점 회귀. 그곳에서 오세암을 간다는 분들을 만나 가는 방향

을 다시금 묻고 7시에 출발을 했다.

 

오세암까지의 길 찾기.

  그런데 사찰과 관련된 표지판은 국립공원에서는 안 해주는 모양이다.

산길을 가면서 제대로 길을 가고있는지 점점 의심이 들고, 만나는 사람이라

도 있으면 물어 보련만 주위는 적막하다. 몇 번의 산 오름과 내림을 통해 계

곡 주변에서 차를 팔고 있는 한 분을 만나 시간과 가는 방향을 물으니 1시

간 30분이 더 소요된다고 한다. 저 분도 얼마나 적막할까? 그 적막함을 덜

기 위해 주변을 보니 개들이 있고 낯 선 사람의 방문에 개들이 짖는다. 길

을 가는데 뒤까지 쫒아와서 짖는다. 내 참 산중에서 개에게 쫓기기는 처음

이고. 다시금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고 맞은 편에서 오는 사람이 있어 오

세암을 물으니 30분 정도 남았다고 한다. 그래서 힘을 내서 다시 걷는다.

아침부터 길을 잘못 들어서 헤매던 생각과 함께 다리가 다시금 무거워 진

다. 2시간만에 오세암 도착. 혹시나 동행인이 있을까 하고 경내를 돌아보지만

보이지 않는다.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계획했던 일들이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느낀다. 아, 나는 왜 이럴까 ?


갈등, 혼란 그리고.


  이젠 오세암에서 백담산장 쪽으로 하산하여 편하게 가고 싶은 마음이 일

고, 다른 쪽에서는 이곳에까지 왔는데 계획대로 마등령 쪽에서 공룡 능선

을 타자고 부추기고 있었다. 지도를 보고 시간을 어림 잡으니 지금 이곳에

서 출발을 한다면 오후 5시경에나 휘운각 대피소에 도착할 것같고, 그리고

하산 시간... 어차피 이곳에까지 왔으니 우선은 마등령을 오르기로 결정을

했다. 전 일 내린 비로 고개 곳곳에선 작은 폭포를 이루며 흐른다. 오르다

보니 곳곳에서 여러 사람들을 볼 수가 있었다. 아침의 시간인데도 허기가

느껴지고 발바닥도 아프고 해서 조그마한 웅덩이에 발을 담그고 양갱에다

가져간 옥수수 통조림을 따서 먹었다. 맛도 모르겠고, 허기지기 전에 먹

어야 한다는 의무감. 조금 먹으니 기분 상 나은 것 같기도 했다.

다시 오름. 그리고 갈등. 공룡을 타느냐 마느냐의 연속된 어지럽힘. 마

등령 고개 정상에서 배낭을 풀고 다시 갈등. 이때 주변의 날씨를 보니 운

무가 자욱하고 바람마저 인다.

  한편으로는 잘됐다하면서 날씨 탓을 하면서 포기하고. 다시금 목적지에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그러나 공룡능선이 살아서 움직이지 않는 한 이 곳

에 다시 있을 것임을 생각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하산시의 무거운 발걸음.

   릿지화를 신어서인지 발바닥이 물집 잡힌 것처럼 아프다. 가고자

했던 곳을 지나쳐 버리는 서운한 마음을 뒤로하며 내키지 않은 발걸음을

한 발 한 발 띈다. 내리막 길 지루함을 느낀다. 의욕 부재에 따른 당연한

결과일까? 멀리 천불동 계곡 쪽들의 산봉우리들이 겹겹이 다가온다. 사진

기 꺼내서 처음으로 한 장 찍구. 다시 터벅터벅 내림길.

  비선산장 앞에서 다시 휴식. 탁족을 하면서 발을 보았지만 멀쩡하다. 일요

일을 산에서 보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비선대 쪽에서

누워 멀리 적벽에 붙어서 암벽 등반을 하고 있는 사람을 보았다. 불과 한

달 전에 이곳 비선 산장에서 머무르면서 적벽, 유선대, 울산바위에서 버벅

대면서 암벽 훈련을 받았던 기억이 새롭다.

 

재미난 기억들.

  암벽훈련 마지막 날. 일정상 울산바위 등반에다 비박이 계획되었는데 하

늘의 보살피심으로(?) 인해 아침부터 비가 장대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그래

도 바위를 타는데 날씨를 가릴 거냐며 울산바위 밑에까지 갔다. 조금 수월하

다는 비너스 길. 도착하니 비는 조금씩 내리고 바위에선 물이 줄줄 흘러내

리고 있었다. 졸업등반인 관계로 선등을 교육생이 하였다. 바람도 조금 분

상태여서 아래에선 서로간에 덜덜 떨면서 이왕 등반을 하는거 인공 등반물

의 도움 없이 손가락 중지에 온 목숨을 지탱하는 하드프리 스타일로 하자

고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았다. 그리고 강사선생님의 눈을 피해서 울산바위

철계단 앞에 모였다가 자유등반 스타일로 들어가려다 붙잡혀서 쭉쭉 미끄

러지면서 바위를 탔다. 한 장소에서 무려 8번이나 추락을 먹고. 위에서

확보를 봐 주던 후배가 나중에 팔에 펌핑이 왔다고 투덜댄다. 힘든 기억은

언제나 가슴 속 깊이 숨어 있다가 생생하게 펼쳐 진다.

  완전 초보자의 상태에서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긴장으로 인해 부르르

떠는 팔, 비오듯 쏟아 지는 땀, 그리고 푹 쉰 냄새 나는 옷. 한 달 전의

일들이 아련하다.

 

하산 그 이후.

  설악동에서 버스를 타니 졸음이 밀려온다. 얼마쯤 졸았을까, 속초 시내에

나와 택시 붙잡고 흥정하며 차가 주차되어 있는 용대리 쪽으로 향하였다.

에구, 집에 빨리 가서 전 번에 거의 다 못 본 “쥬라기공원”이나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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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지인 두어 분이랑 유명산 산행을 했습니다. 도착한 시각이 1시 45분 경이었고, 물 구해서 라면과 햄버거도 먹고 힘차게 산으로 올랐지요.
  오름의 과정은 수월했고, 유명산이란것이 별것 아니구나라는 자만심 마져도 일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1시간 정도 밖에 소요되지 않았고, 작년 겨울 이곳에 왔을 때 힘들게 오르던 생각이 아련했었고. 정상에서 잠시 쉬고 계곡 쪽으로 하산을 하였습니다.

  행복 끝 고통 시작.
  좀 전에 까지 내린 비로 계곡 주위의 물소리는 온통 귀를 어지럽혔습니다.내리막 길 자체가 작은 시내를 이루고 있었고, 물은 거친 숨소리와 함께 포말로 부서지며 어디론가 흘러 갑니다.

  첫 도강 지점.
  막막했지요. 좀 더 얕은 곳은 없는가 하고 여기저기 찾아 보았지만결국은 남들은 등산화 끈 풀고 맨발로, 나는 샌달 신고 있었고, 샌달 덕을 보았지요. 첫 도강.
  계곡의 물 들이 소리를 치며 우리를 부릅니다.
눈 마져도 거뭇거뭇 혼미해지고, 뼈 속마져 시림을 느끼고 반바지를 입었지만 또 것어 올리고 히히, 나는 긴다리 덕분에 젖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히히히....

  두 번째 도강.
  생명의 위험을 느끼면서 계곡을 건넜지요.
로프라는 것도 없었구. 무식한 자가 용감한 자라구. 긴 나무 구해다가 바닥에 대구 한 발 한 발 삶의 비극적 의미를 느끼면서, 돌아 흐르는 물을 보며 공무도하가를 불렀지요.

  공무도하 공경도하 타하이사 당내공하
  삶이란 이렇게 버거운 것일까요? 

  세 번째 도강의 시도.
 반면 물의 유속이 우리를 움추러들게 만들었고,
결국 우회. 너덜지대 위 능선 쪽으로 다시 우회. 내려 왔지만 다시 물은 우리의 눈 앞에서 기다리고 있고. 위로 아래로 다니면서 얕은 곳을 찾아서 결국은 그곳으로 건넜지요.
 
내려 오다 다른 팀을 만났습니다. 그 분 들은 아예 옷이며, 신발이 다 젖어 있었고, 잠시 내려 가더니 물에서 아예 몸을 담그고 있더군요. 

  네 번째 계곡 건넘. 희망이 보였지요. 이제는 신발을 벗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 그러나 입구 쪽에서 다시 물을 건너야 했었고. 이렇게 일주 오도하기가 마무리 된 시각이 3시간 20분. 총 4시간 20분이 소요된 유명산 산행이었습니다.
  공무도하가에 나타난 물이 이별의 심상이라는데 생각하면 조금은 아찔했던것 같기도 합니다.
                                                                     970705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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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평에서 북면 쪽으로 가는 도중 도로 가운데에서 쓰레기 수거료를 받는다. 앞차가 서지 않고 도망을 가서 아저씨의 얼굴이 험악하다. 더운 여름날 서로 간에 짜증을 내고, 돈을 내고 행선지를 물으니 대답해 준다.
 
잘가고 있는 것인지. 표지판이 없는 것이 오히려 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11시 도착. 입구는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작은 돌들이 깔려져 있다.11시 5분 산행 시작. 입구 가게에 있는 사람에게 물으니 정상까지 3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입구내의 사찰. 번듯한 일주문. 사천왕문. 그런데 사천왕문 뒤로는 고추등을 심은 밭이다. 사찰의 경계를 알리기 위해 한 편으로 축대를 쌓았다. 입구마져도 문을 닫아 그것은 닫힌 공간으로 존재한다. 사찰 내 들어 갔을때 승려가 물끄러미 쳐다본다.
  김정한의 "사하촌"을 연상한다.

  지리한 계곡 길.
  훌쩍 커 버린 나무들로 인해서 주위를 볼 수 없다. 단지 물소리 뿐. 간혹 물을 만나면 한 모금씩 목 축이고. 계곡 끝. 좌우의 갈림길. 계곡의 물소리가 멀어지는 곳에 사람도 점점 멀어진다. 가파른 오름길. 헐떡거리면서 살아 있음에 대한 거친 확인.

  3봉. 몇 사람을 만났는데 모두가 물이 없느냐고 묻는다. 어떤 사람은 일행을 잃어 버렸다고 악을 쓰면서 부른다. 라면을 끓여 먹고 점심 해결. 하나의 즐거움 감소.
  2봉에서 1봉으로. 나는 왜 가고 있는 것일까 ? 정상이 있기 때문에 ? 벼는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는데 나의 삶은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독선과 교만으로 가득차는 것은 아닐까 ? 14시 30분. 정상에서의 조망.
  여름 산은 특유의 짙은 녹색을 띠며 가까이 다가온다.

  하산.
  요새 수박은 이상하다니까. 큰 것이나 작은 것이나 모두 달고, 혹 그 속에 설탕물을 넣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 지리한 내림길에서의 잡다한 생각. 그러다가 계곡 만나는 곳에 내려 왔을 때 그 밑에서 쉬고 있는 한 팀에게서 수박을 얻어 먹었다. 말은 해야지 제 맛인가 ?

  다시 지리한 내림 길. 이번에는 계곡이 오른 편에 있었고, 과거  제주도 한라산 길을 생각 했다. 그 돌 많던 퍽퍽한 길. 계곡의 웅덩이를 향해 들어 가고 싶다.
  산악 행군하면 좋겠어. 아니면 오리엔테어링이 더 나을 지도 몰라. 주위를 잘 볼 수 없거든.

  긴 그늘의 터널을 지나 빠져 나옴은
낡은 영화의 한 편을 본 것.
                                                         970713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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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간의 기록들(97.11.30)

  09:20 출발 --- 10:10 세렴폭포 --- 10:45 사다리병창 입구 ---12:20 비로봉 --- 13:00 정상주, 하산 --- 14:15 점심, 하산 ---15:20 산행 갈림길 --- 15:50 하산


2. 
산을 오르기 전 

  전 날 비가 온 이유로 해서인지 아침의 기분은 삽상하다. 계절에 맞지 않음을 탓할 수도 있었지만 엘리뇨현상 운운하는 세상에서 어찌하랴.우리들의 삶이.
 모인 사람들에 대한 확인. 돼지들 마리 수 세는 것같아
즐겁다. 부산하게 움직이는 아침. 그리고 한편으로는 날씨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호상간의 대화. 다시금 찾는 산이지만 한편으론 경계의 마음이 앞서고 다른 분은 산행에 대한 걱정부터 앞선다. 세월이 가면서 삶의 경륜은 숨길수 없는 것일까 ? 이것저것 생각지 못한 것에 대해 말씀하신다.
  산이라
는 매개체로 인한 만남. 그리고 산이 없었다면 우리의 만남 그자체는 형식적인 것 아니 스쳐 지나가는 무의미한 그 자체가 되어 버리지 않았을까라는 원초적인 생각을 한다.

3.  오름짓 하면서

    과거의 기억은 늘 살아 움직이면서 판단을 어지럽힌다.
   옛날에 아이구
구체적으로 말하자. 내가 대학 2학년인 79년에 우리 과 학생들과 치악산에 오른적이 있었다. 그 이전에 2박3일로 설악산을 오른 적이 있었구. 다들 설악산에선 멀쩡 했었다. 산행이 끝난 후 속초에서 물갈이를 하는 바람에 배탈을 하는 것을 빼 놓구. 설악의 대청봉을 넘었다는 알량한 자존심에 치악산 쯤이야라는 자만심으로 1박 2일의 치악 산행을 했다. 결국은 1박을 하면서 밝혀졌지만 총 인원 12명에 무모하게도 텐트 3인용 1개만 가지고 갔었다. 시점은 5월 초순이었고 우습게 생각했던 가파른 사다리병창의 오름길에 다들 한숨짓기 시작했구. 그럭저럭 정상에까지 올라 갔다. 하산길을 잘못 택해서 정말 없는 길을 만들어 가다가 어쩔수 없이 1박. 그리고 나온 것이 텐트 1동. 그 때 비가 안와서 다행 이었지 마른 나무를 주어다가 때면서 등 시린 밤의 한나절을 보냈던 그해 여름밤 치악산에서의 기억들이 살아 움직인다.

  전 날 내린 비로 인해서 계곡의 물들은 퉁퉁퉁 소리를 내며 흐르고 발걸음마져 한가하다. 세렴폭포를 지나 가파른 오름길이후 불규칙적으로 허덕이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살아 있슴에 대한 가여운 확인을 한다. 나는 왜 이 힘든 행위를 되풀이하고 있을까 ? 겹겹의 잡생각들은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4. 정상에서의 일들

   일행에서 떨어져 나와 산을 오른다. 가빠오는 숨과 마음만큼이나 따라 주지 못하는 팔다리를 의식하면서 조금씩 가까워지는 주변의 풍광에 눈을 돌린다. 가까이 다가서는 나무들. 오르면서 고도차이로 인한 얼음들을 보다가 급기야는 눈꽃더미를 보았다. 가쁜 숨에 이어지는 주변의 경광에 짧은 탄성이 어지고 산은 이렇게 많은 것을 감추어 두고 오직 오르는 자에게만 보여 주는 것일까 ?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를 찍었다. 찍으면서 노출이 30이하로 떨어졌던 것에 대해 내내 불안하다. 분명 흔들렸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11월의 마지막 날인데도 계절은 나이를 속이고 있다. 바람 한 점 없는 상태에 기온마져도 계절을 우롱한다. 겨울일까, 아니 비 내린 봄 날일까 ? 포근한 날씨. 드디어 정상. 석탑 주변을 돌면서 신의 계시를 받아 올렸다는 석탑과 돌더미 속에 스며든 인간의 의지를 다시금 떠올린다.

5.  뒤풀이 하면서

    두부와 막걸리를 먹으면 언제나 떠오르는 것은 과거의 삶들이다. 어렸을 적 미군부대 쓰레기장을 뒤져서 나왔던 씨레이션 속의 커피 봉지. 커피를 어떻게 끓이는 지 몰라서 양푼 가득이 물 넣고 커피를 삶았던 과거의 무지하고 용감했던 일들이 칙칙하게 겹쳐 되살아 온다. 이불 속에 놓여진 술 익는 부글부글 거리는 소리들 속에서 설레이는 가슴. 어머니 몰래 맛 본 술맛은 아직도 남아 있다. 그리고 동네 막걸리 집에서 됫술을 받아 오면서 주위를 한 번 훔치면서 맛 본 막걸리의 맛.
 
 추억은 언제나 기억의 저편에서 오늘의 그리움으로 살아서 돌아 온다.

Posted by 바람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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